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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신 불가사리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전탁
작품등록일 :
2013.08.19 14:44
최근연재일 :
2015.07.05 16:3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320
추천수 :
70
글자수 :
70,413

작성
15.07.05 16:14
조회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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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신 불가사리전 - 7

DUMMY

내 이름은 자조, 반 표본실 게릴라군의 일원이자 그들에게 실험체로 이용당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들은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실험에 사용했고 그 중에 한 둘만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표본실에선 나를 비롯해 실험자들을 세상에 ‘버렸다.’ 그렇게 실험으로 인해 생겨난 ‘부작용’과 씨름하며 살아오던 중, 우리를 버렸던 표본실에서 다시 들이닥쳤다. 단 한명의 표본실 사서, 그는 실험으로 인해 인간을 뛰어넘는 신체를 가지게 된 동료들을 한순간에 죽이고 내 몸을 마비시켰다. 사서는 정보를 원했고 나는 어떠한 것이든 그에게 정보를 넘겨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놈은 내게 혹독한 고문을 가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듯 즐거운 연신 즐거운 음색이었다. 한참 고문을 즐기던 그는 마침내 마무리를 하려는지 괴상한 수법으로 몸을 타격했고 나는 생전 처음 겪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때, ‘그’가 나타났다. 그 때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를 끌어들였어야...



-반 서가 게릴라군 좌 총수 자조의 회고록-

-----------------------------------------------------------------


“흐아암.. 아깐 왜 그렇게 잠이 왔던 걸까..”

“일어난 건가.”

“네.. 갑자기 잠이 오는 바람에... 앗!”


눈을 뜨자마자 들려오는 불가사리의 말에 무심코 대답하던 래미는 곧 눈에 보이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여관에 누워 잤다면 보여야 할 천장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대신 그녀의 시선에는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이 들어오고 있었다.


“여..여긴?”


래미가 의문스러움을 담은 채 바라보자 불가사리는 말없이 그녀의 뒤편을 가리켰고 그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래미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녀는 마치 숨이 막히는 것처럼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바단가요?”

끄덕.

“와아.. 하늘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


래미는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마 그녀는 죽을 때 까지 이 광경을 잊지 못하리라. 래미의 눈은 모든 것을 담아가겠다는 듯 한참을 그렇게 바다를 향해 있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그곳에서 시선을 돌렸고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를 본 불가사리의 몸이 굳어졌다.


‘닮았군.’


헤아릴 수 없이 오래 된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사람과 래미는 닮아있었다.


“나도 약해졌나..”

“무슨 말 하셨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래미는 ‘그녀’가 아니다. 그녀가 되어서도 안 된다. 운명이 뒤틀리는 것은 한 번으로 족했다.


“오늘은 여기서 노숙하도록 하지.”

“에? 빌려 둔 여관방은...”

“여기가 더 안전하다.”

“네..”


불가사리의 말은 무조건 신뢰하는 래미였기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숙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땅바닥에 있는 돌을 치우는 정도였지만.. 그 모습을 보던 불가사리는 몸을 움직였다.


“어디가세요?”

“짐을 깜박한 것 같군. 가져오지.”

“아! 그럼 같이...”

휭.


그의 말을 들은 래미가 무언가 말 하려는 사이에 그의 신형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래미는 어느새 혼자 남아있자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니겠죠?”


슬픔 가득한 래미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울려 퍼졌다.



콰득.

“크아악!”


평범하게만 보이는 여관 내부, 남자가 세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여관 밖을 지나치고 있는 사람들은 마치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혹여나 용기를 내어 호기심을 채우려던 사람도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입은 옷을 보자 다급하게 도망치기 바쁜 모습이었다.


“놈은 어디 있나!”


두건을 눌러 쓴 이가 소리치며 비명을 지르던 남자의 팔을 짓밟았다. 펄럭이는 두건 안으로 푸른색의 복장이 언 듯 보였고 밟힌 남성은 그것에 구역질난다는 듯 침을 뱉었다.

콰직.


“끄아악!! 모..모른다! 이 더러운 표본실의 개야!!”


두건을 쓴 이가 힘을 주자 뼈가 부러진 듯 팔이 기묘한 각도로 꺾여 들어갔지만 연신 비명을 지르면서도 남자는 적개심을 불태웠다. 그러자 두건을 쓴 인물의 목소리에 비웃음이 어렸다.


“킥, 네놈들 같은 실패작들이 감히 표본실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피를 마시지 않으면 힘도 못 쓰는 반쪽짜리 주제에?”

우드득.

“으아아아!!!”


이번에는 다리 하나가 기묘한 각도로 꺾여 들어가며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주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녀석이다. 쉽잖아? 그러니까 어서 불라고. 목 까지 꺾어버리기 전에.”

“킥.. 말을 하더라도 죽일 거면서 관대한 척 하지마라, 개.”

“그래, 그렇긴 하지. 하지만 지금 말하지 않으면 표본실에서 발견한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널 죽일 거야. 참고로 이걸 10분 이상 버틴 녀석이 없지.”

“끄아아악!!”


두건을 쓴 이의 손이 기묘하게 움직이며 쓰러진 남자의 몸 여기저기를 강타했다. 그러자 남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온 몸을 뒤틀기 시작했고 두건을 쓴 이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역시 분근착골이 가장 멋진 비명소리를 낸단 말이야. 응?”


남자의 비명을 감상하던 두건 쓴 이의 고개가 돌려졌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탄성을 내질렀다.


“오호! 이거 또 재미있을 것 같은 녀석이잖아?”

“인간이길 포기했군.”


그의 시선을 받는 존재, 불가사리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두건 쓴 이에게 말했고 그의 말에 두건 쓴 이는 여전히 즐거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날 즐겁게 해줄 테냐? 여기 있던 녀석들은 너무 싱거워서 말이야.”

“나노 머신으로 강제적인 육체 강화인가. 아직도 그런 게 있을 줄은 몰랐군.”

“오, 그것도 알아? 거기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이네? 혹시 네가 위에서 말하던 녀석이야?”

“....”


불가사리는 대답이 없었다. 두건 쓴 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상관없어. 네 녀석이 어떤 녀석이건 간에 난 벌써 네 비명을 듣고 싶어 죽겠거든.”

그의 신형이 돌연 불가사리를 향해 쏘아졌다.

“날 즐겁게 해줘봐!”


쏘아져 오는 두건 쓴 이를 향해 불가사리는 검을 검집 째 휘둘렀고 둘이 부딪치자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찰나의 일이었지만 두건 쓴 이의 손은 불가사리의 머리를 뜯어버리겠다는 듯 앞쪽으로 향해있었고 그 손을 불가사리의 검집 끝이 가로막고 있었다.


“호오, 너 대단한 녀석이잖아?”

“....”


계속 즐거운 듯 말하는 두건 쓴 이와는 대조적으로 불가사리는 말없이 몸을 움직였다. 그의 검이 비로소 검집 밖으로 나와 앞에 있는 모든 것을 갈라갔다. 두건 쓴 이는 간발의 차로 그 일격을 피해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의 두건은 이미 예리하게 잘려져 곱상하게 생긴 맨 얼굴이 드러났다.


“너.. 내 맨얼굴을 나오게 했겠다...? 죽어!”

쉭.


두건을 쓰고 있던 이의 목소리에 분노가 어리며 움직임이 빨라졌지만 불가사리도 거기에 맞춰 흐릿하게 까지 보이는 공격을 제자리에서 피해내고 있었다. 그러다 잠깐씩 검으로 한 점을 찔러 들어갔고 그때마다 검집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몸에는 하나씩 상처가 늘어갔다. 마침내 온 몸이 피로 물든 남자는 이성을 잃은 듯 핏발 선 눈으로 소리쳤다.


“으아아! 나노 머신, 한계치 개방!”

“섬(殲).”


그리고 그 순간 불가사리의 검이 검집에서 뽑아졌다.


툭툭.

“끄으으..”


묵색 검집이 이곳저곳을 가격하자 시체처럼 딱딱하게 굳은 모습으로 쓰러져 있던 남자에게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몇 번을 움찔거린 육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검집의 주인은 그곳에 대고 말했다.


“여기서 벗어나도록.”

“당신은..도대체 누구요?”


쓰러져 있던 이가 묻자 검집의 주인은 말없이 걸음을 옮겨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것은 순식간의 일이었고 쓰러져있던 이가 미처 똑바로 쳐다보기도 전이었다. 몸을 일으킨 남자는 여관에서 고문을 받고 있던 예의 남자였고 그는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을 자각했는지 화급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의 시선으로 자신을 고문하던 이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압도적인 실력으로 자신을 가지고 놀던 자의 두건은 깔끔하게 잘려 떨어져 있었고 사방에는 핏자국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서의 제복을 입은 몸뚱이가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남자는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고문의 영향으로 걸음 보다는 기어가는 것에 가까웠지만 남자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얼마나 더 많은 동료가 죽어나갈지 몰랐다.


“어서.. 어서 알려야..”

“뭘 알린다는 거지?”

“너..넌..!”


그러나 간신히 입구까지 도달하려던 순간 눈앞에 보이는 것에 남자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남자의 눈에 암울함이 어렸다.


“이야기는 안에서 천천히 듣도록 하지.”


막바지로 접어든 노을을 등지고 너울탄식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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