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01
연재수 :
260 회
조회수 :
114,490
추천수 :
2,378
글자수 :
1,752,802

작성
24.04.11 12:00
조회
170
추천
2
글자
15쪽

70화. 초화만신(超化萬神) (3)

DUMMY

“진법··· 같지?”


설총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할 수가 없었으니까.


“저도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그야 그렇다. 한여름 뙤약볕으로 달궈진 땅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이야 본 적이 있지만─ 겨울이 머지않은 한 가을에 갑자기 허공이 일렁이며 일그러지는 현상이란 건 세상에 본 일이 없는 것이다. 설총은 검을 뽑아 들었다.


“처음 보는 일이지만··· 어떤 놈들 짓인지는 짐작이 가는군요.”

“그건 나도 그런데.”


양성진은 사납게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이게 무슨 현상인지 알아 뭐하겠는가? 이런 짓을 할 만한 집단은 온 중원 천지에 딱 하나뿐이고, 설총과 양성진은 그놈들과 싸우기 위해 이곳 정주까지 달려 온 것이다. 그럼 됐지.


“진정 성화의 혜안은 끝이 없으며 그 지혜가 무궁하시도다. 그의 예견하신 바에 어긋남이 하나 없도다.”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삿갓을 쓴, 가사 차림의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그 사내가 나타나자 공간의 일렁임이 점점 잦아들었다.


“위대한 복수의 마하깔라(大黑天)의 법을 논하는 자 그 누구인가? 결코 화를 면치 못하리.”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중년의 사내는 양손에 각각 세 날 금강저와 쇠사슬이 달린 갈고리 낫을 들고 있었다.


“가자, 가자, 도솔천으로 아주 가자. 영원한 깨달음이여.”


일렁임이 잦아드나 싶은 순간, 맑고 청량한 음성으로 읊는 법문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다시 한번 공간이 파도를 치더니 또 다른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역시 칙칙한 색깔의 가사를 입었지만, 옆의 사내에 비해 한참은 젊어 보이는 사내였다. 젊은 사내는 칼날이 세 갈래로 갈라진 삼지창을 손에 들고 있었다.


“오늘, 자비는 침묵하고 타오르는 분노가 세상에 도래하리라.”


설총이 말없이 검을 그러쥐는데, 양성진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자네, 전에도 대호법과 마주한 적이 있다 했지?”

“예, 그렇습니다만.”

“저치들, 혹시 항상 저러나?”

“항상 저러다니요?”

“항상 저런 식으로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도 어려운 말을 씨불이냐, 이 얘기지.”


설총은 어깨를 으쓱, 들었다.


“뭐, 대체로 그렇더군요.”

“으, 젠장. 그렇다면 예상외의 강적이로군.”

“예상외의 강적이라뇨?”

“난 지금 손발이 아주 오그라들어서 제 실력을 발휘 못 할 것 같거든.”


설총은 피식, 웃었다. 웃으라고 한 이야기라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도발로는 꽤 효과적인 모양이었다.


“정법의 소리를 멸시하는 자여, 화 있을지어다!”

“애초에 칼침 박으러 와놓고는 쫑알쫑알, 거참 드럽게 시끄럽구먼. 안 그런가?”

“그러게, 말입니다!”


챙! 설총이 검을 크게 떨치자, 맑은 검명이 울렸다. 설총은 검으로 사내들을 겨누고 말했다.


“나는 정천맹 소의당(昭義堂)의 당주이자, 한현보의 소가주인 한설총이오. 그대들은?”


설총의 물음에 삼지창을 든 사내가 앞으로 한 발 나섰다. 사내는 창대로 쿵, 땅을 찍더니 입을 열었다.


“여기 계신 바즈라-훔카라(降三世明王)와 야만타카(大威德明王)는 위대한 성화의 부르심을 받아 이곳에 찾아왔노라. 사바인들은 삼가 왕들께 경배하며 이를 것이라.”

“와··· 진심인가? 이거 심각한데?”


양성진이 팔에 돋은 닭살을 털자, 설총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보아하니 대호법의 일원일 테고, 무기를 봐서는 각각 항삼세명왕과 대위덕명왕을 자칭하는 것 같은데··· 맞소?”

“영특한 사바인이로다.”

“그럼, 그쪽 항렬이 광자 돌림일 테고, 법명의 뒷글자는 잘 모르니 각자 광일(一)사자, 광이(二)사자라 부르도록 하겠소.”


득구였다면 광박, 피박, 반짝이 등 별별 글자를 붙였을 테지만 설총은 번잡한 걸 싫어했던 탓에 대충 숫자만 붙이고 말았다. 그러나 두 사내에게 모욕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


갑자기 말이 사라진 두 사내는 짙은 살기를 드러냈다. 설총은 흘깃, 뒤에서 멍하니 서 있는 발가락에게 전음을 날렸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도망치시오!


“예? 아, 예!”


발가락이 대답과 동시에 후다닥, 구르듯이 달려갔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탄이 되었다.


“삼지창은 맡깁니다!”

“딱 좋군!”


설총과 양성진이 거의 동시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3장(丈: 약 9m) 여를 삽시간에 가로지른 두 사내의 검과 창이, 대호법을 자칭한 이들에게 날아들었다.



* * *



쩡!


“오오옴마야!”


쇠붙이가 부딪치는, 그러나 사람 손에 들린 쇠붙이가 부딪친 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굉음에 발가락은 거의 구르듯이 몸을 숙였다.


우당탕탕!


“끄악?!”


관성을 생각하지 못한 탓인지, 달려가다 몸을 숙인 발가락은 와장창 소리를 내며 멋지게 굴러버리고 말았다. 서너 바퀴를 굴러간 발가락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멋지게 탕후루(糖葫蘆) 수레를 들이받았고, 주인 없이 놓여 있던 수레가 자빠지면서 탕후루 꼬치들이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끄으윽···! 아, 씁! 끄으···.”


온몸에 탕후루 꼬치를 덕지덕지 붙이고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발가락은, 얼굴에 붙은 탕후루부터 떼어 내고 울상을 지었다.


“니미, 드럽게 아프네. 쯥, 맛있다.”


그런 와중에도, 발가락은 몸에 붙어 있던 탕후루 하나를 떼어먹는 것은 잊지 않았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튕겨 나듯 벌떡 일어난 발가락은 그대로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발목이 시큰한 것이, 자빠질 때 아무래도 삐끗한 모양이다. 난처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발가락의 뒤통수에, 어딘가부터 간질간질하게 시선이 느껴졌다.


“···응?”


저도 모르게 눈을 돌린 발가락은 그대로 얼어 버렸다. 시선의 주인은 낯모를 꼬마였다. 긴 머리를 양쪽으로 땋아 내린 것을 보아 여자아이인 듯했다.


“너··· 넌 누구니?”

“···.”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조그만 검지를 들어 발가락이 엎어버린 탕후루 수레를 가리켰을 뿐이다. 아무래도 어제 난리가 났을 때,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저 수레에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달고 맛있는 탕후루가 몇십 개나 꽂혀 있으니, 어린아이가 숨을 곳을 찾을 때 자연스럽게 눈에 띌 법도 했다.


“여긴 위험해! 오빠가 너희 엄마 찾아줄 테니까, 오빠랑 같이 가자.”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해! 죽을지도 몰라! 오빠가 엄마 찾아준다니까?”


도리도리.


“저기, 저쪽에 소리 들려? 여기는 백련교의,”

“오바 아늬야.”

“호법들이 있는··· 응?”

“아조시.”


아이의 검지가 자신을 향한 것을 보고도 발가락은 한참이나 머리를 굴려야 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지금?


“새모긴 아조씨.”


아이가 다시 한번 말하고서야 발가락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저씨─ 그것도 색목인 아저씨란다. 발가락은 왠지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그, 그래···. 아, 아저씨가 엄마 찾아줄 테니까··· 가, 가자···.”


끄덕끄덕.


“나··· 아직···. 스물···.”


쩌정!


“크흡···!”


발가락은 저미는 심정으로 눈물을 삼키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가능하면 여기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발목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발가락은 숨을 만한 곳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 *



챙!


검과 금강저가 부딪혔다. 설총은 검으로부터 느껴지는 압력에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비껴내며 날을 미끄러뜨렸다.


슷!


예리하게 베이는 소리가 났지만, 떨어지는 것은 낡은 옷자락뿐이었다. 그러나 항삼세명왕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무(武)를 아는가, 사바인이여.”

“안다 하기는 부족하지만, 모른다 하기는 성취가 있다고 하겠소.”

“좋구나.”


항삼세명왕이 씩, 웃자 설총 또한 마주 웃어 보였다. 이를 드러낸 두 사내의 검과 금강저가 다시 서로를 겨누었다.


슷, 챙!


속공을 택한 설총의 검이 짓쳐 들었지만, 갈고리 낫이 칼날을 걷어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세 날 금강저가 설총의 왼쪽 어깨로 비집고 들어왔다. 스치듯 금강저가 어깨의 옷자락을 가르고, 설총의 맨살이 드러났다. 예기가 강했으나 베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으하핫, 종이 한 장 차이로구나!”

“독에 당한 일이 있어서 말이오.”

“본 왕은 비록 그런 너절한 수를 용납지 않으나, 좋은 자세로다.”


찰나의 순간에 제공권을 수복한 설총이 칼끝 너머로 항삼세명왕을 노려본다. 얼굴 앞으로 금강저와 갈고리 낫을 교차한 항삼세명왕 역시 얽힌 날 사이로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탐색전이 끝나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심상의 공방이 펼쳐진다. 단 일검으로 끝내기엔 어느 쪽도 상대를 압도할 수 없는, 비등한 실력을 확인한 것이다.


“으랴아!”


쩌정!


양성진의 창과 야만타카의 삼지창이 격돌하며 굉음을 울리자, 설총과 항삼세명왕은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시끄럽군.”

“그러게 말이오.”


우악스럽기는. 핀잔을 주고 싶은 걸 꾹 참은 설총은 잡념을 덜어내고, 다시 칼날 위에 시선을 실었다. 찰나에 항삼세명왕의 제공권에 빈틈이 보였지만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위적이다. 하나, 그럼에도 설총은 검을 쏘아냈다.


“이런!”


항삼세명왕이 쯧, 혀를 차는데, 설총의 검이 급격히 궤도를 틀었다.


“스호오!”


검을 찔러 넣는 자세를 기수식으로 삼아 빠르게 검을 회수한 것이다. 품 안으로 검을 돌려 넣는 회전이 그대로 일원경륜의 큰 반원을 그렸다.


“「쓰와하!」”


항삼세명왕은 대경실색하여 귀음신후를 터뜨렸지만, 시우십결의 경력은 귀음신후가 일으킨 격공강기를 마치 마른 풀잎처럼 갈랐다. 항삼세명왕의 목이 그대로 떨어질까 싶은 순간, 발악이라도 하듯 세 날 금강저와 갈고리 낫이 춤을 췄다. 마치 그것들이 셋으로 늘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쩌저저정!


아니, 그렇게 보인 것이 아니다.


“삼두육비(三頭六臂)의 괴물이라더니···!”


그러고 보니 발가락이 그렇게 말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것을 진짜 맨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설총은 상식의 범주를 조금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이곳에 다르마(戒律)를 선포하노라!」”


밀려드는 격공강기를 급히 베어 깨뜨린 설총은, 이제 진짜 삼면육비의 괴물이 되어 서 있는 항삼세명왕을 노려보았다. 그는 거친 숨결을 토해내며 말했다.


“경탄스럽도다, 사바인이여.”

“그쪽은 별로 재미없는 수를 쓰시는군.”


항삼세명왕의 한쪽 눈썹이 꿈틀, 뒤틀렸다.


“다른 이라면 모를까, 마하깔라의 천둥을 훔쳐 그 은덕을 누리는 자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설총은 검을 비껴들었다. 힘을 개방한 대호법과 대치 중임에도 긴장을 늦추고 목을 좌우로 툭, 툭 꺾어가며 굳은 몸을 풀었다. 대담한 행동이었지만, 설총의 예상대로 항삼세명왕은 설총의 빈틈을 노리지 않았다.


“말이 나왔으니, 이참에 확실히 해두겠소.”

“무엇을 말이냐?”

“우선 첫째.”


설총은 왼손을 들어 검지를 폈다.


“나는 무공을 훔친 적이 없소. 나의 시우십결은 내 스승으로부터 정당하게 물려받은 나의 검기(劍技). 그 출처가 서동천이란 자라는 사실까진 부인하진 않겠지만··· 그 일은 그에게 가서 따지는 게 어떻소?”

“납득하긴 어렵지만, 부당한 요구는 아니로구나.”


설총은 두 번째로 중지를 폈다.


“두 번째는··· 나의 검은 그대들이 말하는 루드라스트라(雷神霹靂)와는 다른 것이오.”

“다르다?”


항삼세명왕의 얼굴 위로 웃음이 떠올랐다. 명백한 비웃음이다.


“그 뿌리가 같고, 돋은 싹이 같고, 솟아난 잎사귀가 같고, 피어난 꽃이 같으며 맺은 열매 또한 같다. 한데 이것을 어찌 다르게 부를 것이냐?”


설총은 비껴들었던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칼끝이 다시 항삼세명왕을 겨누고, 칼날에 날카롭게 벼린 설총의 눈이 비친다.


“그 모든 것이 같을지라도,”

“같을지라도?”

“열매를 취한 자가 다르니까.”

“호오···!”


항삼세명왕의 눈썹이 기쁨으로 꿈틀댔다.


“어디, 얼마나 다른가 보자꾸나!”


키이이잉!


호흡성도 없이 검이 운다. 손잡이를 틀어쥔 설총의 손이 하얗다. 저벅, 동시에 발 딛는 소리가 들리고 두 사내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바람이 멎었다.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적막 가운데 오직 그림자만이 태양이 가는 길을 멈추지 않았음을 알린다.


슷, 쩡!


항삼세명왕의 그림자가 설총의 발치에 닿는 순간 불꽃이 튀었다. 튕겨 나간 것은 역시 갈고리 낫이다. 그러나 이번엔 갈고리 낫이 둘, 세 날 금강저가 셋이 더 있다.


“「으하하핫!」”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웃음소리와 격공강기가 휘몰아친다. 설총은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세워든 검을 그냥 내밀었을 뿐.


하아악···!


귀신이 한숨을 쉰다면 저런 소리가 날 것이다. 얇고 가는 비명 같은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마치 허파에 구멍이 나서 공기가 새는 것처럼 바람이 힘을 잃고 흩어졌다. 항삼세명왕은 격공강기를 흩어 버리고 밀려 들어오는 칼끝을 노려보았다. 여섯 개의 팔과 날붙이가 동시에 춤을 춘다.


슷, 슷, 슷, 슷!


찌르는 검은 느리고 짧은 날붙이는 빠르다. 한 번쯤 부딪힐 법도 하지만 격돌은 없다. 칼날을 부딪히는 대신, 빈틈을 노리는 수읽기의 공방이 오간다.


“「보디 쓰와하···!」”


낮게 읊조리듯 진언이 흘러나왔지만, 이번에도 역시 가는 바람 소리와 함께 흩어질 뿐이었다. 항삼세명왕은 검이 아니라 설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설총은 무심한, 혹은 귀찮은 표정으로 검을 찔러 넣을 뿐이었다.


“흐으읍···! 읏?!”


점점 거칠어지는 호흡을 가다듬던 항삼세명왕은 자신의 등 뒤를 막아서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벽이었다. 깨닫지 못한 사이에 막다른 곳까지 물러난 것이다.


“이놈, 이잇···!”


항삼세명왕의 민머리에 시퍼런 힘줄이 빠드득, 돋아났다. 설총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다.


“「카하앗!」”


여섯 팔을 동시에 휘둘러 설총의 찌르기를 떨쳐낸 항삼세명왕이 크게 뛰어올랐다.


“당신들은 항상 똑같군.”

“뭐라?”


설총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항상 그렇게 얕보고, 비웃고, 약자를 조롱할 뿐이지. 그러나 진짜 강자를 만나면 당황하고. 처음에는 대범한 척 칭찬하지만,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


설총은 검 대신 손가락으로 항삼세명왕을 겨눴다.


“분노하지. 지금처럼.”

“감히···!”

“가짜.”


제 말을 칼같이 자르고 들어온 설총의 말에 항삼세명왕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뜻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총은 항삼세명왕을 찌를 듯이 검지를 향한 채 말했다.


“무엇이 다르냐 묻지 않았나? 당신들은 가짜야. 그게 다르지.”

“이 모욕, 이 수치, 이 굴욕···! 참을 수 있을 성싶더냐!”


울부짖듯 소리 지르는 항삼세명왕을 보며, 설총은 눈빛을 칼날처럼 벼렸다.


“싸움을 두려워하는 개가 크게 짖는 법.”


다시 칼끝이 항삼세명왕을 향했다.


작가의말

수요일을 폴짝, 뛰어넘고 나니 목요일- 이제 내일이면 벌써 주말입니다!ㅎㅎ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선 나름 즐겁고 만족스럽게 여기고 있음에도 휴일이 주는 설렘은 뭔가 또 특별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다들 활기찬 목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극랑전(極狼傳)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연재 시간을 변경합니다! (12:00 -> 18:00) 24.05.09 8 0 -
공지 [공지] 4월 29일 하루 쉬어가겠습니다. 24.04.28 12 0 -
공지 [공지] 안녕하세요! KaHaL입니다! 24.03.25 59 0 -
공지 연재시간을 변경합니다. (22:30 -> 12:00) 23.10.18 94 0 -
공지 <극랑전> 간략한 소개문. +4 23.10.16 1,473 0 -
260 78화. 징조: 달(月) (3) NEW 13시간 전 27 1 14쪽
259 78화. 징조: 달(月) (2) 24.05.20 42 2 14쪽
258 78화. 징조: 달(月) (1) 24.05.17 74 2 14쪽
257 77화. 일견 굽은 길이나, 필경 곧은 길이 있다. (3) 24.05.16 86 2 14쪽
256 77화. 일견 굽은 길이나, 필경 곧은 길이 있다. (2) 24.05.15 73 2 17쪽
255 77화. 일견 굽은 길이나, 필경 곧은 길이 있다. (1) 24.05.14 92 2 16쪽
254 76화. 견지망월(見指忘月) (4) 24.05.13 93 4 17쪽
253 76화. 견지망월(見指忘月) (3) 24.05.10 117 2 16쪽
252 76화. 견지망월(見指忘月) (2) 24.05.09 100 2 15쪽
251 76화. 견지망월(見指忘月) (1) 24.05.08 108 3 15쪽
250 75화. 하오문 (7) 24.05.07 116 2 15쪽
249 75화. 하오문 (6) 24.05.06 106 4 15쪽
248 75화. 하오문 (5) +2 24.05.03 139 4 14쪽
247 75화. 하오문 (4) 24.05.02 120 3 14쪽
246 75화. 하오문 (3) 24.05.01 125 3 15쪽
245 75화. 하오문 (2) 24.04.30 121 3 15쪽
244 75화. 하오문 (1) 24.04.26 135 2 17쪽
243 74화. 피 냄새 (2) +2 24.04.25 136 2 16쪽
242 74화. 피 냄새 (1) +2 24.04.24 138 2 17쪽
241 73화. 세 명의 신산(神算) (3) 24.04.23 132 2 15쪽
240 73화. 세 명의 신산(神算) (2) +2 24.04.22 147 2 15쪽
239 73화. 세 명의 신산(神算) (1) 24.04.19 159 3 15쪽
238 72화. 운예지망(雲霓之望) 24.04.18 148 3 15쪽
237 71화. 그런 신은 없다. 上 24.04.17 139 4 14쪽
236 70화. 초화만신(超化萬神) (6) 24.04.16 145 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