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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5,302
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1.07 19:00
조회
776
추천
8
글자
9쪽

프롤로그.4

DUMMY

탈북은 성공이었다. 963부대 전멸 후,

감히 나를 막을 부대는 없었으며,

내가 가진 정보는,

남한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었기에,

국정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국정원 조사 후,

내가 살게 된 집은 평범했다.

아니, 평범보다는 꽤 좋았다.


그 비싸다는, 서울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으니.

예상대로, 내가 가진 기술은 남한에 큰 도움이

되었고,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 할 보상을

받았다.


남한 적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편했고, 자유로웠으며, 안락했다.


다만,


피곤할 땐, 나를 대신해 죽어준, 525대대 팀장들과 부대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런 날은,

온몸이 식은땀에 범벅으로 깨어나,

잠을 못 이룬다. 악몽. 계속, 악몽.


그러다가, 우연히, 이웃에 사는 한 여자를 알게 되었고, 우리는 곧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북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여유가, 사랑을

알 게 해준 것이다.


그녀는 중학교 선생님이었고,

말수가 적었지만, 미소가 예뻤다.

우리는 사귀게 되었고, 결국 결혼했으며,

귀여운 아들을 낳았다.


내 손을 꼭 쥐는 자그마한 손.

내 발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자그마한 발.

알 수 없는 옹알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가. 나 혼자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가. 가끔은, 그런 죄책감을 느끼며,

연구소에서 나노머신 개발을 위해 힘쓰고,

그녀는 육아휴직을 하여, 아이를 기르던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처가에 다녀온다고 길을 나섰다.

그녀의 처가는 제주도.


"아빠. 앙녕!"


24개월 된 아들은,

오물거리며 손을 흔들고,


"다녀올게요."


그녀는 그런 아이를 데리고, 미소 지으며

처가에 갔다.


즐거운 사진들을 보내며,

다시 돌아올 날, 하루 전.

제주도에 자줏빛 장막이 생겼다.

왜? 누가? 무엇을 위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모든 게 의문이었다.


조사단이 들어갔고,

특공대가 들어갔고,

군대까지 들어갔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 인근.


자주색 장막이 뒤덮은 가운데,

두 사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한 명은 중년의 사내. 다른 한 명은

미청년.


"드디어 나를 찾았군...... 천마여. 나를 죽이면, 다음은, 또다시 세상의 왕으로 군림할 것인가."


"묵거. 아니, 여동빈. 마지막 팔선인. 네가, 죽어야만, 내가 백성들을 안심하고 다스릴 수 있으니, 그리하여, 친히 강림하였다. 목을 길게 빼거라."


"네 스승, 이철괴까지 잡아먹고, 여의주를 얻더니, 보이는 것이 없구나. 내 앞에서 감히 왕을 칭하다니...... 나는, 네가 왕이기 이전부터, 살아왔거늘. 이철괴가 사람을 잘 못 본 대가를 온 세상이 치르는구나."


미청년은 크게 웃었다.


"묵거, 네가 어찌 알겠느냐. 나와 스승 사이를. 내가 스승께 먹혔더라도, 웃었을 것이오, 그리된 스승도 아마, 인정했을 것이니라.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토끼는 사자에게 잡아 먹히고, 곰은 겨울잠을 자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일지니."


"......"


"그것이 순리라는 것이지. 네놈은 이해 못 하겠지만. 여전히."


"그래. 그딴 것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덤벼라. 내가 왜 묵거인지 보여주마. 팔선인이 대부분 너에게 비명횡사했으니, 이번엔 네 차례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주변에 검은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짐도, 실로 오랜만에 긴장해야겠구나. 8선인 중, 두 번째로 강한 자를 만났으니. 아, 최강자, 독선은 내가 이미 죽인 것을 알고 있느냐."


청년은 자줏빛 검을 꺼내며 미소 지었다.


"독선, 조국구. 그놈이 평소 상태였다면, 그때 죽은 것은 네 놈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그렇지. 짐도 그 당시에 경악했노라. 그의 결계, 독나무 숲을 보고. 시야에 가득 찬 나무들이, 명검, 촉루지검으로 바뀌는 모습..... 지금 생각해도 무섭구나."


비꼬는 것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반응.


"개소리 말고 덤벼라. 애송이, 동문의 제자 놈 주제에, 내 앞에서, 계속 짐이라 칭하다니."


"아. 독선도 그런 소리를 했지. 그리고, 그날, 이 검에 목이 잘렸어. 죽음의 검, 함광. 오늘 너의 마지막을 함께 해줄 것이다."


여동빈이 그 소리를 듣자마자, 땅을 박차고,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곡산검법, 제4절, 멸!"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의 마력. 검은색 기운. 반면, 천마의 기운은 자주색이었으니, 둘의 검이 부딪혔고, 강력한 마력 폭풍이 휘몰아쳤다. 나무들은 뽑히고, 해안가에는 쓰나미가 몰려왔으며, 건물들은 진동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벽수!"


둘 사이, 검격이 오가는 와 중, 묵거의 손 짓에 허공에, 천 개의 창이 생긴다.


"죽어랏! 천마야!"


그리고, 번뜩이는 잔영과 함께, 그대로 천마에게 쇄도한다.


"현무의 힘?"


천마는 일 천 개의 창을, 함광으로 쳐내며, 묵거에게 다가가 검격을 날렸다. 그러자, 묵거는 단검을 꺼내, 그 검격을 쳐내고, 붉은 새를 소환하여, 돌격하게 한다.


"백호의 단검에, 주작, 현무의 천벽수까지......허나, 청룡의 여의주는 내가 흡수하였으니, 너는 결코 신의 천마는 될 수 없을 것이야!"


천마는 소리치며, 주작을 반으로 갈라버리고, 여동빈의 목을 향해, 다시, 검 격을 날리려는 순간,

창 하나가, 그의 가슴을 뚫었다.


"커헉!"


묵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곡산검법, 제1절. 단!"


바로, 천마의 목을 베었다. 쓰러지는 몸뚱이. 묵거는 남아있는 창들을 손짓으로 쇄도케 하여, 아예 형체도 없이, 걸레로 만들었다.


그럴진대,


자줏빛 장막이 더 진하게 드리워져, 그 시체를 어루만지듯, 지나가고, 죽었던 천마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다.


"이곳, 가향에서는 나는 죽지 않는다. 묵거여. 그만, 포기하고, 짐과 함께, 막비왕토를 이루자꾸나. 물론, 내 몸에 흡수된 채로."


"오냐. 애송이. 네 스승의 마력을 흡수한 것으로도 모자라, 내 마력도 노리고 있구나. 그래도, 끝까지 가면, 서 있는 것은 언제나 나였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반나절도 안되어, 제주도는 자줏빛 마력과 검은 화염에 휩싸였고, 사방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름다운 제주도는 지옥도로 변했고, 이제 비명소리마저 잠잠해지더니, 결국 증발해 버렸다. 섬 자체가.


...

제주도가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아무도 원인을 몰랐다. 있을 수 없는 일. 꿈만 같았다. 단체로 최면에 걸린 듯, 믿을 수가 없었다.

전대미문의 사건.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삶을, 희망을, 미래를. 유모차를 몰고, 함께 마트로 갈 때,


'아빠!'


하며, 뒤돌아 보고, 방긋 웃는 아이. 잘 벌어지지 않는 입으로 우물거리며, 받침을 발음하기 힘든 지, 아빠 사랑해를, 아빠 아야해! 라고 발음하고,

자기 전, 나를 꼭 안아주며, '아빠. 알자!'라고 말하는 내 소중한 아이.


그리고,


샤워 후, 수건을 함부로 던져 놨을 때에도,

'수건 길이 생겼네'하며 나를 이해해 주고,

악몽에 허우적거리며 잠을 깼을 때에도,

'짠, 행복한 현실입니다. 악몽은 없어져라!'

라고 하며, 물을 건네주는 그녀.


이제, 현실이 악몽이 되어버렸고, 행복했던 현실은 꿈에서나 존재한다.


출근하지 않았다. 매일 술을 먹었고, 매일 잠만 잤다. 내 세상은 이미 끝이 났으니, 니들 세상은 알 바 아니다. 그런 마음으로 집에 처박혔다.


가끔 보는 티브이는 제주도가 사라진 이유를 분석했고, 화산 폭발, 운석 충돌, 외계인 침입등,

아무래도 상관없는 썰만 난무했다.


제주도가 증발한 날, 나라는 추모일로 지정했고,

살아남은 가족들은, 합동으로 제사를 지냈으며,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갔다.


아니, 조금 지나자, 모두가 그냥 그렇게 살아갔다.

나만이 과거에서 살고, 꿈속에서 산다.

가끔, 탈북자 관리인이 내가 여기 있음을 확인하고, 직장동료들이 문을 두드리고, 부재중 전화는 쌓여가고. 그래도, 내 시간은 움직이지 않았다.

제주도가 증발했을 때, 내 영혼도 같이 증발해 버렸으니.


그리고, 정확히, 한 달 후, 세상이 울렸다.


"짐의 이름은 천마. 하늘이 내린 마력을 취한 자이니라. 지금 시대는 천명을 잃었고, 이에 짐이 새로이 받들어 여기 나타났노라. 모두 고개를 조아리거라. 나는 너희들의 희생으로 하늘에 좀 더 가까워질 것이니, 모든 나라는 나에게 일천 명의 백성을 바치거라."


천마강림. 하여, 알게 되었다

그녀를, 아이를 죽인 원수가 누군지. 오래전에 잊었던 북한 말이 튀어나올 만큼, 나는 분노했다.


"간나새끼. 내래 찢어 죽여버리 갔어! 반드시, 반드시!"


피눈물과 함께, 내 시간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직, 천마, 그놈을 죽이기 위하여. 다시 연구를 시작했고, 밤낮으로 몰두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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