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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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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0,531

작성
20.06.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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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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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8쪽

지역대가 13

DUMMY

서대위와 오하사는 갑자기 멀어지는 백하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남은 체력과 힘으로, 강물을 거슬러 순간순간 빠르게 멀어지는 백하사를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앞서 정한 수칙대로라면 작전은 거기서 취소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게다가 총알에 구멍이 뚫렸는지 부유물에 점차 물이 차서 기울어지고 있었다. 백하사는 어둠 속에서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고, 물체는 빠르게 작아지고 식별이 힘들어졌다. 오하사의 부유물 잡은 손이 크게 떨렸다. 울고 있었다. 서대위는 참고 참았다. 그래도 두 명 중에 장교이며 지휘관이기 때문이다.


서대위는 이를 물었다. 사력을 다해 가위차기 하면서 끊어진 자기 줄과 오하사의 줄을 옭매듭으로 묶었다. 서대위는 그걸 하면서 소리 없이 울었다. 물이 얼굴에 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에 이빨만 악물면 아무도 우는지 몰랐을 것이다.


서대위는 이제 자기 팀원이 단 한 명이라는 죄책감이 속에서 받혀 올라온다. 부대에 전입을 와서 이러저러한 거 하면서 적응하다, 인명구조반에서 정말 사람이 물에서 죽는 건 한 순간이란 사실을 알았다.


인명구조반이 아니라도 해상훈련에서 잠깐 아차해서 훈련대원이 사망하는 일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서대위는 알고 있었다. 이 상태로 가다가 어느 순간 몸이 어떤 체력적 늪에 푹 빠지면서 한 순간에 갈 수 있다는 걸. 그때는 설혹 교관 조교가 근처에 있더라도 골로 갈 수 있다는 것.


서대위는 예전에 동해안에서 슈트를 입고 죽은 북한군 정찰조인지 안내조원인지 사진으로 본 일이 있다. 그리고 그 죽는 과정이 순간 그림처럼 스쳐갔다. 과정이 눈에 보인다. 정말 잠깐이다. 할로든 스쿠버든 훈련 당일 자기 컨디션이 정말 신경 써야 한다 . 대대 인명구조반이든 사령부 스쿠버 일반수영 기간이든 일단 죽을 정도로 물을 먹이고 나서 그 정도로 물 먹어도 안 죽는다는 걸 깨닫게 한 다음 본 게임을 가르친다. 인명구조반에서, 영법 잘 나가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조교가 달려들어 위에서 누르면서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죽이고 싶다. 그러면서 조교들은 킥킥거린다.


누르는 조교를 붙들고 허리둘러 깍지 끼고 너도 죽어봐라 초과호흡으로 버티는 교육생도 있다. 주먹으로 까도 안 놓는다.


모여단 출신 대통령도 인명구조반에서 교관에게 개겼던 일화의 의미를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개기는 유일한 길은 괴롭히려 누르는 조교를 잡고 같이 죽자고 몇 길 깊이 수중에서 버티는 것. 그건 작심한 거다. 조교를 이길려면, 다이빙하는 조교의 속셈을 간파하고 긴 숨을 들이마신 다음 조교를 깍지 끼고 늘어지는 것. 숨을 참고 물속에 완전히 들어가 버티는 초과호흡은 인명구조반 기준 1분이 기본이었다. 초과호흡 미달자는 퇴교 대상이다. 입술 사이로 조금씩 물도 먹으면서 버틴다.


영화 실미도의 수중훈련 장면이 초과호흡이란 건 금방 알 수 있다. 대신 영화보다 현실은, 못 참고 나오면 처맞는다. 물론 인명구조나 스쿠버 교육이 아닌 대대 해상훈련 일반수영 기간은,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


언제 어느 때라도 체력적으로 무언가 푹 떨어지는 것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 그건 물을 겪어 본 사람들의 원초적인 불안감이다. 옅은 물도 가볍게 보지 않는다.


앞전의 강안 사격 때문인지 다시 200미터 정도 지났을 때 총성이 울리고 총알들이 날아왔다. 이때는 오하사가 맞았다. 서대위는 오하사 겨드랑이를 잡고 계속 가위차기를 했다. 말은 할 수 없었다.


서대위와 오하사가 도달한 곳은 강의 남안 쪽 교각 아래였다. 오히려 교량 하단이나 근처 뚝방에는 보초가 없었다. 서대위는 오하사를 끌어올려 온갖 것으로 복부를 지혈했다. 그리고 그때 오하사가 웃으며 손가락을 공중으로 지시했다. 서대위는 몸이 굳었다. 다리를 폭파하기 위한 폭약이 장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리는 전술적으로 애매한 존재다. 일찍 날리면 아군이 지장을 받고, 제 때에 날리면 적이 추격에 지장을 받는다. 교량은 차량만 못 지나가게 하면 되고, 요점은, 폭파 시점이다. 서대위는 머리 위 쪽을 보고 꼼짝도 못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폭약을 다뤄본 사람에게 군용폭약 1파운드의 폭력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북한군은 퇴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30시간 후로 돌아왔다.


폭약이 장착되었다고 어느 한 곳만 터트리면 터지는 것이 아니다. 군용폭약의 양(낱개 제조품 개수)과 장착한 부위와 거리에 따라서 뇌관의 삽입 여부가 결정되고, 또한 전기식일 경우 전기회로의 저항(R) 전압(V) 전류(I)의 충분한 용량 여부에 따라 직렬로 묶는지 병렬로 묶는지 직병렬로 혼합하는지 섬세하게 구성해야 한다.


하나의 폭파를 두 개의 격발기로 날리는 일은 드물다. 자칫하면 한쪽이 미묘하게 빨라 터져 다른 쪽 폭약을 우주를 향해 발사시킨다.


모든 군용폭약(한국/서양 1파운드)에 뇌관을 삽입하면 가장 확실하지만, 양이 많이 들어갈 경우 묶어서 하나씩 넣는다. 뇌관이 많아지면 단일 전기식 격발기의 경우 부하가 당연히 늘어난다.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는 [순간 자가발전식] 전기식 점화기는 아예 촉발이 가능한 뇌관의 개수가 정해져 나온다.


그 외에도 교량 같이 여러 군데 폭약을 장착할 경우, 잘못하고 연결을 까먹거나 뇌관을 부족하게 구성하면 일부분만 터지고 폭약이 생물로 공중에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물론 정확히 묶어 꼼짝도 못하게 하면 하나가 터지면서 연쇄폭발도 가능한 것이 폭파의 세계다. 그러므로 폭파의 실력은 정확한 계산과 구성으로 최소 폭약만 사용해 정확히 날리는 것. 주요 부위에 비전기식 뇌관을 (전기식 실패를 대비하여) 이중 장착하는 건 서비스다.


교량을 경제적으로 날리는 구성이 공병이든 특수전폭파든 폭파 교범에 다 들어 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 인공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북한군 공병이 구성한 모양을 보고 서대위가 정확히 어떤 형태인지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특수전학교 과목인 일반폭파에서도 회로구성 기본은 배우나 결국 다 폭파주특기에 맡긴다.


결국 오하사가 손짓으로 지시해주는 대로 했다. 내용물을 급조도하물에서 꺼내 나열하고, 오하사가 지시하는 곳에 뇌관을 장착하고 북한제 전기식 격발기에 연결하고 또한 폭약이 최대 집중되어 묶인 근처에 전기식 불발시 차후책으로 비전기식 뇌관을 꼽고 도화선을 길게 늘였다.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몰랐다. 교량의 경우 특수전폭파보다 공병이 훨씬 더 실력이 나을 가능성이 크다.


그 동안, 컴컴한 가운데 위에서는 차량들이 쉼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속삭였다.


“중댐, 어떻게 여기서 나가요. 누군 뭐 여기서 뒈지고 싶은 줄 알아요? 배때기에...... 총 맞고...... 서지도 못하는데 뭘...... 어떻게 해요. 그렇다고 여기서 이걸로 ...... 자폭이라도 해요?”


“지금까지 될 만해서 한 게 몇 개나 되냐! 군인이니까 했지.”


“3번 동기가 알아서 하슈....”


서대위는 오하사의 눈만 응시했다.


5분 후, 오하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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