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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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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882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20 19:45
조회
262
추천
21
글자
13쪽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DUMMY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1.


모하무드 해적단.


수에즈 운하의 패권을 주름잡는 거대 집단으로 소말리아를 넘어서 예멘, 이집트,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영향권만 몇 개국에 걸쳐있는 조직이었다.


그만큼 악명도 자자하기에 특정 지역에 있는 모하무드 해적단의 일부를 소탕하라는 의뢰도 무수히 들어왔었다.


파킨스 또한 모하무드 해적단에 대한 반감이 높았기에 이에 대한 임무 대부분을 받아들였었고.


의뢰주 때문에 파킨스 용병단은 사사건건 임무에서 모하무드 해적단과 전투를 벌여왔지만, 감히 해적단이 육지에서 파킨스 용병단을 이길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전투에서 파킨스 용병단은 승리를 자축했고, 근 몇 달간은 모하무드 해적단에서 알아서 피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모하무드 해적단이······ 단장님께 무슨 짓을 했는지 잊으셨습니까······?”

“모하무드 해적단에서 접선을 해왔다.”


파킨스는 오마르의 질문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다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는 모하무드 해적단과 육지의 제왕이라 불리는 파킨스 용병단. 그 둘이 동맹 관계를 맺고 힘을 합친다면 세상에 두려울 게 없겠노라 말이지.”


주르륵.


짙디짙은 피눈물이 흐른다.

파킨스는 과연 오마르가 눈에 힘을 얼마나 주고 있는지 알까.


분노, 원망, 절망. 이런 것들은 다 부차적인 요소였다.


‘대체 왜?’


강렬한 의문.


오마르는 그 누구보다도 파킨스에 대해 잘 알고 있노라 자부할 수 있었다.


파킨스는 절대로 이런 걸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었다.


힘을 합쳐? 두려울 게 없어?


애초에 그가 이 동맹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 과거에 대해 아는 사람은 오직 오마르 너밖에 없다. 다른 단원들은 딱히 모하무드 해적단을 증오하지 않아.”


다른 단원들의 의중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저 쓰레기 같은 우리를 거둬준 파킨스를 따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해적들이 말하더군. 그동안 우리는 그저 고용주의 임무를 수행했고, 그들은 그에 대응했을 뿐이라고. 서로를 적대하여 싸운 것이 아니라는 거지.”

“거짓말!”


궤변이다.


파킨스는 해적들을 증오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간이나 쓸개도 내줄 수 있었고,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아넘길 수 있는 인물이었다.


“파킨스 님이 용병단을 왜 만들었습니까! 해적들을······!”

“오마르.”


오마르는 파킨스의 씁쓸하면서도 차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정권이 바뀌었다.”

“······.”


오마르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망하게 파킨스를 바라봤다.


“모하무드 해적단이 내 모든 걸 앗아갔을 때 나는 고작 10살이었고, 그때의 모하무드는 50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당연히 지금은 죽었지. 그 자식도 마찬가지고.”


파킨스가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의 모하무드는 그놈의 손자에 불과해. 내가 50을 넘겼을 정도로 시간이 지났으니 당연한 결과지. 그러니까······.”

“그래서!”


오마르의 얼굴에 굳은 핏줄기가 4갈래로 그려져 있었고, 그 위로 새로운 붉은색이 덧칠해졌다.


“저도 따르라는 겁니까! 해적을 따르라는 겁니까아아!”


오마르는 생애 처음으로 파킨스에게 분노를 온전히 표출했다.


세뇌는 이제 오마르에게 그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지만, 고작 세뇌 따위가 아니더라도 오마르는 진심으로 파킨스를 존경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런 상황일지라도.

만약 파킨스가 부탁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킨스는 고개를 저었다.


“도망쳐라.”

“······네?”


파킨스가 품속을 뒤지며 말했다.


“모하무드가 요청했다. 해적단과 용병단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어차피 이미 썩을 대로 썩었는데 이참에 도적단으로 바꾸라고 말이지.”


오마르의 가슴이 철렁였다.


“설마······ 그걸 받아들이신······.”


오마르는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고, 파킨스는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킨스 도적단.


오마르가 오래전부터 상상했던 최악의 결과가 도래했다.


‘그토록 선을 지켜왔건만!’


파킨스는 오마르에게 다가가 품속에 있던 금괴 다발을 건네며 말했다.


“오마르. 예비단원들과 남아있는 용병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도망쳐라. 곧 모하무드 해적단과 파킨스 도적단이 1지구를 습격할 거다. 이 정도면 토대를 마련하기엔 충분할 테지.”

“왜······ 왜 저는 같이 가자고 하시지 않는 겁니까.”


파킨스가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넌 너만의 야망이 있잖아. 단장이 되어야지. 그걸 이룰 기회라고.”


오마르는 상당히 탐욕적이고, 그보다 조금 더 야망적이지만, 결코 이딴 식으로 야망을 이루길 바란 건 아니었다.


‘파킨스.’


파킨스. 파킨스. 파킨스.


내 인생의 목표였고, 전부였다.

우리 용병단의 이정표이자 아버지였다!


‘파킨스!’


진심으로 존경했다. 이제는 증오한다.

무엇보다도 신뢰했다. 이제는 불신한다.

누구보다도 좋아했다. 이제는······ 모르겠다.


“그러면······ 이제 제 이름은 파킨스가 되는 겁니까.”


오마르가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물었다.

모하무드 해적단은 단장의 이름을 세습하기에.


“아니. 파킨스 용병단은 이제 없다. 그리고 그 이름을 쓴다면 금세 해적단이나 여러 용병단의 표적이 될 터. 너만의 용병단을 만들어라.”


오마르의 꽉 쥔 주먹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그럼 요청하신 폭탄병들은······.”

“아, 모하무드가 일손이 좀 필요하다고 해서 말이지.”


아득.


오마르의 입술에서 새롭게 핏줄기가 솟아났다.


궁금한 건 많았다.


항상 전투에서 우위에 있던 파킨스 용병단이 어째서 모하무드 해적단과의 동맹에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지.

해적단과는 언제 접선했는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한 건지!’


파킨스는 오마르의 눈빛을 읽었는지 나지막이 덧붙였다.


“오마르. 나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그저 처음부터 우리의 길은 달랐을 뿐이야.”


우뚝.


오마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피눈물도 더 이상 흐르지 않았고, 샘솟았던 존경심도 흐르기를 거부했다.


“그렇······습니까.”


파킨스는 이미 대외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수백만 달러를 벌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하는 삶을 파킨스는 성공했다고 표현할 수 없었던 건가.


“······.”


오마르는 해야 할 말도, 말을 이어나가야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그저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눈빛으로 파킨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로지 머릿속엔 분노와 허무만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절로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살해 욕구가 사상 최대치로 오마르를 뒤흔든 순간, 갑자기 옷 안쪽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301번.’


너무 가벼워 순간 잊고 있었다.


우지직!


입고 있던 옷을 찢어 안고 있던 301번을 바닥에 내려주었다.


어쩌면 이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동은 파킨스가 자신의 분노를 알아주기를 바란 것일 수도 있었다.


“이 아이는······.”


꽤 오랜만에 보는 파킨스의 동요하는 모습.


오마르는 301번을 바라봤다.


아민의 지시에 불응하면서까지 자신을 따라온 이유.

소년은 왜 파킨스를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


301번은 파킨스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영어단어 몇 개를 조합하여 띄엄띄엄 물었다.


“제 부모는······ 어디에 있나요?”


파킨스는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는 뜻.


소년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제 여동생은요?”


잠시 난처해하던 파킨스는 소년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들을 골라 말했다.


“나는 몰랐다. 네게 여동생이 있는지.”

“······.”


301번은 침묵하더니 다시 오마르에게 다가갔다.


‘모두에게 다 사연은 있다.’


오마르도 그렇고, 301번도 그래 보였다.

분명 파킨스도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제 손으로 파킨스의 목을 조르는 패륜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존칭을 붙인 것은 그동안의 노고를 존중하는 일종의 예우.


수십 년을 동고동락한 오마르와 파킨스의 마지막은 이다지도 초라한 것이었다.


오마르는 파킨스의 다음 말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섰다.


한 손에는 301번을 안고, 다른 한 손에는 금괴 다발을 들고선 힘없이 발을 옮겼다.


파킨스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비친 오마르의 모습은 어딘가 일그러져 있었다.



2.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터벅터벅.


11km에 달하는 1지구에서 12지구까지의 거리.


허약한 아홉 살 꼬마가 걸어가기엔 부담스러울 거리일 테지만, 그렇다고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걸어야 할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다.


“목마르냐.”


301번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마르는 허리춤에 묶어둔 물통을 소년에게 건넸다.


꿀꺽.


작게 한 모금 마신 소년이 오마르의 상체를 향해 물통을 내밀었다.

피식 힘들게 미소 지은 오마르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괜찮다.”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넘어갈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솔직히 당장이라도 구역질을 하고 모든 걸 게워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속에 든 게 아무것도 없었다.


물통을 허리춤에 묶고는 다시 301번의 손을 잡고 공허한 땅을 걸었다.


터벅터벅.


소년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런 몸으로 잘도 걷는군. 그냥 안기지 그러냐.”


301번이 고개를 저었다.

그저 앞으로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눈물조차도 사치였기에.


“큭큭, 그래······. 누가 누굴 챙기는 거냐.”


오마르의 흉터가 얼굴에서 꿈틀거렸다.


‘너나 나나. 똑같이 버려졌구나.’


30분이 더 지나서야 오마르와 301번은 1지구에 도착했다.

멀리서 오마르를 목격한 아민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야, 오마르! 너······!”


오마르의 얼굴을 확인한 아민의 말문이 턱 막혔다.


완전히 굳어버린 4갈래의 핏줄기.

아직 오마르의 눈은 빨갛게 죽어 있었다.


“······미련한 새끼. 대체 무슨 일인데!”

“······미안하다.”


아민이 이를 까득 갈았다.

오마르가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던가?


“후우, 일단 가서 좀 쉬고 있어. 그리고 301번은······.”

“아냐. 쉴 시간 없어. 지금 당장 떠나야 해.”


오마르가 반쯤 넋이 나간 채로 말을 이었다.


“어서 짐을 챙겨. 챙길 수 있는 것만.”

“그건 또 무슨 소린데!”


오마르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 나중에 다 설명해줄게.”


차라리 화라도 내길 바랐다.

파킨스 용병단의 부단장한테 무려 역정을 내다니.


‘근데 또 미안이라고!’


아민은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더니 숨을 푹 내쉬고는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신호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딸깍.


- 알리입니다.


“알리. 지금 당장 단원들이랑 예비단원들 수련장으로 집합시켜. 챙길 수 있는 건 모두 챙기고. 유세프의 이송 작업이 끝나면 즉시 거점을 옮긴다.”


이제 갓 20을 넘긴 정식 용병 알리는 상부의 지시에 절대로 토를 달지 않는 성격이었다.


-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아민은 다시 오마르를 쳐다봤다.


“······파킨스 씨는 뭐라셔?”


꿈틀.


오마르의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하더니 크게 소리쳤다.


“내 앞에서어어!”


순간 정신을 차린 오마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신 그 이름을······ 말하지 마.”


아민은 차라리 이런 오마르가 나았다.

미안하다며 무기력한 오마르보다는 차라리 다혈질인 오마르가 좋았다.


오마르는 들고 있던 금괴 다발을 아민에게 던지듯 건넸다.

짤랑거리는 소리에 자루 속을 들여다본 아민의 눈이 크게 뜨였다.


“뭐, 뭐야 이건 다? 설마······.”


아민은 끝내 파킨스의 이름을 입에 담지 못했다.


“오마르 용병단의 기본 자금이다. 이 정도면 아무리 게도 주라도 살만할 테지.”


오마르 용병단.


그 이름을 들은 아민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그러고는 얼굴을 두 손에 묻고선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아······.”


오마르에게도, 아민에게도. 파킨스라는 존재는 전부였기에.

오마르는 일부러 아민의 신음을 무시했다.


그래야만 이겨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다.”


똑똑한 아민이니 분명 이해할 거다.


이제 더 이상 파킨스 용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마르의 눈가에 새겨진 핏자국은 계속 메말라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7 [탈퇴계정]
    작성일
    21.12.21 02:31
    No. 1

    건필하세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1.12.21 10:11
    No. 2

    오호.. 흥미롭..

    근데 이렇게 대서사시 스타일로 주인공 어버버버 하면서 조연들로 초반부 다 채우시면, 요즘 독자분들은 많이들 떨어져 나갈지도..

    <아스달 연대기>라는 드라마만 봐도 한국식 동양 판타지로 3개 시즌 예정이었는데, 송중기, 장동건, 김지원, 김옥빈 등등 라인업도 제작비도 개쩔었는데, 너무 대서사시 스타일로 어린 시절부터 비중 두다가 1시즌 찍고 끝나버렸잖.. ㅜㅠ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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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 연중합니다. 22.01.02 33 0 -
16 제15화. 모하무드 22.01.01 27 3 13쪽
15 제14화. 유세프 21.12.31 39 5 12쪽
14 제13화. 엉클(4) 21.12.30 53 7 13쪽
13 제12화. 엉클(3) 21.12.29 62 9 12쪽
12 제11화. 엉클(2) 21.12.28 66 9 13쪽
11 제10화. 엉클(1) 21.12.27 89 7 12쪽
10 제9화. 정보 습득의 중요성 21.12.26 114 10 15쪽
9 제8화. 301번(2) +1 21.12.25 129 10 14쪽
8 제7화. 301번(1) +1 21.12.24 136 12 13쪽
7 제6화. 거점 이동(2) +1 21.12.23 140 9 15쪽
6 제5화. 거점 이동(1) +1 21.12.22 182 12 13쪽
5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8 19 12쪽
»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3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4 26 15쪽
2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60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6 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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