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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버터바 님의 서재입니다.

라르곤 사가 - 은색의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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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버터바
작품등록일 :
2023.05.19 10:09
최근연재일 :
2024.03.05 15:10
연재수 :
1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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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수 :
1,23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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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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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2화 - 우제즈 섬으로(4) (왕의 산길)

DUMMY

거대한 도끼가 헬하운드의 목을 찍었다. 피부가 질기디질긴 헬하운드였기에 목이 한 번에 잘리지 않았다. 헬하운드의 머리통이 가죽에 겨우 의지해서 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우레히, 어째서 지옥견 따위가 여기서 돌아다니는 거냐! 우릌!”


우레케가 간신히 몸에 매달려 있던 헬하운드의 목을 발로 뻥 걷어차 몸에서 분리해 버리고는 쓰러져 있던 우레히를 일으켜 세웠다.


“오라버니! 이거 꿈은 아니지? 크흡. 우릌.”


우레히는 분명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는데, 우레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몸에 힘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설명은 나중에 듣자, 동생아. 우릌.”


우레케가 그녀를 등 뒤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오르크 전사가 하나가 그녀를 데리고 재빨리 물러났다.


붉은 로브의 레지스단 제사장이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우레케를 훑어봤다.


“호호호호, 이렇게 오르크족의 대전사를 뵙게 되는군요. 영광입니다.”


제사장이 과장된 몸짓으로 인사를 건네자 우레케가 자신의 도끼를 바닥에 쿵 하고 찍어 세우고는 어깨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래, 반갑다. 빨간 인간 새끼야. 나는 우레케 훙. 네놈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오르크다.”


“호호호호. 재미있네요. 저는 적주(赤蛛)라고 합니다. 에크레크 님께서 우레케 님에 대해 말씀하시길, '그 녀석은 신체 능력은 좋지만, 머리는 별로 안 좋다.'라고 말씀을 해 주셨답니다. 이렇게 실제로 뵙고 나니 정말 그래 보이는군요. 호호호호.”


적주가 새끼손가락을 까득 하고 깨물었다. 그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새끼손가락으로 허공에 기묘한 그림을 그렸다.


[다크 아라크네 - Dark Arachne]


사각사각.


을씨년스러운 바람과 함께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숲으로 우거진 왕의 산길의 푸른빛이 시커먼 검은색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사각사삭.


곧 황소만큼이나 거대한 거미 수천 마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야! 우릌!”


우레케 훙이 도끼를 크게 젖히고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적주가 있는 곳까지 다다랐다. 소환자를 죽이면, 자연스럽게 소환수는 소멸하는 법.


그가 도끼를 내려치는 찰나 적주의 뒤에서 엄청난 숫자의 흰색 거미줄이 쏟아져 나와서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적주가 불러낸 거미들이 왕의 산길을 새카맣게 덮었다. 우레케는 어떻게든 적주를 공격하려 했지만, 거미들이 쏘아 대는 거미줄에 번번이 빗나가고 말았다. 그의 공격이 빗나간 후에는 어김없이 헬하운드가 우레케의 목과 손목, 발목을 노리고 이빨을 들이밀었다.


“제1기사단! 마물 토벌 대형으로!”


뒤늦게 도착한 칼리반의 명령에 제1기사단이 작은 그룹으로 나뉘었다.


“1조, 2조, 3조 돌격! 4조는 마법사들을 지킨다.”


제1 기사단은 약 300여 명. 그중 3명이 마법사다. 마법사들이 각자 지팡이를 앞에 세우고는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칼리반과 제1기사단이 등장했을 때 잠시 멈칫했던 적주는 이내 그들의 수가 많지 않음을 깨닫고는 코웃음을 쳤다.


제1 기사단의 마법사들의 지팡이가 빛이 나며 마법의 발동을 알렸다.


[파이어 볼 - Fire_Ball]


[파이어 월 - Fire_Wall]


“고작 그 정도 수준의 마법사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마법사들이 시전한 마법은 화염 계열에서 2등급 마법. 마법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그래도 2등급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화르륵.


거미들이 날아오는 불의 구체를 몸을 던져 막아냈다. 거미 여러 마리가 모여들더니 불의 장벽 덮고는 몸으로 비벼 소멸시켜 버렸다.


마법사들은 그 광경을 보고 얼이 빠졌다. 장기전을 대비해서 하급 마법을 쓰긴 했지만, 저렇게 미미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거대한 거미들이 성난 파도처럼 제1기사단을 덮쳤다. 적주는 고작 인간들의 부대로는 자신의 아라크네들을 막아 낼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법사들의 마법 수준이 그런 생각을 확신하게 했다. 그래서 이들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우레히를 추격하기로 했다.


“음?”


그러나 마법사를 제외한 칼리반 직속의 제1기사단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관의 정점인 전투지휘관의 직속 기사단이 녹록하다고 하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겠다.


콰직.


인간과 거미 간의 혈투가 벌어졌다. 거미들은 8개의 다리 끝에 달린 뾰족한 발톱을 장창처럼 사용하며 기사들을 공격했다.


“마법사들은 공격 마법 대신 보조 마법으로 변경해서 간다!”


[헤이스트 업 - Haste_UP]


[스트랭스 업 - Strength_Up]


칼리반의 외침과 함께 마법사들은 기사들에게 힘과 속도를 강화하는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기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강해졌다.


사실 제1기사단 마법사들의 역할은 공격이 아닌 보조. 기사단의 주요 공격과 방어는 극한으로 몸과 정신과 마나가 단련된 기사들 차지였다.


끼에에에엑.


거미들이 하나둘씩 기사들의 검 앞에 쓰러져 갔다. 그러나 적주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가 부리는 다크 아라크네들의 무서움은 각 개체의 공격력보다는 엄청난 증식에 있었으니까.


서걱.


칼리반의 대검이 거미의 발톱을 피해 그것의 머리통을 갈랐다. 그러자 그 안에서 수십 마리의 작은 거미들이 쏟아져 나왔다. 칼리반이 작은 거미들은 발로 밟고, 큰 거미의 발톱은 대검으로 쳐내며 우레케가 있는 곳까지 뚫고 들어갔다.


“우레케! 오르크들은 다 좋은데 발이 느리구나!”


“크하핫! 매부 왔구먼! 말을 타고 온 주제에 거들먹거리지 마라! 우릌.”


“매부라고 부르지 마!”


몇십 분 전, 왕의 산길 입구에 있던 우레케는 수상한 기운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발이 빠른 오르크 전사 둘을 데리고 전속력으로 달려 이곳까지 도달했다. 칼리반도 그런 우레케의 감을 믿고 제1기사단 전체를 재촉해서 겨우 지금 도착한 것이었다. 그나마도 말을 달려서 도착한 것이니 우레케가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알 수 있었다.


빠른 것은 우레케와 두 명의 전사뿐. 나머지 오르크 전사들은 아직도 열심히 뛰어오고 있었는데, 합류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아 참, 준오크. 그거 봤냐! 으쌰! 우릌!”


달려드는 헬하운드의 아래턱을 날려 버린 우레케가 칼리반을 돌아봤다.


“뭐 말이야?”


“아까 죽여주는 오르크 여자 하나 왔잖냐, 우릌! 걔가 내 동생이다! 우릌.”


“미친놈아! 자기 동생한테 죽여준다는 표현을 쓰는 놈이 어디 있냐!”


칼리반도 달려드는 거미와 헬하운드를 향해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그래서 안 죽여준다고? 우릌.”


칼리반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우레케와 함께 먼저 도착했던 오르크에 의해서 후방으로 안내되던 여성 오르크를 떠올렸다.


그녀는 다른 남성 오르크들 처럼 우락부락한 몸이 아니라 길고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얼굴도 웬만한 인간보다 예뻤다.


“음, 인정하마. 네 동생은 죽여준다. 일단은 여기부터 정리하자!”


칼리반의 전장과 싸움밖에 모르고 살아온 60여 년 인생의 첫 사춘기가 생뚱맞게 여성 오르크로 인해 시작되고 있었다.


*


항구도시 나스.


거대한 저택이 있고, 그 뒤에 있는 작은 언덕의 수풀 안에 파드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의 역할은 외부에서 접근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주작단만 들을 수 있는 특수한 호각을 불어 알려 주는 것.


“젠장! 나는 최연소 왕실기사 파드 로우다! 내가 망이나 보는 신세라니. 에휴.”


아무리 그의 역할을 좋게 설명해 준다 해도 결국 망보는 역할. 늘 가문에서, 지역에서,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오던 소위 엘리트 기사인 파드의 자존심은 너덜너덜해졌다.


그렇지만 막상 본인이 생각해봐도 일행 중에서 누가 망을 보든 간에 오히려 전력에서는 손해였다. 그나마 파드가 빠지는 것이 제일 손실 격차가 적었다. 부정할 수 없는 그 사실이 파드를 더 괴롭게 했다.


[이봐, 파드, 너무 자괴감을 느끼지 마. 오히려 강해질 기회잖아?]


파드 귀에는 음성을 전달해 주는 마법 아티팩트가 달려 있었다.


주작단에 어쩔 수 없이 가입은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주작단원이 아닌지라 엘람과 파드는 그들의 호각 신호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을 위해서 혼절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요정이 정보 길드에서 사용하는 원거리 통신용 아티팩트를 제공해줬다.


“엘람 경. 이딴 망이나 봐서 무슨 수로 강해진단 말이오?”


[이런, 이런. 파드 양반. 아직도 어리시구먼. 원래, 강해지려면 자존심 같은 건 내려놔야지.]


“자존심 말이오?”


‘내가 내려놓을 자존심이나 남아 있던가.’


한숨을 내쉬는 파드의 귀에 다시 엘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자존심이 남아 있다는 말이지. 나 같으면 오히려 이때 클레이에게 비빌 거야. 나 좀 가르쳐 주쇼! 하고 말이지.]


파드는 잠시 생각을 했다. 자신이 클레이에게 배운다. 그 엄청난 격차가 있는 존재에게 배울 수가 있을까? 세계 제일의 검호가 검을 처음 잡는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 대학의 고등학문을 가르치는 교수가 갓 글을 깨우친 어린아이에게 지도해 주지 않는다.


파드가 체감한 클레이와 자신의 격차가 그 정도로 심하게 났다.


‘제길.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었던가.’


[아, 시작하는 모양이네. 자자, 고민은 나중에 하시고. 지금은 우리가 할 일을 합시다.]


엘람이 천리경으로 저택의 경비 상황을 살폈다.


“하여간 나쁜 놈들은 지들이 나쁜 짓 하는 줄 알고 있다니까. 뭔 저택에 경비 병력을 저만큼이나 세워 놔?”


엘람이 어깨에 메고 있던 활을 벗어들고는 살을 먹였다.


피융.


옥상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경비병의 목이 꿰뚫리며 소리 없이 쓰러졌다.


엘람의 특제 비약이 발려 있는 화살. 그것에 스치기만 해도 상대는 근육이 마비된다. 화살에 급소를 맞은 적은 몸이 마비되어서 죽기 전까지 신음 한 번 내지 못하고 죽었다.


엘람은 연이어 세 발의 화살을 더 날렸고 옥상의 끝과 끝에 있는 경비들이 목숨을 잃었다.


“흑마법사의 인신 공양에 협조했으니 사형! 땅, 땅, 땅.”


엘람이 바닥을 발로 세 번 구르고는 다시 활을 둘러멨다.


“클레이, 옥상 경비병은 정리 완료!”


엘람의 신호와 함께 저택의 옥상으로 네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은 경비병들의 사망을 확인하고는 엘람이 볼 수 있도록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크크, 좋아. 내 활 솜씨가 아직 죽지 않았군.”


엘람이 짐을 주섬주섬 챙겨서는 망을 보고 있는 파드 옆으로 이동했다.


“봤지?”


“네, 활 솜씨가 뛰어나십니다.”


“응? 아니, 그거 말고 클레이 수신호 봤냐고. ‘정문에서 소란을 피워라.’라고 하잖아. 저 양반은 통신 장비도 있으면서 왜 굳이 수신호를 보내는 거람.”


“아···.”


파드는 딴생각을 하느라 클레이의 신호를 놓쳤다.


‘이런 멍청한. 도대체 난 뭐 하고 있는 거야!’


엘람이 툭 하고 파드의 어깨를 쳤다.


“파드. 고민이 많은 건 참 좋은 일이긴 한데 말이지. 일단 일에 집중합시다. 우리 지금 여기 페어리족을 못 구해내면 그 친구들은 주르륵 갈려서 흑마석 재료가 된다는 걸 잊지 마. 그러면 페어리족은 멸족이다.”


짝.


파드가 자신의 양 볼을 손바닥으로 세게 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고민 끝났소. 자, 일합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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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042화 - 독단의 신전(7) 23.06.22 66 1 13쪽
42 041화 - 독단의 신전(6) 23.06.21 62 1 13쪽
41 040화 - 독단의 신전(5) (겨울 소녀 니에브) 23.06.20 60 1 14쪽
40 039화 - 독단의 신전(4) 23.06.20 61 1 14쪽
39 038화 - 독단의 신전(3) (사라진 타하투) 23.06.17 60 1 14쪽
38 037화 - 독단의 사원(2) 23.06.17 65 1 13쪽
37 036화 - 독단의 사원(1) (친우의 유언) 23.06.14 63 1 13쪽
36 035화 – 우제즈 해협 해상전투(8) 23.06.13 61 1 14쪽
35 034화 - 우제즈 해협 해상전투(7) (철갑상어 부대) 23.06.10 65 1 14쪽
34 033화 - 우제즈 해협 해상전투(6) (묘족 흑마도사 위글 그루밍) 23.06.09 60 1 14쪽
33 032화 - 우제즈 해협 해상전투(5) (적의 적은 아군?) 23.06.08 58 1 13쪽
32 031화 - 우제즈 해협 해상전투(4) (클레이와 쟝 폴 제독의 조우) 23.06.07 63 1 13쪽
31 030화 - 우제즈 해협 해상전투(3) (미르 해군 제독, 쟝 폴) 23.06.05 60 1 13쪽
30 029화 - 우제즈 해협 해상전투(2) (신입 단원 타하투) 23.06.04 69 1 14쪽
29 028화 - 우제즈 해협 해상전투(1) (안단트 에) 23.06.03 60 1 13쪽
28 027화 - 우제즈 섬으로(9) 23.06.03 67 1 13쪽
27 026화 - 우제즈 섬으로(8) (클레이의 정체) 23.06.02 67 1 12쪽
26 025화 - 우제즈 섬으로(7) (페어리 구출 작전) 23.06.01 64 1 13쪽
25 024화 - 우제즈 섬으로(6) (진홍의 늪을 빼앗긴 오르크 오크) 23.06.01 61 1 13쪽
24 023화 - 우제즈 섬으로 (5) 23.05.31 74 1 14쪽
» 022화 - 우제즈 섬으로(4) (왕의 산길) 23.05.31 74 1 12쪽
22 021화 - 우제즈 섬으로(3) (바람의 발, 우레히) 23.05.30 74 1 13쪽
21 020화 - 우제즈섬으로 (2) (페어리킹) 23.05.30 76 1 12쪽
20 019화 - 우제즈 섬으로(1) 23.05.29 71 1 14쪽
19 018화 – 반역자 색출 작전(5) 23.05.28 7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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