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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Hand Man (모험의 시작)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5.07.20 21:31
최근연재일 :
2015.09.06 09:2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8,360
추천수 :
207
글자수 :
233,603

작성
15.07.20 22:28
조회
186
추천
6
글자
22쪽

1.5 선물은 마음에서 부터. [variety]

DUMMY

1.5 선물은 마음에서 부터.



내 이름은 '제프리' 올해로... 아니야. 나이를 밝힐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다. 바로, 재산이다.

마을 중심가에 자리 잡은 '삐가번쩍' 보석상은 우리 아버지에 아버지에 아버지에 또 아버지. 그 이전부터 운영하는 가게이다.

가만히 생각해봐. 보석상이라고, 보석상. 얼마나 재산이 많겠냐는 거다.

그렇게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누리고 싶은 것들을 전부 누려온 나에게 최근 들어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건 세상 어느 남자들이 느껴온 고민 중에 하나인 바로, 여자! 그래, 여자다. 여자문제다.

미켈 마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옷이 날개' 의류점에 첫째 딸인 '힐러리'... 아, 힐러리 그녀의 이름만 생각해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근데, 그렇게 재산이 많은 내가 어째서 그런 여인의 마음을 빼앗지 못했냐고? 젠장, 지금 부터 잘 들어봐. 이 마을에 문제점에 대해서 말이야.

우리 마을이 보석으로 유명하다 보니... 아무래도 보석상들이 많고, 원산지이다 보니 다른 마을로 유통되는 가격보다는 좀 더 싸단 말이지.

이 말이 뭘 의미 하는지 알겠지? 젠장! 이곳에서는 흔하고 흔한게 보석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이 마을 여자들이 그 흔한 보석으로 성이 차겠냐? 다른 마을 여자들과는 정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이 마을은 진짜 미쳤어! 아니, 힐러리를 제외하고 미쳤다는 소리지. 아무튼, 내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이해했어?

그래, 뭔가 특별한 것이 아니면 안 돼. 얼마 전 결혼한 '아름다운주방'에 '켄트'는 그의 아내를 위해 드래곤의 이빨을 어렵게 구해 줬다는 거야.

말이나 돼? 드래곤의 이빨이라고! 그 드래곤 말이야! 그 녀석이 어떻게 그런 귀한 것을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녀석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그녀에게 특별한 것을 선물하려고. 내가 생각한게 뭘거 같아? 그건 바로! 드래곤의 손톱이다! 그래, 드래곤의 손톱이야! 이상하게 낙인이 찍히지 않는 사람들에게 손톱과 이빨은 순수하게 그 자체만으로는 침식당하진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

그런데 내가 그런 것을 구해왔다고 생각해봐! 우와! 이건 그녀가 나와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고! 용맹스러운 제프리, 미켈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힐러리와 결혼에 성공하다.

야, 생각만 해도 정말 짜릿하다. 그런데 말이야. 문제는... 그걸 어떻게 구하냐는 거야. 자존심 상하지만 어쨌든 방법을 알아야 하잖아.

난 그날 저녁 조심스럽게 주점으로 '켄트'를 불러냈어.


"그래서, 한창 신혼인 나를 퇴근하자마자 불러낸 이유가 뭐야?"


녀석은 드래곤의 이빨을 구해온 이후로 마을 남자들에게 질투의 눈빛을 받고, 반면 여자들에게는 선망이 대상이 되었기 때문인가?

내 맞은편에 앉으면서도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어렸을 때 그렇게 나에게 맞으며 자라온 녀석의 이런 거만한 행동을 보고 있자니 오장육부가 뒤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를 위해서 참자.


"그,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녀석은 대답을 망설이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곧 주점이 떠나가라 웃어대며 저 더러운 입을 벌리기 시작했어.


"야! 설마, 너도 드래곤의 이빨의 출처가 궁금해서 날 부른 거냐?"


확실하게 정곡을 찔려 버렸다. 하지만 상처 받은 내 자존심은 녀석의 그런 말을 인정하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개, 개소리 집어치워! 난 요즘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부른 것뿐이야."

"어? 사실이냐?"


비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에 내 모든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휘둘러 주고 싶었지만, 그녀를 위해서 참자."


"그, 그래. 신, 신혼 생활은 좀 어떠냐?"

"근데, 정말 신기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내 생활에 대해서 전혀 궁금하지 않아하던 네가 일부러 이런 곳으로 날 불러내 안부를 묻는다는 자체가 나로서는 정말 의외인데?"


맞는 말이야.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정말 하찮은 네 녀석에 안부를 묻기 위해 널 이곳으로 불러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 멍청한 녀석! 그 이후로 녀석에게 몇 시간 동안이나 쓸대 없는 안부를 물어가며 허무한 시간을 보냈다.


"어, 그래 그럼 난 이만 일어나야 겠다. 집에서 아내가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아직 내 볼일은 안 끝났어! 멍청아!


"켄트! 기, 기다려!"

"뭐야? 아직 할 말이 더 남은 거냐?"


말해! 드래곤의 이빨을 어디서 구했냐고! 빨리 물어보란 말이야! 내 입아 좀 떨어져라! 물어보라고!


"시, 신혼 생활 잘 하라고."


그렇게 드래곤의 이빨을 어디서 구했는지에 대한 출처를 알아내지 못하고, 녀석과의 의미 없는 몇 시간이 끝나 버렸다. 젠장! 난 그 시간까지 뭘 했던 거야.

저런 멍청한 녀석이 살아온 얘기 따위 난 전혀 관심도 없다고! 그렇다고 다시 녀석을 불러내 물어보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날 난 녀석에게 당한 굴욕감에 잠들지 못하고 야속하게도 다음날 아침 해는 밝아 왔다.

충혈 된 눈을 부릅뜨고 켄트 녀석에게 드래곤의 이빨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던 녀석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런, 매정하고도 인정머리 없는 녀석들은 하나 같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만둬 멍청아! 네가 할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니야."


오냐! 그래, 그런 정보는 니들만 알고 있겠다. 그런 거지? 멍청한 건 너희들이라는 것을 내가 증명해 보이겠다. 이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냐고? 아, 알만한 녀석을 하나 알고 있어. 아니, 알고 있는 녀석이라고 해야 하나?


"뭐? 아저씨 미친 거 아니야?"


알고 있는 녀석을 찾아가 자초지정을 설명하자 녀석의 입에서 나온 첫말이다.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바람에 싸가지 없는 저 녀석에게 화낼 타이밍을 놓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녀석은 다시 철조망 같은 날카로운 입을 벌려댔다.


"아저씨,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뭐?"

"아니, 그러니까. 정말로 날 찾아온 이유가 뭐냐고. 설마, 진심으로 그딴 어이없는 걸 물어보려고 온건 아니겠지?"


녀석의 이런 당돌한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젠장! 여기서 만약 '그래, 정말 드래곤의 손톱을 구할 방법을 물어보기 위해 온 거다.' 라고 말해봐야.

지금의 저 싸가지 없는 녀석의 입에서 나올 말은 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자존심 지키며 돌아가기에는... 난 더 이상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다.

그래도 일반인 보다는 확률이 높은 핸드맨의 낙인이 있는 이 녀석이라면, 뭔가... 그래도 좀 더 괜찮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 그래, 원래 성격이 이런 녀석이다.

마을 사람들이 이 녀석에게 이런 식으로 당한 게 한두 번 있는 일은 아니니까.

지금 여기에선 성질을 죽이며 차분하게 녀석에게... 녀석이 알아 들을 수 있게 말을 꺼내는 거다.


"아니, 핸더... 너라면 뭔가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뭘?"

"그,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드래곤의..."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응?"

"지금 소드맨도 못 만나는 녀석이라고 나 지금 놀리는 거냐고!"


창피한 얘기지만 도망쳐 나왔다. 핸더 녀석이 지랄발광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봐오긴 했지만, 방금처럼 미친놈 날뛰듯 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젠장, 저 녀석 이상하게 휘어지는 무기로 날 찌르려고 했다. 낙인이 찍혀 있다고 그런 것을 구할 방법을 알고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젠장! 그럼 이제 어쩌면 좋지? 어딜 가서 드래곤의 손톱을 구할 방법을 알아 내냐는 말이다.

아니, 아니지. 그걸 알 만한 사람이 한명 더 있다. 그래, 한명 더 있었다.


"뭐? 드래곤의 손톱을 구할 방법?"


어릴 때부터 붙어 다니던 '클락'을 찾아 왔다. 녀석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비대에 지원해 산전수전 다 겪어온 녀석이다. 오래전 얘기지만, 한번은 보석 채굴 단을 호위하다 드래곤을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그때 죽다 살아났다고... 자세한 얘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녀석이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어, 그래. 너 경비대에서 근무할 때 드래곤을 만났었다며."


녀석은 내 말을 듣더니 가게가 떠나가라 웃어대며 손바닥으로 계산대를 두드려 댔다.


"제프리. 나 요즘 핸더에게 시달리느라 전혀 웃지 못했거든, 근데 오늘 너 때문에 정말 크게 웃는다."


너마저... 이러는 거냐?


"클락, 나 정말 진지하다고."

"어? 이 멍청한 놈 뭐라는 거야."

"너 켄트가 드래곤의 이빨을 구해온 얘기 들었지?"

"그래, 들었지... 아, 너 설마 힐러리에게 청혼할 생각을 하는 거야?"

"그래... 그러니까 나 좀 도와줘라. 응?"

"포기해. 멍청아. 힐러리는 너에게 전혀 마음이 없는 것 같던데."


슬프지만 나도 그걸 느꼈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난 드래곤의 손톱이 필요하다.


"알고 있는 거냐? 그것만 말해줘."

"아, 정말... 그래, 네가 그렇게 까지 진지한 눈빛을 보내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정말이냐? 너 알고 있구나!"

"조용히 해!"


녀석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는 아무도 없는 가게 안을 살피더니 고개를 내 쪽으로 기울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 채굴 단에 있는 녀석에게 들은 얘긴데, 보석을 채굴하고 복귀하는 길에 드래곤을 만났다는 거야. 근데, 때마침 나타난 소드맨과 핸드맨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다 더군."

"뭐?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당연하지 바보야! 그런 얘기를 해서 마을에 불안을 조성할 필요가 없으니까. 촌장도 입을 다물라고 했던 거라고."

"아...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야?"

"너 정말 뇌까지 보석으로 되어 있는 거냐? 그들이 나타나 드래곤을 해치웠다면 뭐겠어? 채굴장 근처에 아직 드래곤의 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잖아."

"그렇다는 얘기는?"

"그래, 그들에게 드래곤의 손톱은 필요 없는 부분일 수 있다는 얘기야."


난 녀석의 얘기에 미소가 띄어졌다. 참을 수 없다. 이 행복감. 해답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구나! 정말 고맙다 친구야! 난 클락의 몸을 있는 힘껏 안았다. 감동의 포옹이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들었으면 곧바로 실천으로 옮기는게 사나이라는 거다.

내가 녀석에게 충분히 고마움을 표현하고 가게를 나서려고 하자. 녀석은 내 이름을 부르며 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제프리!"

"응? 뭐야?"

"너, 설마 지금 그곳을 가려는 건 아니지?"

"아니, 맞는데."

"너 미쳤어? 마을 밖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거야?"


하긴, 녀석의 말도 일리가 있다. 밖은 드래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짐승들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 어쩌지?"

"내일 아침 경비대 호위를 받으며 채굴 단이 출발할 때 같이 가던가 해야지."

"뭐? 미쳤어? 채굴단 외에 경비대의 호위를 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몰라서 그래?"

"뭐야. 새삼스럽게. 너 돈 많잖아."

"자그마치 백만 골드야. 백만 골드라고! 그 돈이면 내 가게에서 최고급 보석을 사고도 남을 돈이라고!"


클락은 내 말에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래서 지금 그 돈이 아까워서 너 혼자 그 위험한 곳을 가겠다는 거야?"

"어... 어쩔 수 없잖아.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면..."


녀석은 잠시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곧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그래, 얼마 전 드래곤이 나타났으니까 얼마 동안은 또 다시 나타나진 않겠지."

"그렇지?"

"그래도...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 텐데."

"어차피 마차를 끌고 가면 해가 지기 전에는 마을에 도착 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짐승들이 활동하기 전에는 드래곤의 손톱을 들고 올 수 있겠지."

"그래, 어차피 가지 말라고 내가 설득해 봤자. 넌 어떻게 해서라도 가겠지."


녀석은 날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 오늘이 지나면 힐러리는 내 차지다! 멍청한 클락! 넌 그렇게 평생을 노총각으로 살라고, 앞으로 이 마을은 나를 기준으로 여자들의 눈이 변할 테니까 말이야.

아마도 네가 결혼하기 위해선 드래곤의 날개라도 가져와야 할 거다.

그리고 가게를 나서려고 하자. 녀석은 다시 내 이름을 부르며 걸음을 멈춰 세웠다.


"잠깐, 제프리!"

"응? 또 뭐야?"

"아무리 낮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밖은 위험하니까. 보호구나 무기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냐?"


녀석의 속이 들여다보이긴 했지만, 일리 있는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해가 떠있지만, 마을 밖은 위험하다.

그렇게 녀석의 말에... 촌스러워 보이는 가게 제일 구석이 있던 갑옷과 무기를 추천 받아 구입했다. 젠장!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진열 돼 있던 것들이 더 고급스러워 보였지만 녀석의 한마디에 넘어갔다.


"핸드맨의 낙인이 찍힌 핸더가 만든 갑옷과 무기니 믿고 사도 된다."


그래, 핸더가 만든 갑옷과 무기니 내구성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지만 자그마치 삼십 골드다!

아, 뒷목이 당긴다. 아니, 아니야. 모양은 볼품없지만, 왠지 촌스러운 모양의 갑옷과 이상하게 휘어지는 투박한 검... 믿음이 가지 않지만, 아니야! 왜 이제 와서 후회를 하는 거냐. 제프리! 정신 차려라 마을에서 유일하게 있는 핸드맨의 낙인이 찍힌 핸더가 만든 물건이다.

그는 드래곤과 싸우기 위해 소드맨에게 최고의 보호구와 무기를 만들어 주게끔 태어난 존재다.

의심하지 말자.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힐러리에게 줄 드래곤의 손톱만을 생각하는 거다.

마차를 끌고 마을을 벗어 난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사람이 지나가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마을 밖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는 거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난 지금 미켈 마을 어떤 남자들 보다 용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난 사나이다!"


조금은 겁을 먹고 있는 걸지도... 그나저나 채굴장이 이렇게 멀었던가? 어느덧 해는 저 멀리 보이는 미드갈산 정상에 닿아 있었다.

오, 젠장! 곧 있으면 해가 진다. 도대체 채굴장은 언제 도착하는 거야! 보석상을 하면서 채굴장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만큼 창피한 일이 없다.

아버지에게 가게를 물려받기 전에 백만 골드라는 거금을 들여 채굴장을 다녀왔기 때문에 위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몇 십 년이나 지난... 아니야.

난 확실히 알고 있다. 그래,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그래! 저거 봐! 채굴장이다! 보인다! 채굴장이 보인다! 하지만 도착한 채굴장에서는 어딜 봐도 드래곤의 시체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 어디 있는 거야? 이럴 줄 알았다면 클락 녀석에게 정확한 위치를 물어볼걸 그랬다. 아니야. 나라면 찾을 수 있다. 근처... 채굴장 근처라고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드래곤의 시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드래곤의 손톱도... 그걸 받아들 힐러리의 얼굴을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자, 그럼 어디 있니? 드래곤의 시체야.

난 클락의 가게에서 산 핸더가 만든 방어구와 무기를 들고 조심스럽게 채굴장 옆에 있는 숲으로 향했다. 해는 조금씩 미드갈산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고, 덕분에 숲으로 들어오는 빛은 줄어들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제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 어서 나오란 말이야! 바라고 바랬다. 그것도 간절히. 그러자 곧 내 시야에 무엇인가 포착 됐다.

그래,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누가 말했던가. 드래곤의 시체다. 난 한걸음에 달려갔다.


"웩!"


드래곤의 시체는 지독할 정도로 악취를 내뿜어댔다. 그리고 아마도 핸드맨의 짓으로 보이는... 갈기갈기 찢어진 드래곤의 시체는 곧 내장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냈다.

진정해! 이건 다 힐러리를 위해서다. 참자. 그래도 이렇게까지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이것을 해치웠던 소드맨과 핸드맨은 예상대로 드래곤의 손톱이 필요 없었던 것이었다.


"있다! 있어! 드래곤의 손톱이 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무기로 손톱을 잘라 내려고 했지만, 뭐지? 아무리 잘라내려 해도 잘라지지 않았다.

아니, 드래곤의 피부에 상처하나 입히지 못했다. 젠장! 이거 뭐야? 왜 이리 질겨! 아무리 드래곤의 피부가 단단하고 질기다고는 하지만, 설마...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꽤 오랫동안 그것을 잘라 내려고 해봤지만, 그것은 상처하나 없이 말끔한 모습으로 마치, 날 놀려대고 있듯 멀쩡했다.

곧 해가 저물 것을 느낀 난 다급함에 무기를 내려놓고 손으로 드래곤의 손톱을 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젠장! 이것도! 소용없는 건가!"


아무리 당겨도 그것은 빠져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은 희망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

뭔가 '뚜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조금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난 좀 더 힘을 주어 그것을 당겼다. 그런 내 고생을 드래곤도 알고 있는지 곧 손톱은 손에서 빠져 나왔다.

하지만 곱게 빠져 나올 리 없었다. 손과 손톱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피가 얼굴로 튄 것이다.


"퉷, 퉷!"


더러워! 그래도... 그래도! 드디어 구했다. 손톱을! 드래곤의 손톱을 구했다! 행복하다. 미칠 듯이 행복하다.

이제... 난 힐러리를 신부로 맞이할 수 있다. 그래, 미켈마을 절세미녀인 그 힐러리를 내 신부로... 그리고 난 마을의 영웅이 되는 거다.

아, 순간 음흉한 웃음소리를 냈다. 진정하자. 어느덧 주변이 어두워 졌다. 드래곤은 아니더라도 내 소리에 짐승이라도 튀어 나온다면 정말 위험하다.

하지만... 어두워진 탓인가? 어디로 가야 마차가 나오는 거지? 젠장, 길을 잃은 건가! 아니야. 침착해.

정신 차려 제프리! 난 분명히 이쪽으로 들어왔다. 난 들어왔을 때 나무의 특징을 기억해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아니, 확실한 내 기억에 의지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들어왔던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걸었음을 인식 했을 땐 이미 늦었음을 직감했다.


"길을... 잃었다."


젠장! 젠장! 안 돼! 절규는 마음속으로 외치자. 짐승이 나올지도 모른다. 눈물이 날 지경이다.

바람 때문인지, 짐승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무의 가지와 풀들이 흔들려 내는 소리는 그 어느 소리보다 소름 돋는다. 설마, 난 이렇게 죽는 건가? 아니다. 아니야! 난 확실히 조금 뒤 마차에 도착할 것이고, 마을 안에 들어가자마자 힐러리에게 청혼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난 그녀와 결혼하게 되겠지. 그래, 그런 행복한 생각만 하자. 근데, 제기랄 뭐지? 눈에서 익숙한 무엇인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제발, 아무도 없나요? 미쳤다고 이 어두운 숲을 누가 지나가겠는가.

아니, 못 지나갈 것도 없다. 아니야.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숲을 지나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런 정신 나간 사람이 있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저 실루엣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다. 난 그들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저기요! 어이!"


그들의 실루엣에 가까워 졌을 때. 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던 날 원망해야 했다.

한손에 횃불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무기를 들고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는...


"경비대?"


확실한 것은 미켈 마을의 경비대는 아니다. 그럼 어디지? 아니, 그딴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

그런 경비대가 우왕좌왕 하고 있는 원인에 시선이 고정 되었을 때. 곧 내 인생이 이곳에서 마감될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드... 래곤"


넋이 나간 상태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누군가 내 앞으로 달려와 소리쳤다.


"소드맨! 생각보다 빨리 도착 하셨군요!"


엥? 뭐라고? 방금 이 남자가 나에게 뭐라고 한 거지? 그런 마음속 의문이 이 남자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남자는 계속해서 나에게 알 수 없는 말을 해댔다.


"젠장! 이런 일은 있을 수 없군요! 드래곤이 마을에 들어오려고 하다니!"

"드래곤이 마을에?"

"그렇습니다. 소드맨 이시여... 핸드맨은 어디 계시는 거죠?"

"뭐... 핸드... 맨 이라뇨?"

"그렇습니까? 잠시 몸을 숨기고 계시는 거군요!"


아까부터 이 남자는 나에게 뭐라는 거지? 소드맨이라니? 핸드맨이라니?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해대고 있다.

아니, 설마... 날 소드맨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건가? 젠장! 멍청아 난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자... 잠시 만요... 뭔가 오해가! 전 소드맨이 아니라구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몸에 차고 있는 방어구며 손에 쥐고 있는 저 검이 소드맨이 아니면 뭐라는 겁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마에 찍혀있는 낙인이 그 증거 아닙니까?"


그 순간 난 핸더와 클락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교차되며 떠올랐다. 오라질! 녀석들을 죽여 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마에 낙인이라니? 난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댔고, 끈적끈적한 무엇이 묻어 있음을 느꼈다.


"피?"


아... 아까 드래곤의 손톱이 빠지면서 튀었던 드래곤의 피가 이마에 뭍은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응? 정말인가? 진심이야? 그게 어째서 소드맨의 낙인처럼 묻어있는 거야?


"소드맨님!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드래곤을!"

"자... 잠깐만! 난..."



안녕... 힐러리...


작가의말

외전급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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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3.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 아이. [Sword man] 15.07.24 150 7 12쪽
7 3.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 아이. [Hand man] 15.07.24 97 6 11쪽
6 2.5 아직도 선물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 [variety] 15.07.22 173 6 15쪽
5 2. 숙명을 받아들이게 된 아이.[Sword man] 15.07.22 137 6 12쪽
4 2. 숙명을 받아들이게 된 아이.[Hand man] 15.07.22 280 6 14쪽
» 1.5 선물은 마음에서 부터. [variety] 15.07.20 187 6 22쪽
2 1. 낙인이 찍힌 아이. [Sword man] 15.07.20 242 9 11쪽
1 1. 낙인이 찍힌 아이. [Hand man] +2 15.07.20 818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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