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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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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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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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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05.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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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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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4)

DUMMY

"여기에는 당신과 카인, 둘만 사나요?"

"아뇨. 저희 외에도 여기에 사는 자들은 많습니다. 우선 이 곳의 주인님이신 카이낙사드 님과 그분의 가디언인 저, 그리고 시녀로 일하는 알파 세 자매가 삽니다. 그리고 몬스터들로 구성된 호위대가 있지요. 이 호위대는 이 곳 레어에서 살지는 않지만, 가끔 볼 수는 있을 겁니다."

레미는 저스틴이 들어갈 수 있도록 방문을 열어주었다. 저스틴은 방 안으로 들어가다 말고 레미를 돌아보았다.

"카인은 그렇다 치고, 당신은 누구지요?"

"저 말입니까?"

자신을 가리키는 레미에게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레미는 자신에 대해 물어봐 준 것이 기쁜 듯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카이낙사드 님으로부터 태어난 그분의 가디언, 레밀레아 카이낙사드입니다."

레미는 정중히 문을 닫고 나갔다.

저스틴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사흘씩이나 머물렀던 방이었지만 이렇게 둘러보긴 처음이었다. 드래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 방 한 켠에는 저스틴이 누웠던 침대가 있고, 그 옆에는 편안해 보이는 흔들의자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흔들의자 너머로는 창문이 있었다. 창 밖으로는 새털같이 가벼운 구름이 지나고 있었다. 정말,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상록이 준 편안함. 그리고...

여기, 동굴 속 아니었던가?

드래곤의 레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동굴이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보편적인 상식으로 무장한 사고를 가지고 있던 저스틴이었기에 왠지 황당함을 느꼈다. 그는 창틀을 만져보았다. 창틀은 오랜 세월을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낡은 나무로 되어 있었다. 매일 청소를 한 것인지 매우 깨끗한 창틀은 낡은 나무 특유의 광택으로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스틴은 창을 열어 보았다.

삐익걱, 부드럽게 문 밀리는 소리. 맑은 하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듯한 맑은 하늘.

창 밖에는 노라크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푸르른 여름의 산. 맑은 하늘과 어울려 더욱 푸르른 빛을 자아내는 여름의 노라크 산맥. 잠깐, 여름?

분명 겨울이었는데...여름?

저스틴이 이 곳에 오기 전에는 분명 겨울이었다. 강이 얼어붙는 혹한의 겨울. 그런데 지금 창 밖의 풍경은 여름의 풍경이었다. 그것도 초여름.

저스틴은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여름이 될 때까지 기절해 있었다던가, 아니면 자신이 미쳤다던가.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을지에 대해 침대에 엎어져 한참을 고민하던 저스틴은 갑자기 엄청나게 잠이 옴을 느꼈다. 창 밖을 보니 벌써 밤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낮이었는데, 지금은 밤이라고? 이건 뭐...요지경 같군.

저스틴은 어렸을 적 다임 마을에 왔던 요술쟁이에게서 보았던 요지경을 떠올렸다. 거울 속으로 이상한 풍경들이 휙휙 지나가서 정신이 없었던, 그 이상한 거울.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딱 그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저스틴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저스틴은 자신이 요지경 속으로 빨려들어가 맴을 도는 꿈을 꿨다. 요지경 밖에서는 요술쟁이가 낄낄거리고 있었다. 저스틴은 요술쟁이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요술쟁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요술쟁이가 낄낄거리는 바람에 그의 모자가 벗겨져 요술쟁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요술쟁이는 델로아 공작이었다.


"허억!"

"꺅!"

꿈 속에서 델로아 공작의 얼굴을 본 저스틴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런데, 꺅? 이 방 안에 나 말고 또 있나? 저스틴은 방 안을 둘러보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어색한 빛 역력한 눈 세 쌍과 눈이 마주쳤다.

"헤헤."

그녀들은 저스틴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배시시 웃었다. 저스틴의 자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걸렸다는 것이 무안스러운 듯 했다.

"어, 그러니까...누구세요?"

"저희는 이 곳의 시녀들이에요~"

그녀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녀란 말에 저스틴은 어제 레미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알파 세 자매?"

"맞아요! 우리를 알고 있군요?"

알파 세 자매는 저스틴이 그녀들을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한 듯 합창으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똑같이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보니…"

저스틴은 새삼 그녀들을 다시 살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시녀복도, 가지런히 정리한 긴 금발 머리도, 아름답다기 보단 귀엽다,라고 할 만한 얼굴도, 뾰족한 귀도 모두 똑같았다.

"세쌍둥이?"

"맞아요. 우린 세 쌍둥이지요. 그리고 엘프고요."

"그럼 서로를 어떻게 구분…아!"

세 자매는 정말 닮았다가 아니고 똑같다라고 할 정도로 닮았지만 서로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눈동자의 색. 그녀들의 눈동자는 빨강, 파랑, 초록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맞아요. 우리는 눈동자 색이 다르죠. 저는 알파! 우리 세 쌍둥이 자매의 맏언니랍니다."

"저는 둘째인 베타에요."

"저는 막내, 귀염둥이 세타! 헤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세 자매의 갑작스런 소개에 저스틴은 당황했다. 그러니까…

"어…빨간 눈이 알파, 초록색 눈이 베타, 파란색 눈이 세타인가요? 아니면…"

"빨간 눈을 가진 제가 알파, 여기 파랑색 눈이 베타, 초록색 눈이 세타에요. 당신은 저스틴이지요?"

알파가 나서서 정리를 해 주었다. 저스틴은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자신이 저스틴인 것은 맞으니깐.

"정말 당신이 카이낙사드 님의 제자 맞아요?"

"와, 전 인간은 처음 봐요."

"어쩌다 여기로 오게 됬어요? 카이낙사드 님에게 어떻게 했길래 그분 마음에 든 거에요?"

저스틴은 세 자매의 물음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당황했다. 그녀들의 질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저스틴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참지 못한 저스틴은 그녀들을 정리하기 위해 짧게 소리를 쳤다.

"그만!"

세 자매의 입이 다물어졌다. 저스틴은 그런 세 자매를 보며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소리쳐서 미안해요. 너무 복잡해서 그랬어요. 음… 우선 제가 나이가 어리니 그냥 저스틴이라고 불러주세요. 말씀 놓으셔도 되고요. 다들 저보단 나이가 많으시죠?"

그의 물음에 세 자매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우리 나이가 몇이었지?'하는 물음이 눈빛으로 오간 뒤 알파가 대표로 대답했다.

"180살 정도?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네요. 헤헤."

저스틴은 간신히 엘프가 엄청나게 오래 산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180살…인간이었다면 벌써 무덤 속에 들어가고도 남을 나이었다. 저스틴은 애써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보다 누나네요.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그리고 질문은 한 분당 하나씩만 받을깨요. 이 정도면 되나요?"

세 자매는 잠시 생각하는 듯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순번을 정해 저스틴에게 묻고 싶은 것을 물어봤다. 첫 타자는 알파였다.

"말 놔도 되지? 그럼 내 질문! 어떻게 카이낙사드 님의 제자가 됬어?"

"음…설명하자면 기니깐 단순하게 설명할께요. 전 크로아 가문의 사람이에요."

"크로아?"

"화이트 드래곤 라이네시아의 후손이지요. 그리고 카이낙사드 님이 마음에 들었다고도 했고요."

"아, 라이네시아 님의 후손이었구나. 음, 그럼 그럴 만도 하지."

"그럼 이번엔 제 차례에요. 어쩌다 이 곳까지 오게 된 것이죠?"

두 번째 타자는 베타였다. 그녀는 저스틴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며 물었다.

"얼어붙은 강에서 흘러내려왔어요. 사고였죠."

저스틴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저스틴의 웃음은 자조 섞인 웃음이었다. 나이답지 않은 그의 웃음에 방 안에는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내 차례인가? 나이가 몇이야?"

세타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밝게 웃으며 물었다. 저스틴으로서는 절대 피하고 싶은 주제였으나 분위기가 이러니 피할 수도 없었다. 거기에 알파 세 자매가 '몇 살?'하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으니 피하기 더욱 난감했다. 저스틴은 그 부담스런 시선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15살이요."

"15살?"

엘프는 귀가 큰 만큼 들을 수 있는 청각의 범위도 넓다. 그리고 알파 세 자매 역시 엘프이기에, 저스틴이 아무리 작게 말했다 해도 다 알아들었다. 또 잠시간의 침묵. 앞 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의 이 침묵은 세 자매의 웃음소리로 깨어졌다.

"꺄하하하, 15살? 완전 애기내, 애기."

"어떻게 15살이 이렇게 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확실히 인간은 빨리 크네요."

저스틴의 얼굴이 빨개졌다. 한참 웃고 있는 세 자매를 보자니 정말 왜 그녀들이 여기 있나 싶었다. 잠깐, 정말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런데 여기는 왜 들어오신 거에요?"

세 자매는 웃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들의 특색 있는 눈동자들이 서로서로 깊은 뜻을 교환했다. '왜 왔었지?'

답은 쉽게 나오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답에 담긴 뜻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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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 10.05.18 1,905 5 9쪽
27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7) +2 10.05.18 2,504 8 9쪽
26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6) +1 10.05.18 2,447 7 10쪽
25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5) +2 10.05.14 2,636 7 9쪽
24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4) +2 10.05.10 2,873 7 10쪽
23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3) +2 10.05.06 3,259 7 9쪽
22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2) +6 10.05.03 3,668 7 12쪽
21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1) +6 10.05.03 5,03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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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8) +2 10.04.29 1,736 9 7쪽
18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7) +1 10.04.29 1,793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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