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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동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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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0.10.23 22:38
최근연재일 :
2010.10.23 22:38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3,512
추천수 :
276
글자수 :
222,022

작성
10.08.3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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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추천
6
글자
8쪽

[공포]행복동 아파트(1.추락하는 사람들)-7

DUMMY

"그년이, 그년이 데려간 거야. 그년이."

노인은 울면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막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되어서였다. 이 일대의 땅을 갖고 있는 지주집안이 있었다. 노인은 그 집안의 삼남매 중 유일한 아들로 태어났다. 셋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자신들도 땅을 나누어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인의 부친이 술집 작부를 첩으로 삼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첩은 딸을 낳고 죽어버렸고, 부친은 그 막내딸을 다른 자식들보다 애지중지했다고 한다. 부친이 세상을 떠났을 때, 부친은 이 일대의 땅을 그 막내딸에게 모두 물려준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세 사람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어."

노인은 술을 몇 잔 걸친 탓에 눈이 풀려 있었다. 평상시에는 발목이 잠길 정도로 얕았던 실개울이 무서울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세 사람은 그 아이를 둑 위로 불러냈다. 아이는 잠을 자다가 불려나온 탓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단지 여자아이의 등을 살짝 미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아이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물속에 빠져버렸다.

'살려주세요!'

아이가 소리치면서 팔을 뻗었지만 세 사람은 구해줄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세 사람은 아이가 물에 휩쓸려 완전히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난후에야 자리를 떴다. 아이의 시신은 며칠 후에 발견되었고, 세 사람은 땅을 나누어가졌다. 얼마 후에는 개발이 되는 덕분에 세 사람은 큰돈을 만질 수가 있었다.

노인은 그 돈으로 사업을 했다가 모두 날려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의 큰누이는 얼마 후에 목을 매어 죽고 말았다. 큰돈을 만진 남편이 전 재산을 들고 정부와 도망가 버린 바람에 일어난 일이었다. 작은 누이도 인생이 평탄치는 않았다. 조카들은 누이를 모시지도 않으면서 돈만 차지하고 달랑 20평짜리 아파트에 누이를 처박아두었다. 누이는 이곳에 사는 걸 그토록 두려워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누이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겁에 질려 있었다.

"그년이 오고 있어. 어떻게 해, 오빠."

"무슨 소리여? 차근차근 말해보라니까."

"그 사람들이 오고 있다고. 매일 밤 그 소리가 들려."

누이는 울면서 이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절대로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노인이 술을 마시며 흐느꼈다.

"점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얘기 안했지? 익사했다는구먼. 그게 믿어져? 14층에서 익사했다는 게? 그것도 안방한가운데에서?"

주희는 비틀거리면서 노인에게서 물러났다. 주희는 서둘러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어디선가 생선 썩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여름날 막힌 수챗구멍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했다. 주희는 헛구역질을 했다. 눈물이 눈에서 흘러내렸다. 주희는 집에 오자마자 남편의 가방과 서랍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주희는 남편의 서랍에서 두꺼운 파일을 발견했다. 파일에는 신문에서 오려낸 기사가 정리되어 있었다.

주희는 앞장부터 넘겨보기 시작했다.

'새로 짓고 있는 행복동 행복2단지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행복동 개발 소식. 집값이 또한번 들썩여...'

모두 행복동의 행복 2단지 아파트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주희는 입에 손을 가져갔다. 남편과 낯선 여자가 나란히 서있는 사진이 주희의 오른손에 들려 있었다. 사진 속의 남편은 매우 젊고 활달해보였다. 달칵. 현관문이 열렸다. 남편이 현관에 들어섰다. 몹시 야위고 핼쑥한 얼굴이었다.

"당신, 그거 다본 거야?"

"이, 이게 뭐야? 옛날 애인이야?"

남편은 안방으로 들어왔다.

"그래. 나보다 스물은 더 많은 여자였는데, 돈이 꽤 많아 보이더군. 그 여자하고 사귄 것은 그래서였어. 그런데, 생각보다 돈이 별로 없더군. 그걸 알자마자 헤어지기로 했지. 그냥 젊은 날에 한 실수였을 뿐이야."

남편은 겉옷을 옷장에서 꺼내 챙겼다.

"만약 그 여자가 나한테 매달리지만 않았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야."

"서, 설마, 당신, 여기로 불러내 죽인 거예요?"

주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남편은 쓴웃음을 지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여자가 자꾸 매달려서 화가 나서 밀쳤는데 죽어 버린 거야. 너무 겁이 났어. 난 달아나고 말았지. 여자하고 나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현장도 제대로 치우지 않았으니, 금방 잡히리라고 생각했어.

경찰이 와서 나를 데려갈 날만 기다렸지.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고. 내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때조차도 아무 일이 없더군.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도 아무도 날 잡아가는 사람이 없었지.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이 아파트를 시공한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니까 뇌물을 줘서 그냥 덮어버린 것 같더군. 그 시절만 해도 그런 게 가능한 시대였으니까. 난 기다리고 기다렸어. 여기서 살 용기까지 생기더군.

그래도 아무 일이 없었어. 그런데, 이 년 전부터 소문이 돌더군. 아파트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그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소문이 떠돌더군. 그래도 아무도 날 범인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어.

그런데, 당신이 계속 소음이 들린다고 말하는 거야.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정말 당신 그날 나한테 한말 생각 안 나는 거야?"

주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날 당신은 너무 소름끼치게 닮았더군. 당신은 그 여자의 목소리로 말했어. 날 데리러 오겠다고. 훗. 그런데 막상 데려가겠다니까 무섭더군. 후훗. 참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해. 죽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도망까지 치고 말이야."

"왜 돌아왔어요?"

주희는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그들 틈에 끼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

남편은 그렇게 말하고 집을 나섰다. 주희는 남편이 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처음에 느꼈던 배신감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연지는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소파로 걸어갔다. 연지가 나타나자 거실 한구석에 있던 두 사람의 그림자가 버둥거렸다. 연지는 쟁반을 내려놓고 두사람의 재갈을 잠시 풀어주었다.

"연지야, 이게 무슨 짓이니? 당장 못 풀어?"

"아빠하고 얘기 좀 하자, 너 대체 왜 이러니?"

"조용히 해. 두 사람이 이러니까 내가 묶어두는 거야."

연지는 강제로 두 사람의 입에 음식을 넣었다.

"그러게 왜 내 이야기를 안 믿은 거야?"

연지는 다시 두 사람에게 재갈을 물렸다. 구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착하기만 하던 딸이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구영과 준철이 연지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건 사흘 전이었다.


"뭐라고? 너 지금 제정신이니?"

준철은 기가막힌 얼굴로 물었다. 연지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두사람은 연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연지의 말로는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반아이들과 함께 급우를 괴롭혔다고 했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어차피 몇 달 뒤면 졸업이었어. 그냥 잠깐 괴롭히는 거라고만 생각했어."

연지는 화가 난 듯이 거칠게 말했다. 하지만 연지의 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주도한 것도 아니고, 죽기를 바란 것도 아니야. 모든 건 그걸 시작한 재영이와 병신같이 죽어버린 현아 탓이라구!"

연지는 빽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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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공포]행복동 아파트(1.추락하는 사람들)-6 10.08.26 503 7 12쪽
5 [공포]행복동 아파트(1.추락하는 사람들)-5 10.08.26 464 5 10쪽
4 [공포]행복동 아파트(1.추락하는 사람들)-4 +2 10.08.26 529 5 9쪽
3 [공포]행복동 아파트(1.추락하는 사람들)-3 10.08.25 649 6 12쪽
2 [공포]행복동 아파트(1.추락하는 사람들)-2 +2 10.08.25 804 9 15쪽
1 [공포]행복동 아파트(1.추락하는 사람들)-1 +6 10.08.25 2,435 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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