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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또이 님의 서재입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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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또이
작품등록일 :
2020.05.09 22:26
최근연재일 :
2020.05.1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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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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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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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갈등

DUMMY

성 안을 벗어난 사신 일행들은 페탄의 단골집으로 향했다. 사신 일행이 가게 문을 열자 가게 에 있던 손님들은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가게 손님들은 저마다 사신 일행들을 보며 소곤소곤 대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라스티는 페탄에게 말했다.

“저.. 선...배 좀 더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페탄이 곤란해 하는 라스티를 보며 장난기가 생겼는지, 가장 눈에 띄는 가게 중앙 큰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익숙한 듯 매일 먹는 메뉴로 페탄이 주문을 마치자 라스티는 주위의 시선이 힘든 듯 고개를 못 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애리나가 사악하게 웃으며 라스티에게 말했다.

“우리 자랑스런 사신 후배님, 고개를 들라고! 크흐흐흐.”


라스티의 하얀 피부는 점점 토마토 보다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페탄 역시 참지 못하겠는지 한마디 했다.

“그래, 그래. 우리 자랑스런 후배가, 선배한테도 주눅이 안 들면서 여기서 주눅이 들다니. 좀 질투 나는 걸? 우리 후배를 위해서 내가 다 조용히 시켜 버릴까? 크하하.”


아무 말도 못 하고 라스티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끙끙대며 얼굴만 붉히고 있자, 애리나는 좀 가여웠는지 능숙하게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이번에 우리 대장님이 다녀오신 곳 말야, 거기가 어딘지 알고 있어? 라스티?”


일 얘기가 나오자 진지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헤라오메라고 했던가요? 그··· 제 고향과 조금 떨어진 곳인데 마족이 쳐들어오기 전에, 다행히도 마을 주민들이 이상 현상을 느껴, 빠르게 보고한 결과, 폐하가 대장을 투입시켜 큰 피해를 입지 않고 해결 했다고 하네요.”


애리나가 턱을 괴고 말했다.

“헤라오메 근처 마을이면, 너 트라젠 출신이야?”


“예.. 빈민들이 많은.. 아니 빈민 마을입죠. 그리고 저는 빈민 출신이고 ”


애리나가 살짝 화가 난 듯 말했다.

“라스티, 넌 말을 왜 그렇게 하니?”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가게 손님들은 저마다 눈치 보며 홀짝홀짝 소리가 안 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때 마침 페탄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페탄님, 오늘은 오랜만에 오셨다고 주인님이 서비스로 여러 가지 음식을 더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더 드시고 싶으신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달라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 라스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칫··· 이래서 귀족들이란...”


애리나가 테이블을 쾅 치며 일어났다.


“꺄악!”

서빙하던 여자가 놀라 넘어지기 직전에 페탄이 여자를 부축해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다.


그 모습에 살짝 미안했던지 애리나는 슬며시 자리에 앉았다. 가게 안은 쥐 죽은 듯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가게 손님들도, 가게 주인도 곁눈질로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은 3명의 사신을 보고 흘깃 흘깃 시선만 보낼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넘어지며 음식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3명의 사신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에이 씨벌.. 니들이 사신이면 다야? 가게 전세 냈어? 왜 이리 소란스럽게 지랄들이야 지랄이? 어? 한판 붙어 볼까?”


근육질의 대머리 아저씨가 약간 취기가 오른 듯 비틀대며 사신이 있는 테이블로 비틀 비틀 걸어왔다.


라스티는 고개를 홱 돌려 모른 척 하고, 애리나 역시 미안했는지 아무 말 않고 가만있었다.


페탄이 그 둘을 보고 한숨 쉬며, 상황을 정리하려고 나섰다.

“미안하게 됐소이다. 오늘 술값은 내가 계산할 테니 그만 돌아가 주면 안 되겠는가?”

페탄이 웃는 얼굴로 정중하게 말했다.


대머리 아저씨는 순간 동공이 흔들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비겁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술값 정도는 나도 있다 이거야! 엉? 싸구려 가게에서 술값 낸다고 멋진 척하지 말고, 줄꺼면 좀 더 좋은 걸 달란 말이야! 어? 그 정도 기개도 없나 남자가?”


페탄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지만 아직은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상황이 재밌게 흘러간다 생각했는지, 라스티는 웃는 얼굴로 대머리 아저씨를 자극했다.

“어!어!! 그렇지! 남자가 쪼잔하게 술값 가지고 퉁칠려고하면 안 돼지~”


대머리 아저씨가 라스티에게 삿대질 하며 웃어댔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어이! 거기 젋은 친구! 자네는 말이 통하는 구만! 이런 귀하신 귀족 사신과는 좀 다르구만 크하하하!“


라스티와 대머리 아저씨가 호탕하게 웃어 대고 있자, 기가 찬 애리나가 일어서며 말했다.

“어이 라스티, 그리고 아저씨! 귀족한테 뭐 불만 있어? 그래. 나 귀족이야. 우리 가문 이름도 말해줘? 우리 가문은 자밀라! 내 이름은 자밀라 애리나다!”


가게 손님들은 저마다 웅성대기 시작했다.

“자밀라··· 그 유명한 기사 집안 이구만.. 저 사내는 안타깝지만 목숨 부지하긴 힘들겠구만. 쯧쯧···”


소리 지르며 웃다 보니 술이 좀 깬 대머리 아저씨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술도 마신 김에 홧김에 들이댔지만, 술이 깬 지금은 바지에 실례를 할 정도로 겁이 나기 시작 했다.


적당히 술 취한 척 연기하며 사과까지 받고 돌아가는 완벽한?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술에 취한 연기를 했다.


“자밀라? 자밀라가 뭐!!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귀족이 앙?”


연기하는 대머리 아저씨가 소리치자 순간 섬뜩하게 변한 애리나가 대머리 아저씨에게 달려들려는 찰나 라스티가 말했다. 그리고 대머리 아저씨는 살짝 지린 것 같다.


“이러니깐 내가 귀족을 싫어하는 거야? 어? 자기 가문 하나 믿고, 으스대며 살면서 뭘 그리 또 잘난 척하는 거야? 그걸론 부족하나? 크크.. 내가 굽히고 들어가 봐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지.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다 하지 못하고, 기분 맞춰주며 온갖 아양 다 떨어봐야 결국엔 필요 없어지면 버림받으니까. 어련들 하시겠어? 고귀하신 목숨들인데.. 천하디 천한 우리 천민이 대신 개죽음 당해야지. 크크크.. 우리처럼 천한 목숨은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 쳐야 하는 거 아니겠어? 여기서 죽으면 진짜 개죽음이지 크크크... 아재도 이제 그만 연기하고 돌아가쇼. 나도 그만 돌아갈 테니까.”


“그···그럴깝쇼?··· 하하.”


대머리 아저씨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함과 동시에, 라스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애리나가 큰소리로 외쳤다.

“앉아라. 좋은 말 할 때.”


대머리 아저씨는 걸어가다가 그대로 앉아 버렸다.


라스티는 질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휘유~ 또 명령이네? 귀족 아가씨? 됐고, 앞으로 최대한 눈앞에 안 나타 날 테니까 내 일에 상관 마쇼. 기분만 잡쳤네. 칵 퉤. 그럼 그렇지, 나 따위가 뭐 잘해 볼 거라고.”


애리나가 마음을 먹은 듯 자세를 고치며 말했다.

“앉아 주시겠습니까? 라스티씨?”


정중한 말투에 놀란 라스티는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말투도 정중했지만, 더욱 놀란 것은 애리나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하고 있단 것이었다.


당황한 라스티가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뭐···뭐야 갑자기?”


가식적인 웃음이지만, 그 얼굴엔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라스티 당신과 얘기 하고 싶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 다면 앉아서 대화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리고 바닥에 앉아 계시는 남성분.”


화들짝 놀란 대머리 아저씨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말했다.

“네! 자밀라 애리나 아가씨, 좀 전엔 죄송했습니다.”


라스티에게 지어보였던 가식적인 웃음과는 달리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소란을 피웠던 저의 잘못입니다. 부디 용서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애리나는 대머리 아저씨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귀족이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경우는 자신보다 더 높은 지위에 귀족이나 왕 뿐이었다.

그러기에 대머리 아저씨는 더욱 더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닙니다, 아가씨···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보다 못한 페탄이 끼어들며 말했다.

“괜찮네, 우리 쪽에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네. 신경 쓰지 말고 자리로 돌아가 주게나.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분들에게 사죄의 의미로 술을 사도록 하겠네, 모두 원하는 만큼 실컷 마셔 들 주게.”


그 말을 끝으로 가게 안은 환호성으로 넘쳐나게 됐다.


“오오! 역시 통도 크고 마음씨도 넓구만, 잘 먹겠소이다!!”

“방금까지 속으로 욕은 했지만, 이 정도로 멋진 사내 일 줄이야 감사하오!”


가게 안 손님들은 저마다 고맙단 인사를 건네고 주문을 시키기 시작했다. 살얼음판 같던 가게 안은 이내 뜨거운 파티 분위기로 바뀌었다.


가게 안에서 서빙하던 여자는 혼자선 도무지 감당이 안 되자, 주방에 있는 요리사까지 불러와 각 테이블마다 주문을 받고 헬레벌떡 뛰어 들어가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단한 맥주, 술을 마시는 손님은 셀프로 들고 가서 마시기도 했다.

그래도 상관없는 것이, 오늘 이 가게 안은 페탄이 골든벨을 울렸기 때문에, 가게 주인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손님 테이블에 앉아 같이 마시기 시작했다.


손님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페탄은 약간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라스티와 애리나의 사이에 감도는 묘한 긴장감을 견디며 묵묵히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마지못해 자리에 앉게 된 라스티는, 애리나에게 궁금증이 일어났는지 흥미로운 표정으로 애리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자리에 앉았으니 이제 말씀해보시죠? 귀족나리.”


눈썹이 살짝 꿈틀 거렸지만 무표정을 유지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라스티님께서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귀하디 귀하게 자란 저는, 천하게 자랐다고 주장하시는 라스티님의 '불만'을 아직 이해 못하겠거든요. 부디 부탁드립니다.”


“크윽··· 그렇게 비아냥거릴 거면 차라리 반말로 하라고,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속까지다 오그라든다고!”


“아닙니다. 제가 납득할 때 까지 라스티님께 경어를 쓰며 지금처럼 대화 하겠습니다.”


“조···좋다고! 그 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고 보겠어.”


그렇게 말하곤 말없이 안주와 맥주를 홀짝 마시고 있는 페탄을 바라본 라스티는 페탄이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무심하게 손을 휘휘 저으며 맥주를 마시자 한숨 쉬며 애리나에게 말했다.


“난, 트라젠 출신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트라젠이 어떻게 망했는지도 알고 있나?”


애리나가 잠시 멈칫 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귀족의 욕심 때문에 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귀족을 싫어하는지에 대해서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구만? 나도 더 할 얘기 없고.”


일어서는 라스티를 향해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라스티님의 모습은, 더러운 돼지보다 못한 귀족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만?”


라스티는 참지 못하고 애리나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뭐라고? 이 미친년이 감히··· 그 따위 말을 지껄여?”


파티가 한참 벌어지고 있던 가게는 금방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다.


“못 알아 들으신 것 같으니, 다시 한 번 말씀드리죠.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고, 작위만으로 판단하는 더러운 귀족들처럼, 라스티 당신도 귀족이라고만 하면 더러운 돼지라고 생각이 박혀있는 게 둘이 닮았지 않습니까?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편견 그대로 받아들여 사람을 하찮게 보는 귀족,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의식 그대로 행동하는 당신 둘이 닮았죠? 남을 배려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귀족이랑 당신과 닮았다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반박하지 못한 라스티는 그대로 멱살을 잡은 손을 풀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숨이 막히는 걸 참아 내며 말한 애리나는 호흡을 하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당신이 잡았던 멱살을 풀어 준 건, 제가 한 말에 동의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여자에게 손을 대는 나쁜 남자라고 생각되는 게 싫어서 놓은 겁니까? 그게 아니면 제가 당신의 선배이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말씀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저는 바보 등신 귀족이라, 말해 주지 않으면 알아듣지를 못해서 말이죠.”


한숨을 쉬며 라스티는 애리나에게 말했다.

“내 옛날 얘기 지루할 텐데. 그래도 들을 거야?”


작가의말

라스티의 고향 ‘트라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걸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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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폭염의 데리스 +1 20.05.14 13 1 9쪽
12 11: 더러운 귀족 20.05.14 14 0 10쪽
11 10: 트라젠 마을 20.05.12 17 0 13쪽
10 09: 악마 등장 20.05.11 16 0 12쪽
9 08: 라스티와 울티제의 약속 20.05.11 18 0 11쪽
8 07: 소드 오러? 20.05.11 18 0 14쪽
7 06: 수련의 시작 20.05.10 18 0 8쪽
6 05: 두 얼굴의 사나이 '케잔' 20.05.10 21 0 11쪽
5 04: 울티제의 정체? 20.05.10 25 0 12쪽
4 03: 라스티의 과거, 그리고 울티제라는 남자. 20.05.09 29 0 10쪽
» 02: 갈등 20.05.09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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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 20.05.09 83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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