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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5,481
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1.20 07:00
조회
314
추천
4
글자
13쪽

8-2

DUMMY

어쩐지 완안부가 비어 보였다.


"오고륜부? 이런."


여진족의 가장 큰 세력은 완안부지만, 두 번째 세력은 오고륜부였다. 두 부족의 세력이 비등했기에 부딪히면 자멸한다.


하지만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은 자신이 있다는 것.

아마, 고려군과의 전투를 기다린 듯했다.

빈집 털이.


"이거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군. 일단, 제 막사로 모시겠습니다. 형님."


"그래. 아우야."


이동하는 우리 뒤로, 아골타가 복귀했다는 소리를 듣고 모인, 모극부가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자신들의 주군을 진정으로 반기는 분위기.


"아골타 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골타는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계신, 토템사님 덕분이다. 내 은인이자, 이제는 내 의형제이니, 모시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옛!"


모두가 고개를 숙인다.

절대적 충성심.

비장함이 서려있는 정돈된 모습.


장차 황제의 군대가 될 위엄,

그 자체였다.


"일단 위치로 돌아가."


모극부들이 흩어지자, 사묘아리가 고개를 숙인다. 얼굴이 한층 밝아진 느낌.


"백호 토템사님. 뒤틀린 혈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진심 어린 목소리.


"사묘아리가 형님을 사모하나 봅니다. 하핫."


아골타가 웃으며 말한다.


"아우야. 재미가 없구나."


"죄송합니다."


차기 황제의 머쓱한 표정.


"근데, 기분을 좋구나."


"예. 저를 따라오십시오. 형님!"


금나라 황제와 그의 군대가 나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아직까지 믿기지가 않는다. 물론, 아직 아니지만.


곡산필부에서 묘사한 그들은 전설은,

마치, 신화와 같았으니.


[마스터. 도파민, 아드레날린 분비가 다시 과도합니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입니다. 효율성을 위해 적당한 양의 진정제 합성을 권장합니다.]


"야. 개소리마. 앞으로는 그 도파민, 아드레날린 나올 때, 그냥 냅둬. 뇌가 주는 선물이야."


[알겠습니다. 마스터]


"예? 형님?"


앞서가던 아골타가 뒤돌아 본다.


"아냐. 가자고. 이 형님이 도와줄게."


내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뇌가 선물을 분에 넘치게 주고 있었다.


모든 일이 잘 되어가고 있다.


천마가 더 강해지기 전에,

손도 댈 수 없이 강해지기 전에,

그래서,

그 끈질긴 목숨을 현대까지 이어가,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기 전에,

죽여 버린다.

반드시.


...

오고륜부 막사.


핵리발은 본대를 정비하고, 단독으로 담판을 지으러 오고륜부 막사로 향했다.


아들 오아속에게 본대를 맡긴 채.


"누구냐! 아니......"


오고륜부 병사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핵리발을 보고 기겁했고,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왔다. 어리석은 놈들아. 이 핵리발이 직접!"


위압감. 오교륜부 병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조아리며, 그를 막사로 안내했다.


"왔는가? 핵리발. 여전히 쓸데없이 정정하 군."


의자에는 왜소한 체구의 한 사내가 앉아 있었고, 핵리발은 그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오가란.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 왔는가. 우리 두 부족이 싸워 공멸하면 이득 볼 놈들 투성인데.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아. 핵리발. 나 고개 아픈데 좀 앉아."


"멍청한 놈!"


오고륜부의 말에 양 옆에 있던 세명의 여진족 병사가 칼을 뽑아 든다. 핵리발 못지않은 거한들.

삼족오라 불리는 오고륜부의 최강 전사들.


"저희 족장님 말씀에 따르시지요. 핵리발님. 죽여버리기 전에."


세 개의 발이 달린 까마귀란 뜻. 삼족오. 온몸에 상처가 나있고, 검은색 까마귀 가면을 쓰고 있다. 불쾌한 위압감. 하지만 핵리발은 콧웃음을 치며 그들을 쏘아보았다.


"오고륜부 최강 전사들이라지...... 예의는 없구먼."


핵리발은 그 자리에서 양반다리로 자리에 앉았다.


"애송이들아. 반으로 꺾어버리기 전에, 다시는 그 따위 말을 입에 담지 말거라. 어른에게는."


"......"


삼족오는 그의 기세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말해보거라. 감히, 우리 완안부를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 네 놈도 머리란게 있으니,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었겠지."


핵리발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근거? 있지.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아. 그건 그렇고, 자네들에게 척준경이 이끄는 고려군이 쳐들어왔다고 들었는데, 네가 여기 있는 걸 보아하니, 실패했나 보군."


-으드득-


핵리발은 다시 한번 이를 꽉 물었다. 고려군 세작이 이놈들에게도 정보를 흘린 모양이군.

믿을 수 없는 놈.


"그래. 그랬지. 그리고 이미 내 차남 아골타가 척준경을 죽여버렸지."


핵리발의 호통에 오가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아닐텐데......네 놈 차남은 실종되었고. 아마 백호의 동굴로 들어갔다 지? 그럼 죽었네."


"이 미친놈이!"


핵리발이 일어서자, 막사 내 오고륜부 여진족 병사들이 칼을 뽑았다.


"이봐. 자네 여기 혼자 온 거야. 그걸 잊지 마. 윤관이 우리 여진족을 초대하고 학살한 이후, 손님을 죽이지 않는다는, 우리 여진족의 관습은 깨진 지 오래니까."


"......"


"그래. 묻고 싶은 것이 뭐야."


"오가란. 네 놈 속셈을 말해라. 설혹, 하늘이 도와, 우리를 이긴다 치더라도 피해가 없을 거라 생각한 건가?"


"음......핵리발이여. 나는 승산 없는 싸움은 안 한다. 우리가 귀한 분을 모셨거든."


오가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막사 안으로 흑곰 가죽을 뒤집어쓴 사내가 들어왔다.


음침한 분위기. 본 적은 없지만 들어서 알고 있다.


"설마. 토템사 흑곰?"


핵리발은 탄식하듯 말했다. 숨이 멎을 것 같다. 토템사라니. 게다가 '흑곰'이라면 토템사 중에서도 강하기로 유명한 자. 산군급 토템이다.


일곱의 유명 토템사들의 모임,

죽림고회.


그 일원으로 그들은 세상일에 간섭하는 것을 꺼린다고 알고 있는데 어찌 여기에.


예전, 소규모의 여진 부족이 저자에게 거스르다가 멸족을 당했다는 소문이 있다.


"반갑네. 완안부 핵리발. 나는 이미 자네를 알아. 어릴 적부터 봐왔으니. 내 입장에서, 자네는 여전히 어린아이야."


흑곰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은 코 밑으로만 보이지만. 보기에도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토템사 흑곰. 어찌 부족의 일에 개입한단 말인가."


"음. 거절 못하는 조건을 받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여기 오가란 족장님 밑으로 들어와라. 핵리발."


"미......친.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


"내가 지금 부탁하는 걸로 보이나. 아이야."


"......"


엄청난 위압감. 핵리발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하하하핫! 우리 족장님이 참. 무서운가 보오. 돌아가서 잘 생각해 봐."


"...... 너. 두 놈 후회할 것이다."


"글쎄. 돌아가면 핵리발, 후회는 네가 할 텐데."


낄낄거리는 오가란 족장과 불길하게 미소 짓는 토템사 흑곰. 묵묵히 노려보는 삼족오들. 핵리발 말을 타고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두고 보자. 이놈들! 내, 기병들을 이끌고......"


핵리발은 그 길로 말을 달려, 막사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중 나오기로 했던 기병대가 보이지 않는다. 섬뜩한 느낌.


사방에 진동하는 피비린내. 짙은 안개.


말발굽에 무언가 걸린다.


본대의 병사다. 갈기갈기 찢긴 채, 즉사.

핵리발은 소리쳤다.


"이......비겁한! 내가 담판을 지으려 하는 동안, 습격을!"


"아버......지."


주둔지 입구에 피 흘리며 죽어가는 청년. 장남, 오아속.


"아들아!"


-이히히히힝!-


말에서 내리자마자, 핵리발이 오아속에게 달렸다.


"이게 어찌 된 것인가?"


"아버지...... 피하십시오. 아직, 그놈이 있습니다."


"그놈?"


순간, 핵리발은 눈을 의심했다.


"크르르르르르르!"


자신의 키의 두 배, 아니 세배. 입에는 피를 흘리고, 붉은 눈을 가진 거대한 흑곰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 비겁한 새끼들!"


핵리발은 칼을 뽑아 분노에 차, 흑곰에게 찔러 넣었고.


반쯤 들어가는 가 싶더니,


-차앙!-


경쾌한 소리와 검이 박살 나버렸다. 상처는 곧 회복되었다.


"이런......"


반고부가 있었으면 달랐을까?


핵리발의 시야에 자신을 후려치는 생각보다 빠른, 흑곰의 발바닥이 보였다.


그는 웃음 지었다. 반고부는 그 진가를 아는 주인에게 있으니,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니다.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아골타여. 역시 반고부는 네 것이었다.'


찰나의 순간, 핵리발은 그렇게 생각했다. 차남을 아꼈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그에게 뒤를 잇게 하고 싶었다.


애증. 사랑하는 여인을 앗아가며 생긴 아들.


-빡!-


온몸에 진동하는 충격.


"으으으으......"


다행히 오른팔을 들어 막았으나, 너덜너덜.


허나,


아직 왼팔이 남아있다. 땅에 뒹굴던 창을 집어,

뛰어올랐다.


자신은 죽더라도 오아속은 살려야 한다.


"도망쳐라. 아들아! 그리고, 아골타와 함께 완안부를 부탁한다."


그리고는, 있는 힘 껏, 창을 흑곰 가슴에 찔러 넣었다.

생명을 스며들게 만든, 마력을 두른 창이었다.


-푹-


"으아아아아! 죽어랏!"


거한 핵리발의 혼신의 힘. 그의 모든 것을 실었다.


"크와와왁!"


흑 곰조차 그 기세에 주춤거리는 듯싶더니,

다시 앞발로 내려친다.


"이 놈!"


핵리발은 창을 놓고, 뒤로 물러났고,

동시에 땅에 굴러다니던 다른 창을 집었다.


"여기...... 무기는 많구나."


전멸한 기병대 창이 사방에 뒹굴고 있다.

마력을 두르면, 천하의 명창이 될 지어니,

하여, 흑곰도 상처를 회복 못하고 있다.


"아버지!"


오아속의 절규. 알고 있다. 아무리 아버지일지라도, 저렇게 마력을 마구잡이로 소모하면 반드시 죽게 되리라는 것을.


"살거라. 아들아. 반드시!"


핵리발은 덜렁거리는 왼팔을 버려두고,

오른 팔로 창을 들고 다시 뛰어올랐다.


흑곰도 배에 꽂힌 창을 보며, 분노하고

포효했다.


"죽어랏!"


흑곰의 앞발이 움직였으나, 핵리발이

반박자 빨랐다. 터질듯한 근육, 시퍼런 힘줄.


-푹!-


핵리발은 곰의 정수리에 정확히 창을 꽂았다.


-크르르르르륵!-


그 거대한 흑곰이 무너지듯 쓰러진다.


"허어억!"


쓰러진 흑곰 옆에 핵리발도 비틀거렸다.


그 순간,


-콰직!-


쓰러진 줄 알았던 흑곰이 핵리발의 어깨를 깨물었다.


"으아아악!"


아픔을 참지 못해 터져나오는, 단말마의 비명.


"이 노옴!"


그 와중에도 핵리발은 창을 놓지 않고,

흑곰의 한 쪽눈을 찔렀다.


-크르르르륵!-


천지가 떠나갈 듯한 울부짖음.


허나,


그 와중에도 곰은 핵리발은 놓지 않았다.

그만큼 필사적이었다.


이미, 보통 사람이라면 죽었을 상처.

핵리발은 그래도 움직이고 있으니,

지금 끝장내지 않는다면,

자신도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콰직!-


흑곰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입을 닫았고,

핵리발은 울부짖는 오아속을 가만히 보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버지!"


오아속의 절규.


"......부탁......한다."


눈을 감은 채, 중얼거리던 핵리발의 창을 든 손이

다시 움직였다.


-콰직!-


믿기지 않는 일. 그 상태로 흑곰의 정수리를 다시 한번 찍어 내렸다.


-크륵!-


흑 곰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고,

핵리발 또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영원한 침묵

여진족의 영웅다운, 안타까운 최후였다.


"아......버지."


그런데,


-크르르르르-


흑곰이 다시 일어난다.


머리와 배에 창이 꽂히고, 한쪽 눈에서 피를 흘리며, 분노하는 흑곰.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넋이 나갔던

오아속은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살아야...... 해.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


땅을 기는 오아속.


-크르르르르-


그 앞에 어느새 흑곰이 서 있었다. 핵리발의 시체를 문 채. 마치, 승리자의 전리품처럼.


"이 곰 새끼!"


오아속은 분노했으나,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버지......죄송합니다."


흑 곰은 너덜거리는 핵리발의 시체를 주둥이로 멀리 던져버렸다.


"죽여주마!"


오아속은 분노에 휩싸여 몸을 일으켰고,

그 순간,

육중한 곰의 앞발이 그의 머리를 내려 찍었다.


-콰직-


묵직한 고통이 온몸을 짓누르고, 숨쉬기조차 힘들다.


-크아악!-


흑 곰은 큰 소리로 표효하더니, 다시 앞발로

꿈틀거리는 오아속을 내리쳤다.


-쾅. 쾅. 쾅. 쾅. 쾅.-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속에서, 오아속은 더 이상 눈을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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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9 +1 24.01.21 30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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