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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동굴

남궁 공자가 그걸 어찌 아시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1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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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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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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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더 효율적으로 뽑아먹어야 해

DUMMY

외공.

내공과 함께 무공의 큰 축을 담당하는 공부이다.

혹자는 외공을 기(氣)와는 관련이 없는 무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공을 외가기공(外家氣功)이라 달리 말하듯, 외공도 엄연히 기운을 활용하는 무공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외공의 고수들이 창칼을 막는 피부를 얻을 수 있으랴.

외공이란, 특별한 단련을 통해 신체에 공력이 깃들게 하는 공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기운을 받아들이는 영역을 타고나면 내가기공, 외가기공 모두 익히는 데 유리하다는 거지. 나처럼.’


남궁호는 선천지기가 몹시 높았다.

검왕과 무정인화의 자질을 물려받은 데다가, 유아기 때 영약과 벌모세수 등을 받은 덕분이었다.

그뿐인가?

온몸에 기를 저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천마건공까지 익혔다.

강가에서 문명이 발전하듯, 신체 곳곳에 자리한 내공은 외공을 수련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내공은 외공이 성장할 수 있게 기운을 제공해주었고, 외공은 내공이 끌어온 공력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게 그릇을 키워주었다.


‘외공이랑 내공이 서로 보완을 해주면서 무공 경지가 정말 빠르게 올랐어. 그 무뚝뚝한 황석일 위사가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 뭐....’


그야말로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는 현상.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천마건공의 역할이 커지면서 천마건공 특유의 기운이 몸 곳곳에 느껴진다는 거지.’


기를 다루는 무공은 담고 있는 묘리가 특이할수록 특징적인 흔적을 남겼다.

때문에 무인끼리 싸웠을 때 남긴 상흔만 보고도 흉수가 어디 출신인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천마건공은 전대 남궁세가주가 역천의 공부라 칭할 정도의 무공.

천마의 무공을 경험해본 무림인이라면 알아보기 쉬웠다.

하물며 그 무림인이 무공에 미쳤다고 일컬어지는 무광선사라면?


‘여기서 바로 무림공적 루트를 탈 수도 있어.’


남궁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무광선사를 올려다보았다.

마찬가지로 그 부리부리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무광선사.


“....”


백 년처럼 느껴지는 찰나의 침묵이 지나가고, 무광선사가 입을 열었다.


“너...!”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리도 무게를 잡는 것일까.

무광선사는 살짝 인상을 쓴 채로 말을 이었다.


“혹시 소림사에 들어올 생각은 없느냐? 내 제자가 된다면 방장의 바로 아래 항렬이 되는데 말이다.”


“?”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남궁호뿐만 아니라 비무대 위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놀랐다.

무광선사가 방금 꺼낸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제안이었으니까.

그의 말대로 무광선사는 소림사 방장과 같은 배분의 무림인이었다.

검왕의 아버지인 남궁진과 동시대의 인물이었기에, 남궁호가 무광선사의 제자가 되어버리면 부자(父子)가 비슷한 배분이 되는 개족보가 완성된다.


‘무광선사는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무림의 태산북두라는 소림을 이끌어갈 사람으로 부족했을 뿐, 무공 실력만 떼어놓고 보면 현 방장보다 더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


소림에서는 이토록 무공 실력이 뛰어난 무광선사가 아직까지 제자를 들이지 않아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느닷없이 남궁세가에서 남궁호를 제자로 영입하려고 한 것이었다.

무광선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

무림인을 꿈꾸는 소년들에겐 당연히 혹할만한 제안이었다.

예컨대, 지금 비무대 주변에 즐비한 교육생들 같은 부류 말이다.

장내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킨 무광선사는 눈썹을 꿈틀하며 다시 말했다.


“이 녀석아, 왜 대답이 없어! 나한테 한 수만 가르쳐달라고 찾아오는 놈들이 어디 한둘인 줄 아느냐?”


무광선사의 재촉하는 말에 좌중의 시선은 이제 남궁호에게로 쏠렸다.

과연 그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하지 않은 이는 없으리라.

그때, 어디선가 요란한 날갯짓 소리 같은 게 들려왔다.


-푸드드득!


이상한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남궁천이었다.

그가 두 발을 바삐 놀려 호다닥 비무대 위로 경공을 펼친 것.


“무광선사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남궁천은 두 동공이 크게 확장되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무광선사는 왜 그리 놀라냐는 태도를 보였다.


“응? 항간에 들리기로는 남궁세가의 이공자가 가문에서 그리 좋은 취급을 못 받는다던데.... 내가 거두어주면 서로 좋은 일 아닌가. 이 녀석, 보니까 두상도 둥그런 게 머리 밀어놓으면 반들반들 볼만하겠는데! 껄껄껄!”


무광선사가 웃으며 말했지만 아무도 따라 웃지 않았다.

그의 농담 섞인 말에 진심이 제법 섞여있다는 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는 정말로 남궁호를 남궁세가에서 없는 자식 취급하고 있었지 않은가.

남궁천은 마음 한 구석이 찔렸다.


“크흠, 흠! 말씀이 좀 지나치십니다. 호아는 엄연히 제 아들입니다.”


표정을 가다듬은 남궁천.

그는 진중한 태도로 이어서 말했다.


“게다가 창궁무애검법의 전수자이며, 남궁세가 소가주 후보이니 출가는 어불성설입니다.”


이 말을 들은 남궁세가 사람들은 또 충격을 받았다.

남궁호가 앞으로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남궁세가주에 의해 공표돼버린 셈이었으니까.


“뭐야, 어떻게 되는 거야?”

“가주님께서 지금까지 소가주 자리에 대해서 입 밖에 내신 적 없으셨잖아...?”

“심지어 일공자, 삼공자도 아니고 이공자라니! 한동안 세가가 시끄럽겠는데.”


무광선사가 말할 땐 조용하던 장내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아무래도 집안의 사정이다 보니 남궁세가 혈족들에겐 남궁천의 발언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방금 발언의 대상인 남궁호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진짜 토 나오게 준비할 가치가 있었네....’


근래에 남궁호의 과거 기억과 많이 동기화되던 그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는 남궁호로서도, 그 안에 들어온 최명우로서도 늘 바라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무림영웅에서 남궁호를 제일 파고든 게 성능 때문도 있지만, 왠지 정이 가서 자주 육성한 이유도 있었지.’


집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동질감을 느껴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적어도 무림영웅 안에서는 남궁호가 대단해질 수 있었기에 최명우는 그게 참 좋았다.

그리고 지금, 당사자가 되어 친척들 앞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후계자 후보로 선언하는 걸 들으니 눈시울이 시큰할 지경이었다.

남궁호의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궁천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번에 강남정파연합의 발족식에도 호아를 대동할 생각입니다.”


“호오, 검왕이 둘째 아들을 그렇게까지 귀히 여기는 줄 내 미처 몰랐네.”


세가의 이름을 걸고 방문하는 행사에 함께 간다는 것은 집안에서 중요한 위치라는 의미였다.

이를 이해한 무광선사는 더 이상 남궁호를 제자로 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남궁호 또한 무광선사의 제자가 되지 못한 게 아쉽진 않았다.


‘소림사에 속하면 행동에 제약이 너무 많아져. 제대로 성장하려면 소림사 정도론 만족 못하지. 그나저나, 강남정파연합 발족식에까지 날 데려간다고? 성장 속도를 확 당기니까 이벤트를 이렇게까지 빨아먹을 수 있구나!’


원래 애당초 남궁호가 노렸던 건 무광선사의 눈에 띄는 데까지였다.

이는 스타팅 캐릭터를 남궁태로 골랐을 때만 성공할 수 있는 이벤트였는데, 무림영웅에서는 아무리 해도 남궁호로 첫 평가에서 무광선사를 움직일 만큼 경지에 오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궁태는 시작점이 높지만 한계가 빨리 찾아오고, 남궁호는 밑바닥에서 시작하되 한계가 없다시피 한 자질이었다.


‘하지만 게임에서보다 선택지가 자유로운 지금은 남궁태 것뿐만이 아니라 남궁운 몫의 이벤트까지도 내가 챙기게 됐네. 흐흐흐.’


무광선사가 남궁세가에 방문한 것은 강남정파연합 발족식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제법 굵직한 정도 문파들이 단체를 만들었기에 큰 범주에서 강남에 위치한 소림사와 남궁세가도 초대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엔 보통 장자인 남궁운이 함께 갔는데, 무광선사가 남궁호에게 제자 제안을 하는 바람에 상황이 달라졌다.


‘뭐, 어쨌든 쏠쏠하게 재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가는 게 좋지 않겠어?’


어차피 오늘 평가 이후론 중급 교육으로 넘어가서 죽어라 무공 수련만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검왕과 함께 움직이며 직접 가르침도 받고 세가 외부로 돌아다니는 게 남궁호에게 좋은 일이었다.


‘역시 범수상초로 도박을 걸어보길 잘했네!’


아무리 남궁호로 무광선사의 눈에 띄는 게 처음이어도, 천마건공이 걸릴 위험은 예상했다.

때문에 비서림에서 무공의 흔적을 지우는 범수상초를 구입한 것이었다.

남궁호는 범수상초로 천마건공의 기운을 감추고, 삼재심법의 주천 방향대로 내공을 움직였다.

이는 다행히 제대로 통했다.

무광선사는 은근슬쩍 남궁호의 몸에 내공을 흘려보내고도 천마건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것 참, 네 부친이 반대하니 제자로 들이는 것은 포기해야겠구나! 껄껄껄. 오랜만에 탐나는 녀석을 발견했는데 아쉽군. 기왕 이렇게 된 거, 내 가볍게 지도 비무를 해줄까 하는데 어떠냐?”


“무광선사님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영광입니다!”


남궁호는 무광선사의 이번 제안은 넙죽 받아먹었다.

처음부터 무광선사와 지도 비무를 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수준이 한참 높은 고수에게 배우는 것도 비무에서 승리하거나 적을 처치하는 것에 준하는 보상을 주었다.


‘특히 무광선사는 외공 계열을 선호해서 이 이벤트를 통하면 외공 성취를 크게 올릴 수 있어. 괴로운 수련을 확 줄여줄 거라 이거지.’


남궁호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지도 비무를 기다리는 동안 무광선사는 남궁천에게 눈빛으로 허락을 구했다.

이에 남궁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앞서 남궁호와 비무를 했던 남궁민수는 어느새 눈치껏 비무대에서 사라져있었다.

이제 비무대 위에는 남궁호와 무광선사 둘만 남았다.


“아해야, 있는 힘껏 덤벼보아라.”


“후배가 가르침을 구하겠습니다!”


남궁호는 뒷짐을 지고 홀홀 웃는 무광선사에게 검을 겨눴다.

그러고는 가볍게 기수식을 펼쳤다.

여전히 미동조차 않고 서있는 무광선사.

그를 향해 남궁호는 신중하게 허초를 뿌렸다.


“허허, 그래. 처음엔 탐색전을 펼치는 게 좋지. 기초를 잘 닦았구나.”


무광선사는 칭찬을 뱉었지만 남궁호의 공격을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아니, 허용은커녕 어설픈 동작 때문에 빈틈이 생길 때마다 검지를 뻗어 쿡쿡 찔러댔다.

아픈 것은 아니지만 부족함을 지적받는 기분이라 위축감이 들었다.


“시선으로 어딜 노리는지 다 알려주는데 어찌 맞아주겠느냐?”

“보법은 부지런히 밟아야지.”

“중심이 무너지면 그건 공격이 아니라 자해이니라.”


남궁호는 또래 아이들을 통해 전투 경험을 쌓았다.

당연히 마교와의 전투에서 생사결을 수없이 겪어본 무광선사의 눈에 차기는 어려웠다.

어느새 무광선사의 얼굴에선 흥미가 옅어지고 있었다.

남궁호 또한 그러한 기색을 눈치 챘다.


‘무광선사 정도 되는 고수한테 지도 비무를 받을 기회는 흔치 않은데.... 더 효율적으로 뽑아먹어야 해...!’


아랫입술을 콱 깨문 남궁호는 무광선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광선사님, 혹시 제 별호를 알고 계십니까?”


“응? 네 나이에 벌써 별호도 얻었느냐? 이미 어엿한 무림인이라고 해도 무방하겠구나! 그래, 별호가 무엇인고?”


“ㅁ....”


“뭐라고? 크게 좀 말해보거라.”


일단 지르긴 했으나, 막상 자신의 별호를 입 밖에 내려니 망설여진 남궁호.

웅얼거리는 그의 말에 무광선사가 되물었다.


“막...타공자...입니다....”


“막, 뭐?”


“막타공자라고요!”


남궁호는 수치스러움을 이겨내고 외치는 순간, 힘이 솟는 걸 느꼈다.


[막타공자 : 이 별호를 아는 적과 전투 시 근력 및 내공 일할 증가]


근력과 내공은 전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남궁호의 몸놀림은 이전과는 확 달라졌다.

어차피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권, 장, 각까지 섞어가며 무광선사에게 공격을 휘몰아쳤다.

그 모습을 본 무광선사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 짧은 사이에 성장했단 말인가...! 천하의 기재로고. 이런 아해에게 소림과의 끈을 이어놓으면 훗날 덕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진 않을 터.’


별호로 인한 전투력의 상승을 남궁호의 천재성으로 오인한 무광선사.

그는 맹렬하게 덤비는 남궁호를 상대해주며 입을 작게 달싹였다.

하지만 무광선사의 입에선 아무런 말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남궁호는 무언가를 듣기라도 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무광선사를 보았다.


‘아니, 아무리 무광선사라고 해도 이런 걸 외인에게 맘대로 넘겨줘도 되는 거야...?’


작가의말

남궁호은(는) 셀프 수치플레이를 사용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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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어디서 뒤지려고 +8 23.05.20 8,986 1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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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저점매수의 기회 +6 23.05.17 11,790 214 15쪽
9 당가의 여협들 중에는 사실... +8 23.05.16 12,684 227 12쪽
8 무림에선 +9 23.05.15 12,895 2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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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음공 +13 23.05.13 14,303 284 12쪽
5 천수제 +16 23.05.12 14,726 312 12쪽
4 역천의 공부 +12 23.05.11 15,960 299 14쪽
3 내가 먹어주마 +12 23.05.10 16,206 329 12쪽
2 아주 꼴통이라니까? +7 23.05.10 18,093 332 12쪽
1 남궁세가 둘째 공자가 미쳤다 +27 23.05.10 23,980 3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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