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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시의 집필공방

천재 용병 서번트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현대판타지

다비시
작품등록일 :
2021.12.16 04:27
최근연재일 :
2022.01.01 22:4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884
추천수 :
220
글자수 :
91,379

작성
21.12.30 23:41
조회
53
추천
7
글자
13쪽

제13화. 엉클(4)

DUMMY

제13화. 엉클(4)



1.


“으음.”


유세프가 침음을 흘렸다.


“물론 대리인이 오긴 하지만, 지금까지 사람이 바뀐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아바스 쪽에서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기도 하고, 만약 뒷조사나 미행을 시도하면 다시는 엉클의 펍을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재커리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예전에 그런 조직이 몇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요즘은 통 보이지 않더군요. 역시 정보가 없으면 도태되기 마련인가 봅니다.”


‘직접 없앴겠지. 아니면 아바스에게 의뢰했거나.’


유세프가 속으로 조용히 따지며 물었다.


“혹시 모하무드하고는 어떤 정보 거래를 했습니까?”


재커리가 말했다.


“이미 유세프 씨도 아는 정보입니다. 파킨스 씨와 그 용병단에 관한 정보였죠. 아, 한 번은 여기서 대면도 한 적이 있습니다.”


유세프의 얼굴이 굳었다.


“괘념치 마시죠. 인원수는 좀 줄었을지 몰라도 오히려 그 질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단장도 확실히 믿을만한 오마르 씨로 바뀌었고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반동분자를 솎아냈다고 생각하시죠. 그들은 모두 오직 파킨스 씨만을 따르는 인형들이 아니었습니까.”


재커리를 노려보던 유세프는 숨을 내쉬며 뒤를 돌았다.


“일단은 오마르 님께 엉클의 자식, 재커리와 우호 관계를 맺었다고 전하겠습니다. 솔직히 당신의 목적 따위는 별로 궁금하지 않아요. 부디 도움이 되길 빌어야 할 겁니다.”

“새겨듣도록 하죠. 그럼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그곳에서 혼자 나가는 거야말로 진짜 의심받기 쉬운 상황이니까요.”


유세프는 301번과 함께 재커리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여기 계셨습니까? 저는 혼자 떠나버린 줄 알고 차까지 다녀왔습니다!”


아바스가 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아스.”


유세프가 슬쩍 재커리를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도 된다는 뜻.


그렇다고 여기서 말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엉클 펍의 고객들이 이곳에서 대화라는 명목으로 정보를 푸는 이유는 정보 교란, 혹은 남들이 그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에게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유세프에겐 둘 다 해당하지 않았다.


어설프게 정보 교란을 했다간 그대로 끝장이었다.


“엉클을 뵙습니다. 무척 오랜만이군요.”


유세프가 고개 숙여 아바스의 뒤편에서 양피지를 정리하던 엉클에게 인사했다.


머리는 회색이 곁들은 하얀색이었고, 키는 좀 작았는데 대신에 풍채 하나는 대단한 노인이었다.


오마르보다 근육은 확실히 덜하긴 하지만, 몸을 키웠다면 키가 작은 오마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잠시 유세프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노인은 상상하기 힘든 급격한 표정 변화로 유세프를 반겼다.


“오? 유세프 아닌가? 이거 오랜만이군.”

“하하, 여전히 호탕하십니다.”

“평소에라도 이래야지. 정보 거래할 때 눈 부라리고 신경전 하느라 수명이 반은 깎인 것 같구만.”


그러자 재커리가 웃으며 말했다.


“벌써 60을 훌쩍 넘기지 않으셨습니까. 반이 깎였다면, 흠. 지금 살아계신 게 살짝 의문이 듭니다만.”

“닥쳐라.”


엉클이 콧방귀를 뀌더니 드라이아이스가 담긴 얼음통에 이름 모를 술을 푹 담갔다.


상표도 없는 말 그대로의 유리병. 다만, 안에 담긴 색채는 붉은 게 봐줄 만했으나 그건 첨가한 색소에 따라 달라지니 추측하기도 어려웠다.


“음, 이게 뭔가요?”


유세프가 묻자 엉클이 친절히 말했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한 번 이상의 정보 거래는 필수다. 사든, 아니면 팔든 해야지.”


때마침 타이밍 좋게 재커리가 양피지 두루마리와 만년필을 건넸다.


“제가 보기엔 팔 생각이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까?”


유세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피지를 받았다.


“그리고 유세프, 너니까 말해주는 건데 용병단······에 관한 건 이미 모두 갖고 있으니 유념해라.”


그 안에 어떤 새로운 정보라도 있다면 판매가 가능하지만, 모두 존재하는 정보라면 양피지만 날리는 셈이 된다.


그리고 그 양피지 값은 판매하려던 사람이 치러야 한다.


“하핫, 엉클이 고작 그 정도도 모를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작은 무슨.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건데. 이미 누가 내게 팔거나, 혹은 내 사람이 전달했다는 뜻이다.”


유세프는 눈을 번뜩였다.

용병단에 관한 정보를 팔 여지조차도 주지 않는다.


‘그 엉클이?’


그 말인즉슨, 완벽하게 정보를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는 뜻.


‘어지간히 믿을만한 놈이었나 보네.’


아마도 파킨스를 따라간 용병 중 하나일 것이다.


오마르 용병단에 남은 이들은 애초에 엉클 펍이 있는 위치까지 이동할 수가 없었다.


“일단 키워드부터 말해봐라. 값을 쳐주마.”


엉클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키워드는······ 서번트입니다.”


재커리와 소년이 동시에 유세프를 돌아봤다.

재커리를 힐긋 쳐다본 엉클은 유세프에게 말했다.


“이미 제트가 알고 있는 거라면 소용없는 건 알지? 이 소년이라면 이미 명부에도 올라와 있다고.”


문득 소년의 별의 개수가 궁금해진 유세프였으나 그건 당장 쓸모없는 정보였다.


“하하, 그럴 리 없죠. 제 말은, 과거에 제트 님께서 잠시 거둬들이신 서번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재커리의 눈이 커졌다.


“혹시······.”

“제트 님, 혹시 그 서번트를 만난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2년입니다.”


엉클이 고개를 끄덕이자 재커리는 대답했다.


이미 정보 교환은 시작된 것이다.


아바스가 주머니에서 금색으로 반짝이는 시계 하나를 꺼내 건넸다.


“바로 옆에서 대화를 듣는 걸 전제로 값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뭐, 어차피 유세프랑 한 팀 아니었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시계는 엉클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저는 1년 전에 그 서번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20대에 정신연령은 제트 님이 말한 대로 6살 정도 되어 보이더군요. 시력은 딱히 검사해본 적은 없긴 하지만요.”

“맞습니다.”


재커리가 긍정했다.


“관련 정보가 있습니까?”


엉클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유세프가 양피지 내려놓고는 만년필을 위에 대고 움직였다.


한눈에 봐도 유려한 필체가 잉크를 타고 양피지 위에 그려졌다.


「키워드 : 서번트

겉모습 20대, 정신연령 6세의 자폐증 환자인 남성은 서번트 신드롬이 발현된 상태며, 시력과 기억력이 뛰어남. 한때 엉클이 관리했으나 서번트의 두뇌로 탈출 후 행방은 오리무중. 현재는 모하무드 해적단의 일원으로 의심.」


작성을 끝낸 유세프가 엉클에게 양피지를 내밀었다.


“흠, 의심 등급인 게 안타깝군.”

“정황상 그렇다 뿐이지, 정확한 건 아니니까요. 아직도 그럴지는 모르고요.”


정보의 제공자가 매기는 정보 등급은 총 네 단계로 나뉜다.


소문, 의심, 추정, 확신.


각 등급에 따라 정보의 진위가 밝혀졌을 때 받는 추가 금액이나 페널티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소문 등급의 정보가 사실일 경우에 받는 금액은 판매 당시 금액의 50%를 추가로 받지만, 확신 등급의 경우에는 500%를 추가로 받으며 엉클 펍 내에서만 적용되는 ‘점수’가 대량으로 오르게 된다.


반대로 정보가 거짓일 경우, 소문 등급은 점수가 조금 깎이고 말지만, 확신 등급이라면 엉클 펍 이용이 영구적으로 정지된다.


그렇기에 대부분 확신 등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럴 때 만만한 것은 역시 의심 등급이었고.


뭔가 맞긴 하는데, 좀 애매할 때 사람들은 고민 없이 정보를 의심 등급에 등재하곤 한다.


“그렇다면 엉클 님께서 매긴 정보 등급은 어떻습니까.”


엉클이 매기는 정보 등급은 따로 종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바닥에 굴러다닐 정도로 흔한 정보를 1로 두었을 때, 상대적으로 귀중하고 중요한 정보를 엉클이 주관적으로 계산하여 숫자를 매긴다.


현재 엉클이 매긴 가장 중요한 등급의 정보는 14.


정보를 사려면 키워드를 말해야 하는데, 아직 그 누구도 키워드를 통해 14등급의 정보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못했다.


14등급의 정보를 원합니다, 하고 그냥 구매할 수가 없는 것이다.


“4··· 아니, 5 정도 되겠군. 그래도 서번트니까 말이야.”


유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것보다 높았지만 그걸 반응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이거라면 아바스가 고생깨나 하겠군.”

“하하, 괜찮습니다. 제 사람은 어디에든 있으니까요! 곧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겁니다. 어쩌면 이미 있는 정보일 수도 있고요. 저희는 정보를 어디다 기록하는 게 아니라 머리에 담아두니까요.”


그 머리의 개수는 백만이 될 것이다.


“그 상자를 모두 여는 데 과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재커리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아바스가 싱긋 웃는다.


“재커리 씨는 고대 이집트 이야기 모르나 봐요?”

“······아무래도 이번엔 제가 진 것 같군요.”


아바스는 제트의 본명을 알고 있었다.


유세프는 엉클과 아바스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혹시 정보의 진위를 가린다는 게······.”

“맞습니다! 바로 저희가 직접 조사하는 거죠!”


나름 협력 관계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끈끈했을 줄이야.


대부분의 사람이 아바스와 엉클이 적대관계에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다름 아닌 정보상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돈을 목적으로 정보상을 운영하는 게 아닌 걸 알았을 때부터 알았지.’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아바스와 엉클이 대립할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바스는 정보상이 아니긴 하다만.


누군가는 속되게 ‘거지 소굴’이라 말하기도 한다.


‘한 명 한 명의 재물은 적지만, 그 수가 백만이란 걸 생각해야지.’


그때마다 유세프는 그들을 머저리라고 말해주고 싶은 걸 꾹 참곤 했다.


“5에 의심 등급이라면······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엉클이 달러 뭉치를 건넸다.


반복되는 내전 때문에 소말리아의 화폐는 사실상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파킨스가 오마르에게 금괴를 건넨 것도 다 그 때문이리라.


“어이쿠, 역시 상당하네요.”


손으로 종이의 두께를 가늠한 유세프가 품에 달러를 넣었다.


“양피지 몇 장 더 주시겠습니까?”


추가로 유세프는 정보 몇 개를 더 팔았다.


대체로 1에서 3을 오가는 정보였으며 모두 의심 아니면 추정 등급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미 존재하여 팔 수 없는 정보는 없었다.


“새로운 정보를 이렇게나 많이 들고 오다니.”


엉클이 아랫입술을 쭉 내밀었다.

역시 습관까지 비슷한 게 재커리의 아버지였다.


“하하, 역시 정보의 갱신은 너무나도 빠릅니다!”


아바스가 고개를 주억였다.


거래가 끝나자 엉클은 얼음통 속에 쟁여뒀던 술병을 꺼냈다.


“읏차, 드디어 이걸 맛볼 수 있겠군. 제트, 따개.”


재커리가 던지듯 코르크 마개 따개를 건넸다.


“······이 자식이 예쁘게 좀 주면 어디가 덧나냐?”

“예쁜 걸 찾으시는 거라면 근처 집창촌에 들르시는 게 어떠신지. 마침 아리따운 여성들이 최근에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새끼가 아비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아바스는 유세프와 소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원래 이런 집안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하하, 그렇군요······. 그런데 이 술은 뭡니까?”


엉클이 따개를 코르크에 푹 박아 넣으며 말했다.


“넥타르. 시중에 있는 것들이 아닌 내가 직접 만든 술이지. 도수는 좀 세고. 한 50 정도 하던가?”


뽕!


코르크 마개가 빠지면서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그마한 잔에 넥타르를 따른 엉클이 유세프에게 권했다.


“한잔해 볼 텐가? 아마 꽤 각오해야 할 것이야.”

“하하, 괜찮습니다. 운전을 해야 해서······.”


그때였다.


쿵! 쿵!


지하에서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윽, 이런. 벌써 깨어났나 보군.”


재커리가 드물게 당황하고.


“허어?”


그런 재커리를 엉클이 째려본다.


잠시 시선을 교환하던 둘 중 먼저 입을 연 건 재커리였다.


“비밀입니다.”


엉클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고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없을 때 일어난 정보 받는다. 값은 특별히 정보 등급 3에 추정 등급으로 쳐 주마.”


순식간에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나더니 카운터로 달려왔다.


“제가 팔겠습니다!”

“아니, 제가 먼저!”

“제가 가장 가까이서 모두 봤습니다!”


재커리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외쳤다.


“이런 비겁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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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 연중합니다. 22.01.02 33 0 -
16 제15화. 모하무드 22.01.01 27 3 13쪽
15 제14화. 유세프 21.12.31 39 5 12쪽
» 제13화. 엉클(4) 21.12.30 54 7 13쪽
13 제12화. 엉클(3) 21.12.29 62 9 12쪽
12 제11화. 엉클(2) 21.12.28 66 9 13쪽
11 제10화. 엉클(1) 21.12.27 89 7 12쪽
10 제9화. 정보 습득의 중요성 21.12.26 114 10 15쪽
9 제8화. 301번(2) +1 21.12.25 129 10 14쪽
8 제7화. 301번(1) +1 21.12.24 136 12 13쪽
7 제6화. 거점 이동(2) +1 21.12.23 140 9 15쪽
6 제5화. 거점 이동(1) +1 21.12.22 182 12 13쪽
5 제4화. 오마르 용병단(2) +2 21.12.21 219 19 12쪽
4 제3화. 오마르 용병단(1) +2 21.12.20 263 21 13쪽
3 제2화. 파킨스 용병단(2) +1 21.12.20 324 26 15쪽
2 제1화. 파킨스 용병단(1) 21.12.20 460 25 13쪽
1 제0화. Prologue 21.12.20 576 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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