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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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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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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1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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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14)

DUMMY

저스틴은 이반이 갔다 준 음식을 먹고는 침대 위를 뒹굴거렸다. 케이베인의 날을 갈까 하고 꺼내보기도 했지만 케이베인의 날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검날을 바라보았다. 검날 속에서 여러 죽은 사람들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 그가 본 죽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죽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울부짖는 것 같았다. 저스틴은 눈을 때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 산적의 죽음을 본 후 그는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심한 고생을 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구토가 올라왔고, 잠을 자려고 할 때마다 온갖 원혼들이 달라붙어 그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곱씹어서 겨우 이겨냈다. 그래도 그는 피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나 잘 하고 있는 거겠죠?

저스틴은 라이네시아를 움켜줬다. 그 특유의 따스한 기운이 그의 손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들었다. 이제 그 따스함이 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는 라이네시아를 옷 속에 넣고 짐 속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예전 아디아스가 준 그 책이었다.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았지만,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보다는 상당히 많은 진보가 있었다.

똑똑

"저스틴, 뭐 하고 있냐? 와서 저녁 먹지 않고."

문 밖에서 들려오는 테이의 목소리에 저스틴은 책을 짐 속에 넣어두고 문을 열어 주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이래저래 방문자가 많은 날이군.

테이는 들어와서 방 안을 둘러보다가 침대 위에 있는 쟁반에 눈이 멎었다. 저스틴이 설명해주었다.

"이반이 갖다줬어요."

자신들의 고용주가 저스틴을 챙겨주었다는 말에 테이는 놀란 듯 눈썹을 살짝 움찔했다. 그것도 잠시, 그는 제 방인 양 저스틴의 침대에 풀썩 앉아버렸다. 심지어 저스틴더러 와서 앉으라고 손짓까지 했다. 저스틴은 그 뻔뻔함에 피식 웃어버렸다. 그가 다가와 앉자 저스틴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제 괜찮냐?"

그의 말이 무었을 뜻하는 지 아는 저스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는 씁쓸히 웃더니 침대에 아에 드러누워버렸다.

"하~아."

테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저스틴은 그를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침묵이 밤처럼 내려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테이는 더 할 말이 없는 듯 조용히 일어나 방을 나섰다.

"잘 자라."

"테이도요."

밤은 천천히 깊어갔다.

아침에 저스틴은 식당으로 내려왔다. 식당에는 이미 일찍 일어난 상단의 상인들과 용병들로 북적거렸다. 저스틴이 다가오는 것을 본 키야는 그에게 수건을 던졌다. 잠이 덜 깨있던 저스틴은 날아오는 수건을 얼굴로 받고 말았다.

"어머, 미안해 저스틴. 얼굴에 맞을 줄은 몰랐어."

…빵을 입에 넣으면서 아무 어조 없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신빙성이 없답니다. 저스틴은 투덜거리며 수건을 집어들고 키야에게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화장실을 가리켰다. 의미는 간단했다. '씻고 와.' 저스틴은 수건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마친 저스틴은 한결 말끔해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키야는 저스틴의 앞에 놓여 있던 빵접시를 가져가버렸다. 저스틴은 다른 쪽에 있던 스프를 먹으려고 했지만 키야가 그것마저 가져가버렸다. 저스틴은 울상을 지으며 항의했다.

"배고파요, 키야. 키야는 아침 먹었잖아요."

키야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스틴의 빵과 스프를 자신의 앞에 놓으며 말했다.

"하얘."

"예?"

키야의 뜬금없는 말에 저스틴은 당황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얀색이라곤 보이지 않는데, 뭐가 하얗다는 거지? 키야는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

"얼굴. 여자인 나보다 더 하얘. 그래서 안줄거야."

"그게 뭐에요! 전혀 연관성없는 이야기잖아요! 빨랑 줘요."

"억울해. 여자인 나보다 얼굴이 더 하얗다니. 이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는 안줄꺼야."

"…"

저스틴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애초에 하얗게 태어난 걸 어쩌란 말인가! 그 때에 저스틴을 구해 줄 구세주가 나타났다. 그 목적이 저스틴을 도와주려는 건지 놀리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반이 키야의 손에서 접시를 빼앗아 저스틴의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

"그만 하세요. 저스틴 울겠습니다."

이반의 말에 마침 씻고 오던 테이가 머리를 수건으로 박박 문지르며 말했다.

"오오, 그거 재밌겠다. 한번 울어봐, 저스틴."

"내가 왜!"

"재밌을 것 같으니깐."

테이는 계속 저스틴을 놀렸지만 저스틴은 제대로 대응하기보단 식사를 하는 데 주력했다. 이반이 문득 생각난 듯 키야에게 말했다.

"아, 그런데 키야 씨."

"?"

키야는 '왜 불러?'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스틴의 얼굴이 더 하얗다고 질투하지 마세요. 거기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으니깐요."

키야와 테이, 심지어 식사에만 열중하던 저스틴도 그를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아침을 먹던 사람들 중 몇몇도 관심을 보였다. 모두 지난 며칠간 저스틴과 친해진 이들이었다. 모두의 관심이 모이자 이반은 흠흠 하며 뜸을 들였다.

"저스틴, 얼굴 하얀 이유, 뭐냐?"

아리투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의 물음에 뜸을 들이던 이반은 탁자 위를 점령하더니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것은 바로…!"

"바로?"

"바로!"

"바로?"

"바로!"

"빨리 말 못해!"

퍼억

너무 뜸을 들였나. 이반은 아랫배에서 아릿하게 다가오는 고통에 배를 움켜쥐었다. 성질 급한 키야가 의뢰주고 뭐고 주먹부터 날린 것이다. 이반은 눈물 글썽이는 눈빛을 키야에게 보냈지만 키야는 무심한 눈길만을 보낼 뿐이었다. 키야는 슬그머니 주먹을 쥐어올렸다. 이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빨리 말하라는 무언의 압박들. 이반은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뜸들이면 맞아 죽을 것 같아…

"바로…저스틴이 여자였다는 겁니다!"

저스틴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굳어버렸다. 주변 사람들도 상당히 놀라 저스틴과 이반을 번갈아보며 수근거렸다. "정말인가?" "왠지 신빙성있게 들리는데?" "그러게 말이야."…

저스틴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사람들은 그의 반응에 재미있다는 듯 수근거리다가 그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저스틴?"

이반은 저스틴이 우는 줄 알고 그를 흔들었다. 그 때 푹 숙여진 저스틴의 고개에서 음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반."

"응?"

"잘못했죠?"

"으, 응? 아,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그러니까…응?"

이반은 어느 새 고개를 들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저스틴을 보았다. 그의 손에는 나이프가 날카롭게 날이 선 채로 들려 있었다.

"저, 저스틴?"

"잘못했죠?"

저스틴은 나이프를 냅다 던져버렸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일부러 맞추려 하지 않았음인지 이반의 반사신경이 훌륭해서인지 나이프는 이반의 볼을 살짝 스치는 데 그쳤다.

탈그랑.

이반은 나이프를 피하기 위해 고개를 꺽은 상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바람에 이반은 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저스틴의 '아깝다'하는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저, 저스틴! 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죠!"

저스틴은 아무 말 없이 포크를 집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이반은 문 쪽으로 빠르게 내빼며 외쳤다.

"그렇게 화내는 걸 보니, 여자가 맞는 모양이군요! 언젠가 한 번 확인을…후앗!"

쾅!

금세 문에 다가선 이반이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으려던 찰나, 문이 빠른 속도로 안쪽으로 열렸고 이반은 문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이반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감싸안고 주저앉았고 저스틴은 그를 보며 '쌤통이다!'라는 뜻을 가득 담아 혀를 내밀었다. 여기까지는 그들도 웃고 떠들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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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書痴
    작성일
    10.04.20 13:43
    No. 1

    간만에 자연란 들렀다가 잘 읽고 갑니다.
    주인공 나이를 11살로 잡은 건 실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몇 살 늘려서 13~15살 정도로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초반에 보면 이웃의 큰 마을로 혼자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 시대라면 모르지만 과거의 시간대에서는 그 나이에 한 번도 가지 못한 지역을 보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현대처럼 치안이 발달된 시대도 아니고 짐승이나 기타 위험에 대비하기에는 너무 어린나이니까요.
    11살에 혼자서 물건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숙박시설을 찾고 하는 설정은 누가 보더라도 억지스러움이 느껴질 테니까요.
    용병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중세 시대에는 11살의 나이라면 수련기사도 못된 겨우 기사들의 갑옷 손질을 하거나 뒤처리를 하는 시종이 되기도 힘든 나이죠. 그런 아이가 최고 등급과 마찬가지인 A급 용병과 대결해서 C급 용병패를 받아낸다는 건 누가봐도 이상한 설정입니다.
    주인공의 나이를 조금 올림으로서 그러한 점이 어느 정도 커버를 하심이 어떠실지요.
    많은 작가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일단 주인공은 강해야한다, 주인공은 천재다. 남이 보기엔 억지스러운 일도 주인공이 하면 다 성공적이 된다. 주인공이 아니면 누구도 못한다 하는 식의 주인공 띄우기죠.
    소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하는 실수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강하다라면 그에 맞는 설정이 필요합니다. 머리가 좋은 건 둘째치고 남들보다 몇 배는 더하는 노력이라던지 어떤 계기(여기서는 할아버지의 죽음 정도겠죠)로 인한 강해진 정신력과 집중력, 주변에 대한 친화같은 것들이죠.
    무작정 주인공이 했다고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너무 식상한 소설이 되면서 외면받는 소설이 되기 쉽습니다.
    서울대에 수석입학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머리만 뛰어나서 입학했을까요. 그만큼 노력을 했고 공부를 했겠죠. 남들 노는 시간에 책을 한 페이지라도 덜 읽고 공식을 하나라도 더 풀었을테고 또한 자신만의 암기법이나 공부법을 찾아 앞서나갔을 거라는 것이 그 뒷배경에 있는 겁니다.
    소설은 현실에 대한 내면의 반영입니다. 이루어질 수 없거나 이루지못한 것들을 풀어낼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만큼 그 과정에 대한 당위성을 넣어줌으로서 사실성을 부각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준영
    작성일
    10.04.20 22:21
    No. 2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溜水
    작성일
    10.04.21 11:41
    No. 3

    ㅋㅋ 1번님에 동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일박스
    작성일
    10.04.27 08:22
    No. 4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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