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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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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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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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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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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994

작성
10.05.1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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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

DUMMY

"크우우아?"

용의 계곡의 훌륭한 거주민인 오우거는 어디선가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에 코를 벌렁거렸다. 뭐였더라…아마도 예전에 한 번 맛보았던 고기의 냄새일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맛 좋은 고기. 오우거는 냄새가 나는 방향을 향해 뛰며 그 고기가 뭐였는지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다 보니 문득 생각났다. 어렸을 적에 단 한 번 맛 본, 사람의 고기 맛이었다. 사람의 고기는 오우거들 사이에서도 최상으로 치는 것이었기에, 오우거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다른 놈들에게 빼앗기면 안된다!

오우거가 도착한 곳은 물가였다. 거기에는 뭔가 검은 덩어리 하나가 물에 밀려와 있었다. 오우거는 그 덩어리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 덕분에 직감적으로 그 덩어리가 사람인 줄을 알았다. 다가가서 들어보니 역시 사람이다. 거기에 아직 살아있는 싱싱한 고기인 것 같았다.

평상시 오크들을 마구 패 주고 다니는 착한 일을 하니 하늘이 이런 복을 주는구나, 하고 오우거는 껍질(?)도 벗기지 않은 채 날름 먹으려 했다. 자신의 앞에 한 인영이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금새 꿀꺽했을 것이다.

사람인가? 오우거는 하루에 두 번이나 사람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냅다 몽둥이를 휘둘렀다. 도망치면 골치아파지니 빨리 끝내버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오우거의 의식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털썩

"감히 오우거 따위가…"

오우거가 있던 자리에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덩어리 하나만이 남았다. 오우거가 때리려고 했던 인영은 그 덩어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사람이었다.

검은 머리를 늘여트린 그는 덩어리를 해집기 시작했다. 역시 덩어리는 사람이었다.

"이게 뭐야, 그냥 인간이잖아?"

그의 입에서 실망이 가득 배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째서 보통 인간 주제에 라이네시아의 기운을 지니고 다니는 거지…응?"

그의 눈길이 덩어리인간의 목덜미에서 멈췄다. 덩어리인간의 목덜미에는 하얀빛으로 번쩍이는 드래곤 모양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그는 피식 웃고는 덩어리인간을 짊어졌다.

"이거 꽤나 재미있겠는걸. 한 번 주워다가 놀아 볼까나."

그는 왔던 숲 쪽을 향해 걸었다. 몇 발짝 때는가 싶더니 그는 어느 새 잘 차려진 방 안에 있었다. 그는 덩어리의 껍질을 벗겨 알맹이(?)만을 침대에 던져버렸다.

"그동안 난 하던 거나 마저 해 볼까나~룰루랄라."

방에서 그의 모습이 모래 위에 그려진 그림을 손으로 흩은 것처럼,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방 안에는 그가 오우거의 손에서 구해 온 사람, 저스틴의 숨소리만 남았다.

저스틴이 긴 잠에서 깬 것은 정체 불명의 괴인이 그를 이 방에 갔다 놓은 지 사흘이 지난 후였다. 그가 제일 먼저 본 것은 고풍스럽게 지어진 방이었다.

"여긴…어디지?"

알 턱이 없었다. 저스틴은 몸을 일으키려다 온 몸 구석구석에서 전해오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끼이익

"일어나셨습니까."

그의 비명 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온 모양이었다. 저스틴은 고개만 돌려 방 안에 들어온 사람을 보았다. 자연스럽게 늘여트린 녹색 머리와 빼어난 얼굴. 저스틴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의 모습에 상대는 알겠다는 듯 후후 웃으며 말했다.

"전 남자입니다만."

저스틴의 고개가 돌아갔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아왔다. 그의 얼굴 가득한 불신을 본 상대는 빙긋 웃으며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뭐하면 벗어볼까요?"

저스틴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저스틴을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가 아무런 말이 없자 저스틴은 흘끔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여자라고 해도 믿을 만한 미모, 긴 녹색 머리, 뾰족한 귀…응?

저스틴은 저도 모르게 그의 귀를 가리키며 외쳤다

"당신은 엘프…흐악!"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무리한 동작을 한 대가는 컸다. 저스틴은 바로 몸을 부르르 떨며 침대로 쓰러져버렸다. 그는 저스틴의 이불을 바로잡아주며 말했다.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니 무리한 행동은 삼가세요. 그리고 전 엘프가 아니랍니다."

저스틴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나중에 알려드릴께요. 그리고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건 제가 아니고 제 주인님이세요."

"그분이 누군데요?"

"나다."

문이 벌컥 열리며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그의 검은 머리가 펄럭이며 그를 뒤따랐다. 그 '주인님'은 침대로 다가오더니 저스틴을 묘한 눈빛으로 살펴봤다.

"흐음…"

"뭐, 뭡니까?"

"뭡니까?"

그의 눈쪼리가 셀쭉하게 올라갔다. 그는 순식간에 저스틴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오우거의 한 끼 식사가 될 걸 친히 살려주셨는데, 뭡니까? 그게 생명의 은인에게 할 소리냐? 응?"

저스틴은 그의 우악스런 행동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온 몸이 아우성을 쳤지만 그의 입에서는 작은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주인님'은 그런 그를 잠시 노려보더니 침대에 던져버렸다. 저스틴은 죽을 것 같이 아팠지만, 다음에 이어진 '주인님'의 말에 고통 따위는 싹 잊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꼴에 크로아 공작이라고 참기는. 쯧."

"어,어떻게?"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자신이 크로아 공작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이 사람은, 자신이 크로아 공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계하는 빛이 가득한 저스틴의 눈을 보고 '주인님'은 주먹을 쥐어 올리고 말했다.

"눈 깔어."

저스틴은 저도 모르게 눈을 내렸다. '주인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방을 나서며 옆의 엘프 아닌(?) 남자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놈 치료해서, 식당으로 데리고 와. 적어도 사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배고프겠지."

그가 나간 뒤, 명령을 받은 그 남자는 한숨을 쉬며 두 손을 가볍게 모았다. 저스틴이 '뭐 하는 거지?'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자, 그의 모아진 두 손에서 밝은 빛이 생겨났다. 그 빛은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저스틴에게 뿌려졌다.

"회복 마법을 썼으니 몸을 움직이실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럼 식당으로 가실가요?"

저스틴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약간 저릿하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 치료가 되었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사람을 거의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치료 마법. 이 정도의 고위급 마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 엘프같은 사람은 아주 가볍게, 그것도 시약도 주문도 없이 단순한 손짓만으로 펼쳐냈다. 저스틴이 알기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마법을 쓰기 위해서 시약과 주문을 외우는 것. 이것은 마법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물론 고위 마법사들은 간단한 마법은 그저 주문만으로도 펼칠 수 있다고 하지만, 저렇게 간단한 손짓만으로 고위의 치료 마법을 펼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마법이란 자연의 질서를 시술자가 임의로 비틀어 내는 데에서 시작한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 고유의 마나(Mana)를 가지고 있다. 마법을 쓰는 시술자는 자신의 마나를 이용하여 자연의 질서를 비튼다. 이 때에 시술자가 사용하는 시약, 허브같은 보조재는 자연에 바쳐지는 봉헌물이다. 이 봉헌물을 매개로 자연의 마나가 시전자의 마나와 융합하며 시전자의 의지를 따라 변형되는 것이다. 이렇게 변형 단계를 거진 마나는 시전자가 쓰고자 하는 마법이 될 수 있는 형질에 이른다. 이 형질을 마법으로 변환시키는 것은 에테르(Ether)다. 흔히 생명이 내는 빛이라고 불리우는 에테르는 시전자의 주문에 따라 변형된 마나에 이르러 마나를 마법으로 바꾼다. 각 생명체가 내는 생명의 빛에 따라 마법의 위력이 달라지기에 엘프같은 마법 생명체가 내는 마법이 인간 마법사에 비해 강력한 것이다.

이 에테르는 인간이나 흔히 유사 인종이라 불리우는 엘프, 드워프같은 지성을 지닌 종족들에게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물체에게서 발현된다. 심지어는 시체에게서까지 발현되기에 네크로맨시 마법이 성립되는 것이다. 강력한 마법을 쓰는 몬스터의 대명사인 리치의 경우 음차원적인 에테르가 강력하게 발현되기에 강력한 마법이 시전되는 것이다.

고위의 마법사가 시약의 도움 없이 마법을 쓰는 경우, 자연의 마나와 자신의 마나를 융합하는 과정을 매개 없이 해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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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공작 1화-꿈도 때론 잔혹하다 reload(6) +1 10.05.18 2,447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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