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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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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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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04.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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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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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2)

DUMMY

카앙!

"정신 차려, 저스틴!"

그에게 쇄도해 들어오는 창을 쳐낸 것은 키야였다. 그녀는 창을 쳐낸 다음 바로 왼쪽 검으로 적의 심장을 찔렀다. 그녀는 적의 시체를 발로 밀어내며 검을 뽑은 다음 저스틴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저스틴에게 소리를 쳤다.

"정신 차려! 죽고 싶은 거야!"

"하지만…내가…사람을…사람을…"

짜악!

키야는 저스틴의 뺨을 손바닥으로 있는 힘껏 쳤다. 저스틴은 얼얼한 뺨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키야는 쓰러진 저스틴의 멱살을 붙잡아 반쯤 일으키며 소리쳤다.

"정신 차려! 사람 하나 죽인 것 같고 뭔 대수야! 그러면서 어떻게 할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고 설치는 거야!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저스틴은 할아버지의 복수란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용병이 된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복수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설 수 있었다. 키야는 일어선 저스틴을 흘끗 보더니 아직도 싸우고 있는 다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저스틴은 상인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미 전투는 거의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스틴이 상인들이 있는 쪽에 도달했을 때 산적들은 퇴각하고 있었다. 이반은 산적들을 쫒기보단 부상자들을 수습하는 쪽을 선택했다.

아리투 덕분에 미리 기습에 대비할 수 있었던 용병들의 피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반은 사상자들을 수습하라고 명령했다. 그 덕분에 상단은 이곳에서 하루를 더 지체하게 되었다.

우울한 오후였다. 상단 소속의 마법사들이 부상자들에게 치료 마법을 걸어주고 있었으나 그 수가 부상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먼저 떠난 자들을 한 곳에 모았다. 일일이 묻어 주기엔 그들의 시간이 너무나 빠듯했다. 그렇다고 그대로 놓아두고 갈 수도 없었기에 그들은 화장을 지내기로 했다. 마침 목재는 충분했다.

화장은 해질녘에 이루어졌다. 망자들은 그들의 생전 사용하던 무기를 손에 쥔 체 염화에 휩싸였다. 살아남은 자들의 입에서 그들이 무사히 저너머에 당도할 수 있기를 비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테이가 저스틴을 전투 이후 본 것은 이때였다. 저스틴은 멀찌감치 앉아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있었다. 테이는 그의 옆에 앉았다. 저스틴은 몸을 떨고 있었다.

테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키야에게 들었다. 이번 전투에서 사람을 죽였다며?"

저스틴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테이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용병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너는 더더욱 그렇지. 넌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서 용병이 되었지 않냐."

저스틴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들이 만난 지 꽤 되었지만, 지금껏 복수에 대해 말한 적은 처음 저스틴이 용병이 되겠다고 한 날뿐이었다. 그 이후로는 저스틴의 복수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다.

"네가 누구에게 복수하려고 하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그건 무모한 짓이야."

저스틴은 테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제야 조금씩 초점이 돌아오고 있었다.

"사실 내가 네게 용병이 되라고 한 이유는 네가 복수를 단념하게 하기 위해서였어. 그건 키야도 마찬가지였지."

테이는 불타오르는 장작더미를 바라보았다. 이제 사람들의 소망은 하나의 노래로 통일되어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밤하늘을 울렸다.

"네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우리는 정말로 널 막고 싶었단다. 우리에게는 공통된 부분이 있고, 넌 그 영역에 들어온 사람이었어. 그래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테이는 저스틴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스틴은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우리가 널 보며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려줄까? 난 말이지. 여동생이 하나 있었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아이였지. 아, 물론 지금은 죽고 없어."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의 웃음은 저스틴의 귀에 슬프게 들어왔다.

"그때, 복수하겠다고 외치는 네 눈에서 병으로 죽어가던 여동생의 마지막 눈동자를 본 거야. 그래서 널 살리고 싶었어."

테이는 부드럽게 웃었다.

"키야는 더욱 대단하지. 그녀의 남동생이 너와 똑같았거든. 어린 나이에다가, 부모님의 원수를 갚겠다고 칼 한 자루 차고 나선 것까지도.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저스틴은 대답할 수 없었다.

"원수의 집에 뛰어들었다가 경비에게 잡혀 죽었어. 그녀 말대로 개죽음이었지. 아마 키야는 그 때 네 모습에서 동생의 모습을 보았을 거야. 그래서 그렇게 말리고 싶었던 거고."

"…그 원수가 귀족이었나요?"

저스틴의 물음에 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너와 같은. 델로아 공작."

저스틴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 테이는 계속해서 말했다.

"물론 네 검술이 또래에 비해 훨씬 훌륭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왕국 최고의 검사라 불리우는 공작이야. 난 네가 복수를 포기하길 바란다."

저스틴은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테이가 저스틴의 손을 와락 움켜쥐었다.

"이 손을 보라고! 네가 오늘, 이 손이 오늘 한 일이 무엇인지 기억해 봐! 네 손에 죽었던 그자의 눈을 기억해 보라고!"

저스틴은 눈을 돌렸다. 테이는 저스틴의 손을 거칠게 놓더니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저는…"

저스틴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고뇌가 묻어났다.

"여전히 떨칠 수가 없어요…그 공허한 눈을…그렇지만…"

저스틴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그는 케이베인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며 말했다.

"이건, 저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지요."

저스틴은 케이베인을 뽑아들었다. 검날에 묻은 피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이걸 견뎌내지 못한다면, 전 테이의 말처럼 복수를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아나가야겠지요. 하지만 여기에는 저 혼자만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견뎌 낼 겁니다. 그리고 제 손에 죽은 사람들까지 모두 짊어지고 가겠어요."

무엇이 그를 저렇게 이끄는 것일까. 저스틴은 케이베인을 가볍게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 공간을 베어냈다. 그의 검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예전에 할아버지께서는 제게 이렇게 가르쳐 주셨어요. 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고. 그리고 전 더 이상 아이로 있을 수 없으니, 자라야겠죠. 그렇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자라날 겁니다."

저스틴은 케이베인을 닦아내고는 검집에 집어넣었다. 스르릉, 하고 검과 검집이 마찰하는 소리가 시리게 들려왔다. 돌아서는 저스틴의 얼굴로 망자를 위령하는 불꽃의 불빛이 스며들어 그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잔혹한 세상은 그렇게, 또 한 명의 아이를 어른으로 길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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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8) +2 10.04.29 1,736 9 7쪽
18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7) +1 10.04.29 1,793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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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3) +4 10.04.15 2,139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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