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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신 불가사리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전탁
작품등록일 :
2013.08.19 14:44
최근연재일 :
2015.07.05 16:3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312
추천수 :
70
글자수 :
70,413

작성
13.08.19 14:47
조회
544
추천
6
글자
12쪽

신 불가사리전 - 0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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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먼 옛날, 마왕이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모든 것들을 먹어치우며 세상을 파괴하기 시작했지요. 사람들과 다른 생명체들은 함께 맞서 싸우며 온갖 무기를 동원했지만 마왕에겐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8명의 신이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열심히 싸워 결국 마왕을 물리쳤답니다. 하지만 워낙 격렬한 싸움이었던 터라 신들도 많이 죽고 다쳤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요, 단 한명의 신은 아무런 상처 없이 돌아왔던 것입니다. 다른 신들은 몸을 추스르기 위해 다시 흩어지고 아무런 부상 없이 돌아온 신은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격렬한 전투에서 상처하나 없이 돌아온 그를 두려워한 사람들은 그를 끝이 없는 감옥 속에 가두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심연의 감옥 속으로요.

나중에 몸을 추스르고 찾아온 다른 신들은 그런 사람들의 행위에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넌덜머리를 내며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세상의 구석구석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후 신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옛날이야기 – 흑암대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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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과의 전쟁 이후로 한동안 사람들은 문명의 재건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안정이 되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범죄가 일어났고 그 결과로 감옥이 필요하게 되었다. 새로이 치안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표본실은 그들이 범죄자로 판명한 자들을 동쪽 오지에 있는 거대한 산맥 아래의 감옥으로 보냈다. 그 연원을 아무도 알 수 없는 감옥은 전쟁 이전부터 이용해왔던 곳이었으며 ‘마왕’이 스쳐지나가지 않아 멀쩡하게 남아있었다. 감옥 자체는 산 중턱에 굴을 파서 만든 지하 감옥 이었는데 그곳에는 ‘잔재물’이라고 불리는 것이 많았고 따라서 보내지는 죄수는 사형판결을 받은 것과 같았다. ‘잔재물’은 ‘마왕’의 피라고 까지 여겨지는 것으로서 인간의 몸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어이! 빨리빨리 움직여! 곧 식사 시간이다!”

감옥은 방대한 공간을 자랑했다. 험악한 표정을 하고 있는 간수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안쪽에는 철창과 함께 수많은 함정이 죄수들을 지키고 있었다. 간수들은 죄수들의 밥을 먹일 때만 잠깐 감옥으로 출입했는데 감옥이 너무 커서 밥을 주는 사람은 따로 모집해야 할 정도였다.


땡땡땡.

“....”


잠시 뒤, 식사 시간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리면서 한 사람이 감옥으로 들어섰다. 손에는 이런저런 음식물 찌꺼기를 들고 있었는데 보이는 얼굴은 앳된 소녀였다. 소녀는 벌벌 떨면서도 조심스레 발을 움직였다. 온통 함정으로 가득한 감옥은 발만 잘못 디뎌도 목숨을 앗아가기엔 충분한 장소였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소녀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위험한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음식물 찌꺼기의 처리 담당이라 보수도 가장 적었지만 그래도 구걸을 하는 것 보다는 나은 일이었다.

“버리는 곳이 왜 이리 깊숙한 곳에 있는 거야...”

감옥의 음식물을 버리는 곳은 감옥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소녀는 왜 그냥 밖에 버리지 않나하는 의문을 가졌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간수들의 말은 그저 ‘전통이다’라는 대답뿐이었다. 실제로 버리는 곳은 죄수들이 수감된 감옥과는 동떨어진 곳에 위치했기에 길만 조심하면 딱히 문제도 없었다. 선임 간수들의 말로는 죄수들이 그녀를 볼 수조차 없을 거라고 했다. 괜히 최악의 죄인들만이 수감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주르륵.

“냄새..”


소녀가 도착한 곳에는 창살이 있고 그 안으로는 시커먼 구멍이 있었다. 도무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은 오래 전부터 음식물을 버려왔다는 대도 전혀 냄새가 올라오지 않았다. 아마도 저곳에 떨어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리라. 소녀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쳤기에 얼른 뒤로 돌아섰다. 그러다 곧 움찔하며 다시 고개를 돌려 구덩이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 탓이다.


[하아...]

“꺄아아악!!”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입구로 달려 나갔다. 갑작스런 비명을 들은 간수들은 각자 무기를 움켜쥔 채 몰려오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저..저기 찌꺼기 버리는 구덩이에서 목소리가.. ”

“입구에는 6명이 남는다! 나머진 이동!”


죄수라도 탈출했다면 큰일을 넘어서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처지라 소녀의 말을 들은 간수들은 서둘러 구덩이로 몰려갔다. 잠시 후, 간수들이 들어갔던 모습 그대로 다시 입구로 나왔고 그 중 성질 있어 보이는 간수 하나가 소녀에게 소리쳤다.


“어이 신입!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아! 이런 식으로 하면 당장 해고다!”

“죄송해요! 해고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그것만은..”


소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거듭했고 그러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간수가 중재에 나섰다.


“이보시게 그만하세나. 이 아이가 바람소리를 잘못 들었나 보네. 굴이 워낙 깊잖은가.”


그는 감옥에서도 가장 오래 근무한 했고 다른 간수들은 그에게 한 수 접어주는 편이었다. 또한 소녀를 고용한 것도 늙은 간수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성질 있어 보이는 간수도 그의 말을 듣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돌아섰지만 한 마디를 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여긴 작은 실수로도 목숨이 날아가는 곳이야! 그러니까 다음부턴 주의해!”

“네, 명심할게요!”


소녀는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는 휴식처로 향했다. 소녀의 일은 하루 2번의 죄수들의 식사시간 이후에 이루어지는 일이었기에 마음껏 휴식은 취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동안 할 일이 없다는 것으로 주변에 또래 아이들은커녕 여자라곤 자기 하나 뿐이었기 때문이다.


“래미야 이리 와보련.”

“아, 가마지기 할아버지! 아까는 죄송해요...”


유일한 말상대라고는 그녀를 고용해 준 사람이자 자신을 길러준 은사의 지인인 간수 가마지기 노인이 다였다. 다른 간수들은 항상 바삐 움직이고 있고 그녀가 말을 걸 정도로 상냥한 이도 별로 없었다. 소녀, 래미의 말에 가마지기 노인은 허허로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 할 것 없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함께 가자꾸나.”

“아.. 아니에요, 이건 제 일인걸요? 거기다 가마지기 할아버지는 지금 은퇴가 얼마 남지 않으셨잖아요.”


래미의 말은 언 듯 노인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었지만 가마지기 노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 분명하리라. 하지만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하여 소리쳤다.


“요녀석!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았다고 해도 난 아직 끄떡없다!”


래미는 노인의 말에 위축되었는지 어깨를 움츠렸고 그 모습에 노인은 다시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뭔가 수상쩍은 게 있으면 제일 경험이 많은 내가 잘 알지 않겠느냐. 어쩌면 가서 네가 들었다는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그렇네요? 알았어요. 대신 한 번 만이에요? 요즘 눈도 침침하시다면서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큰일이니까요.”

“허허허.. 알았다. 걱정해주어서 고맙구나.”


슥슥.

가마지기 노인은 래미의 머리를 비볐고 그녀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우르릉.

동쪽 오지의 산맥지역에는 가끔 약한 지진이 일어나곤 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약한 지진일 뿐 감옥이 무너진다거나 땅이 갈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간수들은 지진이 일어날 때면 항상 긴장을 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도 앞으로 없으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새는 곳은 없고.. 됐어.”

오늘도 감옥의 유일한 소녀, 래미는 일을 하기 위해 찌꺼기 담을 통을 점검하고 튼튼한 장화를 신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열심히 달려갔다.


“후아.. 저 왔어요. 가마지기 할아버지.”

“네가 뛰는 모습을 보니 그냥 달려서도 하늘도시까지 가겠구나.”

“헤헤.. 그래도 아직 돈이 모자란걸요. 하지만 열심히 벌어서 꼭 재봉사가 되고 말거에요!”

“그래그래, 너 정도의 손재주라면 분명 하늘도시에서도 유명한 재봉사가 될 수 있을 게다. 이 감옥의 간수들의 옷은 전부 네가 수선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가마지기 노인은 찡긋하며 자신의 옷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깔끔한 솜씨로 기워진 바늘자국이 군데군데 나있었다. 래미는 그것을 보며 얼굴을 조금 붉혔다. 어릴 적 연습한답시고 가마지기 노인의 옷을 몇 벌이나 망쳐놓았던 생각이 떠오른 탓이다.


땡땡땡.

마침 울리기 시작한 식사시간 종소리는 그녀에게 구원과 같았다.


“가..가요 할아버지!”

“허허허....”


노인은 감옥이 있는 동굴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소녀의 모습에 웃으며 천천히 뒤를 쫒았다. 그 직후, 동쪽 산맥에 큰 지진이 덮쳤다. 동굴 외부에서 입구를 지키던 간수들은 비상사태에 돌입했지만 지진으로 인해 감옥으로 통하는 동굴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엎친데 겹친 격으로 밖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기구마저 잔해에 깔려 망가지면서 사고에 대한 보고도 늦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지 감옥이라는 장점이 순식간에 단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쿠쿵.

“앗?”


큰 흔들림과 동시에 무언가 떨어지는 둔중한 소리에 뒤를 돌아본 래미의 눈이 퉁방울만해졌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해온 경험으로 상황을 깨달은 가마지기 노인은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달리기 시작했다.


“동굴이 무너진다! 어서 달리거라!”

큰 지진이 일어난 시점부터 동굴 안에 있었던 두 사람은 달리기 시작했다. 점차 무너지고 있는 동굴 속으로 가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었지만 당장 살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었다. 운이 좋으면 도중에 지진이 멎을 수도 있고 일단 살아만 있다면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벌써 구덩이가 보여요!”

“이..이런!”


구덩이는 감옥의 가장 안쪽에 있으므로 그곳이 나타났다는 것은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 것과 같았다. 아무리 노련한 간수인 가마지기 노인도 그만큼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기에 그의 얼굴에 낭패한 표정이 어렸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재빨리 래미를 안 구석으로 몰아가서는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앉았다.


“하..할아버지! 뭐하시는 거에요! 그러면 할아버지가...!!”

“허허.. 원 참 다른 친우들이 손자 손녀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구나.”

“네? 갑자기 무슨..”

“난 너를 내 손녀처럼 생각했단다. 평생 간수로 살아온 내겐 말년에 참 좋은 시간들이었어...”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네?”


쿵쿵.

“콜록콜록.”


무너진 바위 덩어리들이 바로 앞까지 지쳐들고 있었고 함께 흙먼지를 삼킨 래미는 연신 기침을 토했다. 그녀의 모습을 본 가마지기 노인의 얼굴에 주름진 미소가 떠올랐다.


“나야 충분히 살았지만 너는 이제 시작이란다. 부디 살아서 최고의 재봉사가 길 바라마.”

말을 마친 가마지기 노인은 래미를 슬쩍 안쪽으로 밀었고 그와 동시에 사방은 바위가 떨어지는 소리와 먼지에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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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2번째 습작입니다. 한글문서로 약 7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완결이 난 것이기에 꼬박꼬박 올릴 것임을 미리 공지드립니다.

 

미숙한 작가 지망생의 글, 부디 넒으신 마음으로 감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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