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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무신 천마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행운™
작품등록일 :
2024.01.04 18:39
최근연재일 :
2024.02.26 07:0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5,484
추천수 :
228
글자수 :
297,915

작성
24.01.18 07:00
조회
337
추천
6
글자
10쪽

7-2

DUMMY

반고부에서 빛이 번쩍이고, 손에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미간. 스테로이드에 신물급 무기로 증폭된 마력이 정확히, 백호의 미간에 꽂히며, 폭발이 일어났다. 흙먼지. 지축이 흔들린다.


"제발......"


탈진하기 일보 직전. 더 이상 반고부를 들 힘도, 마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흙먼지가 가라앉고, 검은 실루엣이 보인다.


"크르르르......"


백호의 안광이 나를 비추고, 살짝 비틀거리며 그르렁거린다.


"크와와와왕!"


다시금 포효. 아무래도 실패인 듯하다. 정말로 끝이다.


"제발! 따웅 거리지 말고, 좀 뒤지라우!"


나도 모르게 북한말이 나온다. 따웅은 북한말로, 호랑이의 포효소리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반증. 북한에서도 북한말을 안 쓰도록 훈련했는 데, 여기서 나오다니......더 이상은 마력은커녕, 반고부를 들 기력조차 없다. 그때,


"크르르르르......"


백호가 달려드는 가 싶더니,


-쿵-


그대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긴장하고 있던 나에게 나노머신 해태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스터. 마력흡수를 시작하겠습니까?]


살았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마스터. 마력흡수를 시작하겠습니까?]


드디어, 기회가 왔다. 강해질 기회.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마력추출을 실시하겠습니다.]


백호의 푸른 마력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따뜻하고, 강한 기운. 그리고 지독한 분노와 외로움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웅. 웅. 웅.-


마력이 공명하다가, 순간, 공간이 점차 어두워진다.


"뭐야......"


고요한 암흑 속에서, 거대한 푸른 눈, 2개가 나를 보며 꿈벅인다.


-인간. 내 껍데기를 취한 것이 너 인가.-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나노머신 해태도 응답이 없다.


"그렇다...... 습니다."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온다. 서 있기조차 힘든 압박감. 그래도 억지로 의연한 모습을 한다.


-나는 신수 백호. 원통하고 괴롭다. 비록 껍데기지만, 너처럼 약한 놈에게 귀속되다니.-


마력 추출을 했을 뿐인데...... 나에게 귀속된다고? 신수의 특징인가.


"아주 약하지는 않습니다만...... 보다시피, 제가 이겼잖아요...... 백호님을......"


운이 좋았을 뿐이지만, 이긴 것은 이긴 것이니.


-나약한 녀석에게 지다니. 내가 이 지경까지 되었단 말인가.-


"아니, 생각보다 그렇게 약하지는 않은 데......"


-원통하고, 원통하다!-


자꾸 들으니, 기분이 나빴다. 그럼 나한테 진 니는 뭔데? 나도 모르게 퉁명스레 목소리가 나온다.


"어이! 백호 양반, 지금, 강해지는 중이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쇼. 사람 기분 나쁘게 말이야. 져 놓고 말야."


나를 무시하는 백호가 얄미웠다.


순간,


노여움이 느껴졌으나, 뭐 어쩔 수 있겠는가.


-이놈이! 감히!-


"할 말 없으면 가도 돼요?"


백호는 한동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네 속에 이질적인 기운이 있구나. 세상에 우연이란 없으니, 내 복수를 돕는다면, 온전한 힘을 주마. 네 미래에 나의 미래를 걸어보는 것이다.-


"어이, 백호 양반. 복수를 도와주세요.라고 해요. 초면에 부탁하면서 예의가 없네."


-크르르르릉! 이. 하찮은 인간을 당장 소멸시켜야겠다! 감히! 감히!-


귀 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포효. 헌데,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보아하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듯싶었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해 봐. 소멸시켜봐."


-없애버리겠다! 영겁을 살아온 나를 능멸한 네 놈의 죄는...... 모든 도를 깨우쳐, 악을 몰아내는 내가...... 미래를 보는 내가!-


"아. 빨리 하세요."


-......-


"아. 빨리."


-...... 다오.-


"응?"


-복수해 다오...... 이 하찮은 인간놈아.-


주도권을 잃을 생각은 없다. 주인은 나니까. 뒤의 수식어는 봐주기로 했다. 마지막 자존심인 듯 하니.


"그래. 백호야. 내가 누구를 죽이면 되냐?"


은근슬쩍 말을 놓았다.


"4 흉수 중 1명인 도올. 지금은 고려, 누군가의 육신에 깃들어 있다. 그놈을 죽여, 내 봉인을 푼다면, 너는 온전한 나를 사역할 수 있다. 그리, 맹약을 걸어 놓겠다. "


엄청난 원한이 느껴진다. 지금도 충분히 강했는 데, 더 강해진다고.


"알았다."


-이유는 묻지 않는가?-


"이유는 상관없어. 나는 네 힘이 필요하고, 너는 복수를 원하고."


-그래...... 세상에 악의가 있는 자에게, 도올이 깃든다.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부정할 것이며, 사람들을 불의로 이끌 것이니, 나는 반드시 그를 없애고, 도올을......-


"아, 알았다고. 나 보내줘. 지금 시간 없어."


이유는 됐다는데. 주절주절.


-그래...... 또 만나자. 이 건방지고, 하찮은 인간놈아.-


역시, 자존심을 세운다. 곧, 서서히 어둠이 옅어지며 시야가 밝아진다.


"이봐! 척준경!"


다시 돌아온 모양. 흉수, 도올에게 백호의 복수라.


[신수, 백호. 마스터께 귀속되었습니다. 나노머신의 등급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시뮬레이터 등의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나노머신 등급?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이레귤러로 생성된 시스템이라, 내가 만들고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시뮬레이터 기능이라.


[신화급 무기, 단검, 백호의 발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백호의 발톱을 사용?


그때,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이 봐. 척준경! 정신 차려!"


아골타가 나를 부른다. 피곤한 목소리. 이미 전의는 없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나는 그에게 반고부를 건넸다.


"잘 썼어."


그는 고개를 숙이며 도끼를 받았다.


"내 이름은 아골타. 염치를 아는 자다.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우리가 친구가 될 수는 없는가? 아버지께 말씀드려 고려군과 우리 완안부가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내놓겠다."


만족할만한 해결책이라. 고려조정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솔직히 말해도 되나? 난 고려군에 관심 없어. 고려조정 따윈 더더욱. 어차피 망할 나라야."


"뭐?"


아골타의 황당한 표정. 어차피 나중에 이성계에게 망하고, 조선이 세워진다. 거짓은 아니니.


"끝을 알거든."


"예언자라도 되나?"


"글쎄...... 솔직히 말하지. 나는, 너를 도와 여진족을 통일할 거다."


"무슨......"


"그리고 요나라를 복속시키고 대제국을 세울 것이야. 믿지 않겠지만 나는 계시를 받았다. 그래서 너를 구한 것이고."


어차피 이 시대는 미신이 절대적. 계시라 말하면 그만이다.


"미쳤군. 정말 미쳤어."


아골타의 경악한 표정.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있었다.


"너도 같은 꿈을 꾸고 있지 않았는가?"


나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입밖에 낼 순 없었지."


"내가 도와주마. 아골타여. 나를 믿어라. 너를 황제로 만들어주지."


어차피 여진족 초대 황제는 아골타. 나는 숟가락을 얹는다.


"사실. 나도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내가 너를 믿어도 되는가?"


"나. 척준경은 아까 신수, 백호의 공포 속에서 너를 구했다. 이래도 믿지 않는가? 이제부터 너의 승리가 나의 승리다. 아골타여."


[신수, 백호 소환이 가능합니다. 마스터.]


놓치고 있던 걸 알려주는 해태의 목소리. 나는 바로 소환을 실시했다.


-크와와와와왕!-


"으으으악!"


거대한 신수 백호. 내 옆에서 표효하고 그르렁댄다.


"척준경. 네놈 정체가 뭐냐? 어찌 죽은 신수가 너를 따르는 것인가? 설마...... 토템사?"


'토템사가 뭐야?'


[이 시대의 토템사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나노머신은 내 궁금증을 어찌 알았는지, 토템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토템사, 동물들의 영혼을 부려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도사들.


유명한 토템사로는 죽림고회가 있다. 흰여우, 흑 곰, 푸른 매, 붉은 늑대, 회색 밤, 갈색 멧돼지, 황색 소.


삼한시대부터 천년을 살아온 토템 사들. 옛 소도의 지배자 천군들이다. 모두 산군급 토템사.


그중에서도, 백호는 이들을 능가하는 신수급.


'내가 어찌 그걸 이겼지?'


그 정도로 강했다면 내가 죽었어야지.


[백호의 힘이 각성되기 전이었습니다. 각성 후였더라면, 마스터께서 이길 확률은 0퍼센트였을 겁니다.]


역시, 한 마디로 운이 좋았다.


아골타는 그 나름대로 머리가 복잡했다.


한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 설마, 척준경이 그런 능력까지 가졌다는 것인가.


나는 아골타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내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기회다.


"나는 척준경이자, 척준경이 아니다. 사실, 하늘의 명을 받는 자. 천제의 아들이니라. 내 너로 하여금 대제국을 건설케 할 것이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막 나간다. 이들을 이용하여, 내 세력을 키우고, 천마를 찾아 죽인다.


혼자서는 그를 이길 수 없다. 내 생각을 꿈에도 모르는 아골타는 감격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제 마음을 읽으셨습니다. 척준경 장군. 저는 당신을 제 위로 모시겠습니다. 당신을 무어라 부르면 되겠습니까....."


"무어라? 음......그냥 형님이라고 불러라."


칭호는 중요치 않으니.


"척준경. 제가 황제가 된다면, 당신은 황제 위의 황제...... 제 형님으로서, 저희 여진족의 최고 군주가 될 것입니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형님!"


백호가 고개를 흔들며 다시 포효한다.


신수를 죽이고, 다시 살려 복종하게 했다. 게다가 생명의 은인. 여러 가지 사건이 복합되어 아골타가 나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여진족 초대황제 아골타가.


[마스터. 아드레날린이 과하게 분비되고 있습니다. 혈당량 증가, 혈압 상승. 진정제를 합성하여 흥분을 낮출 수 있습니다.]


"닥치고. 더 분비시켜. 더 분비시키라고. 그럼 기분이 좋으니까."


기쁠 땐, 더 기쁘게.


[알겠습니다.]


순간, 나는 황홀경에 빠졌다. 아골타 옆에는 어느새 사묘아리가 주춤거리며 다가와, 같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전설의 명장, 사묘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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