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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신 불가사리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전탁
작품등록일 :
2013.08.19 14:44
최근연재일 :
2015.07.05 16:3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325
추천수 :
70
글자수 :
70,413

작성
15.07.05 16:25
조회
199
추천
2
글자
9쪽

신 불가사리전 - 9

DUMMY

하늘 누리에서 조금 떨어진 동쪽에는 험준한 산맥이 있다. 도시가 지어져 있는 고원보다 한참이나 더 높아 ‘하늘의 장벽’이라고 까지 불리는 이 산맥은 너무 험해서 사람이 넘기가 불가능 했기에 동쪽에서 비행선을 타지 않고 걸어서 도시까지 향하는 사람들은 산맥에 난 길을 따라서 한참이나 돌아가야 했다. 과거에는 산맥에 터널을 뚫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는데 그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었고 사람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비행선을 타고 가까운 도시에서 3일 정도만 날아가면 되는 거리를 굳이 걸어갈 이유가 없었을 뿐더러 산맥을 돌아가는 고생과 시간낭비에 비하면 비행선의 운임료도 저렴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호오..”


작은 입술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입김의 주인은 온 몸을 두툼한 옷으로 감싸고 얼굴만을 내어놓은 채 힘겹게 걷고 있었고 그 뒤를 헤진 회색 옷을 걸친 배낭을 든 남자가 따랐다.


“자..잠시만 쉬어요.”

“....”


래미는 힘겹게 숨을 쉬며 말했다. 불가사리는 그런 그녀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저앉듯이 앉는 그녀의 곁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배낭은 절묘하게 바람이 부는 방향에 놓아져 바람을 어느 정도 막아주었다. 래미는 숨을 힘겹게 가다듬으면서도 그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요 근래 익숙해져가는 일이긴 했지만 항상 어떻게라도 고마움을 표시하는 그녀였다.


“그런데 정말 괜찮아요? 그 옷, 추울 텐데..”

“문제없다. 그보다 말을 삼가도록, 말을 할수록 추워질 테니.”

“불가사리씨는 참 친절하시네요. 콜록콜록.”


불가사리의 말투는 무덤덤했지만 그가 하는 말은 항상 도움을 주는 무언가 담겨있었다. 아마도 그가 없었다면 자신은 이 산맥까지도 도달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그 도움을 받아도 몸이 지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넉넉한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두르는 건 있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사건들이 그녀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불가사리는 항상 그녀보다 먼저 위험을 알아차리고 움직였는데 하늘 유리를 떠나 하늘의 장벽 산맥까지 오는 도중에 그 빈도는 하늘누리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져서 바로 얼마 전에는 하루에 10번 이상 쉬던 와중에 다시 길을 재촉해야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우릴 쫒는 걸까요?”

“.....”


누군가가 쫒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안 것은 하늘나루를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불가사리는 쫒는 이들의 정체도, 목적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래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알아서도, 알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것보다는 그녀를 서둘러 하늘누리로 데려다 주는 것이 먼저였다.


‘서두른..다라.. 오랜만이군.’


속으로 중얼거린 그는 다시 래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일어서서 막 그를 부르려던 참이었다. 배낭을 들기 위해 다가서던 그의 몸이 멈춰 섰다. 사방에서 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결코 좋은 의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기 쉬웠다. 기척은 그들을 완벽하게 포위하는 방향에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움직일 수 있겠나.”

“혹시 또...”

“미안하군.”

“미..미안하다니요. 불가사리씨의 탓도 아닌데..”


래미는 애서 웃어보였다. 힘든 얼굴에 억지로 지은 웃음이다 보니 어색하기 그지없었지만 불가사리는 그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과거의, 아주 오래된 기억을 뒤져 지금 필요한 것을 찾아내었다. 불가사리는 래미를 들어올렸다. 언제나와 같이 갑작스러웠지만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익숙해진 듯 래미도 별 놀람 없이 자연스레 몸을 맡겼다.


“자주 신세를 지네요..”


힘든 여행길로 몸이 지쳤던 탓에 늘어지다시피 한 래미의 몸은 무거웠지만 불가사리는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녀를 든 채로 배낭도 함께 들어올렸다. 그는 래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은 후 말했다.


“꽉 잡아라.”

끄덕.


래미는 지쳤는지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간신히 움직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를 단단히 안은 불가사리는 마치 질풍과 같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그가 향하는 방향은 산맥을 둘러 나 있는 길 쪽이 아닌 깎아지른 협곡이었다. 얼마 후, 두 사람이 있던 자리로 십여 명의 사서복을 입은 인원이 낭패한 얼굴로 나타났다.


“이런, 눈치 챈 건가!”

“협곡 쪽이다!”


그들은 한동안 두 사람이 떠난 자리를 여기저기 살피면서 빠르게 래미일행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챘다. 그들은 곧바로 통신장비를 이용해 일사분란하게 소식을 전달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는 이백이 넘는 사서들이 모여 협곡을 물샐 틈도 없이 포위하는 모습이 되었다. 그들은 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일사분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을 엄격한 훈련을 거쳐 선발된 사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휘하고 있는 존재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협곡으로 향했다고?”

“예!”


전령의 보고에 사서들을 지휘하던 이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지휘자는 학사복을 걸친 여성으로, 키가 작고 눈은 커다란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전령은 연신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그로서도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위치에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상하군, 그 협곡에는 과거 만들다 만 터널 하나가 있을 뿐 출구도 없을 텐데...”

“현재 총 213명의 인원이 협곡의 입구를 완전 봉쇄하고 있습니다.”

“흐음.. 포위망을 펼친 채로 서서히 조여 들어간다. 먼지하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철저하게 하도록”

“예! 관장님!”


이백여 명의 사서를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표본실의 머리이자 모든 사서들을 통제하는 위치에 있는 관장이었다. 몇 대에 걸쳐 관장이 바뀌었지만 최초로 여성 관장인 그녀는 역대 관장들 중에서도 최고의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인물이었고 실제로 모든 일처리를 완벽하게 해내어 표본실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표본실 본관에서 움직이지 않으며 일처리를 하곤 했는데 지금처럼 외부로 움직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그녀의 지휘를 받는 모든 사서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관장은 그들이 쫓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일체 말하지 않았기에 그러한 심정은 더했다. 그러나 속마음이 어떻건 사서인 이상 관장의 명령에 복종해야했다.


“... 여기까지 와서 망칠 순 없지.”


관장은 사서들의 긴장 상태를 알고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적절한 긴장감은 이롭기도 하거니와 그들을 다루는 자신이 긴장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별 걱정 없이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감옥이 상한 사실을 보고 받는 것이 너무 늦었다. 하지만..’


아무런 세력도 없는 상대편에 비해 자신은 거대한 세력이 있고 바라는 대로 다룰 수 있었다.


“뭔가 말씀하셨습니까?”


관장의 중얼거림에 순간 자신이 듣지 못했다고 생각한 전령이 기겁하며 되묻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제 1사서에게의 연락은 어떻게 되었나.”

“그것이.. 이번 움직임으로 하늘누리의 치안이 약화되었다는 말을 하시면서 소환을 거부하고 계십니다. 자신은 남아서 하늘누리를 경비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확실히 이번일은 대인원이 한 번에 움직였지. 본관으로 통신을 보내라. 제 1사서가 본관 중심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경비하라고.”

“예...?”

“제 1사서, 너울탄식을 본관 중심부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해라. 이건 최우선 명령이다.”

“... 알겠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지 망설이던 전령은 그녀가 쐐기를 박자 재빨리 통신실로 향했다. 겉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지만 그 속에 있는 무서운 것을 전령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 얼굴로 수백 명의 사람을 쓸어버리라는 명령을 내리지. 무서운 여자야.’


지층의 난에 전령으로 행동하던 시절을 떠올린 그는 등줄기를 달리는 오한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관장의 명령을 하늘누리에 전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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