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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동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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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0.10.23 22:38
최근연재일 :
2010.10.23 22:38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3,488
추천수 :
276
글자수 :
222,022

작성
10.08.25 20:01
조회
2,432
추천
8
글자
6쪽

[공포]행복동 아파트(1.추락하는 사람들)-1

DUMMY

1.추락하는 사람들


또각또각. 굽 높은 하이힐이 일정한 소리로 바닥을 울려대고 있었다. 연지는 얼굴을 찡그리고 계단 쪽에 면한 벽에서 몸을 돌렸다.

그 나이 또래가 그렇듯 연지는 잠이 많은 편이었다. 다만 좀 심할 정도여서 가만히 앉아있거나 눕기만 해도 잠에 빠져들어서, 주위로부터 혹시 기면증이 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책을 듣기도 했다.

하여튼 곧 수험생이 되는 연지에게는 잠이라는 것은 아무리 자도 모자라기 마련이었다. 더더구나 학교에서 학원으로 건너뛰는 시간사이에서 자는 잠이라 더욱 꿀맛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짬짬이 자는 잠마저도 요새 들어 방해받고 있었다.

계단 쪽에서는 여전히 소음이 계속되고 있었다. 여자들의 하이힐소리에 이어 남자들의 구둣발소리가 들려왔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인 듯했다. 뭐가 좋은지 그 사람들은 큰소리로 떠들며 웃어대고 있었다.

'좀 조용히 하지.'

연지는 짜증 섞인 불평을 하면서 이불을 몸에 돌돌 말았다.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썼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귀가에 파고들었다.

"그때도 아마 비가 오는 날이었죠?"

"내가 큰소리로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 눈이 잊히지 않아요. 둑 위에서 나를 바라보던 눈들."

"그래서 아직도 떠나지 않고 이 근처를 맴도시는 건가요?"

"그래요. 그자들...그자들이 이곳에 있어요. 반드시 찾아낼 거예요."

"그런데 학생은 왜 여기 올라온 거예요?"

"아파서요. 너무 아파서..."

전혀 내용을 알 수 없는 말들이었다. 그 다음순간 콰과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지는 번쩍 눈을 떴다. 식은땀이 이불을 축축이 적시고 있었다. 연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야?"

며칠째 소음이 계속되고 있었다. 낡은 엘리베이터 탓이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너무 컸다. 철제문이 닫힐 때 나는 그 금속음이라니, 정말 소름이 끼쳤다. 바로 엘리베이터 근처에 집이 있는 연지네 가족은 관리실에 몇 번이고 항의를 했지만, 늘 같은 말만 들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퉁명스럽게 몇 마디 덧붙였다. 다른 집들은 다들 항의를 하지 않는데, 왜 연지네 집만 항의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연지는 투덜거리면서 학원 가방을 챙겼다. 가방을 챙기던 연지의 눈이 책상으로 향했다. 굳이 책상에서 이상한 점이 느껴진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연지의 눈에 들어온 책상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이상하다. 내가 정리했나?'

평소 연지의 성격으로는 책상을 정돈할리 없었다. 정리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연지는 되는대로 참고서와 교과서를 책상에 쌓아놓곤 했다. 연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재빨리 학원 가방을 들고 나갔다.

현관문을 잠그고 돌아서는데 다시 한 번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지는 신경질적으로 홱 돌아보았다. 그때, 복도너머에서 어떤 형체가 빠른 속도로 아래를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길쭉하고 매끈한 형체의 그것은 처음에는 물고기 같았다. 마치 강물을 역행해서 튀어 오르는 물고기처럼, 그것은 풍성한 지느러미를 하느작거리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느러미의 부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몸은 빠르게 가라앉고 있었다. 아니다, 그것은 지느러미가 아니다.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복도의 희미한 백열등 불빛에 살아있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이 연지를 보고 빙긋 웃었다.

그제야 연지는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20대 초반의 젊디 젋은 여자였다. 여자의 옷자락이 날이 선 것처럼 일직선으로 펄럭였다. 화장기 적은 얼굴은 어린아이의 것처럼 해맑았다. 커다란 두 눈과 오똑한 콧날이며 붉은 입술의 이 여인은, 길에서 마주치면 한 번쯤 돌아보며 선망의 눈길을 보낼만한 그런 여자였다.

여자는 빠른 속도로 연지에게서 멀어져갔다. 연지는 자신도 모르게 여자를 향해 달려가며 손을 뻗었다. 그렇게만 하면 여자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야속하게도 연지의 손은 헛손질을 하며 허공을 움켜쥐었다. 여자의 옷 끝에도 닿지 못했다.

그 순간 여자의 눈은 형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여자는 비명도 없이 땅에 추락했다. 쿵, 파삭. 둔탁한 소음이 사방에 흩날렸다. 붉은 피가 천천히 여자의 윤곽선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연지는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현실감이 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여자는 그저 작은 인형 같았다. 머리가 부서진 미미인형.

연지는 여자의 웃음을 떠올렸다. 그 웃음은 비웃음이었다.

다음순간 연지는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사람이 떨어졌다, 사람이 떨어졌어! 사람들은 저마다 부르짖으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연지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연지는 서서히 정신을 놓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연지는 복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장에 매달린 센서등이 깜짝이고 있었다.

'그거 비웃음이었지? 그런데 왜? 무엇을?'

연지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자신을 비웃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좀처럼 멈춰지지 않았다. 센서등이 깜빡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안됐어. 아무래도 꺼질 것 같아. 더 버틸 수 없겠는 걸.'

그 순간 불이 꺼졌다.


연지는 집안에서 눈을 떴다. 경찰이 몇 가지를 묻고 연지에게서 돌아섰다. 그날 밤 지겨운 학원에는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잠들 수 없었다. 밤새 내내 연지는 엘리베이터의 문 닫히는 소음을 들으면서 깼다.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 때에는 여지없이 그 여자가 나타나 해맑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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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조아라에 올렸던 글입니다. 행복동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주제로 담았습니다. 총 3부의 옴니버스 형식의 글입니다.

1부.추락하는 사람들

2부.마이 스위트 홈

3부. 푸른 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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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36 10.10.18 448 6 14쪽
35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35 10.10.18 328 7 9쪽
34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34 +1 10.10.17 535 9 10쪽
33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33 10.10.17 37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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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30 +2 10.10.09 429 7 10쪽
29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29 10.10.09 433 6 12쪽
28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28 +3 10.10.09 453 6 14쪽
27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27 10.10.09 482 7 12쪽
26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26 +2 10.10.07 516 7 10쪽
25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25 +3 10.10.07 480 7 12쪽
24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24 10.10.07 503 4 8쪽
23 [공포]행복동 아파트(2.푸른 수면)-23 +3 10.10.05 538 6 12쪽
22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22 10.10.05 563 6 12쪽
21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21 +2 10.10.04 511 5 13쪽
20 [공포]행복동 아파트(3.푸른 수면)-20 +3 10.10.02 614 6 6쪽
19 [공포]행복동 아파트(2.마이 스위트 홈)-19 10.10.01 603 6 13쪽
18 [공포]행복동 아파트(2.마이 스위트 홈)-18 10.10.01 628 6 14쪽
17 [공포]행복동 아파트(2.마이 스위트 홈)-17 10.09.02 534 6 11쪽
16 [공포]행복동 아파트(2.마이 스위트 홈)-16 10.09.02 504 6 12쪽
15 [공포]행복동 아파트(2.마이 스위트 홈)-15 10.09.02 505 7 8쪽
14 [공포]행복동 아파트(2.마이 스위트 홈)-14 10.09.01 56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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