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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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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883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21 19:45
조회
218
추천
19
글자
12쪽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DUMMY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1.


“집합! 집합!”


알리를 비롯한 단원들이 예비단원들을 불러 세웠다.


수백 명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난잡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질서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마르는 팔짱을 낀 채로 이들을 둘러봤다.


‘남은 단원은 48명뿐인가.’


무려 400명이 넘는 용병들이 파킨스와 뜻을 함께하고 있었다.


이들이 파킨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감안하면 48명도 많은 숫자이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먹힐 수도 있다.’


현재 오마르 용병단의 규모는 겨우 중소 용병단과 견줄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게도 주로 가야 한다.’


게도 주.


바다와 인접하지 않고, 두 면이 케냐와 에티오피아와 맞닿아 있기에 안전성으로는 제일이었다.


그리고 그쪽을 관장하는 집단과는 제법 면식이 있었으니까.


“후우.”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이곳에서의 공기도 마지막이다.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맛이지만 그래도 언젠간 그리울 날이 오겠지.


“오마르 님. 전원 집합 완료시켰습니다.”


공적인 자리인 만큼 아민이 딱딱한 어투로 오마르에게 보고했다.


오마르는 단상에 올라가 모인 단원들을 쭉 살폈다.


301명의 예비단원과 48명의 정식 용병들.


유세프는 아직 홀로 폭탄들을 이송 중이었다.


‘유세프에겐 나중에 말해줘야겠군.’


목을 가다듬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 오늘도 열심히 훈련하느라 고생 많았다!”


평소와 달리 따뜻한 오마르의 말.

몇몇 용병들과 예비단원들의 동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물론 의도적으로 한 말이었다.

마음껏 윽박지를 수 있었던 부단장과는 달리 단장이란 위치는 모든 걸 품을 수 있어야만 했으니까.


가히 그 정도의 책임감.


파킨스가 수십 년간 짊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내일 새벽! 우리는 이곳 바리 주에서 게도 주로 이동한다. 이 또한 경험이 될 수 있기에 모두 구보로 이동할 것이다!”


에티오피아를 통과해서 가더라도 직선거리로 가히 1,000km가 넘는 여정이었다.


장애물이 없다는 가정하에 하루에 100km를 간다고 하더라도 족히 10일이 걸릴진대, 단체로 이동하다 보면 여러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법.


게다가 길도 그리 평탄치만은 않다.


오마르는 한 달을 예견했다.


‘애초에 저 녀석들을 모조리 태울만한 이동 수단도 없고 말이지.’


차량을 빌릴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은 상대의 상황에 따라 바가지를 무제한으로 씌울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렇다고 협박하거나 죽이고 빼앗는 건 용병단과 어울리지 않았다.


고아들을 데려올 때도 결코 강압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았고.


파킨스 용병단이 고아들을 데려간다는 건 이미 빈민촌에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으며,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도 그들은 따라온 것이다.


어차피 그대로 고아로 산다면 기다리는 건 확정된 불행일 테니까.


“질문 있습니다.”


그때 정식 단원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용병 알리.


그가 질문한다는 건 오마르로서도 꽤 의외였다.


“말해라.”


알리가 작게 고개를 숙이더니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다른 단원들이 12지구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거점을 옮기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알리의 의문은 타당했다.


“일단 이것부터 전달하겠다.”


오마르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단원들을 보며 손아귀에 힘을 꽉 쥐었다.


‘제기랄!’


이들이 과연 자신을 따를까?

파킨스를 부정할 수 있을까?


오마르조차도 속에 있는 파킨스를 도려내는 데 피눈물을 흘렸다.


“후우.”


아니야.


‘내가 언제 눈치 보며 살았던 적이 있던가?’


오마르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그저 내 의지를 관철시킬 뿐.’


오마르가 단원들 하나하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파킨스와 12지구에 있는 용병들은······ 우리를 배신했다.”


흠칫.


단원들이 동요한 눈으로 오마르를 올려다보고, 예비단원들은 어리둥절해 하며 서로를 돌아봤다.


세뇌의 초기에 불과한 예비단원들은 걱정이 없었지만, 중요한 건 알리 같은 정식 단원들이었다.


‘파킨스.’


어쩌면 갑자기 예비단원을 대폭 늘린 이유는 이를 위한 파킨스의 안배가 아니었을까.

단지 그런 망상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지금의 파킨스는 용병 단장이 아니다! 12지구에 있는 이들은 파킨스 도적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모하무드 해적단과 내통을 일삼은 도적단의 두목이다!”

“······.”


침묵이 이어졌다.


단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게 여기까지 느껴졌지만, 그들 또한 알고 있을 거다.


오마르는 절대로 거짓말이나 장난을 칠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아마 얼굴에 새겨진 핏자국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본래는 이런 중대 사항을 급작스럽게 발표하는 건 금기지만, 오마르도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였다.


현재 살아있는 이들 중에는 가장 오랫동안 파킨스를 보고, 배우며, 따랐기에.

그만큼 충격이 제일 큰 것도 오마르였다.


“이제부터 우리는 오마르 용병단으로 이름을 정정한다. 매일 아침 외우는 구호도, 수련 방식도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것이다!”


과연 몇 명이나 나를 따라줄까.


예비단원들은 어떻게든 붙잡을 생각이긴 했지만, 자신을 거부하는 정식 단원들까지 곁에 끼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또다시 새로운 불씨를 야기할 뿐이니까.


“나, 오마르는 새로운 용병단의 단장으로서 너희들에게 부단장이었을 때는 알려주지 못했던 것을 가르쳐주겠다! 원하는 것을 스스로 쟁취하는 법을 알려주겠다!”


오마르가 좌중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 시선은 301번을 마지막으로 고정되었다.


“욕망이란 걸 알려주겠다!”


욕망이란 삶의 원동력.

살을 가르는 고통에도, 피눈물이 흘러나오는 배신감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너희를 괴롭힌 자들에게 복수할 기회는 너희 스스로 얻어 갈 것이다!”


오마르는 이들에게 삶에 대해 알려줄 생각이었다.

반드시 파킨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들을 이끌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보다 낫다는 걸 증명해 내보이고야 말겠다.


“내 뜻에 반대하는 자는 지금 당장 거수해라! 특별히 오늘에 한해서 나는 너희의 배신을 허락하마! 파킨스를 따라 도적이 되어도 좋고, 다른 용병단에 들어가 자리를 꿰차도 좋다! 고향으로 돌아가 그동안 모은 자금으로 친구들과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이들에게 고향이란 태어난 곳을 말하는 게 아니다.


바로 버려진 곳.


이들은 버려짐으로써 새로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끼리 뭉쳐 일종의 집단 하나를 형성한다.


아마 강해진 상태로 총 몇 자루랑 금덩이 들고 돌아간다면 귀인 취급을 받겠지.

꽤 괜찮은 삶을 살 거고, 상당히 괜찮은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마르가 입꼬리를 괴기하게 귀밑까지 끌어올렸다.

단순히 흉터에 의한 주름일 뿐이었다.


“이곳에 용병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재밌는 삶을 살진 못할 거다.”


그것만큼은 오마르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었다.


“용병이 뭐? 힘들다고? 죽을 수도 있다고? 다 좆 까라 그래! 그런 것도 극복 못 하고 감히 재밌게 살길 원했나!”

““아닙니다!””


처음으로 들려온 대답.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감히 평화롭게 살길 원했나!”

““아닙니다!””


답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 벅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래, 이 쓰레기들아!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재미있게 살아보자고! 수련의 고통도, 살을 에는 추위도, 동료를 잃은 슬픔도 너희를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맞습니다!””

“너희에게 삶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진짜 사람답게 살아보는 거다!”

““아아아아악!””


악을 지르는 것으로 단원들은 오마르의 뜻에 동참했다.


‘······정말로.’


모두 따라주는 것인가?

낙오자 하나 없이, 모두 짊어질 수 있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묻겠다.”


오마르의 목소리가 줄어들자 사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적막이 감도는 분위기에 오마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마르 용병단에 남아있을 사람. 나와 뜻을 함께하고, 함께 나아갈 사람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마지막 말을 이었다.


“거수해라.”


슥.

스윽.


옷 쓸리는 소리가 수련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오마르의 주먹이 자신도 모르게 꽉 쥐어지며 부들부들 떨렸다.


아민이 미소를 지은 채로 오마르를 바라보고 있었고, 알리도 언제나 그렇듯 무표정으로 오마르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301번까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겨우 들어 올리고 있었다.


“······큭큭, 씨발.”


눈시울이 붉어진다.

파킨스를 부정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고통이 두 눈을 옥죄어왔다.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죄 많은 사람이 아니었던가.’


평생을 속죄해도 모자랄 만한 죄를 수도 없이 지어오지 않았는가.


‘······아니.’


어쩌면 이것이 속죄의 의미가 될지도 모르겠다.


“크흐흐······.”


씨발, 뭐 용서를 받아?

다 좆 까라 그래.


애초에 감히 나같이 나쁜 놈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했었나?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냥 모두 짊어지고 가면 되는 것이다.


“크크크크크!”


오마르가 광소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그래! 너희들의 뜻은 잘 알았다! 그런데 지금 다들 뭐 하고 있는 거냐? 어서 짐 싸지 않고!”

““알겠습니다!””


단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고, 홀로 단상에 남은 오마르는 차갑지만은 않은 밤공기를 서서히 음미했다.


아민은 그런 오마르에게 다가가 팔꿈치로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말 잘하던데? 너한테 이런 재주가 있는지는 몰랐네.”

“재주는 무슨.”


차갑게 대꾸한 오마르가 물통을 꺼내 목을 축였다.


“게도 주로 간다며. 계획은 있는 거야?”

“어. 거기에 내가 아는 놈이 하나 있는데 그놈이 나한테 빚을 진 게 좀 많거든.”

“좀 잘 나가는 사람인가 봐?”


오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스라는 앤데, 내가 목숨을 구해준 이후로 나를 잘 따르더라고. 언제든 놀러 오라고 하니까 이참에 신세 좀 지지, 뭐.”

“뭐어? 설마 내가 아는 그 아바스?”

“어. 그 아바스지.”


케냐와 에티오피아 빈곤자들의 60% 이상이 한 집단에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는 상당히 놀랐었다.


고아, 장애인, 거지 등.


쓰레기나 뒤지며 사는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이곳과 연을 가지고 있었다.


최소 추정 인원수만 백만을 웃도는 초거대 조직, 통칭 아바스.


그 아바스를 이끄는 수장이 바로 아바스였다.


그리 부유한 집단은 아니었지만, 그 모하무드 해적단조차 아바스를 논할 때면 자리를 회피하곤 한다.


아바스는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되는 집단이니까.


물론 모두에게 이런 관념을 갖게 해준 건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마르는 그날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전투엔 오마르도 휘말렸었으니까.


“붉은 두건의 용병단 전멸 사건. 혹시 아직 기억하고 있어?”

“당연하지. 너 그때 죽다 살아와서는 한 건 했다며 엄청 좋아했잖아.”


용병단이 도적단으로 변질되는 일은 사실 주변에서 꽤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보통은 잘 안 팔리는 용병단이 도적단으로 변하는 데 비해, 붉은 두건의 용병단은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스스로 도적단을 자칭한 것이다.


무려 도시 단위로 테러를 가하며 약탈을 일삼던 그들은 우연히 한 빈민가로 들어가 깽판을 부렸다.


집을 부수고, 거의 없는 재물을 빼앗았다.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일말의 자비 없이 총알을 쏘았다.


그리고 그 일은 마침 그곳에 있던 아바스의 귀에 금세 들어가게 되었다.


“큭큭, 옛날 생각나는군.”


아바스가 그 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아는가?


“그 미친 전술, 한 번쯤은 더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으으, 난 듣기만 해도 별로였는데.”


압도적인 인해전술.


사람 세 명이 총 하나를 들고 뛰어가는 걸 상상해본 사람이 과연 세상에 몇이나 존재할까.


적군의 총알 개수보다 사람 수가 더 많은 완전히 미쳐버린 전쟁.

오마르는 그 미친 광경을 직접 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7 [탈퇴계정]
    작성일
    21.12.22 06:47
    No. 1

    아레나 건필하세요. 자주 올게요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1.12.22 15:49
    No. 2

    빈민이라 해도 우라돌격이 가능하려먼
    존x 강압적인 지도층이 있어야 할 텐데..

    구 일본제국이나, 구 소비에트 연방쯤 되야 가능한 전술..
    흐음.. 흥미롭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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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14화. 유세프 21.12.31 39 5 12쪽
14 제13화. 엉클(4) 21.12.30 53 7 13쪽
13 제12화. 엉클(3) 21.12.29 62 9 12쪽
12 제11화. 엉클(2) 21.12.28 66 9 13쪽
11 제10화. 엉클(1) 21.12.27 89 7 12쪽
10 제9화. 정보 습득의 중요성 21.12.26 114 10 15쪽
9 제8화. 301번(2) +1 21.12.25 129 10 14쪽
8 제7화. 301번(1) +1 21.12.24 136 12 13쪽
7 제6화. 거점 이동(2) +1 21.12.23 140 9 15쪽
6 제5화. 거점 이동(1) +1 21.12.22 182 12 13쪽
»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9 19 12쪽
4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3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4 26 15쪽
2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60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6 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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