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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동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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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0.10.23 22:38
최근연재일 :
2010.10.23 22:38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3,540
추천수 :
276
글자수 :
222,022

작성
10.09.02 22:26
조회
505
추천
7
글자
8쪽

[공포]행복동 아파트(2.마이 스위트 홈)-15

DUMMY

수애는 1505호로 걸어갔다. 수애는 멈칫하고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낯선 그림자가 집 앞에 서 있었다. 나이가 꽤 지긋한 중년부인이었다.

"저, 무슨 일이시죠?"

수애는 중년부인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 중년부인은 회색 중절모에 연보라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단정한 흰색상의와 갈색 치마가 눈에 띄었다. 꽤 멋을 부린 차림새였다. 중년부인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미소였다.

"이 집 주인이신가요?"

"네."

"그 사이 주인이 바뀌었나보군요."

"혹시 이전에 살던 분을 찾아오신 건가요?"

수애는 전주인인 노부부를 떠올리면서 물었다. 어쩌면 먼 친척이나 친구가 아닐까 싶었다. 중년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사실은 저 이곳에 오래전에 살았어요."

"그러세요?"

수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중년부인은 묘한 시선으로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그럼 안에 들어가서 차라도 하시겠어요?"

"미안해서 어쩌죠."

"괜찮아요. 들어오세요."

수애는 현관문을 열었다. 부인의 시선이 수애가 들고 있는 짐으로 향했다. 부인은 수애의 손에서 바구니를 받아들었다.

"어머, 그러실 필요 없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인데 짐이라도 들어야죠."

수애는 부엌에 있는 종이상자에서 급하게 찻잔을 찾았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셨나봐요."

안방에서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안방구석에 있는 종이상자를 본 모양이었다. 수애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네, 좀 어수선하죠?"

"아뇨. 이정도면 양호한 거죠. 처음에 여기 이사 왔을 때가 생각나네요."

수애는 쟁반에 차와 과자를 내왔다. 수애는 부인과 마주 앉았다. 부인은 안방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귀찮아서 며칠간 짐도 풀지 않았어요. 사흘 동안 라면만 끓여먹었죠. 결국 화가 난 남편이 상자를 모두 뜯어버렸어요. 그 바람에 안방이 어질러져서 할 수 없이 내가 정리해야했어요."

부인은 무언가를 회상하는 눈치였다.

"이곳에 살 때는 이곳이 지긋지긋했는데, 이상하네요. 왜 자꾸 그리워지는 지.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예전에 살던 곳을 그리워한다고들 하더군요."

"죽을 때라뇨. 아직 건강하신데요."

부인은 찻잔을 집었다.

"사람의 삶은 무슨 일이 생길 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요."

"전 이 근처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었어요. 집도 이곳이었고요. 한 십년정도 산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남편이 죽고 나서..."

"부군께서 돌아가셨나요?"

수애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죠."

"베란다..."

수애의 시선이 베란다로 향했다. 때마침 베란다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베란다 난간이 보였다.

"남편은 나도 모르는 비밀을 갖고 있었어요. 그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중압감이 남편을 죽게 한 거예요."

부인은 씁쓸한 표정으로 베란다를 바라보았다.

"난 남편을 도와주려고 했죠.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그리고 아이들도...."

"아이들이오?"

"네, 제가 지도했던 학생들이오. 제가 맡고 있던 반 학생이 두 명이나 죽었어요. 그 애들도 모두 베란다와 옥상에서 뛰어내렸죠."

"세상에."

수애는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아마 새댁도 알고 있을 거예요. 이 행복 2단지에서 여고생들이 자살했다고."

"네."

"그 애들이 제가 가르치던 학생들이었어요. 난 그 애들을 도우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죠."

"그건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죠."

수애가 부인의 손을 잡았다. 어떻게든 부인을 위로하고 싶었다.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 잘못이에요. 전 아무도 구하지 못했어요. 아무도요."

부인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수애씨도 곧 알게 될 거에요. 수애 씨가 저보다 더 운이 좋길 바라요."

부인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이만 가봐야겠네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되었네.

차 잘 마셨어요."

부인은 현관으로 걸어갔다.

"마중은 나올 필요 없어요."

"그래도..."

수애가 부인을 따라 일어서자 부인은 손사래를 쳤다. 탁. 부인은 수애의 코앞에서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수애는 서둘러 현관문을 열었다.

"저..."

아무도 없었다. 수애는 복도를 좌우로 둘러보았다. 없었다. 부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방금 전 현관을 나섰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걸까?"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에 엘리베이터를 탔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거야."

수애는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부인의 모습이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졌을 리가 없었다. 수애는 문을 닫고 돌아섰다. 수애는 부인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하얀 종잇조각을 발견했다. 수애는 종잇조각을 주워 올렸다.

"이주희."

명함이었다. 이름 밑에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아까 그 중년부인의 것인 모양이었다. 수애는 명함을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갑자기 수애의 가슴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수애는 부인이 이곳을 나가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애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내가, 내 이름을 말했었나?"

그렇지 않고서야 부인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아닌가.

"내가 이름을 말했던 거야. 그랬던 거야."

수애는 자신을 납득시키려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사 온 첫날이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날 리도 없고, 그래서도 안됬다. 수애는 부엌으로 걸어가 짐 꾸러미를 풀었다. 진호가 좋아하는 해물찌개를 끓일 생각이었다. 수애는 커다란 냄비에 콩나물과 해물세트의 해물을 넣고 끓였다. 얼큰한 냄새가 코에 어른거렸다. 수애는 국자로 국물을 떠서 간을 보았다.

"맛있어. 이제 진호 씨만 오면 돼."


늦은 오후. 해물찌개는 식탁위에서 차갑게 식고 있었다. 그날도 남편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수애는 어제처럼 소파에서 잠들었다.


뚜벅뚜벅뚜벅. 밖에서 규칙적인 걸음소리가 들렸다. 수애는 문을 열고 나와 보았다. 사람들이었다. 일련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서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저기요. 어디로 걸어가는 거죠?"

수애는 맨 뒤에 서 있던 사람을 잡고 물었다. 보라색 원피스에 붉은 핸드백을 한 여자였다. 여자는 창백한 얼굴로 수애를 돌아보았다.

"그곳으로요."

"그곳이라뇨? 그곳이 어딘데요?"

"그곳에 가야해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수애씨? 수애씨 맞죠?"

죽 늘어선 줄 속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낮에 온 그 중년부인이었다.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여긴 수애 씨가 올 장소가 아니에요. 아니, 수애 씨는 우리를 보면 안돼요. 어서, 어서 집에 돌아가요."

"다들 어디 가는 거예요? 네?"

수애는 중년부인을 잡고 다급하게 외쳤다.

"수애 씨, 집에 돌아가요. 그리고 창고로 쓰는 방의 벽장을 열어보세요. 벽장 바닥 장판을 들춰봐요. 거기 내가 남긴 것이 있을 거예요. 알았죠?"

중년부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수애를 밀었다.

"돌아가요."

중년부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나도 단호한 목소리에 수애는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갔다. 수애는 부인의 말대로 작은 방으로 가서 벽장문을 열었다. 막 수애가 바닥장판을 뒤집는 순간,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콰과쾅."

수애는 번쩍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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