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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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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77
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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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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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

DUMMY

여기는?


<어서 오시오. 척장군. 술맛이 아주 좋아요.>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우리 고려군에 우호적인 여진족 족장들을 초대한 자리. 꿈 속인가? 생생하다.


<뭘 그리 멀뚱멀뚱 서 있어? 이리 와 앉아.>


그들은 무장을 풀어헤치고, 마음껏 즐기고 있지만 나는 내 검 '해태'를 차고 긴장하고 있다. 손에 땀이 나고 호흡이 거칠다.


'많이 드십시오.'


어색한 웃음.


신호가 떨어지면, 저들을 베어야 한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족장들도 있다.


-꿀꺽-


마른침을 삼켜, 텁텁한 목구멍을 적혔다. 몇몇은 나를 친우로 생각할진대......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이들보단 내 나라, 고려가 중요하다. 이들 100명보다, 내 병사 1명이 소중하다.


망설임 없이 베리라. 흔들림 없이. 내 마음은 바위와 같나니.


<어이. 척준경! 이리 와서 내 잔을 받아.>


흑금족 족장, 나불. 지금 보니 누구와 닮았다. 누구였더라? 생각이 날 듯, 말 듯.


<뭐하고 있어? 얼른 이리 와서 앉으래도!>


<아무래도. 우리 척장군이 부끄러운가 봅니다.>


<하하핫! 전쟁에서는 맹수인데, 술자리에서는 영 재미가 없어.>


이미 얼큰하게 취해서 서로 농을 주고받는다. 곧 닥쳐올 운명은 짐작조차 못한 채.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탁!-


대원수 윤관이 잔을 던졌다. 신호다. 나는 나불에게 가서,


'미안합니다. 어르신. 원망은 달게 받겠습니다.'


<뭐? 지금 뭐 하는......>


칼을 내었다.


-서걱.-


일 합. 그는 잔을 놓치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본다. 내 얼굴에 뜨거운 피가 튄다. 손이 떨려 한 번에 베지 못했다.


<네 놈이 어찌......>


-푹!-


나는 다시 달려들어 그의 심장에 해태를 박아 넣었다. 제동. 움직이는 것을 멈춘다.


감정을 지우고 추억을 없앤다. 그냥 그렇게 그의 심장을 멈췄다. 이제, 떨림이 멎었다.


<커헉!>


다시 한번 피를 토하며 그대로 절명했고,


<함...... 함정이다!>


<어찌 이런 짓을......>


그제야 눈치챈, 여진족 족장들이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죽여랏!'


대기하고 있던 신보군 1천이 들어와 족장들을 베기 시작했다. 무차별 학살. 그들의 머리에 이런 배신은 애초에 없었으리라.


손님을 환대하는 풍습은 모두가 당연하다 여겼기에. 여진족은 당신들을 손님이라 생각했고, 우리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으니.


<저주받아라...... 영원히. 영원히!>


흑금족 부족장 허정도 내 검에 쓰러지며 절규한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많고 자상한 남자.


그건, 나불도 마찬가지였다. 마음 한 구석이 아린다.


허나,


전쟁에 감정은 사치. 무표정한 얼굴로 베고, 또 벴다. 조금 전까지 즐거웠던 웃음소리는 절규와 비명으로 바뀌었다.


<어찌 손님을 초대해 놓고 이런 짓을!>


술에 취해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했다. 원망하고 저주할 뿐. 그들이 있던 주둔지도 지금쯤 학살극이 한창일 것이다.


별무반의 본대가 움직였으니.


<살려주시오...... 척 장군. 죽은 듯 살겠소. 손녀가 태어났어요. 더 보고 싶소. 내 살면 얼마나 더 살겠소. 부탁하오. 척장군>


나이 든 족장이 두 손 모아 빌며 애원한다. 항상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복된 말을 해주는 지혜로운 족장.


-서걱-


그러나 내 칼은, 더 이상 자비가 없었다. 머리가 떨어진다.


-쿵!-


마지막 족장이 침묵한다. 칼을 휘둘러 핏물을 털어냈다.


-후두둑-


'끝났나......'


짧지만 영원 같았던 순간. 담담하게 칼을 칼집에 꽂고, 윤관에게 가서 고개 숙인다.


'대원수. 당신의 뜻대로 했습니다.'


숨기고자 했으나, 목소리에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수고했다. 척장군.'


그는 내 어깨를 두드리고 막사밖으로 나간다. 조금 전까지 떠들던 분위기와 대조되는 적막감.


그 고요함 속에, 나는 마지막 명을 내렸다.


'혹시 살아 있는 자가 있을 수 있으니, 철저하게 확인하라!'


'옛!'


-푹. 푹.-


신보군은 내 명령을 받아, 죽은 족장의 시체들을 찌르기 시작했다.


막사에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슬펐지만 눈물은 없고, 괴롭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전쟁은 원래 이런 것이다. 몇 번이고 되뇌며 합리화한다.


사실, 비겁했고 비참했다. 입맛이 쓰고 입술이 말랐다.


이렇게까지 했건만,


이후, 반고려파인 완안부의 습격을 받아 첫 번째 여진 정벌은 실패했다.


부원수 오연총도 갈라수 근처에서, 적장 사묘아리에게 포위되어 죽을 뻔했으나, 당시 여진과 접경지역에서 살던, 고려인 평량의 도움을 받아 살아났다.


윤관 또한 죽음의 위기에서 몇 번이나 내가 구했으나, 결국 패전. 뼈아픈 경험만 남은 전쟁이었다. 우호적인 여진족들을 베어 각오까지 다졌음에도.


고려로 돌아오자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혼절했다.


...

완안부 주둔지.


"형님. 정신이 좀 드십니까?"


"여기는......"


익숙한 천정과 목소리.


"저희 주둔지입니다. 시체더미 속에서 겨우 찾았습니다. 죽은 줄 알았어요."


눈물을 글썽이는 아골타.


"죽긴 왜 죽어. 얼마나 지났어?"


머리가 약간 아프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7일 정도 지났습니다."


[6일 하고도 10시간 33 분지 났습니다. 마스터.]


아골타와 해태가 동시에 대답한다.


"잠시만, 내 신수에게 물어볼 것이 좀 있어."


"예. 형님."


아골타가 알겠다는 듯, 물러난다.


'이봐. 해태. 내 상태는?'


[부상은 모두 치료했고, 6일 하고도 10시간 33분 동안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했기에 비타민D를 합성했습니다. 현재 비타민D수치는 61.3 정도. 대부분 질병이 예방 가능합니다.]


'그거 말고, 탈모나 여성형 유방은 없어?'


[없습니다. 마력 스테로이드는 그런 부작용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영양소 부족으로 원형탈모가 생길 확률이 73.1퍼센트입니다. 영양분 섭취를 권장합니다.]


"아골타 아우!"


"예. 형님."


"밥 먹자. 빨리. 나 급해."


절실했다. 탈모는 싫다.


"안 그래도 준비해 놨습니다."


아골타 부하가 가져온 음식들. 고기와 술. 큰 상을 가득 채운 양. 나는 말없이 먹기 시작했다.


코에서 음식의 향이 느껴지기 전, 이미 혀로 녹이며 씹는다.


음식을 먹는 느낌이라기 보단, '마시는' 느낌. 쉬지 않는다. 눈과 입과 손이.


"형님. 덕분에 오고륜부가 항복을 하여, 저희 부족과 통합했습니다. 다른 부족들도 족장들이 직접 찾아와 고개를 숙이고 있고요. 통일이 머지않았습니다."


-쩝. 쩝. 후르룩-


"모든 게 형님 덕분입니다. 혼자서 7만을 물리치셨습니다. 적 사상자는 1만 이상. 계속 형님께 덤볐으면 더 늘었겠지요."


사실, 내가 벤 사람보다, 도망가다 엉켜서 죽은 자들이 더 많으리라.


-우적. 우적. 후르륵-


"형님의 신수, 백호가 죽림고회 흑곰도 찢여 죽였습니다. 형님은 하늘이 내려주신 분입니다. 덕분에, 아버지와 저희 형 장례도 무사히 치렀습니다. 정말. 어찌 그리 강하십니까."


감격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야. 아골타야."


"예? 형님!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밥 먹는데 쫑알대지 말고 나가있어. 좀."


"죄송합니다......"


아골타는 시무룩해져서 나간다.


[현재 소화효소를 합성하여, 위의 부담을 줄여주고 영양분을 필요한 부분에 배분하고 있습니다. 드시는 술에서는 효모를 추출하여 탈. 모. 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해태야. 왜 탈모를 강조하냐?"


[마스터가 탈. 모. 를 말씀하실 때, 심장박동과 혈압, 맥박이 올라갑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상태입니다.]


"정확하네. 탈모, 여성형 가슴. 그런 거 제일 무서워.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한테 시시콜콜 말하지 말고, 좋은 거면 알. 아. 서. 합성해서 내 몸에 주입해."


[명심하겠습니다. 마스터]


아무리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다. 영양분이 어딘가로 흡수된다는 느낌이 들뿐. 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려진 밥상을, 3번이나 먹은 후에야 포만감이 들었다.


"휴우...... 잘 먹었다. 아골타야!"


"예. 형님!"


멀찍이 떨어져 있던 아골타가 달려온다.


"부족 통합 후에 다음은?"


나라를 한 번에 세울 순 없으니, 내가 도와주고, 추후 천마를 잡는 데 도움 받을 생각이다. 금나라 초대 황제 아골타의 도움이라면, 천마 세력을 약하게 할 수 있고, 맹장 사묘아리와 함께라면 전투도 수월할 테니.


"지금 생각 중입니다만...... 아버지와 형님의 뜻대로 강한 나라를 세워야 하니까......"


"그래?"


"형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말해봐. 구체적으로. 밥값은 할 테니."


"이미 하시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일단, 군사제도입니다."


아마도 맹안 모극제에 대해 말하리라.


맹안 모극제는, 300호를 1모극부로 10모극부를 1맹안부로 만든다. 모극부의 장, 모극. 맹안부의 장, 맹안. 두 직책은 세습제.


1모극부는 100명. 10모극군이 1맹안. 즉, 모극은 100명의 병사를 지휘하고, 맹안은 1000명의 병사를 지휘한다.


평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전시에는 병사로 운용하는, 나라가 하나의 큰 병영.


"음. 내 생각부터 말해도 될까?"


"먼저 말씀하시지요."


"100명 단위 부대편성을 하고, 그 100명을 10개로 묶어 1000명 단위 편성을 해. 그리고 평시에는 생업, 전시에는 모두 동원. 어때?"


"......"


아골타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아직 사묘아리에게도 제 구체적인 계획은 말하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제 생각입니다."


응. 그게 바로 네 생각이지. 나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제법이네. 거기다가 완안부 지역에서는 질 좋은 철이 많이 나기 때문에 강력한 철기군을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저. 지금 소름 돋았습니다. 형님! 혹시, 제 머릿속을 열어보셨습니까?"


회귀 전 금나라는 맹안 모극제를 활용한 철기병을 사용해 요나라, 송나라등을 제패하여 대제국을 세웠으니.


"아냐. 그냥 내 생각이야. 부족적 특성과 천연자원의 이점을 살린 거지."


"역시. 형님이십니다. 평생 모시겠습니다!"


[마스터. 아드레날린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있습니다. 침착함을 유지하시길 권장합니다.]


황제의 칭찬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해태야. 내가 말했지?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아니, 이제부터 아드레날린 나오면, 더 합성해서 기분 좋게 해라. 물론, 큰 부작용 없을 정도로.'


[알겠습니다.]


순간,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 느껴진다. 황홀하다.


'더. 더. 더!'


[마스터. 더 이상은 전두엽 손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 진정제를 합성하겠습니다.]


"형님. 입에서 침을 흘리십니다?"


"후릅. 아......아냐."


나는 침을 닦았다. 위험했다.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고려에 동북 9성을 반환받도록."


"안 그래도 서신을 보냈습니다."


의외로 아골타가 침착하게 말한다.


"응. 벌써?"


"저희 세작이 알려주기를 조금 있으면 고려가 망할 거 같다고 합니다."


"왜에?"


고려가 망해? 회귀 전에는 없던 일이다. 내가 죽기 전에도 멀쩡하지 않았는가? 내가 이자겸을 숙청했으니. 설마......


"아. 고려의 간신 이자겸이라는 자가 움직였다고 합니다. 아마, 내전이 일어날 것 같답니다. 저희에게는 기회지요. 이 혼란을 틈타 동북 9성을 받으려 합니다. 윤관장군도 파직 당했답니다."


전체적으로 역사보다 이르다. 아직 때가 아니거늘. 후에 일어난 이자겸의 난은 내가 왕의 명을 받들어 진압했다. 그런데 내가 없다면?


성공할 수도.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고려군 세작이 누구야?"


그는 내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알려준다면 내가 요나라 치는 데도 힘을 보태 마. 그깟 세작보다는 내 도움이 장차 세울 네 나라에 더 절실할 거야. 그건 보장할 수 있지."


"......"


"싫음 관둬."


"아닙니다! 하아...... 안 알려드릴 수가 없군요."


아골타는 크게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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