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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또이 님의 서재입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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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또이
작품등록일 :
2020.05.09 22:26
최근연재일 :
2020.05.18 19:46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17
추천수 :
6
글자수 :
79,976

작성
20.05.18 19:46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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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16: 연

DUMMY

“라스티 자네가, 거짓말을 하거나 혹은 나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나와 대화를 정상적으로 끝낸 다면, 죽이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노르만 자작의 눈을 본 라스티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사람은 거짓을 말 하지 않는다. 오르펠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말이다.

라스티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그간 있었던 일을 발음이 뭉개져 가면서 까지 노르만 자작에게 말했다.


노르만 자작은 라스티의 말을 차분히 들어 주었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오르펠에 대해 알았다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텐데 미안하다.”

그 말과 함께 노르만은 라스티를 향해 고개를 땅에 닿을 듯 숙였다.


“물론, 이런 사과만으로 자네 동생이 돌아오지도, 자네의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 것 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하지만 나 역시도 사정이 있다. 나를 호위하는 기사가 20명, 중급기사 1명을 잃은 건, 내 영지에 병력 절반을 잃은 거나 다름이 없지.”


“...”


“원래라면 라스티 자네는 즉시 처형이네. 하지만 울티제 공의 제자, 그리고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지. 그래서 말인데 자네, 내 밑에서 딱 3년만 일하지 않겠나? 물론 보수는 약속하지.”


“거..절한다면요?”


노르만은 잠시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자네를 그냥 보내 주는 수 밖에. 귀족 살인죄란 건 아주 무거운 형벌이네. 하지만 타락한 귀족은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고 생각 하는 것이 나의 생각. 자네가 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 서로에게 빚은 없다는 걸로 해주지. 하지만 자네는 돌아갈 곳이.. 있는가?”


라스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때다 싶었던 노르만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기에 내가 제안하는 것이네. 자네는 세상을 볼 줄 아는 견문을 넓힐 필요가 있네.

내가 자네에게 그 견문을 넓혀 줄 것이네, 공짜로 자네를 부려 먹는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일한 만큼 보수도 주면서 말이지. 물론 자네도 큰일을 겪은 만큼, 지금 당장 내 밑으로 와서 일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네. 딱 한 달 주지. 마음이 정리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면 날 찾아오면 되는 것이네. 이 곳 영지에서 내 저택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네.”


라스티는 마음이 흔들렸다. 이제 곧 죽어, 라피르 옆으로 가겠구나 라고 체념한 라스티였다. 예상과 달리 노르만 자작은 정의롭고, 올곧은 사람이었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망하기는커녕 잘했다고 칭찬까지 해주었다. 동생을 잃은 아픔 역시, 같이 안타까워 하며 위로해주었다.


“해..볼게요. 하지만, 약속이 있어서 한 달은 조금 모자라요..두 달..두 달 뒤에 찾아갈께요.”


노르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주머니를 라스티에게 건넸다.

그 안에는 금화 10장, 은화 10장이 들어 있었다.


“두 달 동안, 아껴 쓴다면 넉넉하게 쓸 수 있을 것이네. 그럼 두 달 뒤에 보세나.”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라스티는, 노르만 자작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마차에서 내려왔다.


써지킨은 궁금한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작과 한 얘기라 자신이 관여 할 수 없었다.

“자작님께서 돈 까지 주시면서 보내주시든?”


끄덕


“어디로 향 할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으마, 가까운 마을에라도 태워줄까?”


도리도리


“알았다. 자작님께서 널 그냥 보내셨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터, 난 내 주군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잘가라 꼬맹이.”

내심 아쉬운지 라스티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자작의 마차로 들어가는 써지킨 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에서 나온 써지킨은 일사불란하게 기사들에게 명령 한 후, 자작과 함께, 영지로 돌아갔다. 마찻길 한 가운데 덩그러니 돈이든 주머니와 함께, 홀로 놓여진 라스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다.


얼굴을 따갑게 만들던 태양도 지고, 어느덧 달이 중천에 떳을 때 라스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트라젠 마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트라젠 마을에 도착한 라스티는 곧 바로 대장장이 자쿠빈을 찾아 갔다. 살아 돌아온 라스티가 믿겨지지 않는 듯, 라스티가 가게안을 들어옴에도 자쿠빈은 놀란 얼굴로 그대로 얼어 있었다.


마을에는 소문이 퍼져있었다.


트라젠 마을을 가엽게 여긴 신이, 못된 오르펠 남작을 멸했다는 소문이 말이다. 하루 아침에 오르펠 남작의 저택은 피바다가 되어, 본인인 오르펠 남작도 죽어 있었으니 신이 벌을 내린 거 말고는 달리 뭐라 설명 할 수 있을까?


아마 그간 오르펠 남작에게 쌓여있던 마을 사람들의 분노를, 오르펠은 헤아리지 못 할 것이다. 이 통쾌함과 (을 동반한) 정의구현의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기엔 충분했고, 결과적으로 오르펠도 죽었으니, 신빙성도 생기는 것이다. 오르펠을 죽였다는 사람 역시 나타나지 않았으니, 마을사람들이 신이 했다고 믿기에는 더욱 더 충분했다.


하지만 자쿠빈은 알고 있다. 트라젠 마을에 오르펠 남작을 벌한 소문의 신은, 바로 자기 앞에 있는 작은 소년 라스티라는 것을 말이다.


“아저씨.”

“어..어? 왜 그러냐?”

“나 갈 데도 없고, 배고파.”


자쿠빈은 당황하며 말했다.

“그..그러냐, 그럼 오늘 우리집에서 푹 쉬다가라 맛있는 음식을 줄 순 없지만, 먹을만한 것을 구해오마.”


짤랑! 쿵

자신의 앞에 있던 책상에 자작에게 받은 주머니를 내려 놓았다.


“아저씨, 여기에 돈 있어. 이걸로 아저씨랑 테나 맛있는거 사먹어.”


별 생각 없이 주머니를 열었던 자쿠빈은 놀라 자빠졌다.

무려 금화 10개, 은화 10개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곳의 화폐 가치라고 한다면, 금화 100개면 방 5개 정도의 커다란 2층 집을 소유 할 수 있다. 금화 5개면, 말도 살 수 있다. 이 곳 트라젠 마을 사람들의 한 달 생활비는, 평균 동화 30개다. 이 은화 1개만 가지고 있더라도, 자쿠빈의 3달치 생활비라는 것이다.

근데 눈 앞에 금화 10개, 은화 10개가 놓여지니 놀랄 수 밖에..


“꼬..꼬마야 집이라도 사오라는 거냐?”

“꼬마아니고 라스티.”

“그래..라스티 일단, 이 은화 하나만 가져가서 장을 봐오마, 거스름돈 같은 건 필요 없겠지?”

라스티는 말 없이 끄덕였다.


“아빠, 손님 온거야?”

그 때 방문을 열고 하품을 하며, 나온 테나가 놀라 입을 얼른 가렸다.


얼굴을 붉힌 채, 라스티 앞으로 다가간 테나가 말했다

“라스티..오빠 왔어?”


고개를 끄덕인 라스티는 테나에게 무관심한 듯 아무대나 자리를 잡고 벌러덩 누웠다.


“오..오빠 거기 바닥에 눕지 말고, 방에 침대 있어. 거기 누워.”


라스티는 말 없이 테나가 보이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누웠다. 테나는 아무 말 없이 라스티 옆으로 가 앉았다. 둘 다 아무말 없이 꽤 시간이 흐른 뒤 가게 문이 열렸다.


“테나, 라스티, 나 왔다. 배고프지? 오늘은 특별하게, 준비 해봤다. 무려 사슴고기와 닭고기다! 신나지 테나?”


해맑게 웃으며 아빠를 반기러 간 테나와는 달리, 라스티는 부동의 자세로 누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라스티를 이해한 자쿠빈은, 주방으로 테나를 데려가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핑계로, 라스티를 혼자 있게 두었다.


맛있는 냄새가 방안 가득 채울 때, 테나가 라스티를 부르러 왔다.

“라스티..오빠. 아빠가 밥 먹자고 주방으로 오래..”


말 없이 일어난 라스티는, 주방으로 향했다.

부녀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밥을 먹던 모습을 지켜보던 라스티도, 허기가 져 꾸역꾸역 고기를 자기 입으로 밀어 넣다 시피 먹기 시작했다. 테나가 걱정 된다는 듯이 라스티를 바라보자, 자쿠빈은 그러지 말라는 얼굴을 하며, 제재했다.


눈치 빠른 테나는 얼른 웃는 얼굴로 표정을 바꾸고 자쿠빈과 대화하며 맛있게 먹고, 말없이 방으로 돌아갔다. 커다란 사슴 고기를 미친 듯이 먹고 있는, 아니 제대로 씹지도 않고 꾸역꾸역 밀어 넣기만 하는 라스티가 걱정된 자쿠빈은 한마디만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된다.”


자쿠빈과, 테나가 방으로 돌아가자, 라스티는 또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항상 같이 행동하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자던 라피르가 없어진 허전함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동굴에 돌아가면, 미쳐 버릴거 같아 돌아가지도 못했다. 마을에 아는 사람이라곤, 촌장 할배와, 자쿠빈 뿐이었다.


촌장할배에게 가지 않은 이유는, 라피르에 대해 물어 볼 것이 뻔했다. 생각하기 싫어 자신의 사정을 아는 자쿠빈에게 왔다. 하지만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라피르의 웃는 모습이 눈에 아른 거렸다. 배고프다고 징징 대던 라피르가 떠올랐다. 훈련하기 싫어 꾀 부리며 울티제에게 혼나고, 울던 라피르의 모습도 떠올랐다. 온통 라피르만 떠올랐다.


이러다 죽을 거 같다. 그대로 주방에 탁자에 머리를 처박은 채 잠을 청했다. 몰래 방문을 열고, 지켜보던 자쿠빈과 테나는 서로를 끌어 안은 채 소리 죽여, 울고 있었다.

깨어나기 싫었던 잠에서 깬 라스티는,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편지라도 써놓고 가고 싶었지만, 글을 모르는 라스티는, 탁자에 금화 10장만을 쌓아 둔 채, 은화 9장만 가지고 조용히 자쿠빈 가게를 나왔다. 마을에서 식량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주머니와 그 주머니 안에 식량을 담은 채, 무작정 에세타르 성을 향해 출발했다.


에세타르 성의 방향도 모르는 라스티가, 무작정 걸어가다 보니 사람 하나 없는 숲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숲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지도 하나 없이, 무작정 걷고 싶다 란 생각을 하니, 이런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후회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이, 잠시나마 라피르의 대한 기억을 잊게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06.02 15:38
    No. 1

    잘 읽고 갑니다. 건필 화이팅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호이또이
    작성일
    20.06.02 17:17
    No. 2

    응원과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민Silver
    작성일
    20.06.04 21:36
    No. 3

    잘 보고 갑니다.
    일러인가요? 아들 작품인가요?
    제법 잘 그린듯

    호이또이님 건필하세요!!!
    두작품이나 필력이 대단하신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호이또이
    작성일
    20.06.07 15:04
    No. 4

    제가 아들입니다ㅋㅋㅋ 감사합니다^^ 확실히 두 작품을 하려니 힘이부치네요..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하려고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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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이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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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연 +4 20.05.18 30 1 10쪽
16 15: 노르만 자작 +1 20.05.16 18 1 11쪽
15 14: 운명 +1 20.05.15 15 1 9쪽
14 13: 비통 +1 20.05.15 13 1 13쪽
13 12: 폭염의 데리스 +1 20.05.14 13 1 9쪽
12 11: 더러운 귀족 20.05.14 14 0 10쪽
11 10: 트라젠 마을 20.05.12 17 0 13쪽
10 09: 악마 등장 20.05.11 16 0 12쪽
9 08: 라스티와 울티제의 약속 20.05.11 18 0 11쪽
8 07: 소드 오러? 20.05.11 18 0 14쪽
7 06: 수련의 시작 20.05.10 18 0 8쪽
6 05: 두 얼굴의 사나이 '케잔' 20.05.10 21 0 11쪽
5 04: 울티제의 정체? 20.05.10 25 0 12쪽
4 03: 라스티의 과거, 그리고 울티제라는 남자. 20.05.09 29 0 10쪽
3 02: 갈등 20.05.09 30 0 13쪽
2 01: 시작된 거짓말. +2 20.05.09 40 0 12쪽
1 프롤로그 +1 20.05.09 83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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