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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남궁 공자가 그걸 어찌 아시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12 23:20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489,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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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8,273

작성
23.05.2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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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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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글자
12쪽

참 희한하구나

DUMMY

남궁세가 장원의 정문에 다수의 인파가 북적거렸다.

그들이 보고 있는 건 가주 남궁천과 그의 수행원들.

오늘은 남궁천이 강남정파연합의 본부로 출발하는 날이었다.

남궁천은 배웅 나온 세가 사람들을 돌아보며 허허 웃었다.


“악양으로 다녀오는 데에 보름이면 차고도 남을 텐데 뭐가 그리 저어된다고 이리들 나왔는가. 돌아가서 일들 보게.”


“알겠습니다, 가주님. 무탈히 다녀오십시오!”


식솔들은 볼일 보라는 남궁천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도 끝끝내 해산하지 않았다.

덕분에 남궁호는 그나마 세가에서 자신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과 대화 나눌 시간이 있었다.


“황 위사님 근무 시간에 가게 돼서 다행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자님,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건강뿐이겠어요? 황 위사님이 깜짝 놀랄 만큼 발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남궁호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이에 황석일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보름 남짓한 시간동안 놀랄만한 성취를 얻겠다는 말이 농담으로 들릴 법도 했지만, 지금까지 남궁호가 보여준 게 있지 않았는가.


‘남궁호 공자님이라면 분명 그 사이에도 괄목할 결과를 가져오시겠지.’


황석일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이미 남궁호를 깊이 믿고 있었다.

둘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오경문이 다가왔다.


“아이고, 천재공자님! 보름 동안이나 못 뵌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요, 흑흑!”


녀석은 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척을 하며 말했다.

이에 남궁호는 오경문의 손을 잡아서 끌어내렸다.


“손 내려 봐.”


소매 뒤에 가려진 오경문의 입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보름밖에 안 나가신다는 게 슬프다는 말이었습니다, 헤헤. 넉넉하게 달포 정도는 놀다 오시면 공자님도 좋고, 저도 좋잖습니까. 동정호에 간 김에 기녀 앵앵이도 만나고 오시고요.”


남궁호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없다고 쭉 놀 수 있을 줄 알아? 여기 그동안 네가 할 일을 적어놨으니까 확실하게 처리해놔. 알겠지?”


“엑! 휴가라도 생긴 줄 알고 좋아했는데 이렇게 일감을 던져주고 가시는 게 어딨슴까....”


오경문은 이번엔 정말로 울상을 지었다.


“진짜 중요한 일이니까 꼭 좀 부탁할게. 너만 믿고 내가 안심하고 세가에서 떠나는 거야.”


“흐흣,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뭐.... 이 오경문이가 실력 발휘 해보겠습니다.”


금세 기분이 좋아진 오경문.

녀석은 생각보다 다루기 쉬운 인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남궁호에게 인사한 건 황소아와 황준.

두 아이들은 다른 어른들의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남궁호를 향해 달려왔다.


“공자님, 다녀오세요!”

“형아 빨리 와야 해!”


이에 남궁호는 그들을 한 손에 한 명씩 동시에 안아 번쩍 들어주었다.


“그래, 잘 지내고 있어. 아버지 말씀 잘 듣고.”


남궁호가 황석일을 위한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음에도 황석일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오늘 또 애들이 놀아달라고 달라붙을 게 눈에 훤했으니까.

이렇게 네 사람의 배웅을 받은 남궁호는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가 다시 뒤를 돌아봤다.


‘저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한테 신경을 써주는 건 고작 넷뿐이구나.’


남궁호는 쓰게 웃었다.

어머니인 팽유진은 아직도 남궁태를 끼고돌고 있었다.

남궁호의 변화를 아직까지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결국엔 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될 거야.’


남궁호는 팽유진과 남궁태를 힐끗 본 뒤 마차에 올라탔다.

그 시선을 느낀 남궁태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남궁호의 비무 순서가 나보다 뒤였으면 내가 무광선사의 눈에 띄어서 지도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저 반푼이는 재수도 좋네.”


건방진 소리였지만, 정말로 남궁호가 부지런히 실력을 키우지 않았다면 일어났을 일이었다.

남궁태의 무재는 정말 뛰어났으니까.

때문에 세가에서 개차반처럼 구는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었다.

가주 남궁천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력이었기 때문.

철검대 또한 남궁태가 차기 가주가 되길 바라는 세가 내 무력기관이었다.

철검대주 남궁휘는 툴툴거리는 남궁태에게 은밀히 말했다.


“공자님, 이번 일은 남궁호 공자에게 호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휘 숙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버지랑 같이 다니면 그만큼 신임을 받을 텐데.”


“후후, 하지만 가주님과 함께 자리를 비운 것이지 않습니까. 심지어 중급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말이죠.”


남궁휘는 어느새 출발하여 남궁세가에서 멀어지고 있는 마차를 보았다.

비릿한 미소와 함께.


“공자님도 아시다시피 세가의 중급 교육부터는 초기에 개념을 제대로 잡는 게 중요합니다. 보름이면 중급 과정 교관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일 테니....”


“아아.... 알겠어요. 저 반푼이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훼방을 놓으라는 얘기죠?”


“하하, 훼방이라기보다는 눈높이에 맞는 자리를 찾아주자는 이야깁니다. 하하하!”


남궁휘의 말에 남궁태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히히 웃었다.

안 그래도 자신보다 아래라고 깔보던 남궁호가 어느 순간 세가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게 아니꼬웠다.

남궁휘가 말한 대로 남궁호의 무공 수업에 차질이 생긴다면 예전처럼 남궁세가의 반푼이가 될 것 같았다.


“흐흐, 남궁호가 돌아와서 당황할 걸 생각하니 벌써 속이 다 시원하네요.”


두 사람은 어떻게 하면 남궁호에게 최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을지 작당 모의했다.

그 꼴을 지켜보고 있는 팽유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제 형을 끌어내리려 고심할 시간에 노력을 해야지.... 내가 너무 무슨 수를 쓰든 성과를 내라고만 가르쳤나? 어느 자식 하나 뜻대로 되는 녀석이 없구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막내.

집안에서 기대하던 대로 무공 자질까지 뛰어났기에 애지중지 키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엇나가는 듯한 행동들을 하기 시작하니 팽유진으로선 속이 답답했다.


‘도통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팽유진은 남궁태와 이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남궁호를 번갈아 보았다.


* * *


안휘성 근처의 산길.

수풀이 우거진 곳에 어울리지 않는 금속성이 들려왔다.


-절그럭, 절그럭!


병장기 부딪히는 것도 아니고, 농기구 흔들리는 소리도 아니었다.

괴음을 내고 있는 것은 여러 대의 마차 옆에서 달리고 있는 남궁호였다.


“후, 후, 씁, 씁!”


남궁호는 일정한 호흡을 유지하면서 부지런히 뛰었다.

구보가 이어진 지 상당히 된 듯, 그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남궁호의 보폭에 맞춰 마차를 몰고 있는 마부는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공자님! 이제 그만 마차에 타시지요!”


하지만 단칼에 거절하는 남궁호.


“아뇨, 이럴 때 경공 수련을 해놔야죠. 만약 저 때문에 늦어지게 되면 그때 마차에 오르겠습니다.”


“에구구.... 이것 참....”


남궁호는 지금 그냥 달리는 게 아니라 경공술을 펼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뜀박질처럼 보이는 까닭은 온몸에 쇳덩이를 달고 있었기 때문.

덕분에 허벅지는 불타는 것 같고 폐가 끊어지는 듯 힘들었다.


‘아, 수련도구 장력을 좀 약하게 잡을 걸 그랬나?’


남궁호가 황석일과 함께 개발한 도구는 몸 곳곳에 무게를 달 뿐만 아니라, 용수철 따위로 근육의 힘을 더 쓰게 만들었다.

게다가 움직일 때마다 수련도구에 달린 돌기가 살을 쿡쿡 자극했다.

이는 활철신법의 이치에 근거하여 만들어져 신체에 공력이 스며들도록 유도해주었다.

남궁호는 수련도구를 착용한 상태로 경공을 펼치며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다.


‘무림영웅에서도 먼 거리 이동할 때 내공이 다 떨어질 때까지 경공 돌리는 게 국룰이었지. 내가 알고 있는 대로 성장하려면 캐릭터 굴리던 것 이상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해.’


이제 노력 뒤에 오는 달콤함을 알게 된 남궁호였다.

그렇기에 당장 고됨에 입에서 단내가 날지라도 온 힘을 다해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마차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검왕 남궁천은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한때 저렇게 열정적으로 나를 몰아붙인 적이 있었지. 계속해서 쉼 없이 전진만 하는 게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저런 시기도 겪어봐야 하는 법이야. 잘하고 있구나.’


남궁천의 눈엔 남궁호의 열의가 참 좋게 보였다.

그 마음은 이동하는 중에 휴식시간에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호아야. 어디 그동안 배운 가문의 무공들을 시연해 보거라. 내 한번 교정할 부분이 있는지 봐줄 터이니.”


“넵, 감사합니다!”


남궁호는 남궁천의 호의를 사양하지 않았다.

이런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그가 타고 있는 마차 옆에서 뛴 이유도 있었다.

검왕 정도의 고수가 성심성의껏 무공을 가르쳐준다면 얻을 수 있는 게 정말 많았으니까.


“그럼, 삼재검법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검왕에게 무공을 선보인다고 하면 들떠서 가장 화려해 보이는 것부터 뽐낼 법도 한데, 남궁호는 제일 기초 검공부터 꺼냈다.

이 또한 검왕의 성정을 잘 알고 있기에 선택한 것이었다.

검왕은 기본의 중요성을 몹시 강조하는 사람이었으므로 남궁호의 자세를 꼼꼼히 봐주었다.

남궁호도 기술창을 사용해 자동으로 펼치는 초식이 아닌, 자신이 갈고닦은 동작을 꺼냈다.


‘기술창을 쓰면 정확한 초식을 썼다고 칭찬은 듣겠지만 아버지에게 지금 내게 필요한 가르침을 받을 수 없어. 저절로 펼쳐지는 초식으로 장기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잖아? 지금 내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으려는 거지.’


검왕의 조언을 효율적으로 듣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는 부단히 연습을 반복한 덕분에 중급 교육을 받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모든 초식을 외웠다.

이는 대단한 노력이 있기도 했지만, 남궁호의 오성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검객 중 제일이라는 그 검왕이 진지하게 봐줄 정도로 초식에 담긴 무리까지 어느 정도 흡수했으니까.


“음, 벌써 천풍검법을 넘어 대연검법까지 배운 게냐? 교관들이 너 때문에 교육과정을 다시 잡느라 바빠졌다더니 그게 사실이었구나.”


검왕의 입에서 칭찬부터 나왔다.

창궁무애검법의 초식을 단번에 받아들일 때부터 알아봤지만, 남궁호는 천재라고 불러도 부족할 게 없었다.


“그래, 우선 태산압정(泰山押頂)부터 당장 교정할 부분을 일러주마. 태산압정이라는 것은 단순한 수직 베기처럼 보이지만, 구결과 함께 보면 힘의 방향이....”


덕분에 검왕 또한 정열적으로 남궁호의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그걸 또 남궁호는 면포가 물을 빨아들이듯 받아들였고.

점점 남궁호의 시연은 자신감을 얻어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있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검법의 이해도가 올라가는 남궁호의 모습에 검왕이 감탄하며 입을 뗐다.


“그래!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치니 가르치는 맛이 있구나! 그런데 말이다.”


검왕 남궁천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참 희한하구나. 네가 보여준 검식 중 몇몇은 그렇게 패도적인 무학이 아닌데.... 마치 이야기로 전해들은 천마의 그것 같지 않느냐.”


검왕의 입에서 천마라는 이름이 나오자 남궁호는 속으로 뜨끔했다.

현 세대의 검왕은 아직 천마와 맞닥뜨린 적이 없었기에 너무 안심하고 초식을 펼쳤다.

남궁호는 순간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앗, 저기!”


갑자기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친 남궁호.


“누가 여길 보고 있는 거 같은데요?”


누가 들어도 말을 돌리기 위한 소리였다.

그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나무들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한 아름드리나무 뒤에서 머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작가의말

이게 바로 낚시신공!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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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저점매수의 기회 +6 23.05.17 11,791 214 15쪽
9 당가의 여협들 중에는 사실... +8 23.05.16 12,685 227 12쪽
8 무림에선 +9 23.05.15 12,896 2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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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음공 +13 23.05.13 14,304 284 12쪽
5 천수제 +16 23.05.12 14,727 3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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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가 먹어주마 +12 23.05.10 16,207 329 12쪽
2 아주 꼴통이라니까? +7 23.05.10 18,094 332 12쪽
1 남궁세가 둘째 공자가 미쳤다 +27 23.05.10 23,981 3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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