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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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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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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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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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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74화. 피 냄새 (2)

DUMMY

“제길!”


달구는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것을 거칠게 내던졌다. 커다란 마대로 쌓여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난 형체만으로도 그 속에 있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또 백련교도 놈이야?”


삼십 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겉모습만 봐서는 달구와 그렇게 큰 나이 차가 보이지 않는 거지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달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언젠가 그 괴물 거지 영감이 한 말이 생각나는데.”

“괴물 거지?”

“걸협인가 거렁뱅인가 하는 영감 있잖어.”

“···걸협 어르신이다, 임마.”

“뭔들. 부르는 건 내 맴이지.”

“···어휴, 그래. 뭐 무슨 말씀을 하셨길래?”


달구는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오라질 강호는 무슨 바퀴벌레 부화장도 아니고, 별 잡놈의 새끼들을 잡아도, 잡아도 매번 아주 시꺼멓게 기어 나오냐, 그랬지.”

“아··· 글쿠만. 딱 그 말대로네.”


거지는 쩝, 입맛을 다시면서 되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성공했냐?”

“···그랬으면 기분이가 참 좋았겠지?”

“뭐여, 했다는 거여, 아니라는 거여?”

“이봐, 아재요. 아재 눈엔 지금 내가 기분 좋아 보여?”

“아니?”

“그럼 딱 보면 알잖아?”

“네놈이 언제 기분 좋게 다닌 적이 있어야 그놈의 기분이가 좋은지 나쁜지를 알지. 만날 미간 콱 구겨놓고는 죽상으로 다니는데, 뭐 기분이 좋고 나쁜 걸 어찌 알어.”

“···.”


내가 그렇게 만날 죽상이었나? 달구는 눈썹을 어긋매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인상 쓰고 돌아다닌 것 같진 않은데··· 요즘에 웃을 일이 없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패거리를 나간 적삼이 놈이 그래도 뒈지지는 않고 살아 있다는 소식이 그나마 최근에 들었던 최고의 희소식이었으니, 말 다 했지, 뭐.


“그리고 아재가 뭐냐? 너나, 나나 겉으로 봐선 너댓 살 정도 차이 날까 말깐데. 걍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어이, 주맹달 씨.”

“옹야.”

“이참에 편하게 말도 트고, 맞짱도 함 깔까?”

“···에이, 뭘 또 그리 살벌하게, 으악?! 서, 성치야!! 나 좀 살려줘라!”


꽁지가 빠져라, 달리는 맹달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던 달구는 피식 웃고는 말았다. 저 인간도 딴에는 좀 웃으라고 농이나 한 걸 텐데, 여기서는 좀 대범하게 받아넘겨 줘야지.


“···너댓 살은 옘병! 죽일까?”


이제 스무 살도 안 먹은 청소년에게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저게 뒤질라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꿀밤이라도 한 방, 아주 된 놈으루다가 놔줘야겠다고 결심한 달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야야, 관둬라. 장난으로 쳐도 니가 치면 뒤진다. 맹달이 대가리라도 깰 셈이냐?”

“···조장 양반.”

“지금은 조장이 아니라 공의현 지부의 지부장이다만. 뭐, 너한텐 그거나 저거나겠지. 맘대로 불러라.”


근처에서 의자 하나를 끌어다 앉은 성치는 달구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다. 와지끈, 의자가 부서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주저앉은 달구는 픽, 코웃음을 던졌다.


“잘 아는구만. 근데 뭔 일이슈? 저 모자란 아재가 불렀다고 진짜 살리러 온 건 아닐 거고.”

“정보가 몇 가지 있다. 음··· 좋고 나쁘고 할 소식은 아니고.”

“뭔지 들어나 봅시다.”


성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첩지 하나를 꺼내 던졌다. 어렵지 않게 그것을 받아 든 달구가 첩지를 펼치자, 거기엔 간략하게 정리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내가 언급 안 한 건 다 거기에 적혀 있으니까 나중에 찬찬히 한 번 훑어보고, 일단 중요한 것 몇 가지만 전달해주마.”

“말하슈.”

“소의당주가 정주에서 백련교의 대호법 하나를 잡았다. 정확히는 하나는 잡고, 하나는 사살하는 데 성공했지.”

“···한 번에 둘을 상대했다는 거요? 우리 큰형님이?”

“그건 아니고. 동행하던 양가장 소가주가 한 놈을 상대하는 동안 직접 맞상대한 놈을 사살하고 다른 하나를 제압한 모양이다. 정확한 건 비둘기가 아니라 사람이 와야 알 수 있겠지.”

“그렇군. 드디어···!”


달구는 백련교도의 시체를 담은 마대를 내려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백련교가 대체 뭘 꾸미는지, 그 계획의 편린이라도 알아내기 위해 이놈을 잡는 데 걸린 기간은 무려 사흘. 그리고 고작 점혈에 실패한 단 두 호흡 만에 놈은 자결해 버렸다.


큰형님이었다면 실패하지 않았을 테지. 아직까지는 설총처럼 깔끔하게 해내는 건 무리··· 아니, 무리라기보다는, 그게, 언젠가는 되겠, 아니 곧 되겠지만 아직은 조금 힘든···?


“뭔 생각하냐?”

“암것도 아뇨.”

“뭐, 일단 알고만 있어라. 그리고 두 번째로는, 어르신 일행이 그걸 손에 넣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그거?”

“약왕서 말이다.”


달구는 저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하긴, 그 일행엔 제갈세가의 꼬마 아가씨도 있겠다, 뭐 결국엔 해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뭔가 시끌벅적한 일이 좀 생긴 모양인지, 어렵지 않게 접선에는 성공했다고 하는데···. 흠.”

“왜, 뭔가 좀 맘에 안 드쇼?”

“아니, 예감이 별로 좋질 않아. 잘 풀린 것 같은데, 좋게 풀려나갈 것 같지는 않은 예감이랄까. 쯥, 괜히 입맛이 쓰고 말야.”


달구는 어깨를 으쓱, 들고서 말했다.


“뭐, 예감이란 건 결국 닥쳐봐야 아는 거 아니겠수? 당장 일어나지도 않은 일 가지고 괜히 진부터 뺄 필요 있나.”


간만에 맞는 말을 하는 달구를 보며 성치는 피식 웃었다. 고작 다섯뿐이긴 해도 나름 한 집단을 이끌던 가락이 보인다. 완숙한 건 아니지만 나름의 자질이 있달까. 넷뿐인 달구패를 이끌고 천가방을 잡으러 갔을 때도─


“아, 참. 깜빡했군.”

“뭘?”

“전에 부탁한 게 있지.”


뭘 부탁했더라? 달구가 고개를 갸웃대자, 성치는 한숨을 내쉬며 첩지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천중 말이야.”

“···!”


달구는 펼쳐 든 첩지를 와락 구겨 품에 쑤셔 넣고 성치가 내민 첩지를 낚아챘다.


“제남? 제남에는 왜?”

“글쎄다. 연 향주의 첩보는 천중의 이동 경로뿐이니, 목적까진 알 수 없지. 현재 위치를 파악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라고 생각해.”

“···제남?”


달구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이맛살을 구겼다. 당최 하남성이 근거지인 인간이,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제남엘 갔지? 아니, 그 이전에 그놈의 천가방은 거의 와해된 상황이 아니었던가? 투덜대는 달구의 말에 성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겠군. 네 말대로 놈이 패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가방이 와해 됐다고 볼 이유는 없지.”

“빌어먹을! 대가리가 그렇게 쪽팔린 꼴을 당했음, 사내자식들이 말이야! 접싯물에 코라도 박고 콱, 뒈져야지. 뭐 잘났다고 아직도 나대는 거야?”

“방주가 싸움에서 한 번 패했다고 접싯물에 코 박고 죽을 정도면 이 세상에 남아나는 방파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만···.”

“나도 알어! 걍 그 개놈 자식이랑 그 밑에 개자식들이 재수 없어서 해본 말이야.”


성치는 씩씩대는 달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말을 이었다.


“뭐, 너와 네 패거리가 선전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사실상 판정승을 얻었다고 봐도 좋겠지. 물론, 그런 판정에 굴복할 놈들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어쨌거나, 실질적으로 놈들의 피해는 경미하다. 그 케쿨을 한 몽골인··· 그놈이 있으니까.”

“케쿨?”

“개체 변발─ 아니, 돼지 꼬리 같이 생긴 머리 있잖냐. 양옆에.”

“아, 그놈.”


달구는 미간을 와락 구겼다. 그놈만 아녔어도 천중의 대가리는 지금쯤 좌우 양쪽이 정확하게 일 대 일로 이쁘게 쪼개져 있을 건데.


“놈의 수완이 상당하더군. 보름 가까이 천중이 코빼기도 안 보였는데 말이야.”

“다음엔 그놈부터 조져놔야겠군.”

“쉽진 않을 거다.”


성치는 바윗덩어리 같은 달구의 어깨를 한 번 더 툭툭 두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러고 보니 하나 궁금한 게 있었는데.”

“뭐가 또 궁금하쇼?”

“너는 지금 한현보 소속인 건가?”

“엥?”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달구는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한현보? 글쎄, 큰형님도 지금은 한현보에서 쫓겨난 마당인 거 아녔나?


“잘 모르겠는디?”

“만약 소속이 확실하게 정해진 게 아니라면, 개방은 어떠냐?”

“···개방? 개방이 뭐가 어때?”

“개방에 들어오는 건 어떠냐, 이 말이다.”


달구는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게 뭔 소리야.


“난 거지 아닌데?”

“꼭 거지여야만 들어오란 법 있냐?”

“‘개방(丐幇)’이잖수!”

“우리 쪽은 의미가 조금 다른 거 알잖냐.”


성치의 말에 달구는 끙, 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었다. 알기야 알지. 저 드높은 신의 아들이란 황상 나으리가 보내주신 단두(團頭) 놈들 앞잡이 노릇 하려고 만든 개방이 아니라는 것쯤은, 달구도 이제는 잘 알고 있었다. 더불어 지금 눈앞에 있는 성치나, 지금은 죽고 없는 춘삼이란 양반도 다 거지 노릇이나 하면서 살기엔 아까운 인재라는 것도 말이다.


“당장 결정하라고는 않겠어. 찬찬히 생각해봐.”

“나보고 우리 큰형님한테 빚진 걸 떼먹으란 말요?”

“빚을 갚는 길이야 여럿 있잖나. 그리고 너는 천하제일의···.”

“으와아어와악!”


화들짝 놀라며 팔다리를 휘젓는 달구를 피해 몸을 물린 성치는, 벌겋게 달아오른 달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뭐, 어찌 풀려나갈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사 아니냐. 찬찬히 생각해봐라. 인연이 있으면 같이 갈 수도 있는 거고, 아님··· 마는 거지, 뭐.”



* * *



“아무래도 쉽게 가기는 그른 모양입니다요.”


발가락이 지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공덕자는 그런 발가락의 머리를 곰방대로 후려쳤다.


딱!


“끄으-악!”

“미친놈이, 어디서 한숨질이야?”

“끄, 죄, 죄송합니다요.”

“쯧, 배울 만큼 배운 놈이 못 배워먹은 놈처럼 굴지 마. 옘뱅, 미친 거지 그 양반이 애들을 다 베려놨어. 아주 재수 없는 버릇들을 들여가지고는.”


공덕자는 쯧쯧 혀를 차며 곰방대에 남은 담뱃재를 긁어냈다. 그리고 새 담뱃잎을 채우려는데, 정연이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향파, 이미 너무 많이 태우셨어요.”

“안 피우면 안 뒈지고 무병장수 한대냐?”

“향파.”


공덕자는 제 팔을 꼭 붙든 정연의 손에서 절실함과 불안함을 느꼈다. 지금 상황에서 향파께 문제라도 생기면···. 공덕자는 말없이 바닥을 내려다보다, 눈을 꼭 감고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곰방대를 신경질적으로 내던져버렸다.


“옘뱅! 왕초는 아직도 연락 없어?”

“···예.”

“발가락! 미친 거지 놈은 언제 온대?”

“빨라야 내일 오전, 좀 더 걸리면 내일 오후에나 도착할 것 같습니다요.”

“뭔데 그렇게 느려? 걸어오기라도 한대냐?”

“옙.”

“뭐? 왜?”

“총인원이 이백서른두 명이라 아무래도···.”

“미친─!”


공덕자는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쥐어뜯고 싶었지만, 나이를 먹어서인지 요즘엔 한 올, 한 올이 소중하다. 젊었을 적엔 그런 거 신경 안 썼는데 말이다. 공덕자는 곰방대를 조금 가까이에 던져둘 걸 하고 후회하면서 발가락에게 역정을 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이 자식아!”

“그게, 인원 추리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니미···!”


공덕자가 다시 한번 입에서 불을 뿜어내려는데, 누군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섰다.


“여긴 술이 좀···! 없겠군.”

“옘뱅! 술을 왜 이딴 데서 찾아?!”


사람이 불같이 성을 내면 움찔할 법도 한데, 양성진은 한 소리 들은 사람치고는 너무나 태연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고 말했다.


“향주가 준 건 다 마셨소.”

“아···!”


표정만 봐도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는 공덕자의 얼굴에 정연과 발가락은 사색이 되어 양성진의 팔을 붙들었다.


“소, 소협! 술은 저희가 준비해드리도록 하겠으니, 우선은 잠시 나가시지요.”

“제,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셔!”

“뭐, 술은 술이고. 볼일이 없다고는 안 했는데?”

“···예?”

“볼일이 있어서 왔다니까?”


볼일이 있다는 양성진의 말에 벙찐 두 사람을 대신해서 공덕자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뭔 볼일?”

“오늘 아침나절에 우리 소의당주님이 백련교의 대호법을 때려잡는 게 무슨, 여래신장이 따로 없더군. 난 처음 봤어. 검강(劍罡)이란 게 실제로 가능하다는 거 말야. 지독한 검기(劍氣)는 아예 맨눈에도 보일 정도라던데, 이건 아예 그 지경을 넘어버렸지 뭐야?”

“여기에 그거 모르는 사람이 있었나?”

“근데 말이오.”


양성진은 뚱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말을 툭 던졌다.


“어디 삼류 검협소설에나 나올 법한 검강을 사람 몸뚱아리에다 냅다 꽂아놓은 친구가 말이오, 오후가 되니까 코피를 한 바가지를 쏟더라고? 딴에는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피 냄새’는 못 숨기지.”


양성진의 그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양성진은 그것 보라는 듯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뭔가 있지? 뭐요?”

“···알아서 좋을 게 없으니 말을 안 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세상에 모르는 게 약인 일도 있다는 정도는 나도 알지. 근데 이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거든. 딱 그런 예감이 있어서 말이오.”


공덕자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여는데, 양성진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먼저 말했다.


“그 꼴을 내가 오늘 처음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딱 듣고 이건 구라다, 싶으면 내가 어떻게 할 것 같소?”

“···.”

“그래, 딱 그 정도로 심각해 보였소. 적당히 얼버무릴 생각은 아닐 거라고 믿겠소.”


공덕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뚫어져라 양성진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 역시 공덕자의 시선을 피할 생각은 없었는지, 그녀의 눈을 역시 뚫어져라 마주 보았다. 마치 연인, 혹은 원수처럼 서로를 쳐다보던 두 사람의 눈싸움은 공덕자가 먼저 시선을 돌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멸혼산이야.”

“향파! 그걸 말씀하시면···!”


정연은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그녀의 반응이 무색하게도 양성진의 대응은 내내 그랬던 것처럼 뚱한 반응이었다.


“그래? 그건 좀 의왼데.”

“그럼, 뭐라고 생각했는데.”

“병 아니면 독이라곤 생각했지. 아, 사독파파와 검을 겨눈 일이 있다고 했었나?”


미간을 찌푸리고 골짜기를 긁적이던 양성진은 뭔가 후련해졌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더니 끄응, 기지개를 켰다.


“그랬구만. 뭐 궁금한 것도 해결했고, 술이나 더 빨러 가볼까.”

“기다려.”

“뭐, 볼일 있수?”

“멸혼산이 어떤 건지 모를 정도로 멍청이는 아닐 거 아니냐. 이제 어쩔 생각이냐.”


흠, 양성진은 눈썹을 어긋매꼈다.


“우리 집에는 가훈이 몇 개 있소. 딴 건 기억 안 나는데, 내가 딱 기억하는 게 두 개 있지. 그게 뭔 줄 아오?”


양성진은 씩, 웃고는 말을 이었다.


“첫째는 시작하지 말 것, 둘째는 시작했다면 끝을 볼 것.”

“···정말 그렇게 생각해?”

“스님의 체면은 안 봐줘도, 부처의 체면은 봐주라 그러더라고.”


그 말을 남긴 양성진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문을 나서던 그는 멈칫, 멈춰 섰다.


“아, 당주가 코피 쏟은 건 오늘 처음 본 거요. 전에도 봤다는 건 거짓말이었소.”


그리고 그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작가의말

갑작스러운 대장염에 걸려서... 컨디션이 매우 난조를 겪고 있습니다. 이거 여차하면 금요일 혹은 다음주 월요일 중 하루는 휴재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대장염에 걸리는 건 연례행사긴 한데, 머리에 열이 오르고 살짝 어질어질한 정도로 심한 대장염은 또 오랜만이라... 일단 잘 쉬어보고, 경과에 따라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대로 무리하다가 큰 병 나는 것보단 잠깐이라도 내려놓고 쉬는 게 맞을 것 같아서요ㅎㅎ; 공지로 안내 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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