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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남궁 공자가 그걸 어찌 아시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12 23:20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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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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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8,273

작성
23.05.10 17:20
조회
2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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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글자
12쪽

남궁세가 둘째 공자가 미쳤다

DUMMY

<게임명 : 무림영웅>

-사용자 평가 : 복합적


[가장 유용한 리뷰]

작성자 : 최명우

평가 : 추천

콘텐츠가 적어서 몇 번 깨고 나면 시시해지네요

최강 빌드 깎아놨는데 쓸 일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플레이타임 : 17,326.2시간(평가 당시 17,326.2시간)


[38명이 이 평가가 유용하다고 함]

└ㅋㅋㅋㅋㅋ 이정도면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봐야지

└고인물을 넘어서 화석 아니 석유인 듯

└그걸 공청석유라고 하외다

└근데 ㄹㅇ로 리뷰 남기고 나서 접었나 봄; 평가 후로 플탐이 안 늚;

└아ㅋㅋ 만7천 시간 했으면 꼬접해도 인정해줘야 됨

└님들 인게임에 공청석유 구현된 거 맞나요? 도무지 못 찾겠던데요

└작성자한테 물어보셈 ㅋㅋ

└하긴 엔딩 한번 보기도 빡세던데 여러 캐릭으로 다 깨봤으면 모르는 게 없겠네.. ㄷㄷ

└근데 이 게임에 빌드랄 게 있? 어차피 무공 상성 때문에 캐릭마다 배울 수 있는 게 정해지잖?


* * *


최명우는 잠에서 깼음에도 한동안 눈을 감고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어차피 연락 올 곳도 없어 핸드폰을 확인할 필요 없었고,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단잠의 여운을 즐기는 걸 좋아했으니까.

그는 보송보송한 이불 속에 몸을 파묻은 채 몸을 몇 번이나 뒹군 뒤에야 한쪽 눈만 힘겹게 떴다.


“음...?”


흐릿한 최명우의 시야에 들어온 건, 깔끔한 마감재로 덮인 천장이 아니었다.


‘낯익은 천장이다.’


근데 이제 낯섦을 곁들인.

한옥 같기도 하고, 조금 이국적인 느낌의 천장이었다.

보통의 현대인이라면 몹시 생소할 모양새였지만, 최명우는 이곳이 어디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


‘여기 스타팅이면 남궁세가인가? 게임을 하도 했더니 이제 꿈에서까지 무림영웅을 하네.’


분명 어젯밤 무림영웅의 리뷰를 남기고 잠들 때만 해도 컴퓨터 앞 작은 침대에 몸을 누였다.

그런데 지금 최명우가 깬 곳은 호화로운 비단 침구 속.


‘아, 지금은 최명우가 아니라 남궁 뭐시기겠구나.’


무림영웅의 모든 업적부터 도전과제, 온갖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섭렵한 게 바로 최명우였다.

모니터로만 보던 천장이었지만, 꿈 보정인지 그는 바로 이곳이 남궁세가의 저택 내부라는 걸 알았다.


‘어디.... 남궁의 누구냐?’


최명우는 자신이 꿈에서 누가 된 건지 확인하고자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데 생각 외로 몸을 세우는 데에 힘이 들었다.


“끙차...!”


무림의 기둥 중 하나인 남궁세가의 일원이 비루한 게이머일 때의 몸과 별반 다르지 않다니.


“아...! 누군지 알겠다. 이 몸은 남궁....”


최명우가 탄성과 함께 자신의 정체를 말하려는 순간, 방문이 쾅-하고 열렸다.

동시에 화통을 삶아먹은 듯 괄괄한 호통이 들려왔다.


“남궁호! 무가의 자식이 이렇게 게으름부리면 안 되지!”


최명우, 아니 남궁호는 급작스러운 난입에도 전혀 놀랍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남궁호의 방에 쳐들어온 건 세 명의 인물들이었다.

비단옷을 입은 소년 하나와 그를 위시한 덩치 둘.

두 덩치들은 무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입구에 선 것만으로도 식초 같은 땀 냄새가 훅 풍겨왔다.

비단옷을 입은 공자는 자신이 데려온 무사들을 향해 턱짓하며 말했다.


“가서 저 게으른 당나귀 같은 놈을 침상에서 끌어내 줘라.”


이에 덩치들은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고, 공자님. 그러다 남궁호 공자의 옥면에 생채기라도 나면 가주께서 경을 치실 겁니다...!”


“흥! 저 무공도 익히지 못하는 반푼이를 상대로 상처 낼 걱정이나 하는 거냐? 아무래도 숙부께 진급 얘기를 전하는 건 무리겠네. 아무리 나라도 실력이 일천한 자를 추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비단옷의 말에 나이도 많고 강인해 보이는 무사들이 쩔쩔맸다.

남궁호는 그 촌극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남궁세가주의 셋째 아들, 남궁태. 어린놈이 벌써부터 권력 맛을 알아가지고....’


남궁태의 모든 친인척들이 대남궁세가의 요인들이었으니, 세가에 속한 하급 무사들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그 자신의 무재도 상당히 뛰어나 남궁가주의 총애를 받는 상황.

명문가의 자식에 재능까지 타고났으니 망나니가 탄생하는 건 방치된 귤에 곰팡이가 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빨리 가서 끌어내라고!”


재촉하는 남궁태에게 하급 무사들 대신 남궁호가 답을 해주었다.

그의 입에선 자연스럽게 무림인의 언어와 말투가 나왔다.


“이 녀석, 태야! 형한테 너무 버릇이 없는 거 아니냐?”


꾸짖는 남궁호의 말에 남궁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형 같은 소리하네. 무림세가에서 너 같은 놈은 감추고 싶은 존재일 뿐이지. 어머니께서도....”


“그만.”


남궁호를 무시하는 건 남궁태의 취미생활이었다.

비록 한 살 터울의 형제였지만, 손윗사람을 밟고 오른다는 쾌감을 남궁태는 몹시 즐겼다.

하지만 지금의 남궁호는 남궁호가 아니었다.

그 안에 최명우가 들어있었으니까.


‘그리고 난 누구한테 무시당하는 걸 참을 수가 없거든.’


최명우에겐 역린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특히 부모 운운하는 것은 더더욱.

남궁호의 탈을 쓴 최명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억지로 웃었다.

마치 귀여운 동생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당연히 연기였으나, 남궁태에겐 이미 타격이 들어가고 있었다.

아직 나이가 차지 않은 형제 사이에선 상냥한 말투가 소스라치게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던가.


“그러고 보니 태아(兒)야. 너 아직도 발톱에 물을 들이고 다니느냐? 어렸을 적에 어머니를 따라한다고 여아처럼 그러지 않았니?”


남궁호의 물음에 남궁태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무, 무, 무슨 개소리야!”


“어허, 말을 곱게 써야지? 어머니께선 입이 험한 아이를 싫어하시잖니.”


“아! 그 역겨운 말투 좀 그만 뱉어!”


남궁태는 버럭 화를 내면서도 다른 무사들의 눈치를 보았다.

그들이 남궁태 자신이 어머니를 따라하려고 발톱에 칠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까봐서.

아니, 그게 정말이라는 걸 들키는 게 두려웠다.

남궁태는 아직 13세에 불과한 소년.

다른 이들에게 어머니를 좇는다는 걸 알려지는 게 부끄러울 나이였다.


‘저 반푼이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안 되겠다. 직접 입을 틀어막아야겠어...!’


남궁태는 아버지인 검왕에게 직접 무공을 사사했다.

병약한 남궁호 따위는 일수에 숨통을 거머쥘 수 있으리라.

신발에 숨긴 그의 발톱만큼이나 벌겋게 변한 얼굴로 남궁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남궁태.

그는 어느새 침상에서 내려와 서있는 남궁호의 목젖을 노려 출수했다.


-쌔액!


아직 어린 남궁태였지만, 그 손속은 가히 어른의 그것 못지않았다.

번개처럼 쏘아진 조공(爪功)!

장내에 있던 모두는 필히 큰 사달이 나리라 예상했다.


-우득!


이내 관절 꺾이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누군가의 비명이 이어졌다.


“아아악!”


고통에 찬 울음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남궁태였다.

어느새 그의 오른쪽 겨드랑이엔 남궁호의 손이 쑤셔져 있었다.

근육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 갈대처럼 여려 보이는 남궁호의 손이었지만, 그에게 겨드랑이부터 어깨 뒤쪽의 관절까지 잡힌 남궁태는 몹시 괴로워했다.

곧 어린아이처럼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은 표정.

무사들을 겁박하며 으스대던 얼굴은 싹 사라져있었다.

남궁호는 그 꼴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이제야 좀 나이에 맞는 모습이 됐구나.”


늘 유순하던 남궁호의 변화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남궁태는 울먹거리며 외쳤다.


“이, 이거 놔...!”


“놔주세요.”


“으윽! 뭐라고?”


“놔.주.세.요.”


남궁호는 남궁태의 물음에 자신의 말을 똑똑히 복기해주었다.

이에 남궁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에게 무슨 수가 있으랴.

이 반푼이가 대체 어떤 사술을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어깨가 찢어질 듯이 아픈 것을.

아직 어린 남궁태가 악으로 버텨낼 만한 격통이 아니었다.

결국 항복하듯 남궁호의 말을 따라하는 남궁태.


“놔, 주세요....”


기어가는 목소리로 뱉은 존댓말.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음성이었지만, 적어도 남궁태 자신에게는 벽력처럼 컸으리라.

형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뭐 그리 굴욕적인 일이라고 그는 두 눈까지 질끈 감고 있었다.

이에 남궁호는 피식 웃으며 꼬맹이에게 자유를 주었다.


“그래, 앞으론 형님한테 항상 예의를 갖추렴. 이제 가봐.”


여전히 상냥한 목소리를 꾸며내고 있는 남궁호에게 진저리를 친 남궁태는 도망치듯 방을 떠났다.

무사들은 그 뒤를 황급히 쫓아갔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방 안.

남궁호는 활짝 열려있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 모든 일들이 당연한 결과라는 듯 여유롭게.


‘게임 시작 시점에 남궁태는 무리한 동작으로 어깨관절에 손상을 입고 있었지. 자기는 근육통인 줄로만 알았지만.’


남궁호가 무공을 수련한 남궁태를 한 손으로 제압할 수 있었던 비밀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깨에 염증이 생긴 걸 미처 모르고 있던 남궁태.

그가 남궁호에게 덤벼들 때를 틈타 겨드랑이 쪽으로 손을 찔러 넣어 통증부위를 꽉 쥔 것.

덕분에 남궁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남궁호는 일이 의도대로 풀렸음에 크게 만족하며 문을 닫았다.


-끼익


불청객이 모두 사라지고 문까지 닫은 남궁호는 돌연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보기 힘든 막춤.

방구석 게임 폐인의 얼이 담긴 춤사위였다.

순수한 기쁨을 표출하는 몸놀림은 그의 심정을 보여주었다.


‘방금 그 촉감.... 이건 꿈이 아니야! 내가 진짜 무림인이 됐다고...? 무림영웅 안에 들어온 거야? 게다가... 내가 남궁호가 됐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머릿속에 남궁호의 기억이 들어오고 있어.’


남궁호가 불시에 들이닥친 남궁태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까닭이었다.

남궁호의 14년간의 생애가 지식처럼 머리 한편에 자리 잡았다.


‘이거 기분이 묘하네. 영화를 엄청 몰입해서 본 것 같은 느낌이야. 어쨌든 덕분에 듣고, 쓰고, 말하는 데엔 문제가 없겠어. 잘됐네.’


남궁호의 몸속에 들어온 최명우가 일생동안 찾은 유일하게 잘 하는 것은 게임뿐이었다.

그것도 무림영웅 같은 롤플레잉 게임을 공략하고, 숨겨진 요소를 찾는 등의 쪽으로만.

그런 그가 최근에 몇 년을 푹 빠져서 즐긴 게임이 바로 무림영웅이었다.

때문에 무공을 익힐 수 없다고 알려진 남궁호의 몸이라는 건 최명우에겐 문젯거리도 아니었다.

그러니 춤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때, 남궁호의 방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그의 시중을 드는 시비가 들어온 것이었다.


“앗...!”


시비는 허우적거리며 춤을 추고 있던 남궁호와 눈이 마주쳤다.

이에 그녀는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그대로 뒷걸음질로 사라졌다.

무공은커녕 일반인보다도 허약한 남궁호는 시비를 멈춰 세워 오해를 풀 수가 없었다.

그저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아니, 게임으로 할 땐 춤추다 들킨 적이 없단 말이야...!’


이날 이후로 남궁세가엔 둘째 공자가 미쳤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는 단순히 괴상한 춤사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특이한 체질 때문에 남궁호가 무공을 습득할 수 없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세가 내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행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뭘 하려는 건지 모르는 사람들한텐 당연히 미친놈처럼 보일 수 있겠지. 아, 아니다.... 뭘 하려는 건지 알게 되면 완전히 돌아버렸다는 소리를 들으려나...?’


남궁세가의 사람들에겐 몹시 생소한 모습이었지만, 남궁호는 익숙한 표정으로 장원을 들쑤시고 다녔다.


작가의말

살아있는 공청석유 무림출두.


----------


오랜만에 신작으로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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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어디서 뒤지려고 +8 23.05.20 8,986 174 12쪽
12 얘기가 다르지 +5 23.05.19 9,501 184 12쪽
11 독목불성림 +7 23.05.18 10,355 190 14쪽
10 저점매수의 기회 +6 23.05.17 11,791 214 15쪽
9 당가의 여협들 중에는 사실... +8 23.05.16 12,685 227 12쪽
8 무림에선 +9 23.05.15 12,896 227 12쪽
7 일창 만일검 +14 23.05.14 14,052 247 13쪽
6 음공 +13 23.05.13 14,304 284 12쪽
5 천수제 +16 23.05.12 14,727 312 12쪽
4 역천의 공부 +12 23.05.11 15,961 299 14쪽
3 내가 먹어주마 +12 23.05.10 16,207 329 12쪽
2 아주 꼴통이라니까? +7 23.05.10 18,094 332 12쪽
» 남궁세가 둘째 공자가 미쳤다 +27 23.05.10 23,981 3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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