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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신 불가사리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전탁
작품등록일 :
2013.08.19 14:44
최근연재일 :
2015.07.05 16:3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316
추천수 :
70
글자수 :
70,413

작성
15.07.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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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 불가사리전 - 6

DUMMY

사방이 튼튼한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방 안, 연신 기계장비가 작동하는 소리가 나고 실험복을 걸친 사람들이 사방에서 장비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실험번호 EC101, 지금부터 테스트에 들어갑니다.”


전쟁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수없이 많았던 실험장과 연구시설들이 파괴되었다. 하필이면 ‘마왕’이 처음 나타난 지점이 시설들이 몰려있던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쟁 초기에 수많은 시설들이 파괴되었고 연구 자료들이 소실되었기에 전쟁 이후 사람들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했다. 그 중심이 된 것이 지금은 하늘누리라 불리는 도시였고 수세대가 지난 현재에 와서는 새로운 학문인 마도와 과학기술을 결합한 기술이 연일 하늘누리에서 연구, 개발되어 다른 하늘도시로 공급되고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하늘누리를 다른 말로 이르기를 ‘과거의 도시’라고 불렀다.


웅웅.


“제 1단계, 안정 확인.”

“제 2단계도 안정을 확인했습니다.”

“좋아, 다음부터는 최종단계에 들어간다.”


기계의 계기판을 바라보던 몇몇 연구복을 입은 사람의 말에 그 광경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여인이 말했다. 그녀는 연구실 안에서 유일하게 연구복이 아닌 다른 옷을 입고 있었는데 바로 과거 학자들이 입었다는 검은 빛의 학사의였다.


“저.. 그건 좀 이른 것이.. 1,2단계가 안정화 되었다고 하지만 3단계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것’과 직접 접촉을 하는 것이라 성공률이 아직 미지수....”


한 연구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학사의를 입은 여인은 그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걸 성공하라고 자네들에게 자금과 인력을 제공하고 있지. 우린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서두르도록.”

“아..알겠습니다.”


연구원은 남자가 말하는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었고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고 있었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말한 이상 자신들은 그 말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처음에는 그저 지식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곧 자신이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였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원은 남자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생길 일을 생각하고는 몸서리쳤다. 그의 시선이 실험실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의 시선 끝에 커다란 실험관 안에서 공중 부양을 하듯 떠 있는 인영이 보이고 있었다.


“후우.. 기껏 만들어낸 안정된 소체이것만..”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던 연구원은 곧 포기하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여인의 말을 따라 한시라도 빨리 제 3단계 실험에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


하늘 도시들은 모두 유사한 문화를 향유하고 있지만 단 한곳은 다른 곳과 차별화 된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흑암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계시를 받고 바다건너로 이주한 이들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바다를 인접한 고지대에 도시를 세웠다. 도시의 이름은 하늘 나루, 작금의 도시들 중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서는 관문의 바로 앞에서 래미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저기...”

“.....”

“그..그러니까..”


얼마 전 하늘유리에서 필요한 물품을 충당했기에 한동안은 도시에 들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하늘 나루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답답한 표정을 짓던 래미는 결국 길 바로옆에 위치한 하늘나루의 정문에서 발걸음을 멈췄던 것이다. 그녀는 말없는 불가사리에게 간절하면서도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만.. 잠시만 하늘나루에 들렸다 가면 안 될까요?”

“그걸 왜 나에게 묻지?”

“그게.. 우린 일행이잖아...요?”


래미는 조심스레 불가사리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지만 여전히 그는 변화가 없었다. 단지 슬쩍 고개를 움직여 도시를 바라보며 말할 뿐이었다.


“호위의 입장으로 말하자면 저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하고 싶군.”

“위험..한가요?”

“모르겠군.”

“에? 무슨 말이에요?”


래미가 반문하자 불가사리는 이번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가 저곳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그야 저곳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는걸요! 한 번 꼭 보고 싶었어요!”


흑암대전 이후 인간에게 금역이 된 바다였다. 그렇기에 보기는커녕 다가갈 수도 없는 시대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볼 수 있는 지역이 있었으니 바로 바닷가의 고원지대에 지어진 하늘 나루였다. 래미의 대답에 불가사리는 다른 하늘 도시와는 이질적인 분위기인 하늘 나루의 관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에 말 하지 않았나. 호위는 의뢰주의 뜻을 따르지.”

“고마워요..”


이전과 같은 말이었지만 래미는 살짝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바다를 본다는 생각에 그러한 느낌은 금세 사라졌다.


‘분명 불가사리씨도 좋아하실 거야. 이름도 바다에 사는 동물 이름이고..’


그렇게 래미와 불가사리는 하늘 나루에 들어서게 되었다.


“거기에 계시는 숙녀님, 부디 저와 함께 차를 마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마..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죄송해요..”

“꼬마 숙녀님! 이 꽃다발을 받아주시겠소? 그대에게 매우 어울리는 구려.”

“아 네, 가..감사합니다.”


하늘 나루에 들어서고서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간, 래미는 두 가지 일로 인해 당황스러웠다. 첫 째는 하늘 나루가 유명한 휴양지이며 소위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쉴 새 없이 대화를 걸어오는 남자들이었다. 거의 열 걸음 걸을 때 마다 한 번씩 멈춰서야 할 정도라 래미의 뒤를 따르던 불가사리가 그녀의 옆에 서고서야 그나마 편안히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하아.. 힘들었어요.”


부자들이 많은 동네다 보니 형편에 맞는 여관을 찾아 해가 질 때 까지 한참을 헤맸다. 거기에 시도 때도 없이 대화를 걸어오는 남자들로 래미는 평소보다 더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꼬르륵.


“저기.. 역시 식사는 안하시는 건가요?”

“.....”

끄덕.


이미 익숙해진 일이었지만 래미는 밥을 먹기 전엔 항상 그에게 물어보곤 했다. 그것에 항상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는 것도 알았지만 왠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그녀였다.


“그럼 잠깐 식사만 하고 올게요.”

“같이 가지.”

“에?”

“의뢰주를 언제나 지키는 것이 호위의 일이다.”

“네!”


래미는 불가사리의 대답을 듣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불가사리가 식사 시간에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항상 식사 시간만 되면 어딘가 사라졌다가 그녀가 식사를 마칠 때 즈음이면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래미를 따라 묵묵히 식당에 내려온 불가사리는 드물게도 물을 마시며 옆자리에 앉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와아! 이거 정말 맛있어요! 그런데 배가 불러서 그런지 잠이 오네요..”


식사를 하던 래미는 연신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피곤한지 연신 하품을 해대기 시작했고 그런 래미에게 불가사리가 말했다.


“잠시 자도록.”

“흐암... 네? 전 괜찮...”

쿵.


하품을 하던 래미의 머리가 탁자에 쓰러지며 고른 숨소리가 흘러나왔고 그 순간 여관의 분위기는 일변했다. 불가사리의 검이 검집 째 어느새 접시를 닦던 여관 주인을 겨누고 있었다. 불가사리는 특유의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식에 수면제를 탔나?”


불가사리의 말에 여느 여관처럼 평범하게만 느껴지던 주인의 얼굴이 급변했다.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져 창백했고 눈은 돈을 계산하는 상인의 눈이 아닌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사람보단 마치 짐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킬킬.. 감히 인간 주제에 버텨보겠다고?”

“세퀴아 풀을 절반 이하로 사용했군. 마취를 한 것을 보니 채혈을 할 셈인가.”


불가사리의 말을 듣고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던 여관주인인 사내의 얼굴이 굳어졌다. 불가사리의 말이 이어졌다.


“불쌍하군. 피를 갈구해야만 하는가.”

“네놈이.. 네놈이 뭘 안다고 지껄여!!”


여관주인이었던 남자는 닦고 있던 칼을 그대로 집어 던졌다. 칼은 정확히 불가사리의 미간으로 날아들었지만 탁한 색의 검집이 칼을 막아섰고 힘을 잃은 칼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큭, 표본실에서 온 놈이냐! 죽여!”


사내가 소리치자 검은 물체들이 뛰쳐나오며 불가사리를 덮쳐갔다. 순간 불가사리의 신형이 사라지며 사방에서 뼈와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직.

“컥...”

“크악!”


뛰어들었던 것은 사람이었던 듯 신음소리가 흘렀다. 어느새 바닥에는 남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낮에 래미에게 말을 걸어왔던 남자들이었고 정신을 잃었는지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가볍게 손을 턴 불가사리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래미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이 아이에겐 손댈 수 없다.”

“큭....”


사내는 분해보이는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천천히 문에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연신 쓰러진 사람들을 흘긋거리는 것이 그들을 걱정하는 듯 했다.


“죽이진 않았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평범한 인간이 초감각을 얻은 우리를 제압할 수 있는 거지? 넌 도대체 누구냐!”

“괴물.”

“뭐...?”

“인간은 넘어설 수 없는 것을 괴물이라고 하지.”


담담하게 던지는 불가사리의 말을 들은 남자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괴물, 피를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남자와 동료들이 자주 듣곤 했던 말이었다. 남자와 동료들은 그것이 싫어 지금까지 도망쳐 다녀왔지만 자기 스스로 괴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니?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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