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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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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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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06.1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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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8)

DUMMY

다음날, 아비스는 왕의 기침 의전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5번째이니 아무 때나 가도 상관은 없지만, 그의 몸에 배인 습관은 어쩔 수 없었다.

기침 의전. 이것은 아센 왕국만의 독특한 풍습으로, 왕의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풍습이었다. 기침 의전은 시종장이 왕을 깨우는 것을 시작으로, 아침에 궁정에 있는 모든 귀족들을 왕이 접견하는 것이 기본 내용이다. 이때에 귀족들은 모두 5단계로 나뉘어서 들어가 왕을 접견하게 된다. 처음 시종장이 왕을 깨우게 되면, 시종장과 제 1시종이 오른쪽과 왼쪽에서 왕의 가운을 벗긴다. 그런 후 다시 일상 옷을 입히는데, 이때에도 시종장과 제 1시종이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서 입힌다. 이 때 1번째의 귀족들이 들어와 왕을 접견하게 되는데, 이들은 주로 왕자와 공주, 제 1주방장, 궁정 수석 마법사, 제 1의전관, 궁정 주치의로 구성된다. 그 후 시종장이 왕이 신발 신는 것을 도와준다. 이 때 2번째가 들어오는데, 이들은 주로 궁정의 고위 관리들로 구성된다. 왕이 검을 찰 때에는 3번째, 주로 장군들로 구성된 군사 쪽에 관련된 귀족들이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왕이 왕관을 쓸 때에 4번째가 들어오는데, 이 4번째는 왕과 시종장의 취향에 따라 그날그날 바뀐다. 이 기침 의전에 든다는 것은 귀족들에게 있어서 엄청난 영광이었으며, 그렇기에 귀족들은 왕의 눈치를 보게 된다. 아센 왕국의 왕과 귀족들 간의 사이는 이런 미묘한 줄타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5번째는 모든 귀족들이 들기를 선망하는 단계이다. 5번째에 속하는 귀족은 그 어느 때에 들어와도 상관없으며, 흔히 '뒷방'이라 부르는 왕의 집무실을 통해서 들어가도 됐다. 이 5번째에 속한다는 것은 왕이 존중해준다는 의미였고, 보통 평상시에 5번째는 지명되지 않았다.

아비스가 궁전에 도착했을 때에 궁전의 앞마당은 귀족들의 마차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원래 왕의 기침 의전이라는 것이 귀족들을 많이 모으기도 했지만, 오늘은 유난히 많았다. 델로아 공작이 5번째에 지목되었다는 사실이 어제 귀족들 사이에서 펴졌기 때문이다.

"델로아 공작가의 마차다!"

누군가가 마차에 그려진 눈물 흘리는 천사의 문장을 알아보고 소리를 질렀다. 모두의 눈이 마차의 문으로 쏠렸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

마차를 호위하기 위해 마차 주변에서 호위를 서던 엔젤 기사단이 마차 앞에 2열로 정렬했다. 마차 안에서 집사가 먼저 내리더니 곧 내릴 자신의 주인을 향해 공손히 절을 했다.

델로아 공작은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다. 주변의 귀족들은 모두 그 위풍당당한 대군주(High Lord)에게 절하며 경의를 표했다. 누군가가 멀리서 그 모습을 보았다면, 아센의 왕으로 착각했을 만한 모습이었다. 델로아 공작은 마주 절하여 그들에게 답례를 하고는 궁전으로 발걸음을 때었다. 귀족들은 델로아 공작을 따라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아비스는 궁정으로 들어가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춰 섰다. 그의 앞에는 사람의 눈에 겨우 띌 정도의 빨간 선이 그어져 있었다.

소드 라인(Sword Line).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단순한 빨간 선이었지만, 특정 경우 그 선을 넘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서운 선이다. 이 소드 라인은 국왕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국왕과 그의 친위대를 제외하고 그 누구라도 무기를 지니고 이 선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무기를 가지고 이 선을 통과한다면, 그는 국왕 살해 기도죄로 사형 당하게 된다.

아비스는 엔젤 기사단에게 이곳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그는 선 옆에 서 있는 국왕의 친위대에게 무기를 맡기고 선 안쪽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무기를 맡기지만, 내일은 다를 것이다.

아비스는 왕의 집무실을 통해 왕의 침실로 들어갔다. 왕의 시종이 그가 들어오는 것을 알렸다. 왕은 왕관을 쓰던 중이었다.

"신 아비스 크라티에 델로아가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델로아 공작, 어서 오시게나."

원래 왕을 접견할 때에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나붙기 마련이지만 아비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수식어들을 생략했다. 그 누구도 그런 하찮은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았다. 궁정에 모습을 비추지 않기로 유명한 델로아 공작이 기침 의전에 참석했다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아비스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존 로아 아빌로 아센. 현 아센 왕국의 왕.

그 특유의 유약한 성격 때문에 신하들에게 많이 휘둘리고, 현재는 델로아 공작의 꼭두각시라는 평을 받는 왕.

델로아 공작은 왕에게 아무런 사심이 없었다. 아니,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다만 그의 목표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었다. 아비스는 왕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직까지는 이 연기를 계속할 필요가 있었다.

아비스의 접견을 마지막으로 왕의 기침 의전은 끝이 났다. 왕은 아비스가 기침 의전에 나왔다는 사실이 무척 흡족한 듯 했고 아비스는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귀족들의 파티 초대를 거절하기에 바빴다. 아비스는 궁전을 빠져나와 자신의 저택으로 갔다. 오늘, 그를 따르고 그의 계획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곳으로 모이리라. 그리고 오늘 밤, 계획은 실행되고 이 곳 펠하임은 모든 것이 바뀌리라.


자정, 아비스는 엔젤 기사단을 이끌고 펠하임의 남성문 밖으로 달렸다. 세 시간 쯤 갔을까, 아비스의 눈에 수많은 군사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무기에 숯을 칠해 무기가 반짝이는 것을 막았으며, 깃발을 눕히고 있었다. 아비스가 다가가자 그 군사들의 진영에서 누군가가 말을 몰고 나왔다.

"오셨습니까, 전하."

"델릭."

이제는 엔젤 기사단의 단장이 된 델릭 아세라스가 아비스를 맞으러 나왔다. 아비스는 그와 함께 군사들의 진영으로 갔다. 아비스가 접근하자 군사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기치를 세웠다. 눈물짓는 천사가 깃발 안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아비스는 말을 몰며 자신의 군사들 앞에 섰다. 그들의 눈빛은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제군들! 오늘 우리는 아센 왕국의 역사를 바꿀 것이다! 억울하게 죽어 간 크로아 공작가의 사람들을 기억하라! 진격하라!"

"기억하라!"

아비스의 말에 그의 군대가 펠하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암흑에 묻혀 그 군대는 몇이나 되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마침내 펠하임을 향해 델로아 공작이 칼을 뽑아 든 것이었다.

암흑의 건국 기념일이 시작되었다.

----------------

오늘은 조금 짧네요..사실 오늘 조금 짧은 이유는, 여기서 저스틴의 어린 시절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아아..길다면 길다고 할 수도 있는 거였네요. 흠.. 자축이나 해 볼까 합니다. 오늘 6월 모평을 보며, 정말 앞으로 뭐해먹고 살까 하는 생각도 들구...

양정승씨의 밤하늘의 별을. 이 노래 정말 좋더군요. 좋은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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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8) +2 10.06.10 1,513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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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2) 10.05.20 1,791 5 9쪽
28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 10.05.18 1,905 5 9쪽
27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7) +2 10.05.18 2,504 8 9쪽
26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6) +1 10.05.18 2,447 7 10쪽
25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5) +2 10.05.14 2,636 7 9쪽
24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4) +2 10.05.10 2,873 7 10쪽
23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3) +2 10.05.06 3,259 7 9쪽
22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2) +6 10.05.03 3,66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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