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현대판타지

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877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24 19:45
조회
135
추천
12
글자
13쪽

제7화. 301번(1)

DUMMY

제7화. 301번(1)



1.


“벌써 가는 거야? 너도 그렇고, 유세프도 연속으로 폭탄 수송에다 짐까지 차로 나르느라 힘들었을 텐데.”


모두가 잠든 새벽. 텐트 바깥에서 아민이 오마르에게 말했다.


“운전은 돌아가면서 하려고. 그리고 유세프 녀석, 그렇게 안 보여도 은근 체력은 알아주잖아?”


유세프는 기초 체력을 포함한 9개 부문에서 1급을 받았었다.


격렬한 운동은 못 하지만, 아직도 꾸준하게 기본적인 단련은 하는 것 같으니 그 체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닐 터였다.


“후후, 그렇긴 하지. 아, 그리고 301번도 좀 데려가 줘.”

“엉? 왜, 뭔 일 있었던 거야?”


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301번이 278번하고 300번이랑 차례로 시비가 붙었는데······.”

“그 두 녀석은 괜찮고?”


아민은 오마르를 바라봤다. 그는 깡마른 소년이 졌을 것이란 가정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작게 숨을 내쉰 아민이 말했다.


“한 놈은 눈을 좀 다쳤고, 다른 한 놈은 혀를 깨물었어.”

“흠, 생각보단 크지 않네.”

“요점은 그게 아니야. 아무리 너랑 12지구에서 걸어온 걸 감안해도 다른 아이들과의 체력 차이가 너무 커.”


오마르는 원래 예비단원들을 강하게 키우는 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도 어느 정도 단련이 이루어졌을 때였다.


‘하긴, 운동조차 한 번 해본 적 없는 아이니.’


오마르는 생각을 고쳤다.


“확실히 그러는 게 좋겠네. 301번 옆에 네가 더 오래 있었으니 네가 더 잘 알겠지.”


때마침 301번이 옷을 여미고 텐트 안에서 나왔다.


“······애초에 준비하라고 말해놨구만?”

“당연하지. 어차피 거절해도 계속 강요했을 거야. 그런데 신기하게 영어로 말했는데 알아들은 거 있지? 혹시 배웠던 걸까?”


오마르는 말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막연히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하긴 했지만, 영어를 이해하거나 유추할 수 있었던 원리는 그도 몰랐다.


“그럼 이만 출발할게. 도착하면 연락하고. 한 한 달쯤 걸리려나?”

“응, 아마 그렇겠지······.”


오마르는 아민의 말에 여운이 잔뜩 남아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얘도 아직 애라니깐.’


오마르는 바보가 아니었다. 아마도 꽤 오랫동안 욕구불만이 쌓였겠지. 그리고 그건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읏!”


오마르가 아민을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손으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렸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앞으로 며칠간의 일이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감정을 낭비할 순 없었다.


만약 그러면 피눈물을 흘려가며 파킨스를 부정한 이유가 흐려진다.


“흐으······.”


몸을 부르르 떤 아민이 오마르를 살며시 마주 안았다.


“새삼스럽게 왜 이래? 고작 한 달이야. 가는 길도 안전하고.”

“······모르겠어. 그냥 다 미칠 듯이 두려워.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작게 떨린다.


한때 미친개라고 불렸던 아민의 본 모습. 오마르만이 알고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오마르는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나 오마르야. 승산 없는 도박은 절대 안 해. 아니, 애초에 도박도 아니지. 이미 어떻게 할지 머릿속으로 대부분 생각해놨어. 그러니까······ 정리되면 가장 먼저 말해줄게.”


그의 말에 그녀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바스락.


정체불명의 인기척에 오마르와 아민이 순식간에 서로를 밀치며 멀어지고,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으앗! 실수로 삐끗했네. 휴우, 이놈의 아킬레스건!”


유세프가 301번을 옆에 두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야, 너 진짜······.”


아민이 유세프를 째려봤다.


“아하하! 아민 님, 오마르 님. 잠시 301번에게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이죠. 그러니까······ 꼬마야, 빨리 튀자!”


유세프가 무표정의 301번을 안아 들고는 절뚝거리며 잽싸게 수송 차량으로 도망쳤다.


“······진짜 걱정되네. 쟤 때문에 더더욱.”


아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크크! 그래도 덕분에 가는 길 심심하진 않겠지.”


털털털털.


어느새 유세프가 차량을 몰고 오마르와 아민의 곁까지 다가왔다.


“오전 3시······. 적어도 지금은 출발해야 오늘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우호적이라고 하더라도 협상이나 거주지 마련에는 분명 시간이 꽤 걸릴 테고요.”


유세프가 말했다.


슬쩍 뒷좌석을 보니 301번이 담요를 덮은 채로 마저 잠을 청하는 중이었다.


오마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민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럼 먼저 간다. 일어난 다음, 그리고 자기 전에 가볍게 기초 단련 한 번씩 시키는 거 잊지 말고. 그깟 구령은 그냥 생략해버려. 뭔 일 나면 바로 위성 전화기로 연락하고. 알았냐?”


말을 마친 오마르가 아민의 머리를 헝클이고는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윽!”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던 아민은 홀로 중얼거렸다.


“뜬금없이 애 취급은······.”


이미 출발한 차량의 뒤편을 빤히 바라보던 아민은 헝클어진 머리를 슬어 넘기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2.


“방금 그거 뭐예요? 막······ 간질간질하고 그런 달콤한 말투는? 머리까지 쓰다듬고?”


유세프가 오마르에게 물었다.

오마르는 무심코 대답했다.


“복수.”

“네?”

“······아냐. 그것보다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해봐.”


알토르의 보고로 상황을 파악하고, 아민과 함께 설득하러 갔다는 얘기까지 했었다.


“그냥 그게 다예요. 파킨스한테 가서 진짜냐고 묻고, 이유 묻고. 솔직히 우리가 그 사람을 상대로 뭔 설득을 할 수 있겠어요.”


유세프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거의 평생을 그 사람 말만 들으며 살아왔는데. 아, 물론 저는 예외고요. 저는 완전한 오마르 님 편!”

“그래서 정확한 이유는 파악했고?”


유세프가 고개를 저었다.


“계속 두루뭉술하게만 답하더라고요. 성공해야만 한다. 우리의 길은 다르다. 뭐, 이 정도?”


덜컹.


작은 턱을 넘었는지 차가 잠시 요동쳤다.


“그런데 아민 님은 못 느낀 것 같긴 했지만,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했어요. 이 일에 연루되지 않기를 바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오마르가 턱을 짚었다.


‘연루. 연루라······.’


그때는 정신이 나간 상태라 냉정하게 상황을 관조하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면 숨겨진 정보가 너무나도 많았다.


“일단 지금 당장 뭘 굳이 더 캐낼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걔네들도 운하 반대편으로 넘어갔고. 활동 반경도 완전히 다를 테니까.”

“후우, 그렇긴 그렇지.”


시간은 아직 많았다.


오마르는 덜덜 떨리는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로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오마르가 어떤 심정일 때 저런 행동을 하는지를 유세프는 잘 알고 있었다.


“······진짜로 괜찮으신 겁니까?”


유세프가 조심스레 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짜증 섞인 투로 자신은 오마르라며 이름을 강조했을 테지만, 오마르의 입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오마르를 힐긋 쳐다본 유세프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하핫, 일단 눈 좀 붙이시죠. 제가 또 소싯적에 피눈물 좀 흘려봐서 아는데, 그거 상당히 피곤하더라고요.”


확실히 그랬다. 애써 괜찮은 척을 하고 있긴 했지만, 1지구 단상에서 연설했을 때부터 눈꺼풀에 금덩이 하나씩은 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러면 조금만······.”


약간의 중얼거림과 함께 오마르는 순식간에 잠들었다.


비록 며칠 밤을 새운 건 아니지만, 피로도로 환산하자면 대략 4일 정도는 잠들지 않은 사람과 맞먹을 것이다.


그 정도의 정신적 충격.


유세프 또한 잘 알고 있는 감정이었다.


‘오마르 님처럼 스케일이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어렸을 적의 그에겐 커다란 충격이었다.


“파킨스······.”


유세프가 피식 실소를 흘렸다.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건지.”


잠시 창밖을 바라보던 유세프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꼬마야. 언제부터 깨어있었니?”


유세프의 물음에 301번이 스르르 눈을 떴다.


“처음부터 잔 적······ 없어요.”

“하핫, 솔직히 깜짝 놀랐어. 숨소리도 되게 자연스러웠고. 근데 지나칠 정도로 자연스러워서 한 번 찔러나 봤는데 정답이었네?”


유세프의 얼굴이 차게 식었다.


“301번. 아직 너는 9살이고, 어른들에게 어떻게든 휩쓸릴 수 있는 존재다. 어떤 짓을 했더라도 용서해줄 거야.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


유세프가 룸미러로 301번의 동공을 응시했다.


“넌 파킨스의 첩자인가?”


눈을 깜빡이던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유세프의 얼굴이 급격히 환해졌다.


“하핫, 그렇지? 내가 괜히······.”

“첩자는······.”


301번이 입을 열자 유세프가 말을 멈췄다.


“유세프, 당신 아닌가요?”


덜컹.


돌이라도 밟았는지 차가 들썩였다.


슬쩍 다시 소년을 바라본 유세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저 일방적인 통보였을 뿐이야. 애초에 받아들인 적도 없다고. 그리고 난 오마르 님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


맹목적인 믿음. 혹은 복종.


아마도 일종의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막이 이어지자 소년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찬 바람이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그 찬 기운이 창문을 뚫고 안쪽까지 느껴졌다. 아무리 여름이지만 밤은 역시 차가웠다.


“그런데 넌 어쩌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냐?”


유세프가 적막을 깨며 소년에게 물었다.


“너 똑똑한 거 다 알아. 아까 오마르 님하고 알리에게 들었다고. 배운 적도 없는 영어를 알아듣고, 예비단원 둘도 쓰러뜨렸다며? 그 몸에 지친 상태로 말이야. 아무리 나였어도 그건 힘들 것 같은데.”


그의 휘파람 소리가 소년의 귀를 간질였다.


“······.”

“음.”


침묵을 지키는 소년에게 유세프가 재차 물었다.


“기억을 일부러 지우기라도 한 거야?”


301번이 한국에서 받았을 취급은 유세프의 예상컨대 학대, 혹은 방치. 어린아이가 간직하기에는 끔찍한 기억들일 것이었다.


그렇다고 기억을 일부러 지울 수 있겠냐마는, 유세프는 왠지 모를 기분이 들었다.


과거에 그게 가능한 사람을 마주한 적이 있었고, 어떤 부분에선 소년이 그 사람과 흡사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분명 터무니없는 확률일 테지만,


“네. 아마도······.”


소년의 긍정에 유세프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덜컹.


차가 잠시 휘청이고, 관성에 의해 오마르의 얼굴 방향이 반대로 틀어졌다.


다행히 잠에서 깨진 않은 모양이었다.


‘차원이 다른 지능지수, 학습력, 그리고 사고력.’


보통은 특정 분야에 치중한 데 비해, 소년은 모든 부문에서 완벽했지만, 도저히 이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301번. 혹시 서번트 신드롬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아마도 들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자식을 버린 부모.


대개 그런 인간이라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 하나는 기깔나게 챙긴다. 그렇기에 아이의 재능을 검사할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무관심한 부모였음이 틀림없다.


그 재능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을 무시하고 자식을 버렸을 리 없기 때문이다.


“네.”

“역시 아직 들어본 적은······ 뭐?”


덜컹.


차가 다시 휘청이고, 오마르의 얼굴 방향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디서 들어봤는데?”

“파킨스 씨랑 병원에 갔을 때······ 꽤 많이 나왔던 단어였어요.”


유세프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저 가능성만을 가지고 운이나 한번 띄워본 거였는데 서번트 신드롬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신에 별다른 하자는 없어 보이는 게 재능으로만 따지면 가히 최상급이었다.


‘이걸 알고도 301번을 오마르 님에게 보냈다고?’


일단 병원에 갔다면 꽤 상세하게 소년의 상태가 밝혀졌을 것이다.

꽤 많이 나왔던 단어라고 하는 걸 보니 의사의 진료 진술을 모조리 들은 모양.


“혹시 그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는 알아?”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무렵, 소년이 입을 열었다.


“거의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라 알지는 못하지만, 기억은 해요.”


유세프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어째서 이런 감정이 드는지는 모른다.


하나 정확한 건 이 소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기술을 가르치고 싶다는 것.


오마르와는 다른 종류의 욕망, 교육의 욕망이었다.


“그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내가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줄게.”


불과 며칠 만에 언어 체계 하나를 완성 시킬 정도의 습득력이라면 유세프의 모든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파킨스가 소년을 오마르에게 보낸 건, 어쩌면 유세프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네.”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용병 서번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연중합니다. 22.01.02 33 0 -
16 제15화. 모하무드 22.01.01 26 3 13쪽
15 제14화. 유세프 21.12.31 39 5 12쪽
14 제13화. 엉클(4) 21.12.30 53 7 13쪽
13 제12화. 엉클(3) 21.12.29 62 9 12쪽
12 제11화. 엉클(2) 21.12.28 66 9 13쪽
11 제10화. 엉클(1) 21.12.27 88 7 12쪽
10 제9화. 정보 습득의 중요성 21.12.26 114 10 15쪽
9 제8화. 301번(2) +1 21.12.25 128 10 14쪽
» 제7화. 301번(1) +1 21.12.24 136 12 13쪽
7 제6화. 거점 이동(2) +1 21.12.23 140 9 15쪽
6 제5화. 거점 이동(1) +1 21.12.22 182 12 13쪽
5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8 19 12쪽
4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2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4 26 15쪽
2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59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6 36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