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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현대판타지

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887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28 23:50
조회
66
추천
9
글자
13쪽

제11화. 엉클(2)

DUMMY

제11화. 엉클(2)



1.


우당탕!


자리에 있던 3인조가 급하게 일어나 유세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트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유세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그럼 나야 좋지!”


바지를 올릴 생각도 하지 않고 남자는 주먹을 날렸다.


남자밖에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면 변태가 아닐까 하고 유세프는 생각했다.


“이 새끼가!”

“푸핫, 변태 오줌싸개치고는 주먹이 너무 정직한 거 아냐?”


가볍게 손날을 가져다 대어 주먹의 궤도를 튼다. 앉아있는 상태 그대로 턱을 올려 친다.


의자가 무게를 받쳐주고 있으니 충격의 손실을 우려할 필요도 없었다.

엉덩이로 의자를 힘껏 밀며 모든 힘을 주먹에 집중시킨다.


“크헉!”


남자의 입에서 진한 핏줄기가 흐른다.


“저런, 혀라도 깨문 거야? 그러니까 누가 싸우면서 말하래?”


남자가 비틀거리더니 한쪽 벽면에 몸을 기대고 쓰러진다.


턱을 정통으로 맞았으니 적어도 한 시간은 못 움직이겠지.


따라란-


딱 펍에 나올 것 같던 전형적인 음악이 끊기고, 격동적인 리듬과 선율이 새롭게 펍을 채운다.


재즈 피아노의 현란한 손가락 놀림을 선두로 긴박하면서도 신명나는 음악이었다.


“오? 뭐야, 이 노래는?”


연주자들을 쳐다보니 하나 같이 유세프를 보며 윙크를 한다.


‘큭큭. 이거 이거, 호전파들이구만.’


싸움 구경을 광적으로 즐기는 자들.

러시아 지하에서 개최하는 PVP라도 보면 아주 환장을 할 사람들이었다.


유세프는 절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존슨! 괜찮아?”

“존슨이 일어나지 않아!”

“이런 씨발! 감히 우리 존슨을 때려! 어이, 다들 봤어? 분명 이 새끼가 먼저 때린 거다!”


두 남자가 순식간에 지척까지 다가와 주먹을 날렸다.


‘오호. 제법?’


언뜻 마구잡이로 내지른 것 같아도 하나 같이 동시에 막기 힘들면서도 전투에 치명적인 부위를 노리고 있었다.


엉클의 펍에 들어올 수준은 된다는 뜻.


하지만.


타다닥!


모든 것이 유세프의 움직임에 가로막힌다.


“애들아, 너무 느리잖아!”


손날을 주먹 아래에 가져다 대고, 그대로 파고들며 카운터.


쾅!


“크헉!”


얼굴이 짓뭉개지더니 사내가 뒤로 한참을 물러난다.


뒤이어 오는 다른 남자의 팔을 붙잡고는 왼쪽 무릎으로 니킥.


빠각!


“끄아아악!”

“어머, 아프겠다.”


팔꿈치가 역관절로 꺾여 덜렁거리는 모습이 참으로 볼만했다.


펍의 연주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럼 이제 너만 남은 건가?”


남은 사내가 유세프를 보며 움찔거린다.


“애걔, 도망가려고?”


유세프가 이죽거렸다.


‘하지만 이미 얼굴은 팔렸다. 그냥 도망친다면 그보다 최악은 없을 테지.’


게도 주 2번 슬럼가 엉클 펍의 전투에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망간 사람, 이라고 못 박힌 채로 신상이 적힌 양피지가 엉클의 펍에 굴러다닐 것이다.


“그래도 평생을 병신으로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나을 텐데.”


유세프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역으로 꺾인 팔꿈치는 현재까지 나온 의학 기술로는 절대 치료할 수 없었다.


“으아아아!”


반쯤은 두려움에 매몰된 채로 커다란 주먹을 날린다.


“이크.”


리듬을 알 수 없는 절뚝거리는 스텝으로 가볍게 피한다.


“좀! 맞아!”


연속으로 날아오는 주먹세례.


“에크.”


단 한 번의 발걸음으로 주먹은 모두 허공을 가른다.


유세프는 슬쩍 소년을 바라봤다.


‘그래. 분석해라.’


아무리 상황 판단이 빨라도 백전노장 같은 경험 많은 놈은 못 이긴다.


그러나 소년의 특성상 보는 것만으로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터.


혹시 모를 위협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는 있어야 오마르 용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시험해볼까.’


유세프는 다른 테이블 위에 올려진 식기구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뻗어오는 주먹을 향해 내질렀다.


“포크!”


포크의 날 세 개가 주먹을 타고 어깨까지 살을 죽 찢어발겼다.


“어어?”


뾰족한 날에 의한 상처는 고통이 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 법.

유세프는 그대로 한 바퀴 돌아 늑골과 허벅지에 순서대로 포크를 푹 꽂았다.


“끄으윽!”


사내가 뒤로 쓰러지며 가슴을 부여잡고는 숨을 헐떡였다.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일 것이다. 유세프 또한 아킬레스건을 잃었을 때 겪어봤다.

물론 정신적 충격이 더 크긴 했지만.


유세프는 소년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멋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후훗, 시크.”


따라란-


동시에 연주가 장엄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종료되고, 연주자들과 유세프는 서로 윙크를 주고받았다.


싸움이 끝나자 환호성을 예상한 유세프의 기대와는 달리 펍은 침묵으로 뒤덮였다.


생각해 보면 괜히 나서서 말해봤자 저들에게 별로 이득 될 건 없다.


유지되는 적막 속에서 제트가 홀로 손뼉을 치며 자신의 감상을 말했다.


“무척 인상적인 싸움이군요. 이거 구경비라도 내야 하는 건 아닐지.”


유세프는 소년의 표정에 집중했다.


‘호오, 동요도 없네?’


피를 보는 것에 익숙하다는 뜻.

이것 또한 재능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누군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 혐오감과 공포감을 느낀다.


그걸 극복해내야만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어때, 꼬마야. 특별히 너도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만 사용했다. 왜, 그런 거 있잖아? 힘 별로 안 드는 거.”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히 배웠습니다.”


그때 처음에 턱을 맞고 쓰러져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301번에게 달려들었다.


소년과 유세프의 거리는 대략 4미터.

그리고 소년과 남자의 거리는 1미터 내외.


‘젠장할.’


아무리 빨라도 늦다.

신속히 소년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유세프의 동공이 크게 뜨였다.


“꼼짝 마! 허튼짓하면 이 꼬마의 목숨은······ 어?”


툭, 툭.


소년이 자신을 잡으려 드는 손을 손날로 빗겨 친다.


‘저건······ 아까 보여줬던 기술이잖아?’


유세프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저렇게 빠른 습득력이라면 아킬레스건 때문에 머릿속으로만 구상해놨던 기술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쭉 미끄러지며 남자 안으로 파고든 소년은 그대로 손을 뻗고는.


뚜둑.


“끄아아아아아악!”


눈알을, 뽑았다.


“······딸꾹!”


멍하니 지켜보던 유세프가 딸꾹질했다.


쿠당탕!


남자는 자신의 왼쪽 눈을 부여잡은 채로 바닥에 쓰러지고는 남은 한 손으로 주먹을 쥐어 바닥을 연신 내리쳤다.


“끄아아아! 으아아아! 이 개 같은 새끼들이! 죽어버리겠······ 읍!”


어느새 다가온 제트가 진이 담긴 병을 뚜껑을 연 채로 남자의 입에 박아 넣었다.


“싸움이 끝났으면 조용히 해주시는 게 예의입니다. 그래도 꽤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으니 이 술은 서비스로 드리도록 하죠.”


제트는 뒤늦게 떠올렸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으며 물었다.


“아, 혹시 드라이 진 좋아하시던가요?”

“끄룹, 끄르륵······.”


미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지 못한 술의 잔재가 양옆으로 쏟아졌다.


취한 건지, 아니면 기절한 건지 남자는 움직임을 멈췄다.


“이런, 이제 봤는데 아직 바지가 내려가 있었군요. 바지가 젖다 보니 워낙 피부색이랑 비슷해서. 뭐, 솔직히 잘 보이지도 않고 말이죠.”


제트는 주머니에서 하얀 장갑을 끼더니 손수 남자의 바지를 올려 주었다.


“푸흡.”


누군가의 비웃음을 시작으로 펍은 다시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되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른 때 같았으면 직접 말리는 자도 더러 있었겠지만, 이런 압도적 격차의 권선징악 같은 경우에는 한 걸음 떨어져서 관람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았다.


“꼬마야, 괜찮냐?”


유세프는 자리로 돌아와 소년을 살폈다.


“네. 전에도 해본 적 있어요.”


소년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젠장할.’


유세프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작게 욕을 씹었다.


거리의 고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부모가 죽고 재산을 몰수당해 거리로 내몰아진 아이, 부모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집에서 도망친 아이.


버려진 아이도 꽤 있긴 하지만 그것은 학대의 연장선에 있기에 두 번째 부류에 속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301번은 두 번째 케이스였다.


지독하게 학대당하고, 심지어는 대륙을 넘어 버려진 아이.


‘대체 뭔 짓을 했길래 훈련도 안 받은 애한테 눈알을 뽑을 정도의 독기가 있어?’


유세프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그 눈알을 뽑은 대상이······.”

“저희 아버지예요.”


유세프는 고개를 주억였다.


‘아버······지라는 단어를 말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아마도 기억을 지웠기 때문일 테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다를 건 없을 것 같았다.


“강하네.”


자신을 학대한 친부의 눈알조차 뽑을 용기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터였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 그런 용기가 있었다면.’


어머니가 맞아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항상 인간은 일이 닥친 후에야 각성하곤 한다.


유세프는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고는 이성을 잃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유세프는 3일이 지난 후였고, 자신의 앞에 있는 시체는 벌써 수천에 달하는 칼집이 새겨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반죽이 되어 있었다.


- 꼬마야, 괜찮냐?


‘그때 찾아온 오마르 님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시체나 반죽하고 있다가 굶어 죽었겠지.’


사실 그때도 아슬아슬했다.


평소에도 먹을 걸 주지 않아 굶는 게 일상이었고, 물을 마신 지도 3일이나 되었으니까.


오마르는 사람을 죽인 유세프를 보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유세프에게 먼저 괜찮냐고 물었다.


그때의 오마르는 흉터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인상이 꽤 선한 편이었고, 유세프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 갈 곳이 없으면 따라와도 좋다. 음식과 옷을 주고, 잘 곳을 마련해주마.


그렇게 유세프는 오마르를 따라갔고, 용병 생활을 시작했다.


“음.”


유세프는 소년을 바라봤다.

용병단의 과도기에 들어온 301번.

소년의 존재가 용병단에 어떤 바람을 불어올지 유세프는 기대가 되었다.


“휴우, 일단은 모두 치웠군요. 아버지께 들킨다면 어떤 꾸지람을 받을지.”


제트가 땀을 닦는 시늉을 하며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301번을 보고는 싱긋 웃는다.


“아, 우유는 완성되었습니다. 온도 조절을 실수해서 잠시 식히고 있던 참이었죠.”


제트가 머그잔에 담긴 우유를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정중히 건넸다.


소년이 말없이 제트의 장갑을 바라보자 제트가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혹시 그 남자분의 젖은 바지를 올린 것 때문이라면 괜찮습니다. 저는 무척 청결을 중요시하는 터라 이미 새 장갑으로 갈아 꼈습니다.”


그제야 소년은 머그잔을 받아 들었다.


홀짝.


우유를 한 모금 마셔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하죠? 제가 어렸을 적 무척이나 좋아하던 음료랍니다. 어찌나 맛있던지 삼키는 게 아까워 몇 시간 동안이나 입에 넣고 있었던 적도 있었죠. 그걸 참은 덕분에 정신력도 상당히 강해졌고요.”


소년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꿀꺽.


우유를 삼킨 소년이 제트에게 물었다.


“제트 씨는 암호에 대해 알고 계세요?”


잠시 눈을 깜빡이던 제트는 긍정했다.


“네. 그렇습니다. 일단은 여러분이 엉클이라 부르시는 분의 아들이니까요.”

“279.”


소년의 말에 제트가 곤란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 암호는 오늘 이미 매진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매일 암호가 변하는 터라 기억하고 계셔도 소용없을 겁니다.”

“그 암호라면······.”


잠시 고민하던 소년이 다시 내뱉었다.


“1459.”


제트의 동공이 크게 뜨였다가 가라앉았다.


“혹시 당신은······ 음, 그럴 리가 없죠.”


제트가 앞머리를 슬어 넘겼다.


“암호 설정 방식을 바꾼 지는 이곳에 오고 난 뒤······. 누군가에게 들었을 리도 없으니, 스스로 알아내신 거로군요. 보통 한 달 정도는 유지하는데, 다시 바꿔야 하니 번거로워졌군요.”

“엥? 꼬마야, 뭐라도 알고 있었던 거야? 제트 님?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유세프가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제트는 후후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래도 일단 암호는 암호. 맞추셨다면 그에 맞는 기회를 드려야겠죠.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아, 301번 군이 허락하신다면 유세프 씨 또한 따라오셔도 무방합니다.”


말을 마친 제트가 천천히 뒤돌아 걸었다.


소년은 유세프의 손을 잡고는 끌어당겼다.


“같이 가요. 저 지켜 준 선물이에요.”


멍하니 소년을 바라보던 유세프가 피식 웃었다.


“그래. 선물일지 아닐지는 까봐야 알겠지만 말이야. 그건 그렇고, 대체 어떻게 안 거야? 혹시 파킨스가 귀띔이라도 해준 건가?”

“아니요.”


소년은 고개를 젓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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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5화. 모하무드 22.01.01 27 3 13쪽
15 제14화. 유세프 21.12.31 39 5 12쪽
14 제13화. 엉클(4) 21.12.30 54 7 13쪽
13 제12화. 엉클(3) 21.12.29 62 9 12쪽
» 제11화. 엉클(2) 21.12.28 67 9 13쪽
11 제10화. 엉클(1) 21.12.27 89 7 12쪽
10 제9화. 정보 습득의 중요성 21.12.26 114 10 15쪽
9 제8화. 301번(2) +1 21.12.25 129 10 14쪽
8 제7화. 301번(1) +1 21.12.24 136 12 13쪽
7 제6화. 거점 이동(2) +1 21.12.23 140 9 15쪽
6 제5화. 거점 이동(1) +1 21.12.22 182 12 13쪽
5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9 19 12쪽
4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3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4 26 15쪽
2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60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8 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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