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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신 불가사리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전탁
작품등록일 :
2013.08.19 14:44
최근연재일 :
2015.07.05 16:3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314
추천수 :
70
글자수 :
70,413

작성
15.07.05 16:08
조회
186
추천
6
글자
8쪽

신 불가사리전 - 3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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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는 곧 떨어질 것만 같은 커다란 달이 떠있었다. 남자는 그 아래 서서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이 조용한 세상을 밝혔지만 남자만은 그렇지 못했다. 달빛은 만물에 공평하게 비춰졌지만 그의 머리칼과 옷은 달빛을 그대로 삼키기라도 하듯 실내에서 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아마 이 광경을 누군가 보았다면 한 밤의 유령을 보았다고 생각했으리라. 주변이 환하게 느껴질 정도로 밝은 달빛이기에 잠을 잘 때는 창문을 가릴 정도인데 그 속에서 빛나지 않는 사람이라니 섬뜩하지 않은가.


“....”


괴상한 풍경 속에서 남자는 허리춤에서 천천히 검을 뽑아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에서 오직 검만이 달빛을 받아들여 빛났고 그것은 빛나지 않는 주인과 조화되면서 묘한 풍경을 자아냈다. 마치 함께 있을 수 없는 것들이 함께 있을 때 서로가 더욱 돋보이듯이. 그렇게 한동안 숨소리도 내지 않고 춤을 추던 남자의 검이 어느 순간 멈춰 섰다. 그는 마을로 들어서는 길 한 편을 바라보다 몸을 돌려 곧바로 한 건물로 향했다.


덜컥.


래미는 침대에 눕자마자 쏟아지는 잠을 견뎌낼 수 없었다. 감옥에서의 일로 인해 스스로는 몰랐지만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이 온 종일 긴장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몸은 물론 정신도 휴식이 간절했던 것이다. 기절하듯 잠에 들었던 그녀는 새벽녘에 자신을 깨우는 소리를 듣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무슨.. 일이에요?”

“옷과 짐을 챙겨라.”

“에? 갑자기 왜...”

“고용되었으니 일을 할 뿐, 서둘러라.”

“아앗.. 잠시만요!”


갑작스러운 데다 반 강제적인 말이었지만 래미는 옷을 껴입고 짐을 들었다. 직감적으로 남자가 허투루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근무할 때도 비상훈련이라고 해서 자주 갑자기 불려나가던 일이 있었기에 래미의 동작은 재빨랐다.


“다 챙겼어요, 그런데 일이라뇨? 아직 여행길에 접어들지도 않았는데..”

“위험은 기다리지 않지, 마을을 당장 떠난다.”

“혹시, 여기로 위험한 게 다가온다는 건가요?”

“...”


흠칫거리는 그녀의 물음에 남자는 대답 없이 밖으로 나섰다. 여관의 주인은 깊은 잠에 빠진 듯 사람이 오가는 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가게 밖으로 나가서 남자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그 뒤를 한동안 따라가던 래미는 문득 멈춰서며 말했다.


“우리끼리만 떠나는 건가요?”

끄덕.

“마을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해요.”

“좋지 않은 생각이다.”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할 순 없어요! 도와주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피할 수는 있게 해줘야...!”

“난 너를 지키는 호위지 마을을 지키는 호위가 아니다.”

“그런 말이....”

“아마도 도적 떼겠지. 마을에는 높은 나무 울타리가 있고 내일이면 네가 일했다던 감옥의 간수들도 이곳으로 올 것이다. 피해를 입겠지만 막을 수 있겠지.”

“당신이라면 그 피해도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나요? 그 파묻힌 동굴에서 순식간에 절 구했잖아요.”

“.....”

“반겨주는 사람은 없지만 여긴 제 고향이에요. 부탁드릴게요.”


그녀의 말에 남자는 단지 말없이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래미는 그 잠깐 동안 자신의 얼굴이 샅샅이 살펴진다고 생각했다. 남자의 시선은 커다란 삿갓에 가려 있었지만 틀림없이 그렇게 느껴지고 있었다. 잠시 뒤, 남자가 말문을 열었다.


“... 짐을 들어라.”

“아아..”

“이곳에다 짐을 두고 잘 생각은 아니겠지.”

“아? 고마워요! 고마워요!”


래미는 잠깐 동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다가 곧 고개를 숙이며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꺼냈다. 우회적이지만 도와주겠다는 의미인 그의 말을 이해한 것이다. 그녀가 짐을 챙기는 모습을 보던 남자는 바로 마을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의뢰인의 의사를 따를 뿐. 내일 정오 전까지 돌아오지.”

“무슨 말이에요? 앗?”


그의 말에 래미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을 때는 남자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모두 더 빠르게 움직여! 죽고 싶지 않으면!”


불리바는 주변을 향해 목청이 터져라 다그쳤다. 그러자 그를 뒤따라오던 무리들은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도 발을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며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할! 망할 사서놈들! 여기까지 쫒아오다니!”

“컥!”

“두..두목! 칼스가 쓰러졌어요!”

“버려둬! 어차피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매한가지니까!”

“크윽!”


그의 말을 들은 무리는 더욱 필사적인 표정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누군가에 쫒기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뒤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 거미가 이렇게 무너질 줄이야!”


사실 불리바와 그 무리는 하늘도시 주변을 돌아다니며 약탈을 하는 무리였다. 그런 그들이 오지중의 오지라고 불리는 동쪽 산맥구역까지 온 것은 그들이 ‘표본실’에서 파견된 사서들 때문이었다. 약 한달 전 여느 때와 같이 약탈을 하고 있는데 순찰을 돌던 일단의 사서 무리와 마주치고 말았던 것이다. 모든 하늘도시를 관리한다는 ‘표본실’에서 파견된 그들의 힘은 실로 무시무시했고 그들과 싸운 불리바와 그의 부하들은 얼마 되지도 않아 도망치고 말았다.


‘5년만 숨어 지내면 돼. 그때쯤이면 좀 조용해질 테니까.’

그가 숨어 지낼 계획을 짜는 동안에 뒤 따라오던 부하 중 하나가 소리쳤다.


“두목! 앞에 누가 있는데요?”

“뭐?”


그는 서둘러 멈춰 섰다. 사서들이 자신의 계획을 눈치 채고 미리 와있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앞을 살피자 앞에 보이던 것은 사람이며 그것도 하나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옷도 멀리서도 구분되는 사서의 제복이 아니었다. 아마 근처에 있다고 하던 마을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짐작한 불리바는 짜증난 나머지 죽는 순간 까지 후회할 명령을 내리고 말았다.


“뭘 별 잡것들이 간 떨어지게 하고 지랄이야! 저 새끼 조지고 지나간다!”

으득.


불리바의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에게서는 이가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몇 날 며칠을 쫓기던 그들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식사와 잠은 물론이고 옷도 먼지투성이인 채였기에 그들의 짜증은 극도로 올라가있었다. 불리바도 부하들이 소란을 피울까 싶어 곤란하게 생각하던 마당에 마침 화풀이 대상이 될 만한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부하들은 지친기색도 잊고 순식간에 앞에 있는 인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잠시 후, 참혹한 광경이 불리바의 앞에 펼쳐졌다.


“이..이게 무슨..”

수십 명에 달하는 부하들이 몰살당했다. 그것도 한 사람에 의해서. 가장 흉폭하고 잔인한 심성으로 무리의 두목을 차지했던 불리바였지만 그는 지금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남은 것은 너 하나인가.”

“히익! 오지마! 오지마아!!”


인영이 검을 빼서 한 번 휘두르자 서너 명씩 죽어나갔다. 부하들이 이상함을 느끼고 뒤로 도망쳤을 때는 이미 늦어서 모두가 남자의 공격권안에 들어온 후였다.


“제발! 보물..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줄게!”


불리바가 숨겨놓은 재산은 상당했다. 특히 금은 전쟁이후인 지금도 요긴하고 귀하게 여겨지는 것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기에 숨겨둔 은신처에는 금괴가 100개가 쌓여있었다. 그러나 부하들을 베어버린 남자는 말없이 피가 떨어지는 검을 들고 그에게 다가올 뿐이었다.


“살려ㅈ....!!”

툭.


가슴 아래로 상처가 나있는 부하들과는 달리 불리바는 깔끔하게 목이 베어져 나갔다. 남자가 손을 뿌리치자 검에 있던 피가 말끔하게 떨어져 나갔다. 마치 언제 피를 먹었냐는 듯이. 그렇게 악명을 떨치던 검은 거미는 동쪽 오지의 황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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