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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신 불가사리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전탁
작품등록일 :
2013.08.19 14:44
최근연재일 :
2015.07.05 16:3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319
추천수 :
70
글자수 :
70,413

작성
15.07.05 16:29
조회
271
추천
2
글자
12쪽

신 불가사리전 - 11

DUMMY

그나저나 여긴 어떻게 찾아온 거죠? 이곳을 알려준 기억은 없는데.”

“예전에 자랑한 적이 있었다. 무릉도원이라고 부르는 장소에 대해서.”


호요랑은 불가사리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래미는 계속 마음 한 언저리가 쓰라린 것이 이상했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고민에 빠져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은혜는 뭐지? 또 불가사리씨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그녀는 처음으로 무뚝뚝하고 능력 있는 일행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와 자신은 여행자와 호위의 계약으로 엮여진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텐데 마음이 복잡한 이유를 래미는 알 수 없었다.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내 앞에 있는 당신은 진짜 당신이에요. 허상이 아닌 실제로 내 앞에 살아있는..”

“난...”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당신이 막을 자격은 없어요!”


불가사리가 무언가 말을 하려하자 호요랑은 도중에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불가사리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난 자격이 없다.”

“그래요, 자격이 없단 말이에요...”


호요랑의 얼굴에 슬픔이 스쳤지만 불가사리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인지 표정을 가리기 위해서인지 호요랑은 화제를 바꿔 말했다.


“그나저나 당신, 밖에 있는 무리들을 피해서 들어온 거죠?”

“그래.”


말하기가 부담스러울 만도 하 것만 불가사리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호요랑도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그래서, 저들이 물러날 때 까지 이곳에 있겠다는 말인가요?”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하아.. 당신, 내 성격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그런 말 하는 거죠? 이 호요랑은 언제나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짓궂어요.”

“.....”

“산맥 반대편으로 나가는 길이 있어요. 그나저나 어디로 가는 거죠? 모습을 보니 제법 멀리서 온 것 같은데.”


호요랑은 래미의 차림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래미의 옷은 전형적인 너덜너덜한 여행자의 복장에 오랜 시간을 견뎌왔다는 것을 증면하듯 먼지가 묻어 변색되어 있었다. 호요랑의 물음에 불가사리가 답했다.


“‘붉은 별’의 아래로,”

“뭐라고요...?”

“아직 완전하지 않다.”


자신의 말에 호요랑의 안색이 변하자 불가사리는 덧붙여 말했다. 그러나 호요랑은 갑자기 다시 격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설마 혼자서...”

“지금이라면 문제없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들은.. 인간은 구원받은 자격이 없어요! 끊임없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는 자들을 뭐 하러..!”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다.”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나는지 알아요?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신에게 그 저주받은 굴레를 씌게 한 자를 갈기갈기 찢고 싶을 정도에요!”

“그래도 나는 가야한다.”


무뚝뚝하게 내뱉은 불가사리는 천천히 한 편에 있는 래미를 들어올렸다. 래미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오랜만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다시 평소와 같이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보던 호요랑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아이는 ‘그녀’와 닮았군요.. 당신, 여기서 떠나요. 가버려요. 당분간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요. 산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될 거에요.”

“....”

“에? 아, 가..감사합니다!”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불가사리 대신인 듯 안겨있던 래미가 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잠시 후, 그들은 왔던 곳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고 그 직후 호요랑의 화난 얼굴은 더할 나위 없는 슬픈 얼굴로 변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난 이곳을 지켜야 해요. 다시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될 장소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두 사람이 떠난 공간에서 메아리쳤다.


“저기가 하늘누리에요. 가까이서 봐서 그런지 별이 더 밝아 보이네요”

“....”


호요랑이 말한 대로 들어왔던 곳으로 나가자 전혀 다른 풍경이 그들을 맞이했다. 찌를 듯한 산맥 중간쯤의 고원에 세워진 도시가 운무의 아래에서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했고 도시 바로 위의 하늘에는 마치 위치를 표시하듯 붉은 색으로 빛나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래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신들이 있는 곳은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 능선의 위였다. 그러나 각도가 거의 직각에 가까워 능선보다는 절벽에 가까웠기에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 그녀였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불가사리를 봤을 때 그녀의 표정은 하얗게 변했다.


“에..에에에?!”

휙.

“꺄아아악!!”

“진정해라.”

“그..그러고 싶지만.. 히약!”


래미는 실컷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불가사리가 그녀를 안고 있었고 그런 모습의 그들 주변으로 풍경들이 흘러가는 물처럼 스쳐지나갔다. 절벽 위에서 불가사리가 그녀를 안고 그대로 뛰어내렸던 것이다.


휘이잉.

거센 바람이 귓전을 스쳐가기를 한참, 불가사리가 착지했을 때 래미의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희게 변한 지경이었다. 그녀는 불가사리가 내려놓자 제대로 서지도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서 한동안 심호흡을 거듭했다. 잠시 후에 겨우 호흡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한 눈에 봐도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도시가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래미는 왠지 기쁜 마음이 들지가 않았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요.”

“그렇군.”


래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하늘누리에 도착한 지금, 자신과 불가사리와의 계약은 끝났다. 그녀는 그 사실에 불만이 생기는 것을 자각하고 깜짝 놀라 다급하게 표정을 가다듬었다. 혹시나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았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의 감정이 아쉬움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와 좀 더 대화를 나누고, 그를 좀 더 알고 싶었다.


‘더 이상은 계약한 사이도 아니게 될 거고 폐를 끼칠지도 몰라. 하지만....’


한참이나 고민한 끝에 결국 래미는 결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여어.. 여기서 또 보는군?”


그러나 말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열리던 입은 다시 닫히고 말았다. 불가사리는 이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복잡한 심정을 느끼며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중얼거리면서 그와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불가사리씨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걸..”

“거기 있는 어여쁜 아가씨는 무엇이 그리 불만이실까?”

“앗?”


래미는 자신의 앞에 불쑥 나타나는 붉은 것에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슬프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못해 장난인 것이 분명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아아, 슬퍼라.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가 날 싫어한다니.”


래미는 지금의 말투와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머릿속을 뒤지던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빙글빙글 웃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나..나우나래씨?”

“오! 기억해준다니 영광이군!”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하늘 유리에서 만났던 나우나래였다. 그는 커다란 후드를 쓰고 있었지만 정면에서 마주하는 래미에게는 그 아래 있는 낯익은 붉은 옷이 보이고 있었다.


“나우나래씨는 쫒기는 몸이 아니었어요?”

“아니, 쫒기는 몸인데.”

“그런데 어째서 이곳에...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우리보다 빨리..?”


래미의 의문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모습이었다. 사서들에게 쫒기는 이가 표본실 본관이 있는, 그 안에는 수많은 엘리트 사서들이 있는 장소에 있다니.


“나야 비행선을 타고 왔으니까. 나머지는 일단 비밀~”


나우나래의 대답을 들은 래미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그는 이번엔 불가사리에게 힘차게 말했다.


“여어! 거기 무뚝뚝한 아저씨도 오랜만이야!”

“.......”


당연히 불가사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우나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다시 래미에게 향했다.


“그나저나 아가씨야 말로 정말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온 거야?”

“그게, 저기.. 재봉사가 되려구요...”

“뭐..?”


나우나래의 눈이 일순간 커졌다. 곧 그는 시원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를 힐끔힐끔 바라봤지만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래미의 얼굴이 숙여지고 홍시가 될 때 까지 웃음은 계속되었다.


“하하하하! 이거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웃었어! 그래 아가씨! 재봉사가 되고 싶다고?”

“네에...”


래미는 완전히 위축되었는지 목소리를 흐렸다. 불가사리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둘의 상황을 방관만 하고 있었는데 시선은 나우나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이쿠, 무뚝뚝이 아저씨가 노려보는군.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난 비웃은 게 아니라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게 절묘해서 웃은 거니까 말이지.”


숙여져 있던 래미의 고개가 다시 들려졌다.


“절묘한 상황이요?”

“그래! 마침 내 친구가 사람이 이쪽의 재봉사 조합장과 친하거든! 네가 손재주만 자신 있다면 당장이라도 추천을 해줄 수도 있다는 말이야.”

“정말 인가요?”


재봉사 조합의 가입조건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편이었다. 어정떠중이는 받아들이지도 않겠다는 조합의 의지였지만 가입 조건 중 필수조항인 시험에서 많은 이들이 선을 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이러한 참사에 참다못한 조합의 간부들은 한 가지 특례 조항을 만들어내게 이르는데 바로 손재주가 뛰어난 이를 간부들의 이름으로 바로 등록하는 추천제도였다. 말 그대로 시험 없이 간부의 안목을 믿고 조합에 가입시키는 것이다. 래미에게는 커다란 기회인 셈이다.


“그.. 해주신다면야 감사하지만 무리하시는 거라면..”

“뭐, 지난번에 위험한 일에 말려들게 한 것도 있고.. 이걸로 서로 부담 없는 셈 치면 되지 않겠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래미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러니까 서로 빚이 없는 셈 치면 된대도.”

“하지만 감사한건 감사한 것인걸요.”

“... 터무니없이 착한 아이구나? 이럴 땐 그냥 넙죽 받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나우나래는 멋쩍은 듯 턱을 긁적거렸다. 그러다 문득 잊어버린 것을 떠올렸다는 듯 래미에게 말했다.


“아! 그런데 추천을 해주려면 내가 함께 가야하거든? 그 친구는 사람을 잘 믿지 않는 친구라서 ...”


그는 말꼬리를 흐리며 불가사리를 슬쩍 쳐다보았다.


“게다가 쫒기는 몸이다 보니 저 남자가 따라가는 건 곤란해.”

“에? 어째서요?”

“저 무뚝뚝이 아저씨는 나보다 더 위험한 인간에게 쫒기고 있거든.. 자, 어떻게 할 건지 정하라고 귀여운 아가씨.”


래미는 순간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우물거렸고 그 사이, 대답은 불가사리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곳에 도착한 시점부터 계약은 끝났다.”

“아....”


말문을 연 래미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다시 잠깐 망설였다. 한동안 무언가 고민하던 그녀는 자신의 말에 이쪽을 보고 있는 불가사리에게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

“약속한 보수는 꼭 드리겠어요. 정식 재봉사가 될 때 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다리지.”

“네, 꼭...”


그녀의 말을 들은 불가사리는 나우나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부탁한다.”

“형씨의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걱정 마! 이 나우나래는 태어나서 약속을 어겨본 적 없는 남자라고.”

“불가사리씨...”


래미는 다시 불가사리에게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고 이윽고 몸이 흐릿해지며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저건 또 뭐래? 귀신같이 움직이는군.”

“......”


불가사리가 떠나고 나서도 래미는 한참이나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해가 기울어 하늘이 붉게 물들고 나우나래가 지겨움에 몸을 이리저리 피틀 때가 되어서야 그녀는 천천히, 눈앞에 있는 하늘누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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