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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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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888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29 23:46
조회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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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제12화. 엉클(3)

DUMMY

제12화. 엉클(3)



1.


“처음엔 그냥 궁금해서 따라서 암호를 말해봤어요. 279. 펍 간판에 붙어있는 철자의 띄어쓰기 위치랑 같더라고요.”


유세프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기억날 리 없었다.


“그런데 제트 씨께서 ‘그 암호’는 오늘 매진되었다길래 다른 암호도 있나 싶어서······ 대문자 위치 한번 말해봤는데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럼 혹시 소문자도 되려나?”

“하하, 그럴 리 없죠. 암호는 두 개뿐입니다.”


앞서가던 제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유세프가 고개를 주억였다.


“소문자는 아닌 것 같고. 일단 세 개 이상 있는 건 분명하네.”

“······.”


제트는 말을 아꼈다.


“흠, 이쯤이면 되겠군요.”


제트가 멈춰 선 곳은 술을 보관하는 또 다른 지하 창고.


“여기서······ 뭐 할 게 있습니까?”

“단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자리를 찾았을 뿐입니다. 필요한 건 아까 이미 다 챙겼으니 말이죠.”


제트가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것조차도 품위 있어 보이는 모습이 유세프는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 여깄군요. 301번 군, 받으세요. 선물입니다.”


제트는 소년에게 자그마한 구슬 모양의 알약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소년이 묻자 제트가 설명했다.


“서번트 신드롬. 그 부작용을 좀 약화하는 약입니다. 예전에 301번 군 같은 서번트를 본 적이 있거든요. 그를 연구하여 만들었죠. 301번 군과는 달리 자폐 증세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시력 하나는 무척 뛰어나더군요. 집중력은 서번트가 으레 그렇듯 발군이고요.”


유세프의 눈이 번뜩였다.


‘혹시······.’


아직 속단하긴 일렀다. 하지만 서번트가 흔한 것도 아니고, 소말리아에서 각기 다른 서번트를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


301번은 작게 중얼거렸다.


“시력······.”


제트가 씩 웃으며 소년을 쳐다봤다.


“한 번 시험해보시겠습니까? 서번트는 대체로 호승심이 강하죠. 제 예상일 뿐이지만요.”


잠시 고민하던 소년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세프는 소리 죽여 웃었다.


‘풋, 꼬맹이한테 이런 귀여운 면도 있었나?’


눈알을 뽑을 때랑은 완전 딴판······.


“아, 제트 님! 혹시 아까 쓰러진 사람들은 어디로 데려간 건가요?”


순간 그들을 떠올린 유세프가 다급히 제트에게 물었다.

제트는 마치 먼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듯이 턱을 매만지며 허공을 응시했다.


“뭐, 기본적인 지혈만 하고 제 구역에 묶어뒀습니다.”


그러면서 씩 웃는다.


“일단은 난동의 주범들이잖습니까? 감히 엉클의 펍 내에서. 제 실험용 쥐로 쏠쏠히 써먹을 생각입니다. 마침 실험할 게 좀 있거든요.”


유세프는 식은땀을 흘리며 하하 웃었다.


‘확실히 다들 장난 아니구만.’


말을 마친 제트는 술통 사이에 손을 쑥 집어넣더니 리볼버 하나를 꺼냈다.


“우왁! 지금 당신 뭐 하는 거야?”


유세프가 한 발짝 다가가며 제트를 자신의 사정거리 안에 포함했다.


“안심하시지요. 감히 제가 유세프 씨 앞에서 뭔가를 해볼 마음은 없습니다. 유세프 씨는 별 네 개의 주요 인물. 이길 수도 없을뿐더러 척지면 저희만 손해입니다.”


제트는 유세프를 보자마자 그를 유세프라고 불렀다.


이미 웬만한 사람은 명부에 작성되어 있겠지.

그건 아바스도, 오마르도, 파킨스도, 심지어는 모하무드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제트는 주머니에서 탄환을 꺼내 장전했다.


유세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제트의 움직임을 살폈다.


제트는 그런 유세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천천히 직각 방향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


“이 정도면 됐습니까?”

“뭘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네, 뭐.”


유세프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오마르가 아끼는 데다가 유세프 본인조차도 소년에게 꽤 욕심이 있었기에 언제나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제트는 소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301번 군. 지금부터 저는 이 총을 쏠 겁니다. 속도는 음속과 비슷한 정도. 제가 말한 다른 서번트는 이 총알에 적힌 글자를 읽었습니다.”


소년의 눈이 작게 동요했다.


“301번 군은 아직 영어 글자는 별로 익숙하지 않을 테니 특별히 한글로 준비했습니다.”


유세프는 소년을 슬쩍 바라봤다.

역시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딱 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번트는 호승심이 강하다더니. 예상은 무슨, 사실이었구만.’


그 순간, 제트는 예고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이 단단한 벽을 이기지 못하고 벽면에서 우그러지더니 바닥으로 힘없이 툭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총성에 동요하는 이는 없었다.


유세프는 제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301번은, 뭐. 어련하다.


“보셨습니까?”

“······.”


소년은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한 채로 시선을 허공에 고정하고 있었다.


“꼬마야?”


소년에게 다가가려는 유세프를 제트가 저지했다.

유세프가 몸을 틀어 제트를 쳐다보자 그는 말했다.


“총알은 빠르기만 할 뿐 아니라 회전력 또한 극한의 수치를 갖고 있죠.”

“그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죠.”

“아마도 지금 소년은, 총알이 발사됐을 때의 시점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을 겁니다.”


겪은 상황을 완벽히 복기한다.

마치 동영상을 촬영하고, 그것을 재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일반적인 사람은 영상은커녕 사진 하나조차 제대로 떠올리지 못할 테지만 서번트, 특히 저 소년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총알에 쓰인 글자를 읽는 건 별개의 문제지.’


쏘아진 총알에 적힌 글자를 파악하려면 1초를 1천분의 1로 쪼개야 할 터.


그 음미하기도 아득한 시간 속에서 과연 소년은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삼촌.”


소년이 한국어로 말했다.

제트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맞습니다. 그런 발음이었죠.”


그가 진심으로 놀랐을 때나 보여주는 표정이었다.


제트는 리볼버를 다시 술통 사이에 숨기고는 찌그러진 총알을 손수건으로 주웠다.


“사실 제가 말한 다른 서번트는 이 정도 크기의 글자는 실패했습니다. 이것보다 2포인트 컸죠.”


소년이 옅게 미소 지었다.


“일단 알약 먼저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방금의 집중으로 수명이 한 달쯤은 달았을 겁니다.”


제트의 말에 유세프가 놀라며 물었다.


“그럼 이제 9년 11개월 남은 거예요?”


제트가 고개를 저었다.


“그 모든 걸 고려했을 때가 최소로 10년이라는 뜻입니다.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를 계속 늘어놓고 계시는군요. 실례지만 감히 아둔하다고 표현해도 될는지?”


유세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조금 전 차량에서의 아바스의 말과 같았다.


말투도, 어조도, 성조도 다른 이들이 정확히 일치한 문장을 뱉는다.

그것이 모욕이라면 아무리 유세프라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나도 지적 능력은 2급이라고!’


소년은 알약을 잠시 응시하고는 그대로 의심 없이 삼켰다.


“윽.”


물도 없이 알약만 삼키다니.

어찌 보면 터프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죄송하군요. 좀 쓰지 않습니까?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실제로 만든 건 얼마 되지 않아 맛까지는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미각 또한 시력과 비례하여 감도가 올라갔을 것이기에 상당한 고역일 터였다


“당장 무언가 변화가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오늘 밤 두통이 살짝 있을 텐데 그냥 무시하시면 됩니다. 자고 일어나면 아마 세상이 좀 달라 보일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어떻게 달라 보이나요?”


제트가 설명을 시작했다.


“301번 군은 현재 항상 뇌가 오버 드라이브 상태에 돌입해 있습니다.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가만히 있어도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감각이 느껴지는 거죠. 이 약은 그걸 통제하는 용도입니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물론 301번 군이 의도적으로 집중하신다면 쉽게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오히려 평소 생활에 낭비되는 부분을 줄여 전투 시에 더욱 뛰어난 효율을 보여줄 수도 있겠죠.”


유세프가 제트를 돌아봤다.


“있겠죠? 혹시 추측인 건가요?”


제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단 겁니다. 임상시험할 사람은 널렸지만, 서번트가 어디 구하기 쉽습니까? 다른 서번트의 행방은 엉클조차도 오리무중입니다.”


제트가 한숨을 쉬었다.


“이미 죽었다고 보는 게 현명하겠죠. 고작 6살 수준의 지능입니다. 그것도 이 소년 같은 게 아닌, 일반 아이 기준으로요.”


301번이 제트에게 물었다.


“혹시 그 암호의 보상이 이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암호를 말했을 때는 어떻게 되나요?”


제트가 싱긋 웃었다.


“그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엉클 펍은 그 어떤 사람이라도 만족할 수 있는 거래를 할 능력이 있는 곳이거든요.”

“저는 받기만 했는데.”


제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않습니다, 301번 군. 오히려 제가 좀 과하게 받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소년이 고개를 들어 제트를 쳐다봤다.


“일단은 불세출의 재능을 가진 서번트와 우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죠. 덤으로 서번트에 대한 여러 정보와 제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었고요.”


제트가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원래는 이러지 않지만. 아니, 사실 전례도 없긴 하지만 말이죠.”


제트의 얼굴이 소년의 앞으로 불쑥 다가왔다.

유세프의 손에 목이 가로막히긴 했지만.


“하하, 유세프 씨도 지극정성이군요.”


유세프가 손을 떼고, 제트가 허리를 세우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301번 군. 그리고 유세프 씨. 저 결정했습니다.”


제트가 씩 웃었다.


“엉클과는 별개로 저, 재커리는 지금 이 순간 중립을 유지하지 않고 여러분께 붙겠습니다.”

“네에?”


유세프가 놀라며 물었다.


“갑자기 대체 왜 그러시는지······.”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죠. 아, 제 본명이 재커리입니다. 제 진짜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으니 영광으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모르겠지.’


유세프가 소년을 보며 생각했다.


최고의 정보 집단이 중립을 유지하지 않고 누군가의 편에 붙는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분명 어디선가 말이 나올 테고, 그러면 이용자 수가 적어지며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재커리도 엉클과는 별개라는 방패를 내세운 것이지만, 자식이 편을 먹었는데 아버지에게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엉클이 알고 있는 정보는 양피지 관리 등 어떤 식으로든 재커리에게 들어오게 될 거고, 그 정보는 오마르 용병단의 것이 되겠지.


분명 달콤한 과실이었으나, 뒤이어 올 화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유세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너무 위험해요.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바스조차 오마르 용병단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엉클마저 붙어버린다면 아마 반대쪽 집단에서 새로운 정보상을 만들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할 겁니다. 저희의 대화는 앞으로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질 것이고요. 혹시 바깥에서 아는 척하실 생각이었던 건가요? 혹시 인맥 자랑이 취미십니까?”

“그럴 리 없잖습니까!”

“오? 그렇군요. 실언했습니다.”


유세프가 인상을 찌푸린 채로 말을 이었다.


“저희가 계속 이곳에 들른다면 분명 고객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겁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바꿔가면서 입장시키는 것도 안 될 일이죠. 보안 문제도 있고요.”

“어떤 걸 우려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재커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원래 이 암호를 사용하며 저와 정보 교환을 했던 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유세프와 소년의 시선이 재커리의 입에 집중되었다.

재커리는 일순간 느껴지는 적막을 음미하며 입을 열었다.


“모하무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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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용병 서번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연중합니다. 22.01.02 34 0 -
16 제15화. 모하무드 22.01.01 27 3 13쪽
15 제14화. 유세프 21.12.31 39 5 12쪽
14 제13화. 엉클(4) 21.12.30 54 7 13쪽
» 제12화. 엉클(3) 21.12.29 63 9 12쪽
12 제11화. 엉클(2) 21.12.28 67 9 13쪽
11 제10화. 엉클(1) 21.12.27 89 7 12쪽
10 제9화. 정보 습득의 중요성 21.12.26 114 10 15쪽
9 제8화. 301번(2) +1 21.12.25 129 10 14쪽
8 제7화. 301번(1) +1 21.12.24 136 12 13쪽
7 제6화. 거점 이동(2) +1 21.12.23 140 9 15쪽
6 제5화. 거점 이동(1) +1 21.12.22 182 12 13쪽
5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9 19 12쪽
4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3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4 26 15쪽
2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60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8 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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