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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남궁 공자가 그걸 어찌 아시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1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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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8,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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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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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일창 만일검

DUMMY

남궁천은 침통한 표정으로 남궁호를 보았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들은 칭찬일 텐데도 남궁호가 반응을 하지 않고 굳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심법을 수련하지 않아 주화입마에 빠지진 않겠지만.... 내면에 심마가 자리 잡을 우려가 있다. 나도 처음 손에 피를 묻혔을 때 상당한 충격이었으니....’


천수제에서 남궁태를 상대로 승리한 남궁호는 이제 창궁무애검법의 적법한 전수자였다.

그런 남궁호에게 만약 정신적인 문제라도 생긴다면 남궁세가에 큰 불행이었다.

남궁천은 다시 한 번 남궁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강호에서 무인으로 살아가려면 통과의례나 다름없는 일이다. 너는 협을 행한 것뿐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말거라.”


이에 드디어 남궁호의 고개가 움직였다.

그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남궁천을 올려다보았다.

겁먹은 고양이처럼 눈치를 보는 남궁호의 속마음은....


‘혹시 내가 전삼이 저놈 물건 빼낸 걸 들키진 않았겠지?’


시장에서 생선을 훔친 도둑고양이의 마음이었다.

전삼을 해치운 충격은 안내 문구와 함께 이미 사라졌다.

남궁호가 걱정하는 건 전투 막바지에 자신이 한 일을 누가 보았냐는 것.


‘다행히 거령광노의 비급을 챙기는 건 성공했는데, 아버지의 눈도 피한 건가?’


전삼이 남궁호를 끌어당기는 찰나에 그의 손이 전삼의 품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만약 이를 들켜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면 남궁호가 전삼과 한통속이었던 게 아니냐까지 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남궁천의 얼굴에서 의아한 기색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왕의 월등한 집중력 덕분이었다.

그는 전투 중엔 오직 적에게만 신경을 썼기에 오히려 인질인 남궁호의 움직임은 파악하지 못했던 것.


‘내가 손기술을 특별히 빡세게 연습한 덕분이기도 하고.’


남궁호가 연공실에서 천마건공만큼이나 공을 들여 습득한 게 있었다.

그의 조부가 연구를 위해 모아뒀던 비급 중 하오문의 도모술(掏摸術), 그러니까 소매치기 수법이었다.

남궁호가 남궁태와의 비무 중 유독 손이 빨랐던 것도 이 덕분.

오성이 뛰어난 그는 잡기술을 접목해 남궁태의 천풍검법에 대응해냈다.

검왕이 이런 내막을 알았다면 둘의 비무가 끝나기도 전에 남궁호의 손을 들어줬으리라.

물론 지금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 검왕! 이 자리에 모인 영웅들의 앞에서 창궁무애검법을 남궁의 이공자, 남궁호에게 전수하겠노라 선언하오! 잔을 들어 남궁의 미래를 위해 복을 빌어주시면 감사하겠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남궁의 숨겨진 공자였던 남궁호는 정식으로 창궁무애검법의 전수자가 되었다.


‘그뿐이냐? 거령광노의 무공도 손에 넣었지. 내공심법 입문이 늦은 만큼 나한테 꼭 필요한 무공이야.’


거령광노의 진신절기는 분령심공(分靈心功)이라는 무공이었다.

분령심공은 영혼을 나눈다는 이름처럼, 심법을 운용할 때 여러 갈래의 혈도를 동시에 이용했다.

그렇다 보니 공력의 축적은 극히 빠르나, 위험도가 몹시 높았다.

때문에 분령심공을 익힌 이들은 하나같이 크고 작은 심마에 빠져 성격이 포악해지기도 하고, 정신분열을 앓기도 했다.

거령광노의 제자를 자처한 전삼조차도 사리분별이 어두워져 혈혈단신으로 남궁세가에 쳐들어오지 않았는가.


‘대신 분령심공의 효과가 확실하다는 것도 보여줬지. 아직 청년에 불과한 놈이 잠시나마 검왕이랑 손을 섞을 수 있었으니까.’


부작용만 해결할 수 있다면 분령심공은 분명 훌륭한 무공이었다.


‘심지어 무림영웅에선 플레이어가 익혔을 때 패널티가 아주 극심한 건 아니었지.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몸이랑 정신에 작용하고 있는 게 분명해. 처치 보상까지 구현되어 있는 걸 보면 말이야.’


무림영웅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수련만이 아니었다.

적을 처치하거나 비무에서 승리를 할 때도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보상의 형태는 주로 능력치의 향상이나 무공의 숙련도 상승이었다.

당연한 요소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안내 문구가 나타나지 않았다.

남궁태와의 비무에서 이겼을 때도 별다른 현상이 없었던 것처럼.


‘아마 전삼이 지금의 나랑 무공 경지가 크게 차이 나서 특별히 알려준 거겠지. 아마도....’


남궁호는 이번만큼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안내 문구가 나타난 시점이 너무나 절묘했으니까.

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천수제는 슬슬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창궁무애검법의 전수자를 공표한 검왕은 적당히 행사를 매듭지으려 했다.

손님들도 분위기를 읽고 하나둘씩 남궁의 장원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까지 묶을 수는 없었으니, 오늘 있었던 일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창궁무애검법은 당연히 남궁태 공자의 차지일 줄 알았는데 말이야....”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니까? 글쎄 남궁세가 둘째 공자가 그리 뛰어날 줄 누가 알았겠냐고.”

“검왕이 일부러 숨겨두었던 게 아니겠어요? 드디어 때가 도래했다고 본 거죠!”

“남궁의 삼공자는 솔직히 무재 외에는 말이 많았지 않소. 허허, 사필귀정이 따로 없군.”


물론 남궁호가 천수제에서 상당한 기개를 보여줬다고 해도 대단한 명성을 얻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기대하지 않은 자가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은 더 크게 놀라는 법.

덕분에 남궁호는 다시 한 번 안내 문구를 마주할 수 있었다.


[별호 획득 : 막타공자(莫打公子)]

[효과 : 이 별호를 알고 있는 적과 전투 시 근력 및 내공 일할 증가]


무려 별호를 획득한 것이었다.

심지어 전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근력과 내공에 영향을 주는 별호였다.

안내 문구의 내용을 확인한 남궁호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어떻게 사람 별호가 막타충?’


별호에 공자라는 단어가 붙는다는 건, 경우에 따라선 멸칭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남궁호가 실질적으로 전삼에게 타격을 준 게 없다(莫打)는 시선.

놈을 때려서(打) 삶이 저물게(莫) 만들었다고 보는 관점이 모두 담긴 별호라는 것.

남궁호는 순수하게 기쁠 수가 없었다.


* * *


천수제가 끝난 저녁.

남궁호는 장원의 훈련장에 왔다.

가주 남궁천이 그를 호출한 까닭이었다.


‘아마 낮에 있던 일 때문이겠지.’


훈련장에는 남궁천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천수제에서 어째서 남궁태의 전수에 반대했는지, 전삼의 음계(陰計)는 어떻게 알았는지를 물어왔다.


“비무장에 뭔가 이상한 진법이 설치되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제 처지가 처지이다 보니 미리 말씀을 드려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소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랬느냐.”


원래대로라면 이어서 남궁호의 체질에 관한 물음이 나와야 했다.

그런데 남궁천은 처음 듣는 질문을 했다.


“점혈을 당했는데 움직인 건 어떻게 된 일이더냐?”


“아, 그것은.... 제 체질이랑 관련이 있습니다. 그간 제가 따로 알아본 결과, 저는 다른 사람들과 혈도가 조금 상이하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무공을 익히지 못했던 것이고 말입니다.”


남궁호의 설명을 들은 남궁천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무공을 익히지 못했던 것이라면, 지금은 다르다는 의미냐?”


“예, 오래 연구한 끝에 다른 사람들의 혈도와 대치되는 저만의 혈도를 모두 발견했습니다. 이젠, 세가의 무공을 전부 수련할 수 있습니다...!”


“허허허! 그야말로 우리 집안의 홍복이다! 그래, 넌 늘 명석한 아이였지. 지금이라도 바로잡혀서 다행이구나!”


남궁천은 크게 기뻐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남궁호도 방긋 미소를 지었다.

남궁천에게서 처음 듣는 질문을 받았음에도 그가 원래 알고 있던 정보를 섞으니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남궁호의 마음에 있던 약간의 불안감이 씻겨 내려갔다.


‘나비효과처럼 내 행동이 바뀌어서 다른 상황이 나오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 나만 정신 똑바로 차린다면 말이야.’


남궁호의 미소가 자신과 같은 뜻이라고 받아들인 검왕은 이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결격 사유도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앞으로 넌 창궁무애검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창궁무애검법은 상승의 무공인 바. 당장은 익히기 어려울 터. 기본을 다지지 않은 지금의 네 상태로는 효율이 극히 떨어진다.”


남궁천은 몹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백일창 천일도 만일검이라는 말이 있다. 창을 익히는 데에는 백 일, 도는 천 일, 검은 만 일이 필요하다는 뜻이지. 그만큼 검과 합일이 되려면 끝없는 단련이 필요한 법이다. 너는 시작이 늦은 만큼 부단히 애를 써야한다는 게야.”


“알겠습니다.”


“항간에는 백 일 훈련한 창과 만 일 수련한 검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지. 그렇지만 적어도 남궁의 검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검왕 남궁천이 당당하게 자부했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검왕이 창왕과의 비무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무림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검과 창의 우열 다툼에서 검이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결국 무기는 도구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도구를 다루는 사람이지. 원래대로라면 이미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놨어야 하지만 체질 탓에 그러지 못했으니, 지금부터라도 기본기를 다지기 시작하거라.”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걸음마를 떼지도 못했는데 달릴 수는 없는 법.

때문에 남궁세가 공자들은 철검십식, 천풍검법, 대연검법 등 체계적으로 검법을 익혔다.

검을 다루는 게 서투르면 수준 높은 검법은 초식조차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과거의 남궁호는 간단한 구보조차 힘겨워하는 몸이었다.

검법은커녕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했다.


“그래도 너는 이해와 습득이 빨라 앞선 이들을 금방 따라잡으리라 믿는다.”


남궁천은 이대로 대화를 마치려했다.

아직 창궁무애검법을 배울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기본기부터 쌓고 오라는 것.

이에 남궁호는 급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원래 목적지를 알면 가는 길이 가까워지는 법이지 않습니까? 제게 창궁무애검법의 구결과 초식을 먼저 한 번 알려주시면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허허, 한 번 보고 듣는다고 알 수 있는 깊이의 공부가 아니거늘.... 그래, 좋다! 오늘은 기쁜 날이니 특별히 네 청을 들어주마.”


남궁천은 흔쾌히 남궁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먼저 그는 창궁무애검법의 구결을 남궁호에게 읊어주었다.

바람과 구름, 무한과 자유 따위의 말이 튀어나왔다.

과연 남궁천이 장담한 것처럼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구결이 아니었다.


“후후, 창궁무애검법은 남궁의 무학 중 가장 첨단에 있는 검법이다. 다른 무공들에 대한 이해도가 있을 때 비로소 완전히 깨달을 수 있지. 만약 지금 일러준 구결 중 오 푼이라도 알아들었다면, 반대로 기본공의 습득속도를 비약적으로 늘려줄 게다.”


남궁천은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는 말투였다.

검왕 자신도 창궁무애검법의 진의를 깨닫기 위해 수백 번도 더 구결을 파헤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남궁호는 의외로 창궁무애검법의 구결 중 많은 부분을 이해했다.


‘할아버지가 창궁무애검법에 천마건공의 이치를 녹여놨구나...!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됐어.’


조부는 천마건공을 비롯한 여러 무공을 연구해 집안의 무공을 한층 더 발전시켰던 것.

게다가 조부도 한때 남궁세가의 가주였고, 남궁의 무공을 익혔다.

그렇다 보니 천마건공을 해설할 때도 남궁의 무리(武理)를 활용했다.

이는 남궁호에게 큰 보탬이 되었다.

이어서 남궁천은 검을 뽑아들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네가 창궁무애검법의 초식을 견식 한다 한들 제대로 보지도 못할 터. 만약 내가 펼친 검초를 네가 따라할 수 있다면 선물이라도 주마. 후후!”


남궁천은 놀리듯 말하고는 천천히 창궁무애검법의 1초를 시연하기 시작했다.

남궁호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일부러 구분을 나누어 초식을 펼쳤다.

이번에도 구결을 들을 때와 같았다.

일부는 알 것도 같았지만, 검이 어찌 자유로이 움직이는지 다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구결과 초식을 모두 전수’받은 남궁호에겐 다른 게 보였다.


[기술창 해금]

[창궁무애검법 제1초식을 등록하시겠습니까?]


때론 주입식 교육이 좋은 경우도 있었다.

남궁호는 자신의 머릿속에 강제로 초식이 새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속으로 검과 창의 우열 싸움은 창의 승리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상태창.’


작가의말

제 창은 하루면 된다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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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어디서 뒤지려고 +8 23.05.20 8,986 1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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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독목불성림 +7 23.05.18 10,355 190 14쪽
10 저점매수의 기회 +6 23.05.17 11,790 214 15쪽
9 당가의 여협들 중에는 사실... +8 23.05.16 12,684 227 12쪽
8 무림에선 +9 23.05.15 12,895 227 12쪽
» 일창 만일검 +14 23.05.14 14,052 247 13쪽
6 음공 +13 23.05.13 14,303 284 12쪽
5 천수제 +16 23.05.12 14,726 312 12쪽
4 역천의 공부 +12 23.05.11 15,961 299 14쪽
3 내가 먹어주마 +12 23.05.10 16,207 329 12쪽
2 아주 꼴통이라니까? +7 23.05.10 18,093 332 12쪽
1 남궁세가 둘째 공자가 미쳤다 +27 23.05.10 23,980 3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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