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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남궁 공자가 그걸 어찌 아시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12 23:20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489,145
추천수 :
10,358
글자수 :
388,273

작성
23.05.22 02:17
조회
8,663
추천
159
글자
11쪽

나는 누구?

DUMMY

무광선사는 남궁호와의 지도 비무 중에 전음(傳音)을 사용해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내 말에 집중하거라. 네게 퍽 도움이 될 터이니.>


남궁호의 무재와 요즘 젊은 무인들 같지 않은 외공 활용이 마음에 든 무광선사가 몰래 무공 구결을 찔러준 것이었다.


<어디 가서 나한테 배웠다고는 하지 말거라. 그렇지만 언제나 소림의 무학을 익혔다는 걸 잊어서도 안 되고.>


남궁호는 구결을 듣는 중에도 계속해서 움직여야 했다.

무광선사가 날카롭게 남궁호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니까.


“어딜 보는 게냐? 그건 내 잔상이다만!”

“변초 따위에 현혹되다니 아직 멀었군!”


남궁호는 무광선사의 지도를 따르는 중에 무광선사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가르침을 주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가 주로 조정해주는 것은 시야에 관한 것.

창궁무애검법 때와 마찬가지로 구결과 동작을 배우니 기술창에 무공을 등록할 수 있게 됐다.


[백호안 무광선사해례본을 등록하시겠습니까?]


백호안(白毫眼).

부처의 이마에 난 흰 털을 일컬어 백호(白毫)라고 불렀다.

불교 교리에 따르면 백호에서 광명을 내어 무량세계를 비춘다고 했다.

백호안은 여기에서 착안해 이름 붙은 소림의 무공이었다.

사술을 간파하고, 시각을 매개로 삼는 술법 등을 막아주는 훌륭한 안법.

익히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동체시력의 증진과 눈이 밝아지는 효능 등이 있는 뛰어난 공부였다.


‘게다가 이런 안법을 갖고 있어야 발견할 수 있는 히든피스들도 있지. 언제 한 번 소림사를 방문하긴 해야겠는데?’


진법이나 도술 등으로 감춰진 것들을 간파하는 데엔 안법만 한 게 없었다.

특히 백호안은 자체 능력이 좋고 입수 난이도가 높아 무림영웅 게이머들 사이에서 백호안 쉽게 얻는 방법을 묻는 질문 글이 많았다.


‘남궁호로 시작했을 땐 못 얻을 줄 알았더니 이게 웬 떡이냐! 근데 아무리 배분이 높은 무광선사라고 해도 소림사 무공을 이렇게 맘대로 유출해도 되나?’


남궁호로서는 좋은 일이었지만, 혹시라도 백호안을 익힌 걸로 소림사에 코가 꿰기라도 한다면 억울하리라.

그러나 지도 비무를 받아주고 있는 무광선사의 표정으로 봤을 때 그런 함정이 있지는 않은 듯했다.


‘하긴 무광선사가 해석해서 풀어준 버전의 구결이라 누구한테 또 전수하긴 어렵겠네. 내가 백호안을 완전 대성하지 않는 이상.’


기술창에 등록된 백호안은 뒤에 무광선사해례본이라 적혀있었다.

이는 원본이 아니라 무광선사의 깨달음이 섞여 변형된 무공이라는 것이었다.


‘이건 진짜 기연을 얻었네.’


남궁호는 기술창에 의식을 집중해 백호안을 사용해보았다.

이에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무광선사의 움직임이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힘이 들어간 근육의 위치.

관절의 각도.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 등등.

엄청난 양의 시각 정보가 쏟아진 탓에 두통이 조금 몰려왔지만, 어디 직접 맞는 것보다 아프랴.


“흡!”


곧 무광선사의 검지가 자신의 쇄골을 찍을 듯하자, 남궁호는 급히 몸을 뒤로 뺐다.


-휙!


처음으로 무광선사의 손가락이 허공을 짚었다.


“허...!”


무광선사는 재밌다는 듯 소릴 내었다.

남궁호가 자신의 별호를 밝히고 한 번.

이어서 백호안의 구결과 수련에 필요한 동작을 전달받은 뒤 또 한 번.

짧은 비무가 진행되는 사이 두 차례나 움직임이 달라졌다.

그것도 비약적인 발전이 보이는 수준으로.


‘내게 백호안의 구결을 듣자마자 깨우친 것이렸다! 놀랍구나, 놀라워.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군. 후후, 남궁세가의 공자라면 훗날 정도 무림에서 큰 역할을 할 터. 우리 소림에 우호적인 마음을 갖게 해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겠지.’


흐뭇하게 웃으며 지도 비무를 받아주는 무광선사.

그가 정성껏 가르침을 준 덕분에 남궁호의 능력치와 외공 수련 진척도가 상당히 올랐다.

앞서 남궁민수와의 비무에서 충분한 실력을 보여주었기에 남궁호는 당연히 기초 교육을 졸업하고 세가의 중급 무공들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 * *


지난 교육 성취도 평가 이후로 남궁호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가주가 정식으로 남궁호가 소가주 후보임을 천명했으므로, 그를 거들떠도 보지 않던 친척들이 은근히 접근해왔다.


“호야. 나 기억 안 나니? 너 걸음마 막 뗐을 때 옷도 지어주고 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이 숙부가 저기 절강에 다녀오느라 미처 신경을 못 썼구나. 이제는 걱정 말거라!”

“이공자님, 이건 제운산에서 캔 삼인데요....”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미리 가볍게 줄을 대려는 움직임이었다.

이에 남궁호는 자신은 아직 어려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물론 은근슬쩍 주는 뇌물들은 날름날름 받아먹었지만.


‘영약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지만 약력(藥力)이 나쁘지 않은 것들을 가져와 준 덕분에 내공도 제법 쌓였지.’


높은 선천지기와 뛰어난 오성, 자연의 기를 게걸스럽게 탐하는 분령심공이 있었기에 자잘한 약초 따위도 남궁호에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내가 중급 교육을 못 따라가길 바라던 놈들 콧대를 눌러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남궁호의 월반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략 두 달 만에 기초 교육을 지나간 사례가 없었으니까.

그런 배경이 있었기에 은근히 남궁호가 중급 교육에서는 뒤처질 거라는 시선도 많았다.


“당연히 칠 세쯤 되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남궁호 공자가 낭중지추처럼 보일 수 있지. 근데 중급 교육은 차원이 다르잖아.”

“재능 없는 녀석들은 중급 교육을 완전히 마치지 못하고 하급 무사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뭐....”

“갑자기 배우는 무공의 수준이 달라져버려서 울음이나 안 터트릴까 모르겠네, 푸흐흐!”


하지만, 남궁호가 처음 중급 교육을 받은 날.

그가 수업을 쫓아가지 못할 거라 말하던 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비무로 능력치 채웠지, 내공도 지금까지 내공심법 익혔던 놈들 못지않게 모았지, 기술창으로 초식은 한 번에 습득해버리지. 이걸 무슨 수로 더 까내릴 건데?’


남궁호는 순식간에 중급 교육의 진도를 뺐다.

그는 1년 정도 먼저 중급 교육을 받고 있던 아이들을 며칠 만에 따라잡으며 세가에 파란을 일으켰다.

조금 부족한 부분들은 황석일의 활철신법으로 채울 수 있었다.

활철신법은 힘뿐만 아니라 내구도와 체력, 회복능력까지 올려주었으니까.

처음 익힐 때는 후회의 눈물이 줄줄 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니 다른 수련할 때 이만큼 든든한 무공이 없었다.


[남궁호]

별호 : 막타공자(莫打公子)

체질 : 혼원무격지체(混元無隔之體)

내공 : 0.3갑자

근력 : 20 체력 : 18 내구력 : 16 정신력 : 19 감각 : 17 선천지기 : 23


남궁호는 자신의 방에서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새 엄청나게 발전한 것이 한 눈에 보였다.

이제 맨몸으로 비교한다면 완숙한 낭인들과도 견줄 수 있는 정도였다.


‘여기에 무공으로 인한 효과까지 더해지면 웬만한 일류 무인이랑도 해볼 만하겠는데? 보검이나 기보(奇寶) 같은 걸 손에 넣으면 필승이고.’


무림영웅엔 무인들의 전투력을 향상시켜주는 보물들이 존재했다.

단순히 날카롭거나 튼튼한 무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내공을 북돋아주고, 걸음을 빠르게 해주는 등의 효능을 지닌 신묘한 물건들이.


‘잘하면 곧 있을 강남정파연합행에서 기보를 얻을 수도 있겠어.’


남궁호가 남궁운 대신 강남정파연합 발족식에 가게 됐다고 했을 때 기뻐했던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방에서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상태창을 확인한 남궁호.

그는 몹시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굉장히 흡족한 까닭이었다.


“흐흐흐, 나는 누구? 남궁세가 천재 공자.”


자신의 방이었기에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오그라드는 발언까지 뱉은 남궁호는 이내 상태창을 닫았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웃음기를 가득 담은.


“아이고.... 남궁세가 천, 크큽...! 천재 공자님! 푸흡!”


“깜짝이야! 경문이 너 왜 여기에 있어?”


배를 벅벅 긁으며 낄낄대고 있는 인물.

바로 오경문이었다.


“아니, 공자님께서 부르셨잖습니까. 오늘 어디 가신다고. 그래서 왔더니 허공을 보면서 막 중얼거리시던데....”


오경문은 안 그래도 가는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남궁호를 보았다.


“저번에 무광선사님은 아무래도 무승이셔서 제령 쪽은 잘하는 영역이 아니셨나 봅니다. 이것 참 큰일이네. 어디 의원이라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묻는 오경문.

남궁호는 녀석의 질문에 손을 휘저었다.


“아, 시끄럽고. 외출 좀 하자. 가서 황석일 위사님 좀 불러줘.”


“오, 이번에도 잠룡서림에 가십니까?”


오경문의 두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거렸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비서림에서 구입해 넘겨준 책이 도술에 상당히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남궁호의 대답에 오경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아니, 오늘은 다른 데에 갈 거야.”


“에.... 알겠습니다.”


실망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낸 오경문은 남궁호의 방에서 빠져나갔다.

하지만 녀석을 위해 오늘의 계획을 바꿀 수는 없었다.

얼마 뒤엔 강남정파연합으로 가야하므로 미리 준비를 해둬야 했으니까.


‘이번엔 나를 위해 사겠다...!’


오늘을 위해서 세가 사람들이 뇌물로 들고 온 돈을 차곡차곡 모아놓은 남궁호였다.

잠시 후, 오경문이 황석일과 함께 돌아왔다.

남궁호는 그들을 이끌고 바로 장원을 나섰다.


* * *


쇳조각도 엿가락처럼 늘어지게 만드는 열기.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망치질 소리.

혈향과 유사한 철 냄새와 땀내가 뒤섞인 공기.

남궁호가 온 곳은 남궁세가 인근에서 가장 큰 대장간이었다.


“공자님, 칼 한 자루 맞추시려고 하십니까? 하긴,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지만 무림인은 장비빨을 무지하게 좋아하죠.”


“검이 필요해서 온 게 아니야. 황 위사님, 제가 저번에 구상안 전달드린 건 검토해 보셨나요?”


남궁호의 물음에 황석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공자님. 제가 살펴보니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활철신법 수련만이 아니라 그냥 근골을 단련하는 데에도 유용하겠고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다 하셨습니까?”


황석일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남궁호가 황석일에게 검토를 부탁한 것은 바로, 전신에 입는 일종의 구속구였다.

쇠로 만든 도구들을 온몸에 착용하여 항시 단련을 도모하고, 활철신법의 묘리에 따라 혈도와 피부, 근육 등을 자극해주는.

구속구가 이론대로 작용한다면 착용하는 내내 활철신법을 수련하는 셈이 될 것이었다.


‘모래주머니 훈련은 고전이지. 사실 이건 쇠주머니지만 아무튼. 거기에 지압 슬리퍼의 원리를 더했고. 말하자면, 착용만 해도 강해지는 지압 슬리퍼라고나 할까.’


지압 슬리퍼가 혈액순환을 촉진한다면, 남궁호가 고안한 수련 도구는 기혈의 순환을 촉진했다.

강남정파연합으로 이동하는 중에 이 도구를 착용한 채 검왕에게 무공을 배운다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리라.


작가의말

어렸을 땐 친구들과 지압 슬리퍼 신고 오래 버티기도 하곤 했는데....

이젠 그냥 시원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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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저점매수의 기회 +6 23.05.17 11,790 214 15쪽
9 당가의 여협들 중에는 사실... +8 23.05.16 12,684 227 12쪽
8 무림에선 +9 23.05.15 12,895 227 12쪽
7 일창 만일검 +14 23.05.14 14,051 247 13쪽
6 음공 +13 23.05.13 14,303 284 12쪽
5 천수제 +16 23.05.12 14,726 312 12쪽
4 역천의 공부 +12 23.05.11 15,960 299 14쪽
3 내가 먹어주마 +12 23.05.10 16,207 329 12쪽
2 아주 꼴통이라니까? +7 23.05.10 18,093 332 12쪽
1 남궁세가 둘째 공자가 미쳤다 +27 23.05.10 23,980 3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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