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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남궁 공자가 그걸 어찌 아시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12 23:20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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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151
추천수 :
10,358
글자수 :
388,273

작성
23.05.16 11:20
조회
1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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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
12쪽

당가의 여협들 중에는 사실...

DUMMY

남궁세가는 역시 대단한 무림세가였다.

방계혈족의 아이들조차 잘 단련된 티가 났으니까.

녀석들은 제각기 몸에 익은 무공의 투로를 따라 남궁호에게 달려들었다.


“흐아앗!”

“합!”


손과 발이 화려하게 움직이며 남궁호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반면에 이에 맞서는 남궁호는 두 주먹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막았다.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었고, 팔꿈치가 양 옆구리에 바짝 붙었다.

어찌 보면 겁을 먹어 머리를 보호하는 꼴 같기도 했다.

덕분에 방계의 자식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져 권각을 휘둘렀다.


-슥, 빡!


드디어 첫 타격음이 나왔다.

소리만 들어도 상당히 강력한 공격이 누군가의 머리통을 갈긴 걸 알 수 있었다.

이어서 한 명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조금 전 까불다가 남궁호에게 목울대를 맞았던 녀석이었다.


“흐에.... 이, 이빨 빠졌어...! 왜 계속 나만 때려?”


몹시 억울한 목소리.

하지만 녀석의 하소연은 틀렸다.

남궁호는 이내 자신에게 덤빈 모든 녀석들을 두루두루 패주었으니까.


-빠각! 퍽!


복잡한 초식들 속에서 남궁호는 굉장히 간결한 움직임들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은 흡사, 권투의 동작처럼 보였다.

물론 제대로 된 자세는 아니었지만.

초급 권법, 각법에서는 대개 원심력을 이용하는 형태를 많이 취했다.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힘의 발생 원리를 이해하는 데엔 그 편이 유리했으니까.

그리고 곡선보다 직선이 더 빠른 건 자명한 일.

그저 교관들에게 배운 기술에 충실히 싸움에 임했을 뿐인 놈들은 남궁호의 괴상한 타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후욱, 팡!


심지어 남궁호의 그 괴상한 주먹엔 내공까지 실려 있었다.

마찬가지로 최대한 공력을 쓸 수 있는 초식을 펼치던 아이들은 혀를 내둘렀다.


“아니, 초식을 벗어난 동작으로 어떻게 내공을 동원하는 거지?”

“그것도 그렇고 왜 나보다 공력이 높아!”


당황한 녀석들에게 짧게 대답해주는 남궁호.


“초식을 벗어나긴? 이게 바로 원투(遠投)다.”


그는 왼 주먹과 오른 주먹을 연달아 내질러보였다.

물론 이는 당연히 말장난이었다.

초식은커녕 무림영웅으로 넘어오기 전에도 남궁호는 권투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방에서도 잘 안 나갔는데 복싱은 무슨.... 그래도 인터넷에서 격투기 선수가 중국 권법가들 패는 건 봤지.’


남궁호는 그간의 육체훈련을 통해 몸이 움직이는 원리를 상당히 깨우쳤다.

덕분에 영상으로나마 접해본 권투 동작을 그럴듯하게 따라할 수 있었다.

휘둘러서 치는 공격들 사이에서 준비동작 없이 곧장 찔러 넣는 주먹은 엄청난 우위를 가져다주었다.


‘그것도 이런 애송이들 상대할 때나 가능한 얘기지만....’


검법, 권법 등 무공의 초식이라는 건 있어 보이는 모양만 갖춘 게 아니었다.

그 무학의 창시자가 얻은 심득을 몸짓으로 표현한 것.

때문에 초식을 제대로 수행하면 내공이 절로 움직여 동작의 위력을 강화시켜준다.

반대로 무리(武理)에서 벗어난 동작에 공력을 싣는 건 극히 어려웠고.


‘나도 천마건공이 아니었으면 내공을 담아서 치지 못했겠지. 에너지 효율은 떨어지지만....’


남궁호도 알고 있었다.

상대의 수준이 올라가는 시점부턴 이렇게 깨달음 없는 쌈박질이 통하지 않으리란 걸.

그러나 지금 그의 앞에 있는 녀석들처럼 아직 초식의 겉모양만 좇는 애송이들은....


‘나한테 잽도 안 된다 이거야.’


남궁호의 왼손이 비수처럼 날아가 또 한 명의 희생자를 만들었다.

가벼운 주먹질에도 남궁호보다 덩치가 큰 소년의 몸이 붕 떠서 뒤로 넘어갔다.

남궁호의 권격에 거력이 담겼다는 방증이었다.

이 힘은 분령심공에서 기인한 것.

안 그래도 내력 축적이 빠른 마공에 원래 남궁호의 몸에 남아있던 온갖 영약의 기운이 더해져 내공 수준이 훌쩍 올랐다.

당연히 천마건공의 효능으로 분령심공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게 바로 천마 펀치...!’


남궁호는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이미 전세가 기울었다.

방계 소년들의 공격은 남궁호에게 닿지 않았고, 남궁호는 일격에 적을 하나씩 없애나갔다.

심지어 남궁호의 움직임은 시간을 더할수록 군더더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 짧은 사이에도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휙, 휙, 뻑!


방계의 자식이 휘두른 주먹이 남궁호의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녀석이 권초를 회수하는 순간, 남궁호는 오른손을 길게 찔러 넣었다.

이번만큼은 어설픈 권투 동작이 아니라 육합권의 횡권(橫拳) 초식이었다.

그것으로 싸움은 마무리가 되었다.


‘음, 방금 타이밍에 검을 들고 있었으면 철검십식의 천간투도 괜찮았겠네. 확실히 초식을 제대로 운용하면 강력하구나.’


신중을 기하던 남궁호는 마지막 일수에서 지금껏 배웠던 무공을 펼쳐보았다.

체계 없이 주먹을 던져 싸우던 것과는 뭔가 달랐다.

공격력뿐만이 아니라 고생해서 얻은 걸 실전에서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이 가슴 속에 차올랐다.


‘이게 뭐라고 가슴이 다 벅차냐. 게임 깼을 때랑은 또 다른 즐거움이네.’


무림영웅으로 넘어오기 전의 그는 성취감이란 걸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하려던 일들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연이은 실패에 자신을 보는 가족들의 눈빛조차 곱지 않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턴 오직 게임만이 그에게 성공과 보상을 안겨주었고, 홀린 듯이 게임만 파고들게 됐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무림영웅 속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노력 뒤에 오는 달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상태로 돌아간다면 이전과는 다르게 살 수 있을까?’


솔직히 남궁호는 아까 아이들의 험담에도 조금 발끈했다.

그는 남의 지적이나 비난에 쉽게 화가 끓어오르는 편이었기에.

하지만 왠지 지금은 좀 더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역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건가?”


한바탕 하고 난 남궁호는 움직이기 전보다 오히려 몸 상태가 좋다고 느꼈다.

아니, 실제로 더욱 좋아졌다.


‘내가 그냥 성격파탄자라 애들을 팬 건 아니지. 이놈들이 시비를 건 김에 훈련 시간을 단축할 겸 손봐줬을 뿐이야.’


전삼과의 사건으로 인해 남궁호는 자신이 싸움을 통해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말인즉, 훈련이 힘들면 전투로 능력치나 무공의 숙련도를 올리면 된다는 것.

조금 전, 방계의 자식들과 공방하는 중에 나타난 움직임의 변화가 바로 전투 보상의 영향이었다.

재능이 뛰어난 남궁호가 싸움에 적응한 이유도 있겠지만, 적들을 쓰러트리면서 능력치가 상승했으리라.


‘어차피 세가 사람들한테 눈엣가시 취급을 받는다면, 시비 거는 놈들을 줘패서 체력이든 힘이든 무공 숙련도든 올리면 그만이야.’


진짜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어른들은 가주의 자식에게 직접 손을 쓰지 못할 터.

남궁호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진 애들 싸움으로 치부할 수 있는 정도의 녀석들만 덤빌 것이었다.


‘캬! 그러니까 이만한 레벨링 스팟이 어디 있겠어?’


남궁호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남궁호]

별호 : 막타공자(莫打公子)

체질 : 혼원무격지체(混元無隔之體)

내공 : 0.16갑자

근력 : 15 체력 : 15 내구력 : 8 정신력 : 17 감각 : 14 선천지기 : 23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생 수준이었던 몸이 어느새 육체노동을 하는 성인과 맞먹을 정도까지 올라왔다.

무엇보다 내구력과 감각 능력치가 오르고 있다는 게 중요한 점이었다.

둘 다 일반적인 수련으로는 키우기 어려운 요소였으니까.


‘내구력은 주로 외공이나 호신무공으로, 감각은 괴공 혹은 특수한 대법을 통해서 향상시키는 게 고작이지.’


그런데 플레이어들은 전투로도 천천히나마 이런 능력들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칼밥을 먹고 사는 무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불합리함에 치를 떨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누가 알겠어? 나한테만 있는 특전인데 말이야.’


남궁호는 헤실헤실 웃으며 상태창을 닫았다.

상태창이 사라진 시야를 가득 채운 건 웬 사내의 얼굴이었다.


“공자님, 뭐 재밌는 생각이라도 하십니까? 친척 형제들을 두들겨놓고 이리 웃으시다니.... 저기 소림사에 연락해서 용한 퇴마승이라도 보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짐짓 기겁하는 척하는 남자를 보며 남궁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 경문아, 호들갑 좀 떨지 마라.”


“넵.”


경문이라 불린 사내는 과장되게 차렷 자세를 하며 대답했다.

남궁호는 장난기 그득한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오경문이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하긴, 고련을 통해서 도술을 갈고닦겠다며 남궁세가에 하인으로 들어오는 괴짠데. 당연히 별난 구석이 있겠지.’


오경문은 남궁호가 창궁무애검법의 초식을 단번에 따라한 보상으로 배정받은 시종이었다.

덩치가 커서 위압적으로 보일만도 한데, 웃는 상이라서 사람 자체는 가벼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느다란 눈으로 항상 조금 웃고 있어서 속을 알 수 없다는 인상도 있었다.


‘오경문도 남궁세가에서 고를 수 있는 스타팅 캐릭터 중 하나였지. 주로 남궁세가 공자들 중 하나 붙잡아서 서포터로 엔딩 보는 루트를 많이 타고....’


남궁호가 예전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오경문이 중얼거렸다.


“아, 조용히 있다가 잘나간다는 일공자님이 세가에 돌아오시면 붙어먹으려고 했는데....”


“너 지금 뭐라 그랬냐?”


“이공자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라고 했습니다요, 헤헤. 역시 청력까지 대단하십니다.”


남궁호의 추궁에 오경문은 익살스럽게 답했다.

그의 넉살 좋은 태도 때문에 미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근데 이 자식 아무래도 좀 요상한데.... 이거 혹시 나 같은 케이스 아냐?’


남궁호는 대놓고 남궁세가의 공자에게 붙으려 했다는 오경문의 말에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무림영웅의 고인물이라면 알만한 이야기를 슬쩍 던져봤다.


“경문아.”


“넵, 공자님. 하명하십쇼! 귓구녕 씻고 경청하겠슴다.”


“...당가의 여협들 중에는 사실 독공의 부작용 때문에 여장을 하게 된 이도 있단다.”


남궁호의 갑작스러운 말을 들은 오경문은 그 얇은 눈을 더욱 가늘게 만들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느낌까지 줬다.


“....”

“....”


서로 눈을 마주치며 침묵하는 둘.

남궁호는 돌변한 오경문의 분위기에 마른침을 삼켰다.

이에 오경문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던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남궁호 공자님.”


“응.”


혹여나 같은 처지의 사람일까 하여 다정한 목소리로 답한 남궁호.

그걸 들은 오경문의 눈빛엔 무언가를 알겠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는 저의가 무엇입니까? 혹시 취향이 그쪽...? 아, 설마. 가주님께 일부러 말씀하셔서 절 데려오신 게...!”


오경문은 스스로를 보호하듯 자신의 양어깨를 손으로 감싸며 뒤로 빠졌다.

그 모습에 남궁호는 과거 자신을 담당하던 시비가 뒷걸음질 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 됐다.”


“그렇게 일단 안심시키려 하셔도 저, 공자님이랑은 안 사귈 거예요!”


덩치 산만한 남정네가 새침하게 소리 지르는 꼴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남궁호는 눈을 질끈 감으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아무래도 자신의 의심이 틀린 듯했다.


‘하긴, 다른 스타팅 캐릭인 남궁태도 멍청한 짓만 하고 있지. 애초에 무림영웅이 싱글게임이었으니까.... 나만 끌려왔나 보다.’


남궁호는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쏘아보는 오경문에게 손짓했다.


“아, 나도 싫으니까 내가 알아보라 했던 거나 빨리 보고해!”


남궁호가 오경문을 담당 시종으로 선택한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남궁세가에서 챙겨야 하는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한 핵심 인물이라는 것.


‘이놈 표정만 보면 딱밤 개쎄게 때리고 싶네. 후우... 일단 참자...!’


남궁호는 마음에 참을 인을 새기며 오경문을 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의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당가 고수가 독침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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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독목불성림 +7 23.05.18 10,355 190 14쪽
10 저점매수의 기회 +6 23.05.17 11,791 214 15쪽
» 당가의 여협들 중에는 사실... +8 23.05.16 12,685 227 12쪽
8 무림에선 +9 23.05.15 12,895 227 12쪽
7 일창 만일검 +14 23.05.14 14,052 247 13쪽
6 음공 +13 23.05.13 14,303 284 12쪽
5 천수제 +16 23.05.12 14,726 312 12쪽
4 역천의 공부 +12 23.05.11 15,961 299 14쪽
3 내가 먹어주마 +12 23.05.10 16,207 329 12쪽
2 아주 꼴통이라니까? +7 23.05.10 18,093 332 12쪽
1 남궁세가 둘째 공자가 미쳤다 +27 23.05.10 23,980 3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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