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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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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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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3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3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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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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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제14화. 유세프

DUMMY

제14화. 유세프



1.


“킥킥! 그러니까 사람은 머리를 써야지. 똑똑하다고 잘난 척 깝죽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내빼는 거야?”


엉클이 이죽거리자 재커리가 급하게 지하로 내려가고.


“하하,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바스는 한 손으론 소년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세프의 손을 잡은 채로 펍을 빠져나왔다.


딸랑-


“그동안 내게 보여준 엉클의 이미지는 다 거짓이었던 건가······. 그래도 나름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유세프가 진이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그래도 고작 세 번 만나서 엉클이 첫 번째 가면을 벗은 모습을 본 사람은 아마 유세프 씨가 유일할 겁니다! 아, 꼬마 씨는 예외로 치고요.”

“첫 번째··· 가면이요?”


아바스가 입을 가리며 생글거렸다.


“원래 엉클이 좀 엉큼한 구석이 있는 분이라서요.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은 아들인 재커리 씨와 저밖에 없습니다. 아내 분이 예전에 있긴 했지만······.”


아바스가 말끝을 흐렸다.


유세프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아바스를 따라 걸었다.


터벅터벅.


그렇게 말없이 차까지 이동한 아바스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수고하셨습니다.”


사사삭.


작은 인기척이 빠르게 멀어진다.

하지만 유세프는 아직 그들이 지척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뭐에요? 이건?”

“마침 주변에 계시던 조직원들에게 수신호를 보냈었습니다! 다행히 차는 무사하군요.”


유세프가 혀를 내두르며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유능한 사람들이 되게 많네요? 설마 암살자라도 있는 거예요?”

“유세프 씨는 백만 명을 상회하는 집단 내에 암살자가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런 것 좀 그만 물어봐 주세요.”


아바스가 소년을 뒷좌석에 내려 주고는 보조석에 올라탔다.


“음? 이건······.”


유세프는 아바스가 작은 쪽지 하나를 들고 있는 걸 목격했다.


“아바스 님? 누가 쪽지를 보낸 건가요?”


아바스는 잠시 굳은 표정으로 쪽지를 읽어내려갔다.


“······그렇군요. 최소 다섯 배 이상으로 출발하시면 됩니다.”

“존명.”


어둠 속에 숨어있던 자들 중 한 명이 대표로 대답하고, 곧 그들은 멀어졌다.


“오호, 안 놀라시는군요! 역시 유세프 씨입니다.”

“저렇게 티 나게 인기척을 조작하는데 애써 놀라주는 것도 상당히 힘든 일이라서요.”


유세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아바스의 성격을 파악한 유세프는 이런 가벼운 비판이라면 오히려 아바스와의 관계를 가까이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건 그렇고, 아까 그 쪽지는 어떤 건가요? 다섯 배?”

“음······. 지금은 알려드리기가 좀 힘든 정보입니다. 엉클과 대화한 것 또한 마찬가지고요. 애초에 그건 유세프 씨나 오마르 용병단이랑은 전혀 관계가 없긴 하지만요.”

“그렇다면 그 쪽지는 저희와 관련 있다는 뜻이겠군요.”


아바스가 유세프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오마르 용병단에는 그 어떤 피해도 없을 거라 보장합니다. 만약 제가 유세프 씨께 이 정보를 말씀드린다면 유세프 씨와 오마르 님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때아닌 아바스의 진지한 어조에 유세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털털털털.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채 차는 계속해서 이동했다.


“유세프 씨.”

“엉? 왜 그러니, 꼬마야.”


301번이 물었다.


“유세프 씨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뭐가 이상해?”

“사람의······ 눈을 뽑았잖아요······.”


유세프가 룸미러로 소년을 힐긋 쳐다봤다.

약간 시무룩해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었을 줄이야. 감정이 완전히 망가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구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유세프가 말했다.


“대한민국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선 그리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거든. 너보다 어린 애들도 자동돌격소총 들고 쏘다니는 세상이지.”


소년이 두 눈을 깜박였다.


“당장 재커리도 봐. 펍에서 싸움 좀 했다고 지하에 묶어서 죽을 때까지 실험체로 쓰겠다잖아. 물론 그 펍이 엉클 펍이라 그런 거긴 하지만.”


유세프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그렇게 마음 여려선 용병 일 하기 많이 힘들다? 후우, 그래서 예비단원들도 지금 걱정이야. 아직 대부분 살인 경험이 없으니.”


유세프는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톡톡 두드렸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아직 남은 나랑 같은 기수가 얼마나 있더라.’


유세프 같은 경우는 꽤 수월한 편이었다.

이미 경험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가는 길 심심한데, 옛날에 내가 겪었던 이야기나 하나 해 주마.”


유세프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적군은 도망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을 뒤쫓아 사살하면 되는 쉬운 임무였다.


- 알토르! 정신 차려라! 이미 이긴 싸움이라고! 얼이나 타다 죽을 셈이냐!

- ···넌 나랑 같이 들어왔으면서······ 대체 어떻게 그렇게 멀쩡할 수 있는 거냐······.


유세프는 적군의 목과 팔을 짓밟은 상태였다.


- 나라고 사람 죽이는 게 기뻐서 죽이는 것 같아?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서 네 손으로 죽여! 너 아직 한 명도 안 죽였잖아!

- ······.


칼을 들고 망설이는 알토르에게 유세프가 소리쳤다.


- 어서! 한 번 하면 괜찮아진다니까?

- 젠장할······.


알토르의 손이 높이 들어 올려지고.


푹!


적군의 눈동자가 점차 생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 ···기분 참 좆같네.


그날은 알토르의 반짝이는 칼날이 처음으로 피를 머금은 날이었다.


유세프는 소년에게 물었다.


“만약 이게 전투 중이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 뒤쫓은 임무가 아니라?”


소년은 즉답했다.


“죽었겠죠.”


유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래서 내가 알토르한테 그렇게 악을 지른 거지.”


유세프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때 죽이지 못했으면 지금 알토르는 없었을 거야.”

“하하, 전례가 없으니까요!”


아바스가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유세프가 아바스를 돌아보았다.


“전례를 만드는 건 무척 중요합니다. 구걸을 하든, 똥물에 들어가든, 사람을 죽이든 이미 한 번 ‘해봤다’라는 경험이 있으면 사람의 마음은 그것을 쉬이 받아들이기 마련이죠.”


그가 싱긋 웃었다.


“유세프 씨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제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기 좀이 쑤시기도 하니까요!”


아바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오래전, 배가 너무 고파 인간의 시체에 손댈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이 살았습니다.”


혐오감을 참으면서도 생존을 위해 가족에게는 남은 음식을 주고 본인은 굶어 죽은 시체를 탐했습니다.


“그렇게 ‘전례’가 탄생했죠.”


인육을 먹었습니다. 같은 사람의 살코기를 먹었습니다.

위는 본능적으로 거부했지만, 이는 계속해서 그것을 씹었습니다.


자신을 비롯한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


“꼬마 씨, 유세프 씨. 과연 이 여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음, 인육을 먹어 본 적은 없어서. 혹시 어떤 병이라도 걸린 건가요?”

“······.”


유세프는 대충 아무렇게나 답했고, 소년은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둘의 성격을 다시 한번 확인한 아바스가 말했다.


“그녀는 훗날 인육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저런······.”


유세프가 탄식을 흘렸고, 소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고플 때면 시체를 찾습니다. 관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마을이기에 시체는 그대로 마을 거리에 남아 악취를 발생시키죠.”


마침 그날은 여름이었고, 겨우 찾은 시체들은 죄다 부패한 상황이었습니다.


“며칠을 참았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인육에 쏠려 있었죠.”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분이 골고루 집약되어 있는 최고의 식품, 인간.


“그녀는 결국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싱싱한 피와 두툼한 살집. 모든 것이 새로웠고, 이는 곧 쾌락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혹시······ 그 여자는 아바스 소속이었습니까?”


유세프의 물음에 아바스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갱생의 여지조차 없는 사람은 조직원으로 받지 않습니다.”


여자는 두려웠습니다. 자신의 살인을 들킬까 봐.


최선을 다해 증거를 숨겼지만, 범죄에 익숙하지 않은 여자는 금세 자신의 남편에게 들키고 말았죠.


사실 남편은 평소 인육을 즐기는 아내의 이런 사실을 묵인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식비가 줄어들기 때문이었죠. 그 돈으로 남자는 매일 같이 도박에 좀 더 많은 칩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유세프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잠깐만요······.”

“남편은 사람을 죽여 인육을 탐하는 아내를 보고는 내심 두려웠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을 죽일 것 같아서요. 그래서 결국 자신의 두 주먹으로 아내를 죽이고 말죠.”

“아바스 님······ 이제 그만······.”

“그리고 그 남편은, 아내를 죽인 후에야 문을 열고 가만히 서 있던 소년 하나를 발견합니다. 자신이 아내를 죽이는 모습을 저지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본 소년을 말이죠.”


그 순간 유세프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아바스!”


끼이익!


차가 급정거하고, 미리 대비하고 있던 아바스와 소년은 차에 몸을 바짝 기대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유세프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아바스는 그런 유세프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정확히 안 심정은 어떠신지요. 유세프 씨.”

“······.”


“엉클 씨와의 대화를 토대로 저는 유세프 씨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자신의 살인을 목격한 자식마저 죽이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됐는지는 다 아시죠?”


유세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직접 행했다. 피눈물을 줄줄 흘리며.


아직도 눈을 감으면 모든 광경이 눈앞에 그려졌다. 소리가 들렸다.


목의 중심을 찌를 때와 우측면을 찌를 때 드는 힘이 얼마나 다른지 안다.

처음 찌를 때와 한 번 찌른 곳을 다시 찌를 때 칼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안다.


눈, 코, 입, 귀, 목, 심장, 폐, 간, 이자, 소장, 대장, 간,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찌를 때 각기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지금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우웁!”


구역질이 나왔다.


“아버지를 두둔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 또한 악인이었으니까요. 단지, 저는 유세프 씨가 과거의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그 여자는 거의 절대적인 확률로 자신의 가족을 죽였을 겁니다.”

“제게 이걸 말하는 이유가 뭡니까······.”


아바스가 말했다.


“오마르 님을 제외한 유세프 씨의 유일한 약점. 유세프 씨에게는 그것을 극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째서죠?”

“유세프 씨는 아까 어떤 남자들과 싸움이 일어났을 때, 그들에게 유세프 씨의 과거 얘기를 들었다면 냉정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

“냉정하게, 냉철하게. 오마르 님께서 늘 입에 달고 다니시던 문장이죠. 거슬러 올라가면 이 말은 파킨스 씨가 처음 시작했고요.”


아바스는 언제나처럼 미소 지었다.


“저는 유세프 씨가 조금 더 냉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떤 정신적 피폐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서······.”


밤하늘이 별로 빛났다.

그중 실제로는 제일 작을 달이, 보기에는 제일 밝았다.


“오마르 님께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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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5화. 모하무드 22.01.01 26 3 13쪽
» 제14화. 유세프 21.12.31 39 5 12쪽
14 제13화. 엉클(4) 21.12.30 53 7 13쪽
13 제12화. 엉클(3) 21.12.29 62 9 12쪽
12 제11화. 엉클(2) 21.12.28 66 9 13쪽
11 제10화. 엉클(1) 21.12.27 88 7 12쪽
10 제9화. 정보 습득의 중요성 21.12.26 114 10 15쪽
9 제8화. 301번(2) +1 21.12.25 128 10 14쪽
8 제7화. 301번(1) +1 21.12.24 135 12 13쪽
7 제6화. 거점 이동(2) +1 21.12.23 139 9 15쪽
6 제5화. 거점 이동(1) +1 21.12.22 181 12 13쪽
5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8 19 12쪽
4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2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3 26 15쪽
2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59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6 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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