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겨울비 님의 서재입니다.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41,233
추천수 :
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07.14 22:53
조회
1,728
추천
5
글자
9쪽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6)

DUMMY

카람 기사단을 비롯한 적의 정규군의 공격에, 전장은 다시 한 번 끓어올랐다. 천사 진영의 총지휘관인 카람 백작은 보병대를 둘로 나누어 측면을 공격했고, 단숨에 전장을 통과한 카람 기사단이 외벽에서부터 잿빛늑대군을 공격했기 때문에 잿빛늑대군은 완벽하게 포위되고 말았다.

"빌어먹을, 오늘 하루만 두 번이나 포위되다니…"

저스틴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에드워드가 아론과 여성 용병 한 명을 엄호하며 서 있었다.

"좋은 하루입니다, 에드워드."

"저스틴이냐…후, 젠장."

에드워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주변에는 모두 잿빛늑대군 뿐이었기에 그들은 조금이나마 대화할 여유가 있었다.

"아론, 괜찮나?"

아벨이 아론에게 다가갔다. 아론은 허벅지에 창상을 입고 있었다.

"아는 사람인가? 아론은 아까 내 옆에서 허벅지를 뚫렸어. 내가 보호하면서 싸우고 있었지. 뭐, 저기 있는 데니도 다르진 않지만."

에드워드는 그 데니라는 여성 용병을 돌아보며 말했다. 손에 입은 검상을 바라보고 있던 데니는 순간 자신에게 쏠리는 모두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쳇."

"…"

"뭘 그렇게 빤히 보고 있어? 용병 첨 봐?"

"…"

"눈 돌려. 여기서 나갈 방법이나 생각하라고."

데니의 말에 모두는 움찔하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그 정도로 강렬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원…"

지금의 상황은 완벽한 포위. 카람 기사단과 카람의 보병대에 포위된 상황에서 적의 화살 세례를 받아가며 싸우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포위된 잿빛늑대군의 숫자가 많았기에 포위의 안쪽에 있는 그들이 이렇게 잡담할 여유라도 있는 거였다.

"아마 얼마 후면 포위망이 이곳까지 다다를 겁니다."

바깥쪽을 보고 있던 에드워드가 모두에게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개죽음 당한다는 생각이 모두의 뇌리에 스쳤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나가야 했다.

"아론 씨, 말 탈 줄 아십니까?"

저스틴의 뜬금없는 질문에 아론은 눈만 동그랗게 떴다. 이 상황에서 말 탈 줄 아는 것이 뭐가 필요하겠느냐마는 그래도 아론은 착실히 대답했다.

"수준급은 아니지만 탈 줄은 아네."

"그렇다면 주변의 말을 한 마리 구해보죠. 아론 씨와 여기…"

"데니에요."

데니는 방금 들은 이름도 못 외우냐는 눈빛으로 저스틴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저스틴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포위를 뚫을 거면 말보단 차라리 걷는 쪽이 훨씬 낫네. 말 위에 있으면 오히려 표적이 되기 쉬워."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벨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럼 태희 씨와 데니 씨가 아론 씨를 부축하고, 저와 에드워드, 아벨 씨가 길을 뚫기로 하죠. 제가 쐐기의 끝이 되겠습니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난 싸우고 싶은걸? 거기에 내 무기는 창이니깐 내가 제일 선봉에 서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던! 이 상황에서 무슨 짓이야!"

"난 내 의견을 피력한 것뿐이라고요."

"그 의견에도 일리는 있는 것 같은데?"

"역시! 당신, 에드워드라고 했나? 마음에 드는 걸?"

"던!"

"어찌됐건 빨리 나가자고요! 당신들은 안 다쳤지만 나는 칼에 베였다고! 아파 죽겠단 말야!"

"데니 씨, 동감입니다만… 허벅지에 창찔린 나도 조용히 있는데…"

"시끄러워요! 빨리 나가자고요!"

그들이 시끌시끌 떠드는 것을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황당함을 가득 담아 바라보았다. 피를 튀기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저런 만담이라니… 저스틴 역시 주변 병사들의 틈에서 볼을 살짝 긁으며 난감한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저스틴을 쐐기의 끝으로 에드워드, 태희가 양 옆에 서서 길을 뚫기로 했다. 다시 뚫고 나가기 위해 검을 다잡던 저스틴의 곁에 몇몇의 잿빛늑대 보병들이 다가왔다.

"포위망을 뚫으려는 것 같은데… 우리도 한 자리 낄 수 없겠나?"

군 장교로 보이는 자가 저스틴에게 물었다. 저스틴은 동료들을 둘러보았고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여줬다. 저스틴이 장교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저희가 제일선에서 포위망을 뚫겠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따라와 주십시오."

"알겠소."

장교는 아까 포위망을 뚫을 때 저스틴이 제일 앞에 있었다는 것을 아는지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가서 리체나 보자구요."

태희가 쾌활하게 창을 휘두르며 말했다. 그녀의 이름이 나오자 아벨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전투에 정신이 팔려 그녀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걱정하는 얼굴을 본 저스틴이 부드럽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래요. 어서 가서 그녀를 지켜줘야죠, 아벨."

"그래야겠지?"

저스틴이 가볍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검은 코트자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날개처럼 펄럭였다. 그를 따라 다른 이들도 달리기 시작했다.

"왜 인간들은 이렇게 싸우는지 모르겠어."

적들과 천천히 가까워지면서 데니가 뱉은 말이었다. 그 말에 황당함을 느낀 태희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이봐, 넌 인간 아냐?"

"숙녀한테 너라니, 너무 무례한 인간이잖아! 그리고 난 엘프야!"

그녀의 말에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렇게 천방지축인 엘프라니, 왠지 동심을 깨는 것 같잖아!

"서로 죽이고, 빼앗고, 지배하려 하고. 인간들은 확실히 그러죠."

제일 앞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저스틴이 나지막이 말했다. 전쟁터의 아수라장 소리에 서로 큰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대화마저 힘들 정도였지만, 이상하게 그의 목소리는 잘 들렸다.

"하지만, 그게 인간일 수 밖에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기에, 인간일 수 밖에 없기에, 이런 무의미한 짓을 한다고…그렇게 해서라도 그 허전한 마음을 채우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갈색 군복의 천사의 병사를 본 저스틴은 검은 폭풍이 되어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그 폭풍의 끝에는 하얀미르가 반짝이고 있었다.


"후우…"

파학!

몇이나 베었는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검을 휘둘렀지만 아직 포위망은 뚫릴 생각일 하지 않고 있었다. 태희와 에드워드는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고 있었고 저스틴 역시 전방은 자신들을 따라온 잿빛늑대의 군사들에게 맡긴 채 후방으로 물러나 있었다. 어느새 그들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선이 생겨났고 포위는 여전히 그들을 압박해오고 있었다.

"배고프다…"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 있는 주제에 말은 잘 하는 태희였다. 그의 낙천적인 말에 모두의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맺혔다.

"그래, 살아서 나가자고."

"훗, 아직 리체에게 내 마음도 전달해 주지 못하고 죽을 수는 없지."

"…넌 여기서 죽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리체에게 머리카락 단 한 올이라도 접근하면 넌 내 손에 죽는거다."

"거 참 영감 반응 한 번 좋구만."

태희는 아벨과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눈 다음 다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한 번 힘내보자는 그의 무언의 응원에, 모두는 무기를 고쳐 쥐고 앞으로 나아갔다.

저스틴은 그들을 둘러보았다. 살겠다는 움직임. 그 몸짓에 저스틴은 아름다움을 느꼈다. 이젠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살아있다는 느낌. 그건 소중한 거야."

이제야 카이낙사드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스틴은 손을 들었다. 그의 의지가 현실이 되려는 순간이었다.

뿌우우우우

저 먼 너머로부터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장중한 떨림을 지닌 뿔피리 소리는 기사단의 돌격 때에 부르는 뿔피리 소리였다.

"저건…"

"델라크 백작의 델라크 기사단이다! 아군, 아군이다!"

"아군이 왔다! 모두 조금만 힘을 내라! 아군이 왔다!"

피로 물든 에센 평원을 울리는 세 번째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화려한 움직임에는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화창한 오후였다. 피로 물들어버린 평원이 말도 안 되게 슬플 정도로.

----------------------------

그동안 자세히 살펴보면 각 화의 제목들은 전부 각 화에서 한번쯤 대사로 등장했지요. 아아...이렇게 3화도 끝나는군요. 정말 3월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썼다는 것에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길게 써본 적이 없거든요. 이런 미흡한 작품이나마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친구녀석은 너무 진지해서 졸린다고 하더군요..)(방긋)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공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2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5) +1 10.07.14 1,391 5 8쪽
41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4) +6 10.07.07 1,424 6 12쪽
40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3) +3 10.06.30 1,431 4 10쪽
39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2) +4 10.06.23 1,472 5 11쪽
38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1) +2 10.06.21 1,488 4 13쪽
37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0) +3 10.06.17 1,494 5 11쪽
36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9) +4 10.06.14 1,538 5 10쪽
35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8) +2 10.06.10 1,513 4 7쪽
34 공작 3화- 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7) +2 10.06.07 1,576 5 10쪽
33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6) +1 10.06.03 1,637 4 10쪽
32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5) +2 10.05.31 1,695 5 9쪽
31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4) +2 10.05.27 1,700 6 9쪽
30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3) +3 10.05.24 1,767 6 10쪽
29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2) 10.05.20 1,791 5 9쪽
28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 10.05.18 1,906 5 9쪽
27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7) +2 10.05.18 2,504 8 9쪽
26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6) +1 10.05.18 2,447 7 10쪽
25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5) +2 10.05.14 2,636 7 9쪽
24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4) +2 10.05.10 2,874 7 10쪽
23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3) +2 10.05.06 3,259 7 9쪽
22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2) +6 10.05.03 3,668 7 12쪽
21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1) +6 10.05.03 5,039 10 12쪽
20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9) +3 10.04.29 1,980 5 6쪽
19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8) +2 10.04.29 1,736 9 7쪽
18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7) +1 10.04.29 1,794 7 7쪽
17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6) +5 10.04.26 1,905 6 9쪽
16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5) +4 10.04.22 1,973 6 10쪽
15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4) +4 10.04.19 2,037 8 8쪽
14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3) +4 10.04.15 2,139 7 8쪽
13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2) +7 10.04.12 2,172 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