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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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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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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8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2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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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10화. 엉클(1)

DUMMY

제10화. 엉클(1)



1.


소말리아 게도 주 2번 슬럼가 최심부.

칙칙한 주변 배경에 걸맞지 않게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건물 하나가 있다.


[Un cLE’s pu B]


직관적인 단어의 간판.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소문자와 철자 간의 간격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아바스는 유세프와 301번에게 속삭였다.


“안에 들어가면 저를 ‘아스’라고 불러주세요. 아바스라는 이름은 여기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거든요.”


유세프와 소년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스 님, 차는 저렇게 주차해놔도 되는 겁니까? 좀 불안한데.”

“하하, 괜찮습니다! 슬럼가에도 아바스는 존재합니다. 사인을 보냈으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이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아바스는 소년을 안고 있었기에 유세프가 다가가 문을 열었다.


딸랑-


문을 열자마자 간드러진 색소폰 소리가 선율을 따라 안쪽에서 흘러나왔다.

뒤이어 피아노가 재즈를 연주하고 드럼의 하이햇 소리가 리듬을 노래한다.


“크으, 역시 펍이 노래 하나는 진짜 끝내준다니까.”


유세프가 발을 옮기며 연주자에게 윙크를 찡긋 보냈다.

연주자도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마주 윙크를 보내줬다.


펍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들은 한 번씩 눈길을 주고는 바로 일행과의 대화로 돌아갔다.


‘별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꽤나 신경 쓰이겠지. 웬 어린 애를 데리고 들어왔으니.’


펍 안에서는 허락을 구하지 않고 타인을 오랫동안 쳐다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비록 금세 눈을 돌릴 수밖에 없지만, 그들의 뇌에는 이미 아바스 일행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여어, 오랜만입니다!”


아바스가 손을 위로 쭉 뻗으며 칵테일 잔을 닦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갔다.


“아스? 여긴 왜 또 온 거지?”

“에이, 이유가 있어야만 옵니까? 마침 게도 주에 있으시단 소식 듣고는 한걸음에 달려왔죠!”


아바스의 미소에도 노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암호는?”


아바스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279.”

“그래. 손님이군. 지하로 따라와라.”


그제야 미소를 되찾은 노인이 잔을 내려놓고는 열쇠를 넣은 뒤 스위치를 당겨 장치를 작동시켰다.


쿠구구-


작게 바닥이 진동하더니 기계장치가 작동하면서 지하로 향하는 통로가 드러났다.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엉클이 여기 정착한 지 사흘째······. 이쯤 되면 한 번은 열릴 때가 되긴 했지.”

“엉클과의 독대라. 이거 부럽구먼.”


일반적인 엉클과의 정보 거래는 새끼 염소의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로 이루어진다.


그저 바 테이블에서 양피지와 재화를 맞바꾸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거래.


정보의 진위는 문제없다.

양피지에는 그 정보를 제공한 자의 신상이 쓰여있기 때문이다.


감히 엉클을 상대로 거짓 정보를 흘린 사람은 공식적으로 엉클과 협력 관계에 있는 아바스에 의해 처참하게 죽는다.


그렇다면 이 거래와 엉클과의 독대는 무엇이 다른가.


“유세프 씨, 그리고 꼬마 씨는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독대란 둘만의 대화.

제삼자가 끼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그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


유세프도 2번이나 해봤으니 잘 알고 있었다.


‘양피지로 정보를 팔아 남들도 살 수 있게 되는 게 아닌, 구두로 이루어지는 1대1의 무제한 정보 교환.’


차후에 근 한 달간은 정보를 기록해두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억력이 나쁘면 죽 쒀서 개 주는 꼴이지만, 그것만 해결된다면 무척 좋은 기회가 된다.


‘엉클이 필요한 정보를 내놓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바스라면 뽕 좀 제대로 뽑겠네.’


우연히 마주친 백만 중 하나. 그 아바스 조직원의 상세한 정보를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우연이겠지.’


인간의 뇌가 그 모든 정보를 기록하는 건 불가능하다. 외워둔 수천 명 중 우연히 그녀가 지나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바스의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유세프는 301번을 슬쩍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얘만큼은 아니겠지만.’


엉클과 아바스가 지하로 내려가고, 안쪽에서 다른 사람이 올라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보기 드문 밝은 피부에 멀끔한 인상이 돋보이는 미남자였다.


“저 사람은······.”


301번이 남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오호라, 그때 그 아이군요. 몸은 좀 괜찮습니까?”


유세프는 일련의 대화로 저 남성이 301번을 진찰했던 의사라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아요.”

“역시. 이제 영어는 좀 익숙해진 모양이군요. 그럼 그때 제가 했던 말도 모두 이해한 거겠죠?”


소년은 찰나의 순간 동안 잠시 생각했다.


평소에 쓰이지 않는 단어를 남발했음에도 그것을 모두 이해했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방증.


그러나, 굳이 그걸 숨겨야 할 필요가 있을까?


“네. 도움을 받았습니다.”


유세프가 의아한 눈빛으로 301번을 쳐다봤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를 흘렸기 때문.


하지만 소년의 처지에서 자세히 생각해 본다면 이것이 옳다.


어쭙잖게 속이려 들다가는 유세프와의 손발이 맞지 않아 들킬 우려가 있었다.


솔직히 속일 자신은 있었지만, 당당히 말함으로써 꽤 높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자의 신의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분명 의사 또한 소년의 의중을 파악했을 것이다.


“후후, 재밌군요. 그리고 유세프 씨는 저랑은 초면이죠? 저희 아버지와는 몇 번 만나보신 것 같은데. 반갑습니다. 편하게 제트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제트 님.”


제트는 메뉴판을 가리켰다.


“메뉴는 어떤 게 좋겠습니까? 아, 301번 군은 따뜻한 우유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운전을 해야 해서요. 아쉽지만 가볍게 마티니에 올리브 두 개만 올려 주시면 좋겠네요. 젓지 말고 흔드는 거 잊지 마시고요.”


엉클 펍의 마티니 도수는 대략 16도 내외.

이 정도면 운전에 차질이 생길 만한 양은 아니었다.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리는 남는 테이블에 앉으시면 됩니다.”


비어있는 테이블은 많았다.

붐비는 시간대라 평소보다 많긴 하지만, 애초에 이용자 수가 적은 편이었다.


유세프는 301번을 데리고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공공장소라 평소처럼 큰 소리로 너스레를 떨기도 뭐해서 어색한 분위기로 있는데 별안간 소년이 툭 말을 내뱉었다.


“암호.”

“응?”

“아바스 씨가 말한 암호 말이에요. 유세프 씨는 알고 있었어요?”


유세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걸 얻을 정도로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럼······ 엉클 씨와 독대는 어떻게 한 거죠?”


소년의 질문에 유세프가 소매를 걷어 팔뚝을 보여줬다.


그곳엔 몸이 두 번 꼬여있는 작은 뱀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일종의 표식. 파킨스 용병단이 와해되면서 이젠 별 의미 없는 문신 쪼가리가 되어버렸지만, 한때는 파킨스의 대리인이라는 증표였지.”

“유세프 씨는 오마르 씨를 더 따르지 않았나요?”

“그렇기 때문에 파킨스가 이걸 박아넣은 거지. 대외적으로라도 해결사 유세프가 파킨스 라인이라는 걸 말이야.”


유세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오마르 씨도 파킨스 씨를 따랐을 텐데······.”

“그게 문제지. 그게 확실한데도 나를 포섭하려 들었던 걸 보면, 이미 그때부터 오마르 님을 견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드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그런 소년을 지켜보던 유세프는 물었다.


“근데 너 원래 삶 다 산 것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냐? 기운 차린 건 다행이지만, 뭐 어떤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거야?”


301번의 단어 향상을 위해 유세프는 반쯤은 무의식적으로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다.

소년은 유세프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언가를 알아가는 게 나쁘지 않아서요.”


소년은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저는 어린 시절······ 오랫동안 어딘가에 갇혀있었어요.”


유세프는 고작 9살뿐인 소년이 말하는 ‘어린 시절’에 위화감을 느꼈으나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에 오고, 넓은 세상과 많은 사람을 보다 보니까······ 그냥 조금 더 알고 싶어져서요. 내가 모르는 것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고.”


유세프가 머리를 긁적이다 소리쳤다.


“그래! 그냥 다 사는 대로 사는 거지, 고작 꼬맹이 주제에 감히 죽음을 논하고 있어? 이 세상에 배울 게 얼마나 많은데.”


어차피 10년밖에 안 남은 삶이긴 하지만.

301번이라면 그 안에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음, 유세프 씨.”

“왜 그러냐.”


소년이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로 말했다.


“반대편 두 번째 테이블에서 저희 얘기를 하고 있어요.”

“뭐?”


유세프가 몸을 푸는 척을 하며 찰나 동안 소년이 말한 곳을 노려봤다.


건장한 성인 남자 4명.

별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게 다 들리는 거야?”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화 내용을 그대로 읊기 시작했다.


- 분명해. 서번트다. 그때 샀던 정보와 일치해. 피부색이나 머리카락 색도.

- 잡아다가 팔면 돈깨나 나오겠어.

- 그런데 펍에서 싸우는 건 금지일 텐데. 괜찮나?

- 그거야 엉클일 때 얘기고. 제트는 그런 거 오히려 좋아하잖아?

- 아냐. 그래도 좀 걸리긴 해. 대신 나한테 좋은 작전이 있어.


유세프가 머리를 짚었다.


“젠장할. 그런 정보가 새어 나가다니.”


제트를 노려보자 시선을 느낀 제트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곧 완성되니 조금만 기다려주시지요. 특별히 우유에는 꿀과 연유를 담았으니 아이 입맛에 맞을 겁니다.”


유세프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분명 처음 봤지만,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던 사람이었다.


터벅터벅.


4인조 중 한 명이 화장실이 급한 듯 중요한 곳을 부여잡으며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유세프와 301번의 자리는 화장실 문 옆 칸에 존재하기에 딴지를 걸 수도 없었다.


소년은 유세프를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 지켜 주세요.


순간 웃음이 터진 이유는 무엇일까.


연약한 생명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아니면 분명 스스로 타개할 수 있음에도 자신을 시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아니야.’


분명 그것들도 이유의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거 오랜만에 몸 좀 풀겠는걸.”


비록 아킬레스건 하나가 병신이 되었다지만, 뭐 어때. 핸디캡 준다고 생각하면 되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군요. 출장이 잦아 펍 생활이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죠. 일단 마티니부터 드리겠습니다.”


제트가 다가와 마티니를 건네고, 유세프는 이쑤시개에 꿰인 올리브를 한 번에 입에 넣고는 우물거렸다.


“음, 괜찮네.”


어느새 찔끔찔끔 걸어오던 남자가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유세프는 마티니 잔을 어루만지며 올리브를 음미했다.


“으윽! 더는 못 참겠다!”


옆에서 엉거주춤 서 있던 남자는 순식간에 바지 지퍼를 내리고 소년을 향해 허리를 틀었다.


동시에 마티니 잔이 남자의 사타구니를 향해 돌진했다.


쪼르르-


마티니와 함께 남자의 노란 액체가 잔의 굴곡을 따라 남자의 바지로 되돌아갔다.


남자는 순간 당황했는지 물줄기를 끊지 않고 고스란히 모두 게워냈다.


이를 보며 유세프가 피식 웃었다.


“이렇게 작은 마티니 잔을 끝까지 가져다 댔는데도 자리가 남다니. 앞에 있는 꼬마가 웃겠네. 안 그러냐?”


유세프의 사인을 알아들은 소년이 남자의 부분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피식 웃었다.


소년은 상당히 많은 표정을 알고 있었고, 이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남자가 더욱 흥분할 수 있는지 또한 알고 있었다.


강렬한 경멸과 동정 한 스푼이 담긴 비웃음.


‘오우, 꼬마가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가?’


유세프가 작게 키득였다.


얼굴부터 머리끝까지 빨개진 남자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이, 이런 새파랗게 어린놈이······!”

“이제 쉬야 다 했으면 바지 좀 올리지? 보기 너무 흉하잖아, 새카맣게 늙은 놈아.”


뚜둑.

남자의 이성이 끊어졌다.


“씨발, 그냥 밟아버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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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5화. 모하무드 22.01.01 26 3 13쪽
15 제14화. 유세프 21.12.31 39 5 12쪽
14 제13화. 엉클(4) 21.12.30 53 7 13쪽
13 제12화. 엉클(3) 21.12.29 62 9 12쪽
12 제11화. 엉클(2) 21.12.28 66 9 13쪽
» 제10화. 엉클(1) 21.12.27 89 7 12쪽
10 제9화. 정보 습득의 중요성 21.12.26 114 10 15쪽
9 제8화. 301번(2) +1 21.12.25 128 10 14쪽
8 제7화. 301번(1) +1 21.12.24 136 12 13쪽
7 제6화. 거점 이동(2) +1 21.12.23 140 9 15쪽
6 제5화. 거점 이동(1) +1 21.12.22 182 12 13쪽
5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8 19 12쪽
4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2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4 26 15쪽
2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59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6 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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