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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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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25 10:0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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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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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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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2화 영웅호색(3)

DUMMY

밖에는 비가 가만가만 내리고 있었다.

밤은 이미 깊어 있었다.

세옥은 빗소리를 들으면서 상아검법의 내공심법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이미 살수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무림인들이 앞으로도 계속 공격할 것이다.

무공을 배우려면 기초가 되는 내공심법을 연마해야 한다.


세옥은 상아가 가르쳐준대로 단정하게 정좌를 하고, 단전으로 호흡을 하면서 내공심법을 연마했다.

오로지 일체의 잡념을 없애고 무아의 경지에 빠져들어야 했다.


‘심유일원(深幽一元)··· 청유일원(淸幽一元)··· 흑유일원(黑幽一元)······.’


세옥이 구결을 외우면서 연마를 하자 차차 단전이 더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내력이 모이고 있다.

세옥은 점점 무아의 경지에 빠져 들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빗소리 사이로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가 별채로 오는 거지?’


세옥은 눈을 감은 채 귀를 기울였다.

용의 내단 때문에 그의 눈과 귀가 밝아져 있었다. 발자국소리가 점점 가까이 왔다.

세옥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소형제.”

포숙정이었다. 세옥은 긴장을 풀었다.

‘이 여자가 웬일이지?’

세옥은 그녀가 밤중에 찾아오자 당황했다.

“예.”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예. 들어오십시오.”

세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색 장의(長衣) 차림의 포숙정이 안으로 들어왔다.

“밤이 깊었는데 웬일이십니까?”

세옥이 포숙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루종일 누워 있었더니 답답해서요. 무엇을 하고 있었어요?”

“잠이 오지 않아서요. 흑의인들의 정체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사혼곡의 살수들이에요.”

포숙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포숙정은 사혼곡의 살수들을 생각하면 눈에서 핏발이 서는 것 같았다.

“사혼곡을 아십니까?”

“돈을 받고 살인을 하는 살수집단이에요.”

“의원님을 노리는 겁니까?”

“그렇겠죠.”

“그럼 방비책을 세워야하지 않습니까?”

“장전일 공자가 와 있어요. 그는 무공이 뛰어나요.”

포숙정이 세옥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몸은 괜찮습니까?”

세옥이 포숙정에게 떨어지면서 물었다.

“조금 아파요. 독이 깊이 스며들었는지 좀 봐줄래요?”

“예?”

“왜 놀라요? 독을 빨기도 했으면서······.”

포숙정이 눈을 흘기고 장의(長衣)의 앞섶을 풀었다.


세옥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장의 안에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

“의원님.”

“독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은 것 같아요. 독 좀 빨아줘요.”

포숙정이 야릇한 표정으로 눈웃음을 치면서 세옥에게 다가왔다.

세옥은 뒷걸음질을 쳤다. 포숙정이 세옥에게 은밀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의원님, 이러지 마십시오.”

“소형제.”

포숙정의 눈빛이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세옥은 얼굴이 불에 덴 듯이 화끈거렸다.

그는 무림에서 음란서생으로 불리고 있었다.

게다가 시절이 어수선하고 강호가 어지럽다고 해도 포숙정은 상주(喪主)였다.

‘나는 한낱 서생에 지나지 않는데······.’

세옥은 몸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여자가 상체를 드러내고 있으니.

포숙정이 세옥에게 자신의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세옥은 포숙정의 가슴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원하는데. 매혹적인 자태로 나를 유혹하고 있는데.

세옥은 팔백초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포숙정의 가슴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때 먼 지붕위에서 또 다시 인기척이 들려왔다.

세옥은 흠칫하여 귀를 기울였다. 발자국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음.”


포숙정이 몸을 떨면서 격하게 세옥을 포옹했다.

“잠깐만요.”

세옥이 포숙정에게 속삭였다.

“왜요?”

포숙정이 눈을 뜨고 그를 응시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세옥이 그를 저지하고 있다.

“누군가 오는 것 같아요.”

“네?”

“지붕위에··· 나는 귀가 잘 들려요.”

“어머나!”

포숙정이 재빨리 장의의 앞섶을 여미고 세옥에게서 떨어졌다.


세옥은 빠르게 방의 불을 껐다.

포숙정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지붕위의 인영은 여럿이었다.

그들이 사방의 지붕에서 날아내린 뒤에 빠르게 포숙정의 방을 향해 달려갔다.

“나를 노리고 있어요!”

포숙정이 세옥의 귓전에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포숙정이 세옥의 별채로 오지 않았다면 곧바로 습격을 받았을 것이다.

“무사들을 깨워야하지 않습니까?”

세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누구냐?”

“적이다!”

무림맹의 호위무사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방에서 뛰쳐나왔다.

총순살대 무사들이라 달랐다.

“죽여라!”

흑의인들과 장전일의 무사들이 치열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앗!”


그때 미세한 움직임이 세옥의 귀에 들렸다.

세옥의 별채 앞으로 지붕위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날아내리고 있었다.

‘이 자들이 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세옥의 밝은 귀가 그들이 오는 것을 듣지 못한 것이다. 무공이 고강한 자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세옥은 침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흐흐······.”

흑의인이 음산하게 웃었다.


세옥이 미처 검을 뽑기도 전의 일이었다.

흑의인의 검이 포숙정을 향해 쇄도해 왔다.

소리도 없는 공격이다.


살수!


무시무시한 쾌도였다.

포숙정이 빠르게 몸을 뒤로 눕히면서 피했다.

흑의인은 한 번 공격으로 그치지 않았다. 잇달아 공격하는데 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세옥은 그제야 상아검을 뽑아들고 흑의인을 공격했다.

포숙정은 검을 가져오지 않았다. 흑의인들의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창--!

창--!


어둠 속에서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다.

“이, 이 계집이······.”

흑의인이 놀라서 세옥을 노려보았다. 그는 세옥이 여장남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세옥의 검법이 엉성한데도 빨랐다. 그가 찌르려고 하면 어느 틈에 피하고, 베려고 하면 눈앞에서 사라졌다.


‘검초는 엉성한데 왜 이렇게 빨라?’


흑의인은 몇 차례 공격을 했으나 세옥이 번번이 피하면서 반격하자 놀랐다.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세옥의 검술은 확실히 그에게 뒤쳐졌다.

초식은 엉성하고 내력도 약했다. 그러나 흑의인과 거의 비등하게 맞서고 있었다.

“흥! 신출내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흑의인이 재빨리 암기를 날렸다.


세옥은 몸을 뒤집어 피했으나 하나를 맞고 말았다.

어깨가 뜨끔했다.

“소형제!”

포숙정이 세옥에게 달려왔다.

흑의인들이 포숙정을 향해 사방에서 공격했다.


성동격서(城東檄書)다.

포숙정의 방을 공격하는 체하면서 세옥의 방을 공격한 것이다.

그들은 포숙정이 세옥의 별채에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 안에서 내통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네 남편의 뒤를 따라가거라!”

흑의인들이 포숙정을 향해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포숙정은 흑의인들의 검을 피하면서 손과 발을 이용해 그들을 공격했다. 포숙정은 흑의인의 검 하나를 빼앗아 맹렬하게 반격했다.

포숙정은 아직 치료가 완전히 되지 않았다. 여러 명의 공격을 받자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흑의인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포숙정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틀렸다!’

포숙정은 도저히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흑의인이 검이 머리를 반으로 가르려고 내려오고 있었다.


“아······.”


포숙정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처절한 죽음이 닥쳐올 것이다.


사아아악--.


흑의인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포숙정은 눈을 떴다.

누군가 그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회전을 하여 흑의인의 공격을 피한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어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서생······.’


세옥이 포숙정의 허리를 안고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위기에 처하자 그의 신형이 더욱 빨라져 있었다.


휘이이익--.


세옥이 포숙정을 안고 지붕위로 날아 올라섰다.

포숙정은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그가 또 다시 포숙정을 구한 것이다. 그러나 지붕위에도 흑의인들이 있었다.

“죽어랏!”

흑의인들이 세옥과 포숙정을 향해 날아왔다.

그들의 검이 허공에서 일직선으로 떨어졌다.


팽그르르.


세옥이 포숙정을 안고 몸을 회전하면서 검세를 펼쳤다.

그의 검이 위맹하게 흑의인들을 쓸어갔다.

“아악!”

흑의인 하나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그가 피를 뿜으면서 지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죽어랏!”

흑의인들은 살수들이었다.

검세가 무시무시했다. 그들이 세옥과 포숙정을 에워싸고 사납게 공격을 해왔다.


세옥은 싸움의 경험이 없었다.

빠르게 녹수소요보를 전개했으나 여러 곳에 상처를 입었다.

팔과 등이 흑의인들의 검에 베어졌다.

‘서생이 싸움의 경험이 없어 불리할 텐데······.’

포숙정은 흑의인들과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세옥을 살폈다.

세옥의 검세가 더욱 날카로워지는 것 같았다.

포숙정은 전력을 다해 그들과 싸웠다.

그때 세옥이 휘청했다.


아······.


포숙정은 세옥이 위태롭다고 생각했다.

세옥이 포숙정에게 날아왔다. 그녀의 허리를 안더니 빠르게 경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추(追)!”

흑의인들이 경공을 전개하여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

‘이게 녹수소요보인가?’

포숙정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세옥의 경공이 전보다 더 빨라져 있었다.


세옥은 순식간에 흑의인들을 따돌리고 어떤 집의 곳간으로 들어가 포숙정을 내려놓았다.

그의 경공이 빨라 흑의인들이 따라오지 못했다.

세옥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얼굴도 고통스러운 표정이다.

“소형제, 독침을 맞은 거야?”

포숙정이 벽에 등을 기대고 물었다.

“어깨에 맞았어요.”

“이리 와. 내가 빨아 줄게.”

세옥이 가까이 왔다.

포숙정이 세옥의 어깨에서 독침을 뽑고 자신의 입을 갖다대고 빨기 시작했다.


‘서생도 내 독을 빨아주었으니까······.’


포숙정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붕위에서는 흑의인들이 그들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포숙정을 찾아라!”

“샅샅이 뒤져라!”

흑의인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돌아다녔다.

“내가 저들을 유인하고 돌아올게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세옥이 다시 지붕위로 신형을 날렸다.


포숙정은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흑의인들은 사혼곡의 살수들이다. 누군가 그들에게 살인을 청부한 것이다.

“저기 있다!”

“쫓아라!”

흑의인들이 세옥을 추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장전일은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굴고 있는 흑의인들을 쏘아보았다.

포숙정의 방을 침입하려던 흑의인들은 모두 제거했다. 다행히 포숙정은 그 방에 없었다.

양생당은 어수선했다.

의원들과 환자들이 공포에 질려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서 웅성거렸다.

‘어디로 간 거지?’

장전일은 방마다 포숙정을 찾았다. 그러나 포숙정은 보이지 않았다.


‘이 소녀는 누구지?’


양생당의 본채에 15, 6세의 소녀가 중년부인과 함께 있었다.

중년부인은 무림인으로 보였고, 소녀는 병색이 있어 보였다.

본채에 머물고 있는 것은 포숙정의 손님이라는 뜻이다.

“실례했소.”

장전일은 포숙정이 보이지 않자 소녀의 방을 나왔다.


장전일은 별채로 달려갔다.

별채에는 세옥이 보이지 않았다.

포숙정도 없었다. 별채가 어수선했다.

흑의를 입은 사내 셋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고 집기가 부서져 나뒹굴고 있었다.

‘서생도 공격을 받았구나. 포숙정과 같이 있었나?’

장전일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백만겁과 서달이 그제야 달려왔다. 그들은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야 나타났다.

“모르겠소. 이놈들은 살수들인데 왜 습격을 한 거요?”

장전일이 추궁을 하듯이 백만겁을 쏘아보았다.

눈빛이 싸늘했다.

“저희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백만겁이 당황하여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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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8화 육자검법(5) NEW 4시간 전 20 0 13쪽
117 117화 육자검법(4) +2 24.06.24 56 1 12쪽
116 116화 육자검법(3) +2 24.06.23 75 1 12쪽
115 115화 육자검법(2) 24.06.22 78 0 11쪽
114 114화 육자검법(1) +2 24.06.21 92 1 13쪽
113 113화 귀화파파(4) +2 24.06.20 88 1 13쪽
112 112화 귀화파파(3) +2 24.06.19 90 1 12쪽
111 111화 귀화파파(2) 24.06.18 84 0 13쪽
110 110화 귀화파파(1) 24.06.17 92 0 11쪽
109 109화 강호출도(3) 24.06.16 87 0 14쪽
108 108화 강호출도(2) 24.06.15 97 0 11쪽
107 107화 강호출도(1) 24.06.14 104 0 15쪽
106 106화 밤을 걷는 아이들(7) 24.06.13 92 0 12쪽
105 105화 밤을 걷는 아이들(4) 24.06.12 94 0 12쪽
104 104 밤을 걷는 아이들(3) 24.06.11 116 0 12쪽
103 103 밤을 걷는 아이들(2) 24.06.10 104 0 12쪽
102 102화 밤을 걷는 아이들(1) 24.06.09 116 0 13쪽
101 101화 여장남자(2) 24.06.08 113 0 12쪽
100 100화 여장남자(1) 24.06.07 112 0 15쪽
99 99화 영웅호색(10) 24.06.06 113 0 13쪽
98 98화 영웅호색(9) 24.06.05 118 0 13쪽
97 97화 영웅호색(8) 24.06.04 111 0 12쪽
96 96화 영웅호색(7) 24.06.03 112 0 13쪽
95 95화 영웅호색(6) 24.06.02 138 0 12쪽
94 94화 영웅호색(5) 24.05.31 146 0 13쪽
93 93화 영웅호색(4) 24.05.30 128 0 12쪽
» 92화 영웅호색(3) 24.05.29 125 0 12쪽
91 91화 영웅호색(2) 24.05.28 124 0 13쪽
90 90화 영웅호색(1) 24.05.27 1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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