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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salking 님의 서재입니다.

와일드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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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salking
작품등록일 :
2017.02.28 23:39
최근연재일 :
2017.03.15 00:28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2,956
추천수 :
395
글자수 :
82,205

작성
17.03.15 00:28
조회
881
추천
24
글자
9쪽

5화 회색 인간

DUMMY

동족이지만 눈앞에 생겨난 손쉬운 먹잇감이 있었다. 먹이가 생겨난 이상 목숨을 걸고 덤벼들 필요가 없었다.


무자비하게 날아들어 이를 박아넣던 새들이 일제히 뒤쪽에 널브러진 동족의 시체를 향해 날아들어 먹이를 노리고 다투기 시작했다.


쿠우욱!

구구!


“이게 평화의 새라고 불렸던 비둘기라니 끔찍하네요.”


비둘기의 외모는 과거와 거의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조금의 변호가 있었다. 우선 기존보다 날개가 조금 더 길어졌고 다리와 발톱이 굵어지고 날카로워졌다.


그 외에 붉은 눈동자가 되었으며 조류의 가장 큰 특징인 부리 외에도 새롭게 이가 돋아났다. 부리 안쪽에 촘촘하게 자라난 이의 날카로움은 끔찍할 정도였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몬스터로 불리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에 더해 비둘기는 끝없이 흉포하고 잔인해져 먹잇감이라 여기는 상대에게는 주저 없이 모두가 덤벼들었다.


그러니 어떤 대상도 그 공격을 손쉽게 버텨 낼 수 없었다.


그런 공격을 버텨 낼 수 있는 것은 단단한 가죽을 가진 존재나 빠른 속도로 피하거나 압도적인 힘으로 지금과 같이 상대할 수 있는 상대뿐이었다.


구악! 구구!


“이미 비둘기 따위가 아니야! 저건 괴물이지. 될 수 있으면 모조리 죽이는 것이 나아.”


김명수가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 표정에 승찬의 입가로 작은 웃음이 번져갔다.


‘정말 싫어한단 말이야.’


김명수는 이런 종류의 몬스터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편이었다. 혼자였다면 아마도 몰려든 놈들이 떠나가도 쫓아가 모조리 쳐 죽였을 터였다.


쿠에엑!

“어서 가자!”


다시 들려오는 몬스터 비둘기의 괴음이 인상을 구긴 김명수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보통 후방을 맡는 김명수가 앞서간다는 것은 그만큼 싫다는 뜻이었다.




...........................




“여기서 쉬자!”

“신. 라 호텔? 여기서요? 아직....”


김명수의 눈썹이 씰룩이자 승찬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왜지?’


표정을 보는 순간 머릿속으로 궁금증이 와락 밀려왔다. 김명수는 어느새 묻지 마! 다쳐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김명수의 몇 안 되는 표정 중 하나였다. 동시에 궁금증이 와락 밀려왔다. 가장 가까운 편에 속했지만, 김명수에 대해 아는 것은 지극히 적은 편이었다.


“뭘 보냐?”

“예?”

“뭘 그렇게 멍하니 보냐고!”

“왜 여깁니까?”


날카로운 눈빛에 아주 잠시 멈칫거렸던 승찬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 말에 김명수의 하나 남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기가 죽을 정도로 빛나는 번뜩이는 빛이었다.


“말하기 힘드시면...”

“내 첫 직장이다.”


시선을 피하는 순간 들려온 소리에 승찬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네? 여기가요? 여기가?”

“왜? 이상하냐?”

‘이상해요! 충분히 이상합니다’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김명수의 표정을 바라보는 순간 그 말이 입안을 맴돌았다. 왠지 아련한 눈빛이 되어버린 김명수가 신라호텔이라는 단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 첫 직장이야. 벨보이라고 들어봤지?”

“네? 아! 네!”

“그게 내 첫 직업이야.”

“첫 직업이 벨 보이였어요?”

“그래. 겨우 석 달하고 때려치웠지만.”

“석 달이요?”

“그래. 겨우 석 달했지. 그땐 세상을 너무 몰랐지.”

탈칵!

후우!


어느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문 김명수가 하얀 연기를 뿜어냈다. 짧은 한숨과 함께 뱉어낸 그 숨결에는 여러 가지 감상이 담겨있었다.


뭉클하게 젖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거운 김명수의 입이 열렸다.


“더럽더라.”

“예?”

“지금이 무서운 세상이지만 그때는 더러웠어. 내가 느낀 세상은 그런 세상이더라. 돈 몇 푼에 굽신거려야 했고 고객이란 어린놈들한테 경멸과 비웃음당해야 했지.”


과거의 세상을 향한 작은 분노가 거기에 담겨있었다. 왠지 가슴이 저려왔다. 자신 또한 세상을 미워했었기에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후!

“큭! 아니 이제 와 생각해보면 세상은 더럽지 않았어. 사실은 내가 이미 삐뚤어져 있었던 것이겠지. 가끔 맘이 상해 있을 때면 커피 한잔을 건네던 선배도 있었고 때론 간단한 수고에 고맙다며 팁을 건네기도 했던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은 전혀 감사해 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지. 생각해봐. 그런 고마운 일은 싹 잊어버리고 나는 내가 그렇게 보길 원했던 것만 보았던 거야.”


김명수가 자신의 과거를 풀어내고 있었다. 이런 긴 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호텔에 있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보게 돼.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버릇없는 사람 등등 여러 사람을 보고 평가하게 되지. 그런데 웃긴 것은 정작 자신이 나쁘다는 것은 모르지. 그땐 그랬어. 뒤틀린 내가 견딜 수 있는 참을성은 없었지. 그래서 한 대 치고 잘렸어.”


평범한 삶의 이야기였다. 너무 평범해 변해버린 이 세상과는 괴리감이 생기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는 자주 생각하지 못하는 그때의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기기기!

지직!


작은 생명체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자신의 둥지를 침입한 두 사람을 경계 어린 시선으로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군.”


김명수의 말에 승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이곳의 주인은 이제 인간이 아니었다.


“올라가자. 최고급 룸으로...”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자 먼지가 쌓인 것을 빼고는 상당히 멀쩡한 공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여기저기 깨어진 창문으로 비바람이 들이친 곳도 있었지만 멀쩡한 곳도 많았다.


끼이익!


오래 시간 닫혀있었던 문이 열리자 한결 깨끗한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우!”

“괜찮군.”

“괜찮은 것이 아니라 끝내주는데요? 냄새만 좀 빼면....”


그 정도로 실내는 화려했다.


“최고급 객실이니까.”


그렇게 팔자에도 없는 최고의 객실을 구경하고는 자리를 잡은 승찬이 창가에 자리를 잡고 먼지를 대충 닦아냈다.


뿌연 먼지가 닦여나가자 온통 푸른 숲이 시야를 가렸다.


툭!

“마셔라. 아직 있네.”


이름도 모르는 고급 양주였다.


“이런 것이 남아 있어요?”

“술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뿐이야.”

“크으! 독하네요.”

“그렇지. 이런 걸 좋아하게 되다니 그나저나 너무 힘 빼지 마라. 천천히 가도 돼.”

“예? 그 정도는...”

“닥쳐! 전신에 기운을 돌린 채 뽑아내고 있었잖아. 네가 아무리 강해도 그따위로 힘을 뽑아내면 몸이 못 버텨. 더군다나 무서운 놈들이 사방에 득실거리는 곳이야. 언제 위험에 처할지 누가 알아? 네가 녹콩 같은 괴물이 아닌 이상 힘은 최대한 비축해야지.”


김명수가 얼굴을 부라렸다. 살짝 성질을 내는 김명수의 말투에는 깊은 관심과 애정이 서려 있었다.

“알았어요?”

“그럼 알지. 몰랐겠냐? 풀풀 풍기는데.”

“흐흠! 희한하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던데. 왜 형만 알아채는 겁니까?”

정말 희한한 일 중 하나였다. 지금에 와선 전신의 기운을 유형화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 각성을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기운을 느끼고 사용했다.


하지만 그런 기운 가운데에서도 드러내지 않는 상대의 기운을 눈치채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 느껴진다. 네 녀석의 몸에서 스멀스멀 뻗어 나오는 그 촉수들도 느껴져. 그거 상당히 징그럽다. 무슨 일본 애니메이션 보는 기분이야.”

“헐! 그 정도예요?”

“그래. 징그러.”

“그런가? 봄이는 좋아서 죽던데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김명수의 눈초리에 뜨악한 표정이 떠올랐다.


“뭐? 너 그 촉수로 봄이에게 뭔 짓을 한 거냐?”

“예? 아! 뭐 별거 아니고 그저 일반적인 장난 정도죠. 쓰다듬어 주거나 콕콕 찔러주거나 같이 어울려주거나 뭐 그런 놀이죠. 봄이는 아예 제가 뿌리는 기운 자체를 다 알아보거든요.”


사실 순화시켜 이야기했지만, 그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고 강렬한 편이었다. 봄이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울을 제멋대로 다룰 줄 알았다.


가끔은 장난이 대련처럼 변할 정도로 기운을 능숙하게 다루는 이가 바로 봄이었다.


“그나저나 겨울이는 어때요?”

“그럭저럭 따라오고 있다.”


양자인 겨울이의 이야기가 나오자 차분해진 어조와는 달리 김명수의 얼굴에 자부심이 슬쩍 떠올랐다. 그만큼 겨울이가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천천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김명수가 천천히 한쪽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푹 쉬어라. 무리하지 말고.”


김명수가 잠자리에 들자 승찬도 자리를 펴고 누웠다. 어느새 주변이 칠흑처럼 새까만 어둠으로 뒤덮이다가는 이내 떠오른 달과 별빛에 푸르스름한 어둠으로 바뀌어 갔다.


‘역시 민희 누나가 임신했기 때문이겠지.’


승찬의 입가로 잔잔한 웃음이 떠올랐다. 신경 쓰고 있지 않은 듯했지만, 가슴은 누구보다 뜨겁고 정이 많은 이가 바로 김명수였다.

눈을 감은 승찬의 입가에 어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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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4화 추가 거점확보 +2 17.03.10 859 16 12쪽
11 3화 내륙 정찰 및 수색 +2 17.03.09 802 19 11쪽
10 3화 내륙 정찰 및 수색 +1 17.03.08 892 19 11쪽
9 3화 내륙 정찰 및 수색 +3 17.03.07 900 17 12쪽
8 3화 내륙 정찰 및 수색 +1 17.03.06 1,122 16 12쪽
7 3화 내륙 정찰 및 수색 +1 17.03.05 1,058 20 12쪽
6 3화 내륙 정찰 및 수색 +1 17.03.04 1,260 20 12쪽
5 2화 나이트 윗치 17.03.03 1,290 24 12쪽
4 2화 나이트 윗치 +3 17.03.02 1,561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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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나이트 윗치 +1 17.03.01 3,026 46 12쪽
1 1화 5년이 흐르고 +9 17.03.01 4,752 5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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