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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Hand Man (모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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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5.07.20 21:31
최근연재일 :
2015.09.06 09:2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8,351
추천수 :
207
글자수 :
233,603

작성
15.07.2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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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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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 숙명을 받아들이게 된 아이.[Sword man]

DUMMY

[Sword man]


하지만 핸더에게만 낙인의 숙명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그와 함께 할 아이린 마을에 시드는 계승된 낙인을 인정하기까지, 어느덧 삼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시드!"


흘러간 시간만큼 몰라보게 커버린 시드는 단단한 근육과 키를 뽐내며, 삼년 전 그날 말하는 드래곤이 다녀간 이후로 훈련용 검을 사용하여 검술을 연습하고 있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해맑은 표정으로 달려오는 에리나 였다.

그리고 그 에리나 역시... 발육이 엄청났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에리나.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어쩐 일이야?"

"아침 밥!"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도시락 바구니를 들어 올리며 시드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아, 고마워."

"별말씀을!"


넓은 들판에 자리한 시드와 에리나는 여유로움을 즐기며, 그녀가 만들어온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에리나는 갑자기 시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야, 너 어제 '오드리' 만났지?"

"응?"

"만났잖아! 어디서 '응?' 이러고 있어!"

"아... 만난게 아니라. 걔가 집으로 찾아 온 거야."

"그게 그거지! 이게 어디서 토를 달아!"


시드는 '아, 또 귀찮게 됐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자. 그 모습을 본 에리나는 시드의 뒤통수를 '퍽!' 소리가 날 정도로 후려쳤다.


"아! 에리나 미쳤어? 무슨 짓이야!"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짜증 섞인 말투로 시드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시드의 모습에 눈 하나 깜짝할 에리나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말했다.


"오드리 그년 만나서 무슨 얘기했어! 응? 말해! 이 자식아!"


시드도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고 느낀 것이다.

시드는 짐승과 같은 눈빛으로 돌변해 그에게 휘두르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그만해 에리나! 내가 누굴 만나던 네가 무슨 상관이야! 아무리 소꿉친구라고 하지만, 더 이상 내 사생활에 간섭했다간 나도 못 참아!"


시드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에리나는 놀라움과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려버렸다. 그런 에리나의 눈물에 더 놀란 시드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목소리를 줄였다.


"아니... 걔랑은 별 얘기 안했어. 집에서 수확한 감자가 남았다고 그걸 전해주러 온 것뿐이야."

"알았어. 손 놔줘."

"아, 미안."


순식간에 어색해진 공기. 시드는 그때 내가 왜 참지 못했을까 하며 후회했다.

그리고 순간 그들 사이를 떠도는 정적이 몇분 정도 지속 됐고, 시드는 어떠한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자 에리나가 입을 열었다.


"나 갈께."


그녀의 말에 당황한 시드는 일어나는 그녀를 따라 일어나 말을 걸었다.


"벌써... 가려고?"

"응, 오늘부터 병원에 출근하잖아."

"아, 맞다. 그렇지."

"그래, 멍청아! 저건 다 먹고 잘 정리해놔 있다가 저녁에 일 끝나고 찾으러 올 테니까."

"어... 그래. 알았어."


시드의 마음은 복잡했다. 에리나는 왜 저럴까? 친구라지만 간섭이 좀 심할 정도다. 생각해보면 그녀를 알아온 시간만큼 시드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 몰라!"


멍청한 녀석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남은 음식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고, 밭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시드는 말하는 드래곤이 찾아온 이후로 창고에 넣어 두었던 아버지의 검이 생각났다.

그는 그날 말하는 드래곤이 했던 말을 마음속으로 강하게 부정했었다. 하지만 그건 해가 지날수록 부질없다는 것을 느낀 시드는 말하는 드래곤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낙인이 계승 된다는 것. 낙인은 두 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을 선택하게 된다.

첫 번째로 핸더의 경우처럼 태어날 때 낙인이 새겨진 아이. 그리고 시드의 경우가 그 두 번째이다. 자신의 후손에게 계승시킨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방법에도 예외라는 것은 있다. 그것은 낙인이 찍힌 사람이 죽음을 맞이할 때 그것을 결정 한다는 것이다. 계승시킬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계승시키길 결정한다면 시드의 경우처럼 자신의 혈통에게 낙인은 계승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길 원한다면, 핸더의 경우처럼 그들의 혈통에서 단 한 번도 소드맨과 핸드맨이 나오지 않은 사람들... 즉, 그들에게 태어날 아이의 이마에 낙인이 새겨진다.

그런 일종의 룰을 알고 있는 시드에게는 자신의 이마에 새겨진 낙인이 어떠한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아버지..."


시드는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 그리고 시드가 3살이 되던 해 크로노스 역시 낙인이 계승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왜? 그의 할아버지는 무엇 때문에 아버지에게 낙인을 계승시켰는지.

또 그런 아버지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 낙인이 새겨지자마자 여행길에 올랐던 것인지. 그리고...


"젠장! 왜! 왜 낙인이 새겨지자마자 저와... 어머니를 떠나신 거예요! 왜!"


크로노스가 그와 그의 어머니를 떠났던 이유. 낙인의 숙명.


"아니야! 낙인의 숙명은 낙인이 새겨졌다고 해서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그럼, 왜 아버지는... 왜... 저와 어머니에게 질렸던 거예요? 네? 그런 건가요?"


시드는 그런 그의 아버지를 원망할 시간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막연한 것들, 크로노스의 유산인 소드맨의 검.

그리고 드래곤에게 대적할 수 있을 만한 자신감과 핸드맨을 찾기 위해 무엇인가 이끌리듯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에게 곧 낙인의 숙명이 들이닥칠 것을 알고 있었다.

시드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의 어머니와 낙인의 숙명이 나타나기 전에 그들을 떠났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한동안 많은 눈물을 쏟아 냈다.

잠시 후 창고를 나온 시드의 눈빛은 변해 있었다. 확실한 자신감에 찬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진 검. 그것은 그가 곧 아이린 마을을 떠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시드!"


늦은 오후가 되자 시드의 집 문을 박차고 에리나가 들어왔다. 하지만 시드가 보이지 않자. 에리나는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시드의 이름을 불러댔다.


"뭐야? 어디 간 거야?"


집을 나온 에리나는 곧 창고로 향했고, 그곳에서 시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드! 여기서 뭐해?"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시드는 행동을 멈추고 뒤돌아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에리나. 나 여길 떠날 거야."


그의 말에 그녀는 배꼽을 잡으며 웃어댔다. 평소대로의 시드라면, 그런 그녀의 행동에 발끈했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그녀의 반응에 아무런 미동도 없는 시드를 보자.

그녀는 사태의 심각성을 그때야 인지한 것이다.


"너... 뭐야? 뜬금없이."


굳어버린 그녀의 표정. 창고에서 시드가 했던 일이 그의 주변을 둘러보자 윤곽이 잡혔다.


"정말... 떠나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짐을 싸고 있는 거냐고!"


시드는 그녀의 질문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의 진지한 모습에서 그녀는 위기감을 느꼈고, 곧 그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데!"

"아버지가 낙인을 나에게 계승시킨 이유를 알고 싶어."

"그게... 무슨... 아버지가 밉다며! 왜 너에게 낙인을 계승 시켰냐고 아버지를 원망했잖아!"


시드는 말이 없이 묵묵하게 짐을 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화가 난 에리나가 말했다.


"진짜 떠나는 거냐고! 왜! 대답 좀 해봐! 시드!"


에리나는 그가 들고 있는 짐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모습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시드. 그는 이미 아침까지 그녀가 알고 있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어째서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인지 짐작했다.


"낙인의... 숙명..."


에리나는 두려웠다. 조급했으며, 당황했고, 슬픔이 밀려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드가 그녀의 곁을 떠나는 것이 싫었다. 그런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시드! 이러지마! 왜... 이러는 거야? 응?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앞으로는 다시는 네 일에 간섭 하지 않을게. 앞으로는 너한테 주먹을 휘두르지도 않을게. 그리고 소리 지르지도 않을게. 시드!"


아무리 시드에게 낙인의 숙명이 나타났다고 해서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그가 떠나가는 것을 슬퍼하는 그녀를 보는 그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는 다리에 힘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은 에리나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옆에 있던 상자에 그녀를 앉히고 말했다.


"에리나... 그 날로 부터 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네 말대로 처음에는 낙인을 계승시킨 아버지를 원망했지. 하지만 그 원망이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니었어."

"그럼 뭔데!"


에리나는 그에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고개를 숙이고 코를 '훌쩍'이며, 대꾸했다.


"낙인이 새겨졌던 그 순간 알게 되더라. 나에게 낙인의 숙명이 나타나기 까지 삼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흘렀듯. 아버지 역시 낙인을 계승 받고 낙인의 숙명이 나타나기 까지 얼마정도 시간이 걸렸을 거야."

"하지만... 네 아버지는..."

"그래, 아버지는 낙인이 계승되자마자 우리를 떠나버렸어. 난 이렇게 생각해. 낙인이 계승되고 숙명이 나타나기까지 기간이 걸리는 것은 낙인이 새겨진 사람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별을 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물론, 계승 받은 사람들마다 숙명이 나타나는 시간은 다르겠지만..."

"시드... 떠나지 않으면 안 돼?"

"삼년이야. 에리나! 그 전에도 우린 많은 추억을 만들었잖아! 그리고 그 삼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 많은 추억들을 만들었고, 이정도로 많은 추억들이 있다면, 앞으로의 내 여행길은 절대 외롭지 않을 거야."

"죽을 수도 있어... 시드."

"죽음 따위 두렵지 않아. 아마도 이것도 낙인의 숙명이겠지."

"밖은 위험하다고! 멍청아!"

"나에겐 아버지의... 아니, 최고의 소드맨 크로노스의 검이 있다고!"

"그런 뜻이 아니야!... 바보야..."


시드는 그녀가 말하는 의미를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었다. 죽음. 생사가 걸린 여행.

그 안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은 소드맨이라 해도. 드래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에리나는 낙인의 숙명에 의해 조금은 달라진 시드를 생각하기 전에 그의 둔한 모습, 매일 검술을 연습했음에도 전혀 늘지 않는 실력, 밭일을 할 때도 곧 죽을 것처럼 숨을 몰아쉬며 빈번하게 휴식을 취했던 그의 체력...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 녀석 주제에 잠을 잘 때도 불을 켜고 잘 정도로 겁이 많은 녀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에리나..."


시드는 그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살며시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녀가 붉어진 눈시울을 보이며 고개를 들어 시드를 바라봤다.


"나, 시드는!"


시드는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워 정면을 응시하며 외치기 시작했다.


"나, 소드맨의 낙인이 찍힌 시드는 이 시간 이후로 핸드맨을 찾아 나서기로 맹세한다! 내가 죽어 낙인이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 드래곤과 싸울 것이며, 내가 태어난 아이린 마을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나, 소드맨의 낙인이 찍힌 시드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으로 다시..."

"시드?!"


시드는 고개를 숙이고, 그를 바라보고 있던 에리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에리나지만, 곧 그녀 역시 그의 마음을 느끼게 됐고... 잠시 후 시드가 입술을 떼어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에리나의 앞에 나타날 것을 약속한다."


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에리나 역시 그런 감정을 그에게 숨겨 왔는지. 그건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제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다... 어쩌면 낙인의 숙명 덕분에 시드에게 용기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러면 뭐 어때. 덕분에 그녀는 지금 저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잖아.


"바보... 죽지 마. 그리고 그 약속 꼭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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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가르침을 받는 아이.[Hand man] 15.07.26 120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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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 아이. [Hand man] 15.07.24 97 6 11쪽
6 2.5 아직도 선물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 [variety] 15.07.22 173 6 15쪽
» 2. 숙명을 받아들이게 된 아이.[Sword man] 15.07.22 137 6 12쪽
4 2. 숙명을 받아들이게 된 아이.[Hand man] 15.07.22 280 6 14쪽
3 1.5 선물은 마음에서 부터. [variety] 15.07.20 186 6 22쪽
2 1. 낙인이 찍힌 아이. [Sword man] 15.07.20 242 9 11쪽
1 1. 낙인이 찍힌 아이. [Hand man] +2 15.07.20 818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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