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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현대판타지

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875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22 19:45
조회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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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3쪽

제5화. 거점 이동(1)

DUMMY

제5화. 거점 이동(1)



1.


결국 아바스의 지휘 아래 조직원들은 붉은 두건의 도적단원들에게 반격을 감행했고, 압도적인 수 차이로 빈민가를 급습했던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보통의 조직이라면 거기서 멈췄겠지만, 아바스는 의외로 정의감에 불타는 인물이었다.


혼란의 주범이 되는 붉은 두건의 도적단 기지에 정면으로 쳐들어가 불과 2일 만에 거대 조직을 무너뜨린 것이다.


도시를 길목마다 사람으로 가득 메울 정도의 압도적인 수적 우위.


그 때문에 부상자 수는 아바스 쪽이 압도적으로 컸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붉은 두건의 도적단이 더 많았다.


아바스는 포로로 묶어둔 붉은 두건의 용병단 단원을 모조리 척살했기 때문이다.


“그때도 재밌었지. 지나가다 괜히 휘말려서 똥 밟았나 싶었는데, 그 주인공이 아바스였을 줄이야. 총알 날아올 때마다 머리채 잡고 바닥에 꽂아서 구해줬었지.”

“······그 정도면 원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괜찮다니까? 어차피 걔는 그럴 성격도 아니고.”

“성격이 어떻길래?”

“굳이 말하자면······.”


잠시 고민하던 오마르가 아민을 보며 말했다.


“유세프랑 알리랑 반반씩 섞은 느낌이랄까.”


아민의 얼굴에 혼란의 감정이 떠올랐다.


유세프와 알리라니.

완전한 상극이 아닌가.


적어도 지금 당장은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걸 빈민들이 따라줘? 사지로 내모는 거나 다름없지 않아?”


아민이 묻자 오마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까지는 나도 잘 모르고. 아마 그들만의 통치 방식이 있겠지. 협박이나 할 놈은 아닌 것 같지만······ 겉으로는 모르는 거니까.”


오마르는 숨을 푹 내쉬더니 아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단 먼저 애들 데리고 이동하고 있어. 혹시 모르니까 무장은 다 시키고. 이따가 이송작업 끝나면 유세프랑 짐 싣고 따라갈게.”

“301번은 어떻게 하게?”


오마르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까 보니까 띄엄띄엄 영어를 할 줄 아는 것 같더라고. 이참에 영어에도 좀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냐?”


아민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런데······ 좀 여론이 안 좋은 것 같던데. 아무리 내가 일부러 301번에게 넘어져 줬다지만, 기본적인 테스트를 안 한 것도 사실이잖아. 허약하기도 하고.”

“뭐? 일부러?”

“어쨌든!”


아민이 얼굴을 한껏 붉히며 씩씩댔다.


“따돌림이나 구타 같은 거라도 당하면 어떡하려고? 아무리 어린 애들이라고 하지만 그 빈민촌에서 10년 이상 살아남은 애들이야. 걔네들이 얼마나 과격한지 너도 잘 알잖아? 그······ 이름값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글쎄다.”


오마르가 피식 웃었다.


“내 생각은 좀 다른데.”


타고난 본능.

타고난 감각.


아민을 넘어뜨렸을 때 의심했고, 파킨스에게 질문할 때 확신했다.


미쳤다고 학대당하고 버려진 애가 고작 9살에 영어를 어떻게 배워?


‘단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유추한 거다. 단어의 의미를.’


천재라는 단어로도 부족하다.


‘대체 정체가 뭘까.’


파킨스는 이를 알고 자신에게 이 아이를 보낸 것일까?


“······쳇.”


또 파킨스.

생각의 흐름이란 애석하게도 무척 자유로운 것이라 괜히 기분만 잡쳤다.


“어쨌든 어서 이동해. 쟤네 지금 준비 끝난 거 안 보이냐?”

“하아, 그래. 넌 차 타고 이동할 거지? 먼저 가서 준비 좀 다 해 놓고 있어. 351명이나 되니 되도록 필요한 것만 짐칸에 싣고. 꽉 차면 남은 건 과감하게 버려. 알았지?”


말을 마친 아민이 싱긋 웃으며 그대로 뒤돌아 걸어갔다.


“뜬금없이 애 취급은······.”


아민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오마르가 짧은 머리카락을 벅벅 긁고는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2.


터벅터벅.


수백 명의 인원이 동시에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저마다 신체 조건이나 습관이 다르기에 보폭 또한 천차만별이지만, 그럼에도 모두의 행군 속도는 같았다.


발의 디딤과 그다음 디딤의 리듬.

이들은 자신의 리듬을 모두 파악하고 지배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다만 내게는 그조차도 빨랐다.

그렇기에 나는 리듬에 박차를 가해야 했고, 이는 곧 체력의 빠른 손실로 이어졌다.


“■■, ■ ■■ ■■ ■■ ■■?”


나와 같이 걷는 이들 중 한 사람이 나를 보고는 홀로 말한다.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어떤 언어인지도 모른다.


평생을 좁은 곳에 갇혀 살았고, 그렇기에 학습의 기회는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


부모가 집을 나설 때 몰래 볼 수 있는 자그마한 텔레비전, 그리고 술병과 함께 굴러다니는 여러 책을 제외한다면.


“■■■ ■■■■ ■■■■.”


나는 태어나서 그 무엇도 배우지 못했다.

물론 한글도 몰랐다.


그렇기에 내가 그것들에서 배울 수 있었던 건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학습하는 방법.

나는 그것에 집중했다.


“■■ ■■■ ■■■ ■■■ ■■?”


아까 말했듯이 나는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어떤 언어인지조차 모른다.


그러나 들어본 적은 있다.


처음 이 나라에 와서 꽤 많이 들어본 단어였다.


나는 이 단어가 쓰인 모든 상황을 복기하고, 되새겼다.


■■는 주로 동요를 일으킬 때, ■■■■는 긍정을 표할 때 사용되었다.


그 모든 상황의 맥락과 분위기를 따지고, 발화자의 표정과 억양, 손짓과 몸짓을 전부 분석한 결과, 이들의 입에서 나온 문장을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 뭐야, 저 녀석 벌써 지친 거야?

- 저렇게 말랐으니 당연하지.

- 대체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걸까?


이 문장들은 상황에 무척 적합했다.


나는 지쳤고, 또한 말랐다.

그리고 나 또한 어떤 연유로 이곳에 들어오게 됐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렇기에 내 해석은 타당하다.


“야, 301번! 너 말 못 해? 왜 아까부터 대꾸를 안 해?”


대답할 문장은 만들 수 있다.

그럴 체력이 없을 뿐이다.


발화라는 것은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잡아먹었고, 그것이 행군과 겹친다면 나는 얼마 못 가 쓰러지고 말 것이다.


이 뜻을 그들에게 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하아, 하아.”


들고 있는 물건은 어깨에 멜 수 있는 총 한 자루와 물통 하나. 그리고 약간의 소금.


이걸 들고 걸었다고 힘들 정도의 취약한 체력은 가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마르 씨와 먼 거리를 걸어오며 누적된 피로가 한계치까지 쌓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안기지 않고 오마르 씨와 함께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도, 나도. 똑같이 버려졌으니까.


“이 조그만 게 아까부터 무시하고!”


앞서가던 이들 중 한 명이 대열을 이탈하고 내게 다가온다.


그 순간, 나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모든 게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한다.


내게 다가오는 아이는 아직 나처럼 2차 성징은 겪지 못한 것 같았지만 키는 나보다 컸다.


그는 날 향해 두 손을 뻗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기는 걸 보니 나를 강하게 밀칠 생각인가 보다.


만약 그대로 밀쳐져 넘어진다면 다시 일어나기는 아마도 무리겠지.


나는 그 느릿하고도 뻔히 보이는 궤적 바깥으로 한 걸음을 옮겨 빠져나갔다.


“엇, 어어!”


만약 이 아이가 이대로 내게 적대감을 보이는 행위를 끝낼까?


경험상 이들의 적대감은 더 높아지기만 할 것이다.

자신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해.’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

보통은 자신에게 위해를 가했을 때 적대감을 키우는 게 타당하지 않나.


‘나는 그랬는데.’


만만하게 보는 걸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했다.


터억.


무게중심이 흩어진 아이의 발을 걸었다.

몸은 앞으로 이동하는데 다리는 정지해있으면 앞으로 넘어지는 게 당연하다.


콰당!


아이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아악! 저게 진짜······!”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아이는 곧바로 내게 달려들 게 뻔하다.


체력이 거의 소진된 나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을 터.


“크억!”


그렇기에 나는 목을 밟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저 눈빛에 새겨진 분노와 적대감을 지우기에는 멀은 듯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을 빼낼까.’


하지만 예전에 이런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 몸의 가치가 10이라면 그 중 눈이 9의 가치를 지닌다.


이 아이는 내게 인생의 90%를 앗아가야 할 정도의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다.


영구적으로 시각을 차단해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기에 조금의 시간 동안만 공포를 보여주기로 했다.


공포란 기억되고 학습되기에 다시 내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었다.


아이의 소금 주머니에서 엄지와 검지로 약간의 소금을 집었다.

그러고는 아이의 두 눈에 솔솔 뿌려주었다.


“으아아아아!”


비명.

드디어 이 아이는 내게 공포를 느꼈다.


“아아아악!”


두 눈을 벅벅 긁는다.


‘저러면 눈에 상처가 날 수도 있는데.’


하지만 거기서부터는 내 관할이 아니다.

스스로의 자기 파괴에 불과하니 내 책임은 또한 아니다.


“이 자식이 지금 뭐 하는 거야!”


주변을 기웃거리던 다른 커다란 남자아이가 쓰러진 아이를 비호하며 다가온다.


아까 전의 아이와는 다르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명백한 적대감.


주먹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얼굴을 향해 날아온다.

그러나 나는 볼 수 있다.


우우웅.


궤도가 보인다.

주먹의 질량과 속도를 보니 정면으로 맞는다면 아마 몇 시간은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부위가 나쁘다면 그 자리에서 죽어버릴 수도 있겠지.


삶에 큰 미련은 없지만, 그렇다고 죽을 이유 또한 없었다.


후우웅!


어깨를 살짝 숙여 주먹을 피한다.

그리고 팔꿈치로 아이의 턱을 올려 친다.


강하게, 라는 말을 붙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게 그럴 힘은 없었다.


“으븝!”


하지만 다행히 혀를 깨문 듯하다.


첫 공격의 실패와 반격에 당한 쓰라림은 상대와 자신의 격차를 공고히 하고 전의를 상실케 한다.


역시 두어 걸음 물러나며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는 아이의 동공은 흔들리고 있었다.


웅성웅성.


의미 없는 대화와 감탄의 연속이 사방에서 흩어진다.


승리의 기쁨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시행했을 뿐.


터벅터벅.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의 사내 한 명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모습을 살피니 피부는 새카맣고, 머리카락은 매우 짧았다.

어딜 봐도 빈틈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지친 몸, 턱 끝까지 차오른 숨.

걷는 것조차 이제는 무리였다.


‘······죽는 건가?’


고통은 언제나 두려웠기에 최대한 빨리 끝나길 속으로 빌었다.


“모두 그만해라.”

“알리 용병님! 저 녀석이 먼저······!”

“판단은 내가 한다. 변명은 삼가도록.”


알리의 시선이 각자의 명찰을 스쳐 지나갔다.


‘음.’


알리는 눈을 감싼 채로 쓰러져있는 300번과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278번, 그리고 그 둘을 완벽히 압도한 301번을 응시했다.


‘신기하군.’


알리는 정식 단원의 막내였기에 예비단원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었다.


은근 마음 쓰이고 귀찮은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런 걸 보게 될 줄이야.


‘훈련도 안 받은 이렇게 마른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301번은 파킨스가 직접 데려온 인물.


‘파킨스. 참 신비한 사람이야.’


알리는 파킨스의 배신에 관해 그리 마음 쓰지 않았었다.


어렸을 적부터 알리의 곁에 있었던 자는 오마르나 아민이었지, 파킨스가 아니었다.


사실 이곳에 남은 정식 단원들은 모두 그렇다.


평소 자신과 마음이 잘 맞던 사람, 파킨스보다는 오마르를 더욱 따르던 사람.


이게 우연일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예상컨대 이건 파킨스의 의도였다.


하지만 일단은 눈앞에 집중해야 할 때다.


“301번.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해봐라.”


알리는 301번이 이곳 사람이 아니란 걸 알지 못했다.

인종이야 뭐, 이곳에 씨만 뱉고 달아나는 사람들이 한둘이던가.


그런데 301번의 상태가 어딘가 좀 이상하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

완전히 풀려버린 동공.


순간 알리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그의 경력으로 말미암아 이번 건 상당히 위험했다.


“278번, 300번. 일단 너희는 대열에 합류해라. 처분은 나중에 하겠다.”

““알겠습니다.””


알리는 대열로 돌아가는 두 예비단원을 볼 새도 없이 재빨리 301번을 들쳐메고는 전속력으로 선두를 향해 달렸다.


“흐윽, 하아!”


불규칙적인 호흡이 알리의 귓가에 힘없이 불어온다.

아무래도 점점 상태가 심각해지는 모양.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알리는 응급처치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하지만 의학에 빠삭한 인물이라면 한 명 알고 있었다.


‘아멜리아.’


용병단에 몇 없는 여성이자 아민의 측근.

분명 가장 선두를 달리는 아민의 곁에 있을 게 분명했다.


‘조금 더 빨리.’


알리의 다리근육이 두껍게 부풀어 오르고, 긴 대열을 이루는 예비단원들의 시선이 알리의 뒷모습에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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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5화. 모하무드 22.01.01 26 3 13쪽
15 제14화. 유세프 21.12.31 39 5 12쪽
14 제13화. 엉클(4) 21.12.30 53 7 13쪽
13 제12화. 엉클(3) 21.12.29 62 9 12쪽
12 제11화. 엉클(2) 21.12.28 66 9 13쪽
11 제10화. 엉클(1) 21.12.27 88 7 12쪽
10 제9화. 정보 습득의 중요성 21.12.26 114 10 15쪽
9 제8화. 301번(2) +1 21.12.25 128 10 14쪽
8 제7화. 301번(1) +1 21.12.24 135 12 13쪽
7 제6화. 거점 이동(2) +1 21.12.23 140 9 15쪽
» 제5화. 거점 이동(1) +1 21.12.22 182 12 13쪽
5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8 19 12쪽
4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2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3 26 15쪽
2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59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6 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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