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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5,300
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1.15 07:00
조회
385
추천
7
글자
12쪽

6-1

DUMMY

완안부, 핵리발의 막사. 모두가 잠든 시간.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굳이 조심하지 않는 투박한 발걸음.


"누구냐?"


막사 앞. 보초가 긴장하며 창을 든다.


"나다. 길을 열어라."


웬 사내가 나지막이 말한다. 날카로운 음성. 숨길 수 없는 위압감. 등 뒤의 두 개의 창. 그를 알아본 보초가 창을 바로 세우며 긴장한 음성으로 말한다.


"맹안 사묘아리 님...... 여긴 어쩐 일로. 족장님은 잠드셨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핵리발의 둘째 아들, 아골타. 그의 친위대인 모극부의 수장, 사묘아리가 서 있다. 그가 어쩐 일로.


"알고 있다. 비켜라. 급한 일이다."


그가 보초를 노려본다. 눈빛으로도 사람을 벨 수 있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 안에 있는 것은 완안부의 수장 핵리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건, 사묘아리 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전쟁이라도 나지 않는 이상, 지금 시간에 핵리발님 처소에 들서가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습니다."


사모아리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너. 자신 있는 가. 감히, 나를 거스르고 살아남을 자신이."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제가 여길 비킨다면 핵리발님이 저를 죽일 거라는 건 확실합니다."


보초의 창 끝은 이미 떨리고 있었다. 여진족 최고의 창술가를 상대로 창을 겨누다니. 우스운 꼴이다.


"그렇군. 그럼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거라 확신한단 말이구나."


"그런 말씀이 아니지 않습니까......"


보초는 뭔가 이상했다. 자신이 아는 사묘아리는 이런 자가 아니었다. 항상 이성적이고 냉철하다. 이건 마치...... 떼쓰는 어린아이 같지 않은가.


그들이 그렇게 실랑이하는 동안, 검은 실루엣이 막사 뒤쪽으로 들어갔다. 아골타였다.


"반고부 없이는 이길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그는 반고부가 절실했다. 상대는 척준경이다.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어둠이 드리워진 막사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화르륵-


환한 불빛이 막사 안을 채웠다. 핵리발은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아골타를 보고 있었다.


"아골타여 이제 왔는가. 오늘은 올 줄 알았다. 이 아비는 기다리느라 지쳤다. 잠들뻔했구나......"


"아...... 버지!"


"참나. 아우야. 도둑질까지 하려 드느냐. 어찌 한 치도 아버지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냐."


형, 오아속까지. 마땅찮은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형님."


오아속은 신물 반고부를 들고 있었다. 아골타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함정이었나. 이제 모든 게 끝인가. 몰래 가져가서 척준경의 목을 벤 후, 용서를 빌려고 하였다.


용서해 주겠지. 승리와 함께라면. 그렇게 계산했건만......


"아버지. 이놈을 어찌할까요."


"뭘 어찌하는가. 도끼로 머리를 쳐야지. 감히 야밤에 아비의 막사로 몰래 들어오는 아들놈인데."


아골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하나, 반고부는 꼭 필요합니다. 비단 척준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거긴 백호의 동굴이 있는 곳입니다. 산군급 영물은 일반 무기로는 대항할 수 없다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게 정말 필요하다고? 죽어서야 정신을 차릴 놈이구나!"


오아속은 반고부를 들어 올렸다. 시퍼런 날이 아골타 눈에 들어왔다.


"예. 형님. 필요합니다."


"그래. 마지막 할 말은 그게 다인가."


억울하다. 여기에서. 하지만 예상치 못한 건 아니었다. 밤 중에 족장의 막사에 몰래 들어오는 것은, 용서받기 힘들 것임을 알 고 있었다. 위험을 감수한 도박이었다.


"죄송합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죽어서나마 우리 완안부를 도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골타는 눈을 감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저 도끼가 내 목을 치는 걸 상상한다. 그때, 핵리발이 웃었다.


"크하하하핫. 장난은 그만할까."


어리둥절한 표정의 아골타의 얼굴을 보며 오아속도 웃으며 말했다.


"아우야. 반고부를 가져가라."


도낏자루를 아골타를 향해 돌리며 말했다.


"네?"


아골타는 숨이 막혔다.


"알다시피, 뭐랄까. 대놓고 너를 밀어줄 수가 없는 점. 이해해 다오. 좀 복잡해."


"아버지도 나도 너를 응원한다. 아우야. 지금 네가 짐작했듯이, 네 어머님이 본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널 싫어하는 세력들이 많아."


오아속의 말에 핵리발이 고개를 끄덕인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아골타를 보며,


"그래서, 이번 작전에서 척준경을 물리친다면, 우리가 너를 지원할 명분을 얻게 되는 거야."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 아우야. 아버지도 나도, 네가 바로 우리 여진족을 통일할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네 친위부대 모극부를 창설할 때, 유능한 자원들이 지원케 했어."


이제야 수수께끼가 풀렸다. 왜 나를 견제하던 아버지와 형님이 내 친위부대 모극부에는 눈 감았는지. 그토록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모였거늘. 정말 나를 미워한다면 가장 먼저 방해해야 마땅한 일일진대.


"네가 우리를 이끌 영웅이다. 나와 네 형은 알 고 있다. 네가 바로 우리 완안부가 기다리던 사내이다."


핵리발이 단호하게 말했다.


여진족의 영웅. 가슴이 벅차오른다.


전설이 있다. 황금빛 찬란한 영웅이 우리를 이끌어,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에게 핍박받는 우리 여진족의 나라를 세우리라는.


지금, 아버지와 형이 아골타를 그리 부르고 있는 것이다.


"감...... 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숨이 막힌다. 감정이 복받쳐 목소리가 떨리는 아골타에게 아버지가 반고부를 쥐어 주었다.


"척준경을 죽여라. 그다음에 우리 여진족의 영웅이 되거라. 네가 황금빛 찬란한 영웅이 될 것이니."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골타는 그 간의 설움이 폭발해 눈물을 쉴 새 없이 흘렸다.


"기집에 처럼 질질 짜기는......너는 내 아들이다. 이 핵리발의 아들이야. 눈물은 어울리지 않아!"


호통은 치지만, 핵리발은 아골타의 어깨를 따스하게 감쌌고, 오아속은 다독여 주었다. 막사밖에서 보초와 실랑이하던 사묘아리는 불빛이 켜진 순간 긴장했으나, 들려오는 살가운 음성에 안도했다.


"미안하네.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 마음에 담지 말게."


"아닙니다! 어찌 제가 감히"


"본분을 잊지 않는 늠름한 자태. 기억해 두겠네. 우리 여진족은 자네 같은 인재가 필요해."


"감사합니다!"


사묘아리는 긴장한 보초에게 인사하며 돌아섰다. 병력을 준비해야 한다. 아골타가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이미 척준경이 오는 동선에 일정병력을 매복해 두었다.


"이제 바쁘겠군. 당분간은."


언 뜻 비친 막사 안에서는 검은 그림자들이 서로를 감싸 안고 있다.


"정말 다행이야. 이 길 수 있겠어."


사묘아리는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

새벽작전이다. 아직 이른 시간, 나는 왕 부장에게 지침을 내려 병력들을 작전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어차피 이동도 알려졌으리라. 굳이 기도비닉 없이 빠르게 목적지로 향했다.


어느 지점까지는 말을 타고 이동하다가 작은 숲이 보이자 말을 돌려보낸 후 침투를 시작했다.


기습만이 최선이다.


"척장군님. 심상치 않습니다."


왕 부장이 속삭인다. 나는 해태에게 물었다.


'적을 식별할 수 있는 가?'


[마스터의 마력을 활용하여 반경 1KM 내 살의를 가진 자들을 식별하겠습니다.]


'신속하게 부탁해.'


[마스터. 주변 1킬로 반경에 적의를 가진 사람 5명이 포착됩니다. 위치는 12시 방향 바위 뒤 2명, 1시 방향 3명입니다.]


나는 손을 들어 신보군을 정지시켰다.


"왕 부장. 투검술을 준비하라."


"옙! 장군."


왕 부장의 스승은 고구려의 연개소문의 비도술을 계승한 자라고 들었다. 곡산필부에 적혀있기를 '왕 부장의 비도술은 100리 밖에서 토끼와 새를 잡을 정도이다.'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내가 칼을 휘두르면, 움직이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놓치면 안 된다."


나는 말이 끝남과 무섭게 해태를 휘둘렀다. 마력을 발산해서 숲을 흔들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 파열음. 인기척이 들렸고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나뭇가지 위로 빠르게 이동하는 그림자가 보인다.


"비도술. 개화."


왕 부장 뒤에 메고 있던 다섯 개의 검이 사방으로 펼쳐지며 날아간다. 마치 꽃이 펼쳐진 듯. 미친 듯 도망치던 적들은,


"읍!"


짧은 단말마와 함께 모두 목이 관통되어 즉사.


"말씀하신 데로 우리 동선이 있습니다!"


적들의 옷 속을 확인 한 우리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흰 천에 거칠게 그린 동선. 작전은 이미 유출되었다.


"지금이라도 물러서야 합니다. 적들은...... 이미 알 고 있습니다."


왕 부장의 권유. 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한 말 기억해라. 자지야.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잖아."


"......"


그때,


-우아아아아아!-


큰 함성소리가 들린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나는 앞장서서 달렸고, 왕 부장과 병력들은 뒤를 따랐다. 앞을 가로막던 나무들이 적어지고 시야가 확보되자, 맞은편에 절벽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위에 완안부 여진족 병력들이 기세 좋게 서 있었다. 그들 틈에서 한 사람이 나와 소리친다.


"누가 척준경이냐! 어서 오너라. 나 아골타가 이 반고부로 목을 베어주마! 기다리느라 지쳤다."


흉흉한 기세. 주변 병력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커 보이는 거구. 그리고 들고 있는 시퍼런 도끼. 완안부 최강 무력이라 불리는 아골타가 분명했다.


범상치 않은 인물. 바로 저자가 여진족을 통일하고 금나라를 세우겠지. 그리고 요나라를 멸망시킨 후 송나라를 압박하며 중원의 패자로 등극.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


허나,


역사의 영웅의 실제로 보는 건 설레는 일이다. 업적이 거대하면 할수록. 저자는 애초에 군림하기 위해 태어난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 부장의 질문에 답변대신, 병력들에게 외쳤다.


"저 아골타는 내가 잡는다! 모두 대기하라."


나는 윤 관이 하사한 검, 해태를 고쳐 잡고 절벽아래로 내려갔다. 모래먼지를 일으키고 돌부리를 뛰어넘으면서.


"왕 부장은 내가 말한 내용을 기억하라!"


내 외침에 왕 부장의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절벽을 내려가 다시 적들이 포진해 있는 절벽으로 올라간다.


단독으로.


"척장군님!"


왕 부장이 안타깝게 소리친다.


"미친놈. 혼자 오다니. 발사!"


아골타의 목소리가 들라다. 무수한 화살비. 한 손으로 절벽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검을 휘둘러 부러뜨리고 몸을 돌려 피한다.


아귀힘이 빠진다. 온몸은 땀범벅.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해태의 도움이 있기에.


[마스터. 마력 방탄력을 전개하여 원거리 무기를 배제하겠습니다.]


열심히 쳐내는 듯 보이지만, 실상 대부분은 해태가 튕겨내주고 있었다.


허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온전히 척준경 자신이 쳐내는 듯 보인다. 왕 부장은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듯 혀를 찼다.


척장군의 고군분투. 어제 그가 말한 내용을 떠올렸다.


'내가 적장을 잡는다면, 나를 따르도록 하라. 신호를 주겠다. 그러나 내가 도달 못한다면, 돌아가서 윤관 장군께 알리거라. 내부 첩자에 대해.'


왕 부장은 소리 나도록 이를 깨물었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거라. 나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니.'


-와아아아아!-


그가 회상에 잠기는 동안 신보군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어느새 척장군은 적들의 화살비를 뚫고 절벽을 거의 다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평지에서 달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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