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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신 불가사리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전탁
작품등록일 :
2013.08.19 14:44
최근연재일 :
2015.07.05 16:3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322
추천수 :
70
글자수 :
70,413

작성
15.07.05 16:07
조회
254
추천
5
글자
9쪽

신 불가사리전 - 2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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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 기존에 있던 지도는 대부분 무용지물이 되었다. 수많은 도시가 사라지고 이후 새로 지어졌으며 일부는 지형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이다. 전쟁 이후에 새로 지도가 제작되고는 있지만 사방에 펼쳐져 있는 잔재물의 영향으로 탐사 못하는 지역이 태반이었기에 지도는 사람이 사는 곳 근방을 기록하는 것으로 그쳤다. 그나마도 하늘도시에서만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은 구할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지도가 없는 사람들이 생각해낸 것이 고대에서부터 이용해왔던 천문을 이용한 방향잡기였다. 특히 붉은 별이라고 불리는 별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대다가 그 아래에 바로 하늘도시의 중심도시인 하늘누리가 있었기에 방향을 잡을 때 적절한 기준점이 될 수 있었다.


저벅.


두 사람이 황야를 걷고 있었다. 한 사람은 키가 훌쩍 큰 남자였고 다른 하나는 그와 대비되는 키 작은 소녀였다. 시간상으로는 밤이었지만 커다란 달에서 빛이 내려와 두 사람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고 때문에 두 사람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리로 가면 마을이 나와요.”

“지도도 없이 잘 아는군.”

“.. 사실 제가 살던 마을이거든요. 일자리를 얻은 뒤로는 줄곧 산에 있긴 했지만 별자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지도를 구할 수 있는 하늘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겐 천문으로 길을 잡는 것이 익숙한 생활이었는데. 몇몇 숙련된 여행자들은 나침반 같은 방향장비 없이도 별만을 보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잡아내곤 했다. 래미가 별을 보고 마을이 있는 곳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 까, 두 사람의 앞으로 어렴풋이 빛을 내는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고 둘은 그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누구냐!”


마을은 오지 산맥에 있는 유일한 마을로 대부분 간수들의 가족들이 사는 곳이었다. 즉 이 마을 출신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언제 감옥에서 죄수가 탈출해서 올지 몰라 마을의 사람들은 경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저에요 저. 래미에요.”

“래미..?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두 사람이 다가서자 길을 막아선 남자는 래미의 말을 듣고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감옥이 무너진 소식은 아직 여기까지는 전달되지 않은 듯 했다. 남자의 자세에서 노골적으로 탐탁치 않아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래미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어갔다.


“여행 물품을 구하고 싶어서요.”

“여행물품..? 그건 그렇다고 치고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냐?”


경비는 회색의 옷을 입은 남자를 살폈다. 오지인지라 외부인에 민감한 것이다. 기분 나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하늘도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런 풍경은 당연할 정도로 흔한 광경이었다. 약탈을 하는 무법자들이 판치고 있는 세상인 것이다.


“제 길동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분이에요.”

“너무 오래 끌지는 말거라. 외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적어도 이 마을에는 없으니까.”

“네, 여행물품을 구한 뒤 내일 다시 출발할거에요.”


남자는 말하며 길에서 비켜섰고 래미는 그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을 안으로 들어선 후 곧바로 마을 한 쪽에 있는 가게에 들어섰다.


딸랑.

“흐암, 이 시간에 누구.. 응? 넌..?”

“안녕하세요, 기토아저씨.”

“래미 아니야? 일은 그만둔 게냐?”


잡화점의 주인인 기토는 이 마을출신인 가마지기 노인과 먼 친척관계였으므로 마을 안에서는 그나마 래미를 평범하게 대하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래미는 순간적으로 가마지기 노인을 생각해 내었고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굳이 자신이 말하지 않더라도 감옥의 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도 알려질 것이다. 그녀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자신이 살았던 것처럼 노인도 살아있다면? 라고 만에 하나 노인이 살아있다면 구출될 수 있을 거라고


“아, 네. 여행을 떠날까 해서요..”

“여행? 이 위험한 시절에.. 호위도 구하기 힘들 텐데..”

“호위는 이미 구했어요.”


래미가 회색 남자를 쳐다보며 말하자 잡화상점의 주인, 기토는 그제야 그의 존재를 알아챈 듯 말했다.


“이런이런, 실례했소. 너무 오랜만이라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구려. 그래, 호위를 맡으신 분이라고?”

“.....”

“혹시 벙어린가?”

“....”


기토의 말에도 남자는 침묵할 뿐이었고 분위기가 이상해지려는 차에 래미가 끼어들었다.


“죄송해요., 원래 말이 별로 없으신 분이라..”

“아니다 네가 왜 사과하니. 그나저나 보자.. 여행물품이라. 배낭과 건량, 여행복, 간단한 도구들을 챙겨주마. 길을 따라가다 보면 좀 큰 마을이 있을 테니 필요한 건 거기서 더 구하는 게 좋을 게다. 이 마을은 작아서 물품이라고 해봐야 몇 개 없거든. 특히 여행물품은 말이지.”


기토는 주섬주섬 물품들을 꺼내놓고는 능숙한 솜씨로 배낭에 담아갔다.


“원래는 5전 3냥이지만 그냥 5전만 다오.”

“하지만..”

“5전만 주면 된다니까. 어차피 마을 사람들은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으니 팔리지도 않던 물건이었어. 오히려 재고를 썩히지 않고 팔 수 있어서 내가 이득이지.”

“감사합니다..”


기토는 손사래 쳤지만 래미는 끝까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에서 슬픔이 떠날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고 가라는 기토의 제의를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싸고 허름한 여관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물론 그 주인도 래미를 반기는 사람은 아니라서 하마터면 밖에서 자야할 뻔 했지만 그녀의 뒤에 서있는 남자를 보고 겨우 문을 열어주었다. 나중에 혹여나 화를 입을까 두려웠던 것이리라. 그마저도 방은 1인실 하나만 빌릴 수 있어서 두 명이 한 방에서 자야했다.


“침대를 써라.”

방에 들어서자마자 남자가 말했다.


“저.. 당신은요? 이 마을의 새벽은 몹시 추워요. 비좁겠지만 함께 잘 수 있을 텐데..”

“......”


래미의 말에 남자는 말 대신 한 쪽 구석에 마련된 의자 위에 걸터앉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래미는 그를 흘끔거리면서 잡화점에서 산 물건들을 한편에 정리한 후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있기를 한참,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전 괜찮으니 침대에서 같이 자요.”

여자가 남자를 침대로 끌어들이는 묘한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런 것은 자각하지 못하는 듯 했다.


“난 괜찮..”

“그러고 있으면 제가 잠이 오지 않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빨리요.”

“......”


래미의 말에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던 남자는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읍...”


래미는 남자에게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거대한 산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으며 등은 절로 벽에 붙여졌고 남자가 바로 앞에 설 때는 눈마저 감아버렸다.


탁.

“....?”


래미는 탁한 소리에 서서히 눈을 떴다. 남자는 침대의 바로 옆에 의자를 두고 그곳에 앉아있었고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삿갓을 쓴 고개를 숙여 얼굴 전체를 가려버린 모습이었다. 결국 래미는 그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한 채 잠에 들기로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야했다, 지금은 저녁이라 자신이 온 것을 마을 사람 모두가 알진 못했지만 내일이 되면 금방 소문이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래미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혹여나 자신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 전에 마을을 떠나려는 생각이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


잘 자라는 말에도 남자는 의자에 앉은 자세 그대로 돌이 된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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