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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41,222
추천수 :
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05.18 00:09
조회
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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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9쪽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7)

DUMMY

"저스틴!"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저스틴을 부른 것은 다임 마을의 노라 아주머니였다. 그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애타게 저스틴을 불렀다.

"무슨 일이세요? 노라 아주머니?"

노라는 성큼성큼 저스틴에게 다가와서는 그를 꽉 끌어안았다.

"노라 아주머니?"

"저스틴, 집에 가지 말거라. 제발…제발 가지 말고 마을로 가자꾸나. 할아버지께서도 거기에서 기다리시니깐…마을로 가자꾸나."

저스틴은 노라에게 이유를 물으려다가 그러지 못했다. 차가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그의 어깨를 적셨기 때문이다. 저스틴은 그녀를 따라 마을로 갔다. 마을에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다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였단다. 손쓸 도리가 없었어."

그런 건 저스틴도 잘 알았다. 할아버지의 불에 그슬리고 여기저기 칼에 찔린 시신이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었을 텐데, 할아버지의 불탄 시신은 입가에 가는 미소마저 띄고 있었다. 그 미소는 저스틴의 심장을 날카롭게 찔러왔다.

저스틴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할아버지의 시신을 눈앞에 두고도 눈물 따윈 나오지 않았다.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었다.

갑자기 저스틴이 벌떡 일어나더니 밖을 향해 뛰어 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허겁지겁 저스틴의 뒤를 쫒았다. 저대로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저스틴이 간 곳은 그의 집이었던 곳이다. 그의 옛 집은 불타 없어져서 그곳이 집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잔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저스틴은 미친 듯이 잔해 사이를 뒤졌다.

"저스틴, 돌아가자. 그런다고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마을 사람들이 말렸지만 저스틴은 듣지 않았다. 무언가를 미친 듯 찾았을 뿐이다. 잠시 후 저스틴의 손에는 웬 벽돌 조각이 들려있었다.

그것은 벽난로를 이루던 벽돌 조각이었다. 그리고 저스틴의 할아버지가 종종 과자와 같은 것을 숨겨두곤 했던 장소였다. 저스틴은 벽돌 조각을 가지고 조금 만지작거리더니 웬 열쇠를 하나 꺼냈다. 아무런 표식도 없는 열쇠였지만 왠지 저스틴은 그 열쇠가 어떤 것을 여는 열쇠인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예전 부엌이었던 자리로 뛰어 갔다.

그의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그에게 부엌에 들어오는 것을 금했었다. 그래서 그가 주방에 들어가 본 적은 손에 꼽았지만 주방에 어떠한 것이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단 하나, 바닥에 있는 문 안에 있는 것들만 빼면.

어렸을 적 그 바닥에 있는 문은 항상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몇 번 본 적은 없었지만 분명 그 문의 열쇠일 것이라고 저스틴은 단정했다.

끼릭.

어렸을 적부터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문이 지금 저스틴의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사람들은 저스틴이 그 안에서 상자를 하나 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을의 촌장인 에반이 저스틴에게 말했다.

"저스틴, 그 상자는 마을에 가서 열어보는 것이 어떠냐? 너 혼자서 조용히 열어볼 수 있도록 해 주마."

저스틴은 얼굴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검댕이 잔뜩 묻은 그의 볼 위엔 눈물이 지나간 자국이 선명했다.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에 돌아온 저스틴은 당장 그 상자를 열어보고 싶었지만 마을 아주머니들이 씻기기 위해 덤벼들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며칠 동안 라이크 마을을 다녀오고 불탄 집을 헤치고 다녔으니 저스틴은 집 안에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그렇게 식사까지 마쳐버린 저스틴은 촌장의 집에서 혼자 상자를 열어 볼 수 있었다.

상자 안에는 편지 한 통과 돈주머니, 그리고 낡은 검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

검은 비록 낡았지만 훌륭한 장인이 만든 듯 섬세했다. 검집에는 하얀 드래곤이 정교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저스틴에게는 그 드래곤이 우는 듯 보였다.

이어서 저스틴은 편지를 펼쳐 보았다. 익숙한 케이의 필체에 그의 눈이 흐려졌다. 그는 눈을 닦고 편지를 읽었다.


저스틴에게

네가 이 편지를 보고 있을 때쯤이면 이 할아버지는 세상에 없겠구나. 할아버지가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너에게 몇 자 적어 두었으니 소홀히 보지 말아다오.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까. 그래, 우선 너에 대해서 말해주어야 갰구나. 사실 넌 내 손자가 아니란다.

저스틴은 놀랐다. 자신이 할아버지의 손자가 아니라니? 그는 서둘러 다음 글을 읽어 내려갔다.

따지자면 나는 너의 작은할아버지가 된단다. 넌 지금은 멸문해버린 크로아 공작가의 마지막 적손이고, 크로아 공작이란다. 할아버지가 네게 주었던 목걸이, 아직 가지고 있지? 그 목걸이는 '라이네시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전에도 말해주었는데, 네가 기억할지는 모르겠구나. 라이네시아는 크로아 공작가의 초대 공작이었던 화이트 드래곤 라이네시아가 만든 목걸이로, 크로아 공작의 상징이란다. 그 목걸이를 목에 걸 수 있는 이는 오직 세상에서 크로아 공작 단 한 사람뿐이지.

저스틴은 점점 더 놀랐다. 할아버지가 사실 작은할아버지였다는 사실부터, 자신이 귀족, 그것도 멸문해버린 크로아 공작가의 마지막 적손이라는 사실, 현재의 크로아 공작이라는 사실까지.

편지는 계속되었다.

내가 네게 가르쳐 준 검술 역시 크로아 가문의 비전검술이란다. 원래는 공작과 그 후계자만이 익힐 수 있는 것이었지만, 네 증조할아버지께서는 서자였던 나에게도 그 검술을 익힐 것을 허락해주셨단다. 덕분에 그 검술의 맥이 끊이지 않았지.

평소 할아버지는 그에게 검술을 비롯한 많은 것을 가르치셨었다. 심지어 궁중 화술까지. 그때는 이런 시골에서 사는 내가 왜 이런 것을 배워야 하냐고 불평했지만, 모든 사실을 안 지금에 와서는 불평할 수 없었다.

불평을 들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저스틴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찔러왔다.

크로아 가문은 15년 전, 델로아 공작 때문에 멸문 당했단다. 예전에 내가 너에게 가르친 내용이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란다. 크로아 공작, 네 아버지는 반역의 죄를 뒤집어 쓴 거였단다. 친구라고 믿었던 아비스 크라티에 델로아 공작에게. 나는 한편으로는 네가 이 시골에서 평생을 편안하게 보냈으면 했다. 그렇지만 운명은 널 그렇게 이끌지 않을 것 같구나.

저스틴은 묵묵히 편지를 읽어 내렸다.

네게 마지막으로 이것 하나만 부탁하마. 내가 네게 알려 준 인사말, '하얀 날개의 광영'을 비는 인사말은 크로아 공작가의 인사말이란다. 나는 네가 그 인사말을 하며 네가 크로아 공작가의 사람이란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편지는 거기에서 끝이 났다. 저스틴은 편지를 꽉 쥐고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다만 그뿐이었다.

시간은 흘러 일주일이 지났고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저스틴의 집터가 깨끗이 치워졌고 그 곳에는 처음 보는 무덤이 생겼다. 15년간 그 곳에서 살아왔던 케이의 무덤이었다. 저스틴은 케이의 장례식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방 안에서 편지를 꼭 쥐고 있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저스틴이 나온 것은 케이의 무덤이 생기고 난 다음날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다. 저스틴은 검을 들고 케이의 무덤 앞에 서 있었다.

"할아버지."

대답이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저스틴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나, 떠나기로 했어. 이곳을 떠나 세상으로 나갈 거야. 세상에 나가서, 부모님의 복수도 하고, 할 수 있다면 할아버지의 복수도 할 거야."

비는 계속해서 소년의 얼굴을 때렸다. 하지만 소년의 얼굴은 차갑기만 했다.

소년은 울지 않았다. 다만 빗물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릴 뿐이었다.

"그러니까, 항상 지켜봐 줘."

소년은 검을 뽑아 땅에 박아 넣었다. 비에 몸이 젖는 것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대의 앞날에 하얀 날개의 광영이 함께하길. 잘 있어, 할아버지."

소년은 꿈에서 깨어나듯 일어나 천천히 빗속을 향해 걸어 나갔다. 이제 그곳에는 무덤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

드디어 reload가 끝났습니다.. 이번 개작은 저 역시도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나만의 글을 써나가겠다고 다짐했건만, 왠지 제게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분들께, 그리고 이런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미안하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3화까지 올리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보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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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6 가거도
    작성일
    10.06.27 23:23
    No. 1

    아주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류가 좀...;; 앞서 회에서는 크로아 공작가가 멸망한지 11년이라고 계속 기술되고 있었는데... 이 회에서 갑자기 15년으로 바뀌었네요... 글찮아도.. 아무리 어려서부터 교육받았다 해도.. 11살짜리 c등급 용병은 좀 그랬는데... 이참에 좀 수정을 하시면.. 좀 더 매끄럽지 않을까 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azar
    작성일
    10.07.28 00:36
    No. 2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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