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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신 불가사리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전탁
작품등록일 :
2013.08.19 14:44
최근연재일 :
2015.07.05 16:3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323
추천수 :
70
글자수 :
70,413

작성
15.07.05 16:33
조회
200
추천
2
글자
8쪽

신 불가사리전 - 에필로그(2) 한 소녀의 이야기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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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2 – 한 소녀의 이야기.



하늘도시의 중심인 하늘누리에는 수많은 조합들이 모여 거리를 이루고 있다. 그곳은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특별히 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재봉조합의 의복 때문이었다.


“들었어? 재봉조합의 샛별 말이야!”

“4년 만에 조합의 모든 기술을 마스터했다면서?”

“게다가 만들어내는 옷들이 그렇게 좋다던데?”


4년 전, 갑자기 재봉사 조합에 등장한 신인은 하나의 열풍을 몰고 왔다. 새롭고 기발한 디자인들로 침체되고 있었던 의복 시장을 되살렸고 아울러 인원부족으로 허덕이던 재봉조합을 되살려놓았다. 게다가 신인은 불과 이제 21세가 되는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는 삽시간에 유명해졌다. 그에 맞춰 불이 붙은 듯 다른 조합들도 적극적으로 개편과 활동을 시작하면서 하늘누리는 유래 없는 호황을 맞고 있었다. 특히 제봉조합의 문은 밤이 될 때 까지 닫히지 않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제봉조합은 여전히 사람이 많긴 했으나 주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손님을 맞이하는 관리인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그 먼 하늘유리에서 그 재봉사에게 옷을 주문하기 위해 왔는데 자리에 없다니!”

“장난치는 거냐!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런 식이면 앞으로 장사하기 힘들어질 줄 알아!”


먼 거리에서 온 손님부터 도시의 유력인사까지, 아무리 조합을 등에 업고 일하는 관리인도 감당하기 힘든 존재들이 몰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조합장의 지엄한 명령으로 오늘만은 어떻게든 버텨내야 했다.


“자자.. 그러지 마시고! 저희 조합에서 자랑하는 재봉사는 지금 바쁜 일에 피로가 겹쳐 휴양을 가있는 중입니다!”

“언제 돌아오는 건가!”

“그녀는 금방 돌아올 겁니다! 저희 조합의 재봉사는 일반인 최초로 표본실 관장이신 너울탄식님이 물질전송기의 이동을 허가 해주셨으니까요!”

“오오? 그게 사실인가! 그렇다면 금방 오겠군!”


일반인의 물질전송기 사용을 엄중하게 통제했던 이전과는 달리 4년 전 모종의 일로 징계를 받은 아보카도 관장을 대신해 관장이 된 너울탄식은 관대한 편이었다. 물론 그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나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물질 전송기의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 해도 커다란 변화였다. 결국 관리인은 비장의 비밀을 공개하는 것으로 무사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영차.”


전쟁시대 이후 고원지대에 지어진 하늘도시들은 항상 쌀쌀한 날씨였고 사람들은 그 날씨와 날씨가 만들어낸 자연에 익숙해져 있었다. 수 세대를 이어져 오며 사람들은 더 이상 무언가 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예외가 생겼으니, 바로 항상 밝게 빛나던 하늘누리 위의 붉은 별이 4년 전 부터 흐려진 것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술렁였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대다가 표본실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발표되었기에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붉은 별을 관찰하기 위해 하늘 산맥에 주둔하다 시피 하던 연구원들도 다들 철수해서 산맥은 다시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는 광경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아..”


앵두 같은 입술 사이로 호흡에 맞춰 새하얀 김이 새어나왔다. 입김의 주인인 여인은 단정한 느낌이 드는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과는 달리 천은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손에 두툼한 꾸러미를 진 그녀는 연신 무언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한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앞에는 하늘산맥의 깎아지를 듯한 협곡이 있었는데 울퉁불퉁한 바위에도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살시도를 하는 사람처럼 바위벽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여인은 부딪쳐 산산 조각이 나는 대신 다른 장소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다른 검은 머리의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기어코 오는군.”

“안녕하세요. 호요랑씨.”

“하! 난 이름을 불러도 좋다고 한 적 없어!”

“죄송해요..”

“엎드려 절 받기는 좋아하지 않아.”

“....”


호요랑이라고 불린 여인의 말에 들어온 여인은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그녀를 적의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검은 머리의 여인은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티를 역력하게 내는 모습으로 말했다.


“그는 저기에 있는 암자에 있어.”

“아...!”


호요랑의 말을 듣자마자 여인은 그녀가 고개 짓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급하게 달리느라 땅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았지만 마치 걸리는 것들이 스스로 비켜주 듯 길에는 장애물이 없었고 거침없이 자그마한 암자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아..하아..”


넘어지지 않고 온 것은 좋았지만 숨이 찬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동안 심호흡으로 숨을 가다듬던 여인은 호흡이 어느 정도 괜찮아지자 힘차게 말했다.


“저 왔어요!”

“.....”


그녀의 눈앞에 있는 암자에는 헤어진 회색 옷을 남자가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다.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여인은 주섬주섬 자신이 들고 온 꾸러미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튼튼하게 묶여있는지 오랜 시간 줄을 풀어야 했던 꾸러미 속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새하얀 천으로 만들어진 옷이었다.


“드디어 만들었어요. 보수를 대신할 옷을.”

“....”

“4년 동안 기술을 익히면서 생각했답니다. 당신에게 어떤 천이 어울릴지 몰라서 한참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유명해져있지 뭐에요? 이젠 하늘도시에서 유명인사가 되어버렸어요.”


자연스럽게 말하던 여인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1년 전에 찾았어요. 당신에게 어울릴 만한 색을.. 흑.”


그녀는 눈물이 옷에 떨어지지 않도록 필사적이었지만 흘러나오는 것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그런데 재미있죠, 제가 당신 소식을 들은 것도 그쯤이었다는 게 말이에요.”


그녀의 손이 떨렸다. 옷은 좋은 천으로 만들어졌는지 구겨지지 않고 물결을 타듯 자연스럽게 흔들렸다. 그녀가 모든 인맥을 총 동원해서 어렵사리 구한 거대한 독수리, 동청(東靑)의 깃털 실로 만든 천이었다.


“기다려준다고 했으면서...”


결국 그녀는 옷을 든 채 남자의 곁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이 조심스레 옷을 남자의 몸에 걸쳤다. 그 와중에도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여인은 그 모습에 더욱 슬픈 얼굴로 변했다. 몇 번이나 남자의 등을 쓰다듬던 그녀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남자의 곁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호요랑씨가 편지 정도는 남겨도 괜찮다고 허락해주셨어요. 언젠가는.. 당신이 봐주시겠죠..”


여인은 눈물을 훔치며 일어섰다. 저 멀리서 호요랑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된 것이다.


“전 더 이상 이곳에 오면 안 된데요. 호요랑씨는 여전히 인간이 싫으시데요. 그러니까 이게 마지막 인사에요. 안녕히 주무세요.”


여인은 남자의 등에 입술을 대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훔치며 힘차게 일어나 호요랑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뒤로는 눈부신 백의를 걸친 남자와 작은 봉투가 놓여있었고 겉면에는 정성스럽게 글씨가 써져 있었다.


[재봉사 래미가 불가사리씨에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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