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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현대판타지

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881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20 07:45
조회
459
추천
25
글자
13쪽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DUMMY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1.


“복창해라. 하나!”


강렬한 태양빛.

소말리아의 칙칙한 흙바닥 위에 황색 단복을 입은 사내가 소리친다.


“하나!”


물구나무를 선 채 복창하는 아이들.

2차 성징조차 오지 않은 소년들이 태반이었으나, 팔이 후들거리는 경우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자랑스러운 파킨스 용병단이다!”


건장한 성인조차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의 혹독한 훈련.


“나는 자랑스러운 파킨스 용병단이다!”


제한 시간 내에 험난한 산을 등반하고, 정신 수양을 위해 내리 3일을 굶기도 한다.


소년들은 인간의 극한을 시험하는 고된 수련을 하면서, 1주일에 한 번씩 맷집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구타를 당한다.


이를 모두 견뎌낸 소년들이 고작 단순한 아침 인사인 물구나무에 무너질 리 없는 것이다.


“하나!”


하지만 그럼에도 반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


채찍엔 반드시 당근을 깃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사내는 잘 알고 있었다.


“파킨스 용병단은 단원들에게 무상으로 숙식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간단한 영어와 전술 전략, 그리고 총기를 비롯한 무기들의 사용법.


소년들을 용병으로 써먹기 위한 교육이었으나 그들에게는 동아줄처럼 느껴진다. 안다는 것은 거의 모든 경우에서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파킨스 용병단은 단원들에게 무상으로 숙식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가난하고 굶주리는 곧 죽을 고아들을 골라 데려온 것이기에 소년들은 파킨스 용병단을 부모처럼 따르게 된다.


“고로, 단원들은 파킨스 용병단의 지시에 절대복종한다!”

“파킨스 용병단의 지시에 절대복종한다!”


소년들에게 목적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밥이나 잠자리 따위를 초월한 무언가를.


내가 왜 이런 힘들고 고된 훈련을 해야 하는가?


‘생존하기 위해. 그리고······.’


복수하기 위해.


빈민촌을 전전하는 고아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아는가.

잡아다가 노예로 부려 먹고, 화풀이로 아무런 이유 없이 몰매를 맞는다.

심지어는 눈앞에서 피붙이를 잃기도 한다.


‘빈민촌에는 여자아이가 없지.’


슬쩍 뒤쪽의 천막에 시선을 던졌다.


‘······미친개라도 되지 않으면 말이야.’


눈앞에서 가족을 잃는다.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왜?


‘힘이 없으니까.’


이곳은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준다.

밥을 주고 잘 곳을 마련해준다.


개인보다 집단이 강하고, 그렇기에 소년들은 이곳에서 강자의 위치로 오를 수 있다.

바로 세뇌란 것이다.


‘크크크!’


사내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자리했다.

특히나 이번 기수는 전반적으로 모두 뛰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는 모집 인원부터가 네 자릿수였다.


“다시 하나!”


그렇게 엄선된 숫자만 무려 300명.

저들 하나하나가 모두 돈이었다.


“하나!”


갈수록 수는 좀 줄어들겠지만, 그만큼 질은 상승하겠지.


이미 길러진 누군가를 모집하는 것이 아니기에 신뢰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용병단의 인력도 여타 용병단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물론 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토대 마련은 위대한 용병, 파킨스께서 이미 끝내놓으신 상태였다.


‘5년마다 새로운 기수를 모집하니 인력도 넉넉하고.’


보통 기수마다 예비단원으로 선발되는 소년들은 적게는 30명에서 많으면 100명까지지만,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이번 기수 모집 시즌에서 파킨스는 무려 300명을 요청하셨다.


그 때문에 소말리아 전역을 모두 돌아야만 했지.


‘물론 나 말고 뒷 기수들이 다 했지만.’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파킨스 용병단의 어마어마한 자금력 덕분이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 아침 반복하는 구령을 외치려던 그때, 천막이 펄럭이더니 여자 하나가 절도 있는 걸음으로 성큼성큼 사내에게 다가갔다.


“오마르. 신입이야.”


오마르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치는 것으로 의문을 표했다.

이미 기초 훈련과 선발이 끝난 시점에서의 신입이라니.


“파킨스 씨가 새로운 아이를 보냈어.”

“그분이 직접?”


놀라운 일이었다.

아이들의 선별은 분명 귀찮아서 맡지 않는 분인데.


“그동안 안 보였던 이유는 그 아이를 데려오느라 그랬던 거고?”

“어. 유세프랑 이동했지.”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오마르가 턱을 괴며 물었다.


“등급은?”


이곳에 모아놓은 소년들은 각 분야마다 모두 등급이 매겨져 있었다.


등급으로 환산한 점수에 따라 숙식과 계급이 결정되기에 소년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등급을 받으려 아득바득 훈련에 임한다.


“정밀 측정은 훈련 시스템을 한 번 다 돌아봐야 알겠지만, 파킨스 씨 말로는······.”


여자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전원 1급.”


오마르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 될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라고 하더라고.”


순간 김이 팍 새는 건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파킨스다. 절대로 허튼 말은 내뱉지 않는 분이기에 그 아이의 모습이 기대되었다.


“지금은 어떤데?”


여자가 픽 실소를 흘리더니 천막을 가리켰다.


“직접 봐봐. 애들은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까.”


확성기를 여자에게 건네고 천막을 향해 큰 보폭으로 발을 옮겼다.


‘키는 크려나? 체구는? 동체 시력이나 순발력은?’


단순한 신체 능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기초 체력뿐만 아니라 상황 판단력, 사고력, 기억력, 공간지각 능력 등.

13가지 분야에서 전원 1급에 도달한 이는 수십 년의 역사 중 지금까지 오마르, 자신뿐이었다.


‘어디, 한번 보자.’


파킨스가 인정한 소년이 과연 누구인지.

정신을 갉아먹는 듯한 궁금증에 천막을 거칠게 확 열어젖혔다.


“······하, 이게 뭐야.”


천막을 잡은 오른손에 힘줄이 돋아났다.

고개만 돌려 충혈된 눈으로 여자를 노려봤다.


“아민! 이게 파킨스께서 가져온 물건이라고?”


아민이 귀를 후비적거리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 그거 맞아. 되게 볼품없지? 9살이라던데.”


오마르는 있는 힘껏 표정을 구겼지만, 결국 아민이 맞다면 맞는 거다.

다시 시선을 돌려 눈앞에 놓인 깜찍한 소년을 쳐다봤다.


깡마른 체구.

권총은 들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드는 얇은 팔.

어린아이에게선 보기 드문 새하얀 백발. 피부를 보니 알비노 같은 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온 놈 중에 사연 없는 놈 없다지만······.’


어린애 주제에 머리가 죄다 새어버리다니.

오마르는 소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지만 역시 파킨스인가.’


오마르의 얼굴은 무섭게 생겼다.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듯한 흉터가 얼굴을 포함한 전신에 가득했고, 수많은 전투를 전전한 탓에 가만히 있어도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작 아홉 살 난 아이가 견딜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분명 그럴 텐데.’


저 고요한 눈빛을 보라.

공포? 그딴 게 뭐냐.

삶도, 죽음도, 고통도, 절망도 널 흔들 수는 없을 것이다!


“크크크크!”


오마르는 쇳소리로 크게 웃으며 물었다.


“꼬마야, 너 이름이 뭐냐?”

“······.”


대답의 부재.

반항인가? 하지만 그런 종류의 눈빛은 아니었다.


“아민. 혹시 이 꼬마는 벙어리야?”

“이런, 그걸 얘기 안 해줬네.”


아민이 예비단원들을 바로 세운 후 말을 이었다.


“걔, 이곳 사람 아니라고 하더라. 영어를 못해.”

“뭐? 설마 납치한 거냐?”


아민이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언뜻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아민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냥 모른다는 뜻이다.


“쳇, 싱겁기는. 그보다 이러면 말이 안 통하잖아? 어떻게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 왜 안 통해? 네가 있잖아.”


오마르의 인내심이 한계까지 다다랐을 때, 아민이 툭 한 마디 내뱉었다.


“한국어.”


아민이 씩 웃었다.


“너랑 같은 출신인 것 같던데?”


오마르는 다시 소년을 바라봤다.

한국 출신이라니. 살아생전 다시 한국인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어는 오랜만인데.’


머릿속으로 대강 언어 체계를 정리한 오마르가 소년에게 물었다.


“꼬마야.”


움찔.


익숙한 언어에 소년의 몸이 반응했다.


“네.”


차분한 대답.

평소라면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다며 좋아했을 테지만, 소년의 모습에서 일부러 지웠던 오마르의 어릴 적 기억이 되살아나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아니야.’


오마르, 뭔 생각을 하는 거야.


파킨스 용병단의 부단장이 한낱 연민에 흔들리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럼 이곳에 모인 아이들은 뭐가 되는가.


모두에겐 각자 자신만의 사연이 있고, 오마르에게는 그 모든 걸 깡그리 무시하고 짓밟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파킨스의 이름값을 생각해라!


‘냉정하게, 냉철하게.’


늘 그리 살아오지 않았나.


“너 이름이 뭐냐?”


오마르의 질문에 소년이 답했다.


“······박진우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딱딱한 세 글자 이름이었다.


“그래, 박진우. 잘 들어라. 정식으로 용병이 되면 새로운 이름을 받을 거다. 그러니 너의 이름은 기억하지 않겠다. 하지만 임시로라도 호칭은 있어야겠지.”


오마르가 소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301번.”


그의 입꼬리가 귀밑까지 괴이하게 올라갔다.

단순히 흉터에 의한 주름일 뿐이었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 301번이다.”


잠시 무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던 소년은 이내 답했다.


“네.”


아무런 의욕도, 갈망도 없다.

과거의 오마르와는 다르게.


‘301번. 내가 너를 최고의 욕망가로 바꿔주마.’


단 10년.

10년이면 지금의 오마르와 같은 수준의 명예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름 아닌 파킨스께서 인정한 소년이 아닌가.


“제 이름은 301번입니다.”


소년이 다시 한번 무기력하게 말했다.

301번의 초췌한 눈동자가 천막 사이로 스며든 햇빛에 반짝였다.



2.


파킨스 용병단.

이들이 단원을 모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도 아무 탈 없는 고아들을 데려온다.


그러고는 달콤한 유혹으로 소년들에게 동기부여를 한 뒤, 3개월간의 훈련 성과로 등급을 매긴다.


그렇게 등급을 점수로 환산하고는 기준치를 넘은 소년들을 엄선한다.


이들은 단순한 훈련병에서 파킨스 용병단의 예비단원으로 대우가 상승한다.


그렇다면 탈락한 자들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그들 또한 훈련병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긴 한다.


그러나 탈락한 소년들에겐 비밀이지만, 우리는 공공연하게 그들을 ‘폭탄병’이라고 불렀다.


이른바 총알받이라는 거다.


“배식 시간이다, 이 쓰레기들아!”


오마르가 소리치자 200명의 폭탄병들이 달리는 것을 멈추고 헉헉거리며 줄을 맞췄다.


지금 시간대는 17개 조 중 3조와 4조의 시간이었다.


‘제길, 내가 폭탄들 배급이나 하고 있다니.’


오마르가 이를 아득 깨물었다.


이번에 큰 건이 들어와 기존 용병들이 대부분 투입된 상황이었다.

다른 애들은 아직 취침 시간이고.


이런 사건이라면 용병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오마르가 빠질 수 없었지만, 아민은 파킨스께서 새로 들어온 아이를 주시하고 훈련하는 데 집중하라고 했다며 이죽거렸다.


‘하필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솔직히 생각해보면 과연 이유가 그것뿐일까?


고작 애 한 명을 맡기 위해 작전 성공 확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오마르를 포기한다고?


“후우. 모르겠네.”


폭탄들의 줄 서기가 끝나고, 한 명씩 배식을 받아 간다.


오늘의 메뉴는 호밀빵 하나와 종이 우유 한 팩.


일종의 계약을 통해 공장에서 직접 조달받기에 유통 마진이 없어 무척이나 저렴하지만, 그것도 1천이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놈들도 곧 죽겠군.’


통계적으로 폭탄병 열 명은 정식 용병 한 명의 목숨을 구하고, 적 한 명의 빈틈을 유도한다.


언뜻 보면 비효율의 극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익을 중요시하는 용병단이 폭탄병을 관리하는 이유는 그만큼 철저히 훈련된 정식 용병의 가치가 무척 높기 때문이다.


아민의 계산에 따르면 한 기수의 폭탄병들을 관리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개월.


시기와 수에 따라 변동은 일어날 수 있지만, 대체로 그 이상부터는 손해로 치부된다.


띠릭! 띠릭!


그때 왼쪽 가슴 주머니에 넣어뒀던 전화기가 신호를 보냈다.


‘이게 울리는 건 오랜만인데.’


파킨스 전용 전화기로, 그분 외에는 그 누구도 이 전화로 연락할 수 없었다.

오마르는 전화를 받고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가능합니다.”


파킨스의 직속 임무는 대부분 급하게 처리해야 하며,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렇기에 현재 임무 수행이 가능한 상태인지를 신속히 전달해야 했다.


- 오마르. 지금 당장 12지구로 폭탄병들을 이송하도록. 시간은 내일 저녁 8시까지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오마르가 묻자 전화기 너머의 파킨스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17개 전부.


오마르의 눈이 폭탄병들을 앞에 두고 있는 것도 잊고 크게 뜨여졌다.


‘17개 조를······ 전부?’


오마르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자신이 작전에서 빠진 이유. 그리고 갑자기 늘어난 예비단원 수까지.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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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12화. 엉클(3) 21.12.29 6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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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8 19 12쪽
4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2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4 26 15쪽
»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60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6 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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