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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0
연재수 :
367 회
조회수 :
220,167
추천수 :
6,873
글자수 :
2,009,395

작성
20.06.23 12:00
조회
1,922
추천
36
글자
9쪽

지역대가 11

DUMMY

오하사는 백하사의 1년 선배다.

다시 말해 특부후 서너 기수 고참이다.


더욱 자세히 말하면 같은 하사라도 백하사를 멕이고 가르치고 키운 것이 오하사로, 이 1년 차이 고참 졸병의 군기는 이 계통 안에서 가장 강하다. 백하사는 웬만해서는 오하사 말에 토도 달지 못한다. 백하사는 군장 싸는 법, 청소하는 법부터 턱걸이하는 법까지 모두 오하사에게 배웠다. 출신 지역도 전혀 다르고, 그건 아무 문제도 아니다. 백하사는 오하사와 함께 할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대안도 없다. 결국 서대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지금, 내 군 생활 중 처음으로 내 원칙에 위배되는 말을 해야겠다. 장교로써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난 너희들에게 동등한 인격체로써 진짜 마음을 묻는다. 우리가 다리로 가건 산으로 가건 아군이 진군할 때까지 어느 것이 생존에 유리한가 조건으로 삼는 게 아니다. 산에 올라가도 결국 또 내려올 것이 분명하니까. 안 그래? 다리로 가는 길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내 원칙의 위배는,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이 지역대장 최후명령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이 말하겠는데, 내 가족을 생각해서 결부시키지 마라. 그건 나의 현재 문제가 아니다. 크건 작건 우린 저 남쪽에 뭔가 두고 왔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우린 서로가 믿고 의지해야 하는 처지이지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백하사 오하사 순으로 마음에 있는 말을 해라.”


“저는 중댐과 오하사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아무 것도 안 무섭습니다.”


“중댐!”

“그래 말하라니까.”


“저는.... 이게.... 오기도 아니고 폼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기본 원칙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가진 걸로 다리 폭파 당연히 못합니다. 지역댐 명령도 기억합니다. 그거 보다 기본 원칙을 잊지 말자는 거죠. 교량을 선택한 것은 제 주장도 있었지만, 원래 내려온 명령, 최대한 적 보급과 이동을 지연시킬 방법을 찾아서 하라. 그거였죠. 그 교량은 작전 초기부터 지역대 타격으로 한번 해볼까 하다가 무리라고 생각해서 제외된 것이고요. 그 다리를 어쩌는 것이 적 이동에 큰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은 분명히 맞습니다. 제 의견은 그거예요. 원칙. 적 이동이 주춤할 때마다 전선에서 아군 10명을 살리는 겁니다. 이건 우리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아군의 피해를 줄이는 일입니다. 그러려고 우리가 여기에 온 거 아닙니까? 그러니 7은 명백합니다.”


“내가 잠시 본분을 망각했다.”


“아닙니다. 우리 둘을 배려하려고 그러시는 거잖습니까. 그러나 그게 오히려 우리에게 모욕이라는 생각도 하셔야죠. 어리다고 모든 것이 병신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전 다리로 간다고 꼭 악수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다 거기서 거기죠. 먼저 간 팀원들은 뭐 재수가 없어서, 다리에 가지도 않고 죽었습니까? 중댐 원래 생각대로, 우리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할 바를 하십쇼. 따르겠습니다.”

“.......”


이제 초라하고 너덜한 세 명은 어둠 속에서 연기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남들이 본다면 좆도 없는 놈들의 상식 이하 도원결의로 보일 것이다. 제3자가 본다면, 그래 너희 셋이서 뭘 어쩐다고 잘난 체 하는 것이냐 웃기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300미터 앞으로 나가다 총을 맞아도 결심은 결심이다. 백하사가 북한담배를 꺼낸다. 네 가피가 남아 있었다. 담배를 안 피우는 서대위에게 담배를 내밀었다. 서대위는 받아들였다. 셋은 일단 360도 관측을 돌린 다음 담배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고 성냥을 벗은 모자 속에 넣어 점화했다. 백하사는 남은 담배 하나에도 불을 붙여 땅바닥에 흙을 모아 무덤처럼 만들어 수직으로 꼽았다.


“이건 담당관님이 피우는 겁니다.”


담배에 경례하고 싶었으나 이상해서 참았다. 담배가 담당관이라면 분명이 욕이 날아올 것 같았다. 야이 개새끼들아 어서 다리로 꺼져.


마지막 축제라고 생각하니 기분은 가벼우면서도 미묘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 셋 모두 같다. 모험을 향해 뛰어드는 과감한 결정. 모두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래, 그런 거지. 뭐 있냐. 뭐 있어? 가는 거야. 그럼 가는 거지. 걍 고야.


“솔직하게 말하는데, 난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이 아니라, 끊은 거야.”

“중댐 원래 피우셨어요?”

“휴식 때마다 너희들 보고 반야심경 외웠어.”

“담배하고 욕 빼면 우리 부대 뭐가 있다구요 하하.”


몇 분이 흘렀을까, 이제 담배를 소등해야 될 때가 되었을 때, 오하사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생각해보니... 다리를 폭파할 수도 있어요.”

“뭐라고?”

“있다구요.”

“무슨 말이야!”

“적이 교량에 폭약을 장착해 놓았다...에 한 표 겁니다.”

“......”


동녘에 해 뜰 때 부모님 날 나시고...

철 없는 아이는 철을 찾아 평생을 헤맨다네...


10월의 차가운 강물에 들어간다, 군화 벗고 하의 탈의하고 필요한 물품을 급조도하 형식으로 밀봉해 부유하게 만들어 띄우고 그 위에 총을 걸고, 평영 가위차기로 전진을 시작했다.


세 명이 전투수영하는 물은 상류에서 하류로, 다시 말해 서해로 가는 것으로, 20초에 한번 가위차면 될 정도로 해류를 타고 가는 형태였다. 다만, 물가로 밀릴 때 물의 중심에서 비껴나지 않도록 힘겹게 중간으로 쳐주어야 한다. 어느 시기 쯤 강안을 경계하는 초소 혹은 경계병을 만날 것으로 생각했다. 아직 전선에서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특히나 교량 근처. 서대위는 자신이 거기 교량의 경계를 맡은 지휘관이라고 생각해 적어도 100미터 간격으로 강안에 보초 한두 명 배치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서대위는 중간중간 턱으로 물을 주르륵 주르륵 흘리며 하늘을 본다. 전날 비가 내렸고 이날도 흐렸지만, 월광이 20% 이상이었다. 침투자에게 월광 20%는 두려운 것이다. 무월광에 천둥 번개 비까지 내리면 그건 하느님이 게릴라 편에 선 것. 보초들도 귀는 빗소리에 가리고, 자기 몸이 안 젖으려 숨어들고 움츠리게 된다.


서대위가 보는 하늘은 계속 달이 구름 속으로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도 물의 양이나 깊이나 흐름은 생각보다 강해서, 물소리도 훌륭한 엄폐물인데, 물소리가 강하려면 굴곡이 많아야 한다. 장마 직후 불어난 물이 날카로운 각도 굴곡에 굽이치고 무월광에 비가 내리면 그냥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도 모른다.


옛날 북한 정찰국 해상부대가 간첩을 직접 남파시킬 때, 이런 조건이면, 거기다 해안에 안개까지 끼면 총 거총하고 허리 숙이고 그런 거 안 해도 된다는 거 다 안다. 허리만 아프다. 그냥 힘 빼고 조용히 모래사장을 걸으면 된다.


서대위가 물에 들어가서 느낀 것은 아무리 그래도 저체온증이다. 몸이나 체력도 안 좋은 상태인지라, 저체온증으로 죽는다 어쩐다가 아니라 몸이 굳어버리는 상황이 문제다. 해상훈련에서 가끔 그런 증상의 교육생이 나타나는데, 그러면 그 존나게 씨발 뜨거운 고무보트 위에서 몸 앞뒤 돌리면서 구워준다. 저체온증 자반구이 당하는 입장에서 그 뜨거운 고무보트는 한겨울 아랫목처럼 따스하다. 정말 따뜻하다. 고무보트에 엎어져 절로 미소가 나온다. 그럴 땐 놋대로 갈겨도 웃는다.


서대위는 수영도 좀 했지만 이 부대에 와서 처음으로 물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자칫하면 급류에 휩쓸려 제동도 못하고 다리를 지나칠 수도 있다. 달빛과 저체온 경직. 그게 가장 무섭다. 그러면서 다리 근처에서는 붙잡아야 하기 때문에 피 순환시켜 준비하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서대위 백하사 오하사가 모든 준비를 끝내고 물에 들어갈 때, 서대위는 전투수영 거리가 한 1.8km라고 생각했다. 다리까지 도달 시간은 알 수 없었다. 말은 쉽게 보여도 야밤에 늦가을이면 목숨 걸 정도까지 되기도 한다.


팀이 독수리훈련으로 팔당에서 강을 급조도하로 건넜는데, 그때만 해도 성기에서 항문까지 역류해 들어가고, 물에서 나오고도 몸은 한 시간 넘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sa******
    작성일
    20.08.07 19:17
    No. 1

    춥죠~
    입술은 보라색이 되고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고 손발은 굳어 지는데 ,
    한겨울에 사격연습 하다가 1~2발 빠졌다고 살얼음 동동뜬 행주대교 밑에서 헤엄치는데 바람은 왜 그리 차가운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참좋은아침
    작성일
    22.03.26 19:58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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